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4. 10. 31. 01:03

한동안 수민이랑 수현이는 엄청 싸웠다. 특히 막내 임신 후반부터 최근까지...

수현이는 수민이 형이 가지고 있는 거라면 무조건 빼앗으려고 하고, 수민이가 안 뺏기려고 도망가면 무조건 악을 쓰며 운다. 나는 시끄러운 상황을 피하려고 수민이한테 양보하라고 강요한다. 그럼 수민이는 너무 억울해서 정말 분해 죽겠는 표정을 하며 "용서 못해!!!!!" (포켓몬스터에서 지우가 악당에게 하는말) 

그러고는 씩씩거리며 방으로 들어가서 운다. 이 과정이 반복 또 반복...


대안을 찾아 고민하다가 칭찬스티커를 인터넷에서 찾아서 프린트했다. 수민이가 수현이한테 양보할 때마다 하나씩 찍어주기로 하고 50개를 다 찍어주면 원하는 장난감을 하나 사주기로 했다. 

어떤 때는 속상해 하는 수민이 때문에 하루에 네개나 찍어준 적도 있고, 너무 빨리 채워지면 장난감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수민이가 확인을 안 할 때는 안 찍어주고 넘어가기도 했다. ^^;


칭찬스티커


결국 50개가 다 차서 아빠가 수민이만 데리고 장난감가게에 갔다. 수민이가 고른 파워레인저 총,칼 세트... 

그런데 수현이가 보자마자 달라고 울어서 결국 수현이 차지가 됐다.

게다가 추석에는 이모가 회사에서 받은 이마트 상품권으로 외할아버지가 수민이, 수현이 선물을 사오셨는데, 수현이가 받은 또봇 무선조정 자동차와 수민이의 바이클론즈 로보트는 또 수현이 차지.. 수민이가 속상할 만도 하다. 


파워레인저 칼이랑 총은 수민이가 그래도 넘어갔는데, 이놈의 바이클론즈 로보트 때문에 둘은 추석부터 한 달 내내 싸웠다. 나는 이렇게 싸울 꺼면 버릴꺼라고 바이클론즈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서 있고 그 앞에서 두 형제가 대성통곡한 적도 있다. ㅋ 그래도 결국에는 수현이 차지.. 도저히 안되겠어서 하루는 어린이집 끝나고 수민이만 데리고 장난감가게에 갔다. 

'아무날도 아닌데' 수현이랑 사이좋게 놓으라고 사주는 거라며.. 강조에 또 강조하며 오만원이 넘는 바이클론을 눈물을 머금고 사줬다. (집에 있는 거랑 다른 버전) 수민이의 그 기뻐하는 표정을 왜 안 찍었을까.


그런데 이제 둘이 하나씩 사이좋게 가지고 놀겠거니 했던 생각은 오산이었다. 집에 가자마자 현관 앞에서 상자를 뜯고는 새 장난감을 서로 차지하려는 두 형제의 싸움.. 이건 전쟁이었다.. 진짜 이놈의 장난감 때문에..!!! ㅠㅠ 

한참을 소리지르고 진이 다 빠져서 무거운 마음으로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 싸움을 멈출 방법이 무엇인가. 원인이 무엇인가... 이 상황을 빠져나갈 방법이 무엇인가...


사실 이 싸움은 예견된 거였다. 뭐든지 사줄 때는 똑같은 걸 사줘야 된다. 따로따로 시기가 다르게 사주고, 다르게 생긴 걸 사준게 문제다... 무조건 좋아보이면 다 자기꺼인 세살 꼬마가 양보에 대해서 이해해주길 바라기는 무리였다. 

실제로 그 뒤로 서점에 갔다가 애들이 낚시 놀이를 똑같은 걸 두개 골라서사줬더니 이렇게 잘 놀 수가... 나는 하나씩 다른 걸 사서 여러 종류를 즐겼으면 했지만 역시 엄마와 아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ㅋ



또 내가 한 잘못은, 무조건 자기꺼라고 우기는 수현이를 오히려 편을 들며 수민이한테 줘버리라고 양보를 강요했던 거였다.


이후로는 둘이 싸움이 나더라도 수현이 편을 들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둘이 싸우면 하나는 형아꺼라서 안된다며 수민이가 가져가게 하고, 수현이가 울면 왜 안되는지 설명하고, 그래도 다 갖겠다고 하면 엄마도 어쩔 수 없다며 그냥 울게 뒀다. 그리고 달라고 할 때는 울지 않고 귀여운 표정으로 "주세요~" 라고 할 때만 주기로 약속했다.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래도 체계가 잡혔다. 새로 산 바이클론이 며칠이 지나자 수현이도 그 전에 있던 장난감이랑 별 차이가 없다는 걸 알았는지 이제는 하나는 자기꺼, 하나는 형아꺼라고 인식한 것 같다. 


찾아온 평화...

파워레인저 빙의... 언제 어디든 장난감을 꼭 가지고 다니는 건 형이랑 똑같다. (심지어 잘 때도 머리맡에 두고 잔다)

    하원하자마자 가방에서 바이클론 꺼내는 중...         동생한테 바이클론 구경시켜줌 (먹는다고 만지지는 못하게함ㅋ)                                                                                 


물론 지금도 매일매일 싸우긴 하지만 바이클론 사건 이후로 요즘은 둘 사이가 참 좋아진 것 같다. 


며칠 전 아침에는 수현이가 아침마다 옷을 안 입겠다고 해서 30분 구슬리고 30분 기다려주고 또 30분을 대치했다. 결국 성질난 엄마한테 꿀밤을 한 대 맞으려고 한 순간, 옆에서 내 눈치를 보던 수민이가 와락 수현이 머리를 감싸 안았다.동생 꿀밤 안 맞게 하려고... 그 형제애에 놀라고, 동생 머리를 끌어안고 있는 수민이가 너무 웃겨서 순간 빵~! 터져서 한참을 웃었다. 셋이 다 같이 웃었던 것 같다. 

또 다른 날 아침에도 옷 때문에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 내가 화가 나자 수민이가 엄마 왜 그러냐고 묻는다. "수현이가 세수도 안하고 옷도 안입는다고 하잖아." 그랬더니 수민이가 수현이를 구슬리기 시작했다. 수현이가 그래도 세수를 안 하겠다고 했더니 수민이는 화장실에서 손에 물을 묻혀와 수현이 얼굴을 닦아준다. (엄마보다 낫다ㅋㅋㅋ) 


어떤 날은 수민이가 양말도 신겨주고, 신발도 신겨주고,

수현이가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서 "쉬! 쉬!!" 하고 소리지르면 수민이가 화장실에서 쉬통을 들고 뛰어간다.


쉬통들고 출동!                                                   수현이 옷 입으라고 설득 성공                


형제들의 싸움은 앞으로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한 명이 더 합세할 것이고, 몸집은 더 커질 것이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 벌써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살아가다보면 둘이 정말 의지가 된다는 걸 알겠지. 사실 지금도 이미 알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내가 소파에서 수빈이 젖을 먹이는데, 방에서 둘이 노는 소리가 난다.
수현이: "누구냐!!!"
수민이: "내 가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게 인지상정!!!!"  (포켓몬스터 악당 대사)

너무 웃긴 두 아들들... 너희를 환상의 짝꿍이라 불러야겠다. ^^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