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막내가 옛날 어린이집 선생님이 써주신 편지를 읽으면서 엉엉 우는 일이 있었다. 막내를 사랑한다는 내용으로 가득한 선생님의 편지를, 아이들 아빠가 너무 감정을 몰입해서 슬프게 읽는 바람에 수빈이가 울음보가 터진 것이다. 막내아들은 선생님이 보고 싶다며 한참을 엉엉 울었다. 


이 일을 재밌는 해프닝이라고 생각한 내가 엄마(아이들의 외할머니)한테 들려주면서 작은 문제가 생겼다. 항상 걱정으로 가득한 우리 엄마는 위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자 막내가 너무 사랑이 부족하다며 갑자기 나를 탓하기 시작했다. 평소에 아이들 좀 잘 키우라는 잔소리 1절이 지나갔다. 그런데 2절이 시작되는 순간, 도저히 더 들을 수가 없었다. 참았어야 했는데 그 잠깐을 참지 못했다. 


"이제 그만 좀 해요."


나의 말에 엄마는 너무 서운해했다. 그런데 그 때는 이미 나도 화가 났다. "나는 내 상황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는데" 자꾸 지적만 하니 그런 것이다. 나도 변명을 하고 싶었다. 엄마는 내 아킬레스건인 아이들을 건드렸다. 나도 내 부족한 부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화가 났다. 엄마는 '이래서 너한테 뭐라고 하기가 어렵다고' 하셨다.


어색하게 전화를 끊고 나서 몇 시간 후에 엄마한테 다시 전화를 드렸다. 자식과 관련된 것은 작은 것에도 속상해 하는 엄마다. 이 잠깐의 불화도 엄마의 심기를 내내 불편하게 했을 것이다. 나도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참았다.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다시 잔소리가 시작되었지만 내 감정을 엄마한테 다 드러낸다고 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나보다 엄마가 마음이 편한 것이 더 낫다. 어쨌든 엄마도 우리를 위해서 하신 말씀이라는 것을 안다.


아... 한 번만 참았으면 되는데 참지 못한 내가 미웠다. 


[30일 글쓰기] #18. 이번 주(이번 달)에 당신이 미워했던 것에 대해 알려달라.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