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4. 12. 21. 23:25

사람들이 수빈이를 보고 몇 개월이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손가락을 접어가며 몇 개월이 되었는지 센다.

7개월인지 8개월인지.. 첫째 때는 그 개월 수에 그렇게 민감했는데, 세 아이를 정신없이 키우다보니 시간 관념이 없어진다. 그러다보니 예방접종은 늦기 일쑤에 수빈이는 유아건강검진을 한번도 안 가봤다. 


그도 그럴것이 수빈이는 워낙 잘 크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6개월쯤 10kg가 이미 넘었고, 잘 기고, 잘 먹고, 호기심도 왕성하다. 소아과에 가 봤자 잘 크고 있다는 말 밖에 더 들을까.. 아. 2개월쯤 예방접종 맞으러 갔을 때는 아기가 너무 크니 젖을 덜 주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데 먹겠다는데 어떻게 안 주겠냐. 말이 안되는 소리.. 

논현동 살 때는 근처 소아과로 수민이 건강검진 갈 때마다 비타민이고 무슨 연고고 자꾸 약국에서 사가라는데, 그 당시 순진하던 엄마는 비싼 약들이 정말 꼭 필요한 줄 알고 샀다. 돌아보니 병원과 약국이 연계된 상술이었지만...


건강검진을 하든지 안하든지, 예방접종을 늦게 맞추든 말든, 이쁜 옷을 입히든 안 입히든, 형들이 싸우든 다치든... 상관없이 잘 자라고 있는 막내 아들.


괜찮아~ 괜찮아~ 

아가의 작은 몸짓, 움직임 하나에 놀라고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는게 셋째의 단점이자 장점이랄까.


사진을 찍으면 항상 엑스트라가 되던 막내.. 이번에는 너의 사진 위주로.. 


그런데 이 막내 아들이 6개월이 넘어가면서부터 엄마 껌딱지가 되었다.

두 달 전인가.. 수민이, 수현이 어린이집 상담이 있어서 아이들을 친정집에 잠깐 맡기고 갔는데, 상담 중에 엄마 전화가 몇 번이나 왔다. 수빈이가 많이 운다고... 지금 바로 오라고... 택시타고 뛰어 오라고... 진짜 상담을 바로 끊고 택시타고 숨이 차게 집으로 달려갔더니 악을 쓰고 울고 있었다. 달려가 아기를 내가 받아 안자마자 바로 뚝 그친다.. ㅠ


아빠가 있어도 엄마만 찾는다. 

잠깐 아빠한테 안겨 있으라고 해도 시선을 나에게 고정한 채 애절하게 바라보거나... 운다. 

오죽하면 아빠한테 안기자마자 내가 바닥에 납작 업드려서 기어가겠나. 수빈이가 엄마를 못 보게 하려고.. ㅋㅋ

형들 잘 노는데 데리고 가서 내려놔도 바로 180도 회전해서 내 몸을 탁 잡는 막내 아들... 엄마가 틈만나면 도망가려고 하는 걸 아는걸까..? 수민, 수현이도 이정도였는지.. 그랬던 것 같긴 한데 벌써 기억이 잘 안난다..ㅋ


아기띠에 매고 겨우 재워서 침대에 가만히 눕히면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깨지마라)' 하지만 실패확률 95%

집에만 있었는데도 10키로 아기 메고 서 있다 보니 진이 다 빠진다... 형들이 오면 더 전쟁이고.. 


이런 상황이다보니 형들을 어린이집에 간 시간에도 뭘 하지를 못하겠다. 집안일은 끝도 없고 그나마 수빈이가 잠들면 컴퓨터로 달려가 일을 하다보면 내 밥 챙겨먹기가 제일 힘들다. 겨우 재워 놓으면 푹 자지 않고 깨서 울고, 꼭 안고 외출할 때 틈틈히 자다가 집에서는 안 자니 미칠 노릇이다. 


그래서 더욱 내년 3월에 어린이집에 2시간씩이라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하지만 너무 일찍 보내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과 무엇보다 형들 다니는 어린이집은 입소순위가 뒤로 밀려서 될지 안 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며칠 전, 아기띠에 안아 이리뛰고 저리뛰고 흔들면서 수빈이를 재우다가 문득 수빈이 얼굴을 쳐다봤는데,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게 아닌가. 나는 어떻게든 도망가려고 하고 있는데, 너는 하루종일 나만 바라보고 있구나...


내 눈만 마주쳐도 이렇게 웃어주는 우리 막내

요 웃음에 녹는다.. ㅠㅠ


역시 육아에는 답이 없다. 버티는 수밖에... 이왕이면 즐거운 마음으로...

 

크리스마스 이브날 서점에 갔다가 <전투육아> 책을 샀다. 이름이 마음에 든다. 전투육아라...  전쟁같은 육아에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웃어보려고.. 일단 젖 끊는 돌까지만 참아보자.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