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5. 2. 13. 11:26

수민이는 포켓몬스터 팬이다. 

매일 한 시간 텔레비전 틀어주는 시간에 포켓몬스터를 주로 보는데, 새로운 포켓몬을 보면 TV를 멈추고 이름을 적어달라고 달려온다. 내가 요리를 하고 있거나 바빠서 바로 못 적어주면 포켓몬스터가 끝날 때까지 중얼중얼거리면서 외운다. 결국 포켓몬 이름을 적어주면 가위로 잘라서 서랍에 소중하게 보관한다.


수민이의 포켓몬 명부.. 

덕분에 나도 이제 왠만한 포켓몬이름은 안다.ㅋㅋ


수민이가 포켓몬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포켓몬 관련된 걸 사주면 절대로 실패하는 경우가 없다. 서점에서 포켓몬 관련 책을 발견하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결국 사는데, '짜잔~' 하고 보여줬을 떄 수민이의 놀라면서 환희에 찬 표정이 너무 귀엽다. 


벽에 붙여놓고 공부하는 포켓몬스터들..

포켓몬 특징과 진화과정을 설명해 놓은 포켓몬 도감... 전국도감(왼쪽)을 알라딘에서 발견!

포켓몬이 물 타입인지 불타입인지 까지 연구하는 수민이... 포켓몬 박사되겠다...ㅋ


포켓몬 뽑기하러 가는 것도 너무 행복해해서 수민이랑 둘이서, 혹은 전부 다 같이 포켓몬스터 뽑기를 하러 문방구를 찾아가기도 한다. 형이라고 양보를 강요당하는 수민이의 마음을 달래러... 그러면 오백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번씩 재미로 시작한 뽑기ㅋ

긴장되는 순간... 

"이럴수가! 없는거잖아?!!" 

포켓몬스터가 들어있는 뽀로로가방은 어디든 수민이와 함께 간다.


이걸 위해서 수민이는 동전을 모은다. 차에만 타면 운전석 옆 동전이 있는 곳을 뒤져서 가지려고 하고, 동전만 보면 다 자기가 가지려고 난리다. 허락을 안 받고 가져가는 건 도둑이라고 몇 번이나 타일러서 이제는 예전처럼 무조건 가져가려고 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오백원을 동전지갑에 소중하게 모은다. 포켓몬 뽑기를 위해서...


한때는 수민이가 너무 포켓몬에 빠져든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다.

수현이랑 싸울 때, "절대로 용서 못해!!" 하면서 방으로 들어갈 때... 포켓몬의 대사를 자꾸 사용하거나, 두 형제가 너무 대결에 심취해 싸움놀이를 즐겨할 때... 또 너무 경쟁하고, 싸우고, 이기는 만화를 보다보니 정서적으로 좋지 않을까?


그런데 조금 걱정이 되려고 할 때 장점도 보이기 시작했다. 

뽑기하려고 오백원을 모으다보니 자연스럽게 오백원, 백원 개념도 생겼다. 만원은 오백원 20개... 뽑기를 20번 할 수 있다며 자기 필요에 의해 돈을 환산하기 시작했다. 

또 포켓몬스터 이름을 외우면서 나름 암기력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고, 포켓몬 이름을 적어달라고 하면서 글씨를 쓰는 것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글자 조합을 알게됐다.



그래도 한참 빠져있더니 요즘은 조금 질렸는지 수현이가 다른 걸 보고 싶어하는데도 무조건 포켓몬스터만 보려고 하던 것도 사라지고, 이제 조금 적당한 수준이 된 것 같다. 조금 기다렸더니 아이 알아서 조절을 하는구나.


모든 게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수민이가 수현이랑 팽이시합에서 무조건 이기려고만 하거나 질 것 같으면 자기 팽이를 가져가 버리는 얌체짓을 할 때, 지면 안 괜찮은 애한테 내가 아무리 져도 괜찮다고 해도 듣지 않더니... 포켓몬스터 시합에서 진 지우가 "좋은 시합이었어!" 라고 했던 이야기를 했더니 통한다!

이 대사를 하기 위해 일부러 지고 싶어 하기도... ㅋㅋㅋ

 

그러고 보면 엄마 생각에 교육적으로 보이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아이를 못하게 막는다면 얼마나 스트레스 받을까. 

결론은 아이의 취미를 존중하자는 것.. 

그리고 오히려 관심을 가져주면 공통관심사가 생겨서 더 친해질 수 있다는 당연하고도 놀라온 법칙을 깨달음..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