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낙원상가 4층, 서울아트시네마
장애인접근권을 위해서 따로 화면해설을 녹음했는데, 테입이 잘못됐다고 해서 조금 일찍 도착했다.
그런데 이거 쓴 사람 있을까? 상암동까지 가서 녹음했는데...
그래도 해놓으니 나중에 다 쓸 일이 있었다.ㅋ
전날 밤, 오빠가 시어머니 아버님께 주현이가 이러이러해서 영화를 상영하게 됐다고 시간이 되시냐고 전화 드렸었다. 나는 좀 쑥스럽기도 하고 해서 그동안 조용히 있었는데, 어머니 아버님이 너무 좋아하시면서 오시겠다고 하셨다. ㅋ 우리 엄마는 우리 가족 이야기인데 시댁식구들 보이기 민망하시다고 하시고..
하여튼 당일날에는 시어머니, 아버님, 오빠 그리고 엄마가 초대하신 큰 외숙모, 막내이모와 지인 두분, 그리고 엄마랑 홍집이랑.. 나까지 모두 열명이 내 다큐를 보게 됐다.
토요일 약간 이른 1시인데 그래도 생각보다 사람들이 좀 있었다.
상영이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도 했다.
홍집이는 사회자가 잠깐 일어나보라고 했더니 앞으로 나와서 인사도 했다. 무대체질..ㅎ
불과 몇년 전만해도 난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 입술경련이 생기는 무서운 무대공포증이었다. 그런데 2년 전 졸업작품으로 만들었던 <파랑새>로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에서 감독과의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앞으로 나가기 직전까지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았는데, 마음을 비우고 솔직하게 말해야지.. 계속 되뇌였더니 괜찮아졌다. 그 뒤로 면역이 좀 생겼다.
이 날도 앞에 시어머니도 계시고 해서 떨리긴 했는데, 사람들도 좋게 봐 주시고 해서 정말 좋은 시간 이었던 것 같다.
특히, 임신을 하고 한참 무기력하고 우울하던 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얼마나 좋았던지...
의욕을 가지고 어떤 목표를 위해 산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이런 식으로 또 새로운 작품도 만들고, 영상편집 사업도 하고, 가족과 함께 하는 삶도 그렇게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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