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계속 견적 뽑으러 돌아다니던 게 지겨워질 때쯤.. 드디어 인테리어 업체를 결정했다.
각각 업체를 따로 맡기는 게 돈이 절약된다는 건 알았지만... 문제는 내가 여러 업체들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느냐. 하는 거. 남한테 싫은 소리 못하고, 내 일 챙기기도 숨이 가쁜데 임신한 몸으로 공사현장을 지킬 수 있느냐 하는 거.
싼 것만 따지다가 맡긴 업체들이 자기 할 일만 하고 떠날 수 있는 문제도 있고, 나중에 문제가 생겨서 AS를 받아야 하는데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 큰일이었다. 특히 바닥 문제 때문에 시작한 공사인데 해결을 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고... 이걸 어쩌나.. 생각을 할 수록 고민만 깊어져갔다.
돈이 더 들더라도 믿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에 부동산에 가서도 소개도 받아보고, 또 무작정 버스를 타고 동네를 검색하며 돌아다녀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에 "몰딩이랑 문짝을 바꾸려고 하는데요. 혹시 다른 인테리어도 같이 하시나요?" 하고 들어선 곳.
가져간 책으로, 핸드폰으로 저장해 둔 사진으로 내가 하고 싶은 곳을 보여주며 설명을 했더니 재미있는 공사가 될 것 같다는 아저씨. (나이는 나랑 비슷했음) 마침 공사기간에 스케줄도 딱 비고.. 지금까지 실측하러 몇 번 갔는데 갈 때마다 사이즈는 안 재고 집 구경만 했는데 실측하러 갈 때 팀을 다 불러서 같이 간다는 말을 듣고 이번에는 진짜라는 느낌이 들었다.
화장실 리모델링 값부터 문짝 값까지 그동안 알아본 견적과 비교해봤더니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특히 주방 벽타일은 뭘로 할꺼고 화장실 상부장, 하부장은 뭘로 할꺼라고 까다롭게 구는 나에게 왜 그렇게 비싼 걸로 하냐며, 자꾸 나를 설득했다. 어차피 애들 크면 이사가야하고 거쳐가는 집에 뭐하러 그렇게 투자를 하냐며... 그동안 내가 뭘로 할꺼라고 하면 전혀 터치를 안하던 업체와 달리 나보다 내 돈을 더 아까워 하는 아저씨.. 일명 돈지ㄹㅏㄹ이라고 하심..ㅋ 그래서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어느정도 신뢰도 생기고 왠만하면 한 곳에서 공사를 맡아서 하는 게 좋으니 여기서 목공이랑 화장실, 싱크, 보일러, 장판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계약한 벽지, 전기만 을지로에서 하기로.. 더이상 돌아다닐 힘도 없었다. ㅋ
11월 29일. 어렵게 잔금을 치르고 등기이전까지 완료하고, 살던 집도 이사하고 철거를 시작했다. 드디어 공사시작!
12월 3일- 철거, 목공 완료, 보일러 설치
12월 5일- 타일작업
12월 6일- 타일 말리기, 전기공사
12월 7일- 벽지, 12월 8일- 장판
12월 8일- 조명설치, 12월 9일- 싱크+붙박이장 설치, 입주청소
12월 10일- 마무리 청소
드디어 끝! (이사오기 날)
약 10일이 넘는 공사..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거실에 원래 설치되어 있던 할로겐 등에서 식탁 등을 따로 빼는 전기 작업을 하는데 천장에 너무 구멍을 많이 뚫어서 걱정을 하기도 했고, 장판과 벽지를 따로 시공해서 스케줄 조율하는 것도 까다로웠고, 업체가 달라서 서로 잘못한 것을 흠을 보기도 했다.. 그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되나. 이미 하기로 한 거고, 해버린 거고.. 마음은 착잡하고..
장판을 설치한 날 저녁에는 보일러를 틀어놔야된다고 해서 애들 둘을 집에 놔두고... 혼자 보일러키러 쏜살같이 뛰어서 갔다온 적도 있다. ㅋ
현장은 먼지도 너무 많고 애들 데리고 갈 수도 없고, 애들 없을 때 오전오후 틈틈히 가서 확인했지만, 그래도 지키고 있기는 무리였다. 역시 한 업체에 몰아주길 잘 한 것 같다.
남편은 12월 첫째주에 제일 바쁠 때라 공사하는 걸 구경도 못하고 내가 폰으로 찍어서 보내주는 사진으로만 확인했다. 첫째 주말 전시가 끝나고 나서야 집에 와봤는데, 그 때는 이미 공사도 다 끝나있을 때라..
----------공사내역---------
1. 목공 (안방'ㄱ'자 단열+문틀,문짝 각 4개+ 중문 교체+등박스+몰딩+걸레받이)
2. 화장실 리모델링 (타일덧방, 젠다이 설치, 욕조+세면대+상부장+변기 교체), 베란다 타일 덧방
3. 싱크 및 붙박이장 (냉장고장+키큰장+책장+신발장)
4. 보일러 (린나이 20000cc)
5. 벽지 (합지)
6. 바닥 (LG 소리잠)
7. 조명 (거실 등, 방 3개 등, 부엌 등 2개, 베란다 등 2개, 현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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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시공비는 1300만원정도..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집 전체를 다 뜯어고치는데 이 정도면 괜찮게 한 것 같다.
내가 포기한 것도 있었지만 (포인트로 할 수입벽지와 부엌에 하려고 했던 민트 타일),
내가 꼭 하려고 했던 장판으로 (애들 뛰어다니면 소음차단할 수 있는 장판.. 나무바닥보다 비쌈ㅋ), 화장실은 시공비가 더 들더라도 젠다이 설치해서 슬라이드 상부장을 설치했다. (수납할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음)
결론적으로 필요에 의한 건 다 했고, 조금 사치라고 생각하는 건 안했다.
시공은 약간의 아쉬운 점이 남기는 하지만, 큰 문제 없이 잘 끝난 것 같다.
다시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다... 너무 힘들었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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