수빈이 백일도 지나고, 이제 삼형제와 함께한 시간이 어느 정도 과도기를 넘어 안정기에 들어섰다.
아들 셋에 대한 우려에 비해 우리는 (생각보다) 평온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어리버리했던 5년 전에 비하면 지금의 나는 얼마나 많이 성장했는가!
어떤 기사에서 본 것 처럼 엄마에게 정말 필요한 건 육아 정보가 아니라 '평온한 멘탈'인 것 같다.
아이들 울음소리에도 많이 둔해졌고, 바쁘고 정신없는 상황에 익숙해졌고, 경험으로 나한테 잘 맞는 노하우를 찾게 되면서 점점 여유가 생긴 것 같다. 그래서 편해졌다.
콘프러스트로 아침을 해결하던 내가 이제 간단하지만 밥으로 챙겨주는 날이 많아지고, 예전엔 화장실도 내 마음대로 못 가던 내가 이제 세 아이들 두고 혼자 샤워도 하는 걸 보면 얼마나 여유로와졌는지 알 수 있다. ㅋㅋ 샤워를 끝내고 나와 평온하게 잘 노는 아이들을 보며 가끔 혼자 웃는다.ㅎ
내 노하우 중 몇가지.
1. 하루 생활패턴을 습관적으로 반복한다.
어린이집 갔다와서는 당연히 샤워하는 걸로. 샤워를 해야하느니 안 하겠느니 실랑이 하는 시간을 줄인다.
2. 약간의 허용으로 아이들과의 전쟁을 미연에 방지한다.
수민이 경우 티비를 끄기로 한 시간이 되었는데 더 보겠다고 떼를 쓰면 하나만 더 보기로 하고 끄기로 약속한다. 약속은 반드시 지키기로. 떼를 쓸 때 강압적으로 티비를 바로 꺼버리거나 하면 아이들의 울음 소리를 감당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ㅋ
수현이의 경우에는 화장실에서 샤워기로 물을 틀어놓고 장난 치기를 좋아하는데, 그럴 때 바로 끄라고 하면 절대 안 끈다. 그럴 때는 "열 셀 때까지만 하는거야~ 하나, 둘, 셋,.... 열!" 하면 자기도 열!! 하면서 바로 샤워기를 내려놓고 스스로 나온다.
요리솜씨는 없지만.. 이렇게 먹고 산다..ㅋ
물론 이제 다섯 살 된 수민이가 많이 도와주는 것도 있다. 수현이는 형을 보며 학습해서 그런지 이해력이 빨라 엄마 말을 잘 따라준 것도 있고, 예전보다 둘이 덜 싸우고.. 남편도 최대한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것도 보이고... 또 막내 수빈이가 너무나 순한 천사아가라서 그렇다. 나도 세번째 아기를 돌보다 보니 이제 아기 달래는 건 능숙해졌고.
특히 수유를 해서 얼마나 편한지.. 조금 칭얼거리면 젖먹이면 되고, 잘 때도 젖 물리고 자고, 젖병 세척할 필요도 없고, 외출할 때도 짐 없이 그냥 내 몸만 있으면 되는데, 수빈이와 비슷한 시기에 둘째를 낳은 정희가 수유하는 날 보고 너무 힘들겠다고 하는 걸 보면 다 각자 나름에 맞는 육아스타일이 있나 보다. 그래서 책이나 주변 사람들의 육아정보를 참고는 하되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성격도 환경도 상황도 다른데 육아에 정답이 어디있겠나.. 정말 엄마의 '평온한 멘탈'이 가장 중요하니까.
닮은꼴 삼형제
동생이 좋아요~
너무 편한 이야기만 써놨지만, 물론 힘들긴 힘들다. 자고 일어나면 온 몸이 쑤시고 저녁에는 엉덩이 붙일 틈 없이 일하고... 이렇게 익숙해졌어도 육아는 전쟁이라.. 가끔 폭발할 때도 있다.
며칠 전에는 아기를 재우려고 침대에서 젖을 먹이는데 밖에서 둘이 킬킬거리고 놀길래 나와서 확인해봤더니,
크레파스를 부러뜨리고 사방에 낙서해 놓고 심지어 수현이는 하얀 크레파스를 갉아 먹고는 서로 침을 뱉고 놀고 있었다. 난장판이 된 집을 보고는 버럭 화를 내고는 일단 아기를 재워야 되니 문을 닫고 들어왔더니,
문 밖에서 둘이 "엄마 미안해요... 엄마 미안해요..." 이러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를 치고, 잠깐 정신을 팔면 순식간에 집은 난장판이 되고... 이런 하루의 반복.
장난꾸러기 아이들
그럼에도 불구하도 아이들이 있어서 참 행복하다.
결혼 전에는 문방구에서 파는 아이들 싸구려 장난감을 보며 왜 이런걸 살까 싶었는데, 지금은 아이들 좋아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수민이 포켓몬스터 피규어를 사러 멀리있는 문방구에도 일부러 간다. ㅋㅋ
수빈이랑 대화하는 "황홀한" 시간 ㅎㅎ
얼마 전에 친구 성희가 놀러와서 수빈이랑 옹알이 대화하는데,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그 시간 그 공간에 수빈이랑 둘만 좋재하는 것 같이 황홀했다고 했다. 이런 황홀한 시간을 딴 짓하면서 낭비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
또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에서 '한치 앞을 못 보는 게 사람 일이라더니 그 때부터 쭉 기록을 해 놓아더라면 지금 얼마나 좋을까.. 사실 기록이 아니라,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는 과연 얼마나 성장했는지 돌아볼 수 있을 텐데...' 이 글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블로그를 열심히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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