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 나들이2014. 10. 20. 15:15

지난 주에 대학동기의 결혼식이 있었다.


나는 대학시절 너무 재밌게 놀았다. 

영상학과라고 친구들이랑 선배들이랑 영화 찍으면서 서울 곳곳과 지방을 돌아다니기도 많이 돌아다니고, 과제하느라 학교에서 밤샘 작업도 많이 했고.. 주당이라 손꼽힐정도로 밤새 술도 많이 마셨고, 엠티도 자주 다녔다. 여중여고를 나와 처음에는 남자들과 대화하기도 부끄러웠던 나는 언제부턴가 물 만난 고기처럼 그 시간을 너무 재밌게 즐겼던 것 같다. 02학번 우리 동기들 모임은 내가 다 주최했고, 여러 과 행사들에서도 항상 참여했고, 한 해는 학과 부회장도 했었다. 친구들이 나더러 초단위 스케줄이라고 했을 정도로 얼마나 바쁘게 지냈었는지... 

후회는 없지만,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그 때를 생각하면 너무 아련하고 그립다.


친구들 모임에 못 나간 지가 얼마나 됐는지 모르겠다. 특히 대학동기들을 못 본지 얼마나 오래 됐는지 너무 보고 싶었다... 이번에는 꼭 가고 싶었다.

 

애들 셋 데리고 나가기 힘들지만 남편의 도움을 받았다. 삼성역에서 결혼식이라 남편은 내가 친구들을 만나는 동안 수민 수현이를 아쿠아리움에 데리고 가기로 했다. 전 날 나는 입을 옷이 없어서 동생한테 빌려줬던 옷을 밤에 찾아오기까지... 그렇게 부푼 마음으로 나갔다.



그런데 하도 오랜만에 여러 친구들을 한꺼번에 만났더니 깊은 대화를 할 수가 없었고, 어떻게 지내는지 피상적인 질문만 오갔다. 특히 이 많은 친구들 중에 아기를 낳은 사람은 나 혼자밖에 없었고,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직장인 친구들이 대부분이라 공감대 형성도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이야기 좀 해보려고 했더니 수빈이는 왜 이렇게 칭얼대는지... 하루종일 10kg 아기를 붙잡고 안고 있었더니 어깨가 빠질 것 같았다... ㅠㅠ 커피숍 구석에서 수유도 해보면서 버텨보다가 어쩔 수 없이 수빈이를 데리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뭔가 아쉽고 허전한 이 기분... 갑자기 찾아온 이 우울함!


수월하게 키운다고는 하지만.. 나는 왜 애들을 셋이나 낳아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을까. 

아직 자유로운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웠다. 한편으로는 언젠가 저 친구들도 아기를 낳겠지.. 나중에는 내 마음을 알겠지... 내가 부러울 날이 있을 꺼야.. 하면서도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다. 다 각자 인생을 살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허탈함 때문이인지.. 아니, 그냥 내 마음대로 하고 살던 그 때가 그리웠던 것 같다. 엄마가 해주는 밥 먹으면서  밤새 미드보다가 늘어지게 자던 그 시절.. 다시는 돌아가지 못한다. ㅋ 


생각해보면 이런 게 어른이 되어가는 느낌인 것 같다. 어렸을 때 어른들이 지금이 좋을 때라고 하실 때, 그 때는 몰랐다.어른이 되면 다 누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못 하는 게 훨씬 많아졌다. 특히 아이가 생기는 순간부터 생기는 책임감때문에...

나중에 내가 정말 할머니가 되었을 때는 또 지금이 얼마나 그리울까. 지금은 힘든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지만 언젠가는 그리울 날이 있겠지. 어쩌면 지금 이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결국 결론은 이 시간이 아쉽지 않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거... 

자꾸 우는 수빈이 데리고 장이나 보러 나가야겠다. 커피 한잔으로 이 우울함을 달래봐야지. ㅋ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