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6. 9. 26. 12:00

어느 날, 태권도에서 다녀온 수민이가 울먹거렸다.

태권도에서 화,목요일에는 품새를 배우는데, 자기가 자꾸 틀려서 관장님한테 두 번이나 혼났다고... 비슷한 앞발차기와 옆발차기를 동작을 이어서 하다보니 자꾸 헷갈렸나보다.

다음 달에 국기원에 가서 심사를 받기로 한 그 아이들은 조금 더 엄격하게 지도하는 것 같았다.


울음을 참다가 집에 돌아와 나에게 안겨 슬프게 우는데 안쓰러웠다. 엄격하게 혼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더 그런 것 같다. 그런 수민이한테 뭐라고 해야할까? 잠시 고민했다. 두 가지 방향이 있다. 관장님한테 불평하는 방법과 아이한테 참아야 한다고 설명하는 방법.

이유 없이 혼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그래도 수민아, 혼나더라도 틀린 부분을 정확하게 고치고 아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래야 국기원에서 심사를 잘 통과하지~. 아직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 배우면 되..." 

이 이야기는 효과적이지 않았다.


"그래도 그렇게 배워서 수민이가 이렇게 잘하게 됐잖아. 그래서 멋있다고 지유가 수민이 좋아하는 거 아니야? 요즘도 지유가 수민이 좋아해?" (어린이집에서 작년에 서로 좋아했던 친구... 친구들 사이에서 커플로 통했음)

방향을 바꿔서 이야기 했더니 수민이가 갑자기 실소를 터뜨렸다. 

"남자 친구들이랑 노는게 재밌어서 나는 이제 별로 안 좋아졌는데, 예슬이가 그러는데 지유가 나중에 나랑 결혼한다고 했대. 난 싫은데."

이야기를 하면서 부끄러우면서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픽 웃는데 너무 귀엽다.


어쨌든 화제 전환이 된 것 같아 그 쪽으로 이야기를 끌고 갔다. 태권도를 배워서 더 멋있어진 수민이에 대해서.. ㅋㅋ 그랬더니 어린이집에서 체육 시간에 발차기를 하는데, 태권도를 안 배운 다른 친구들은 이렇게 한다며 흉내를 내며 웃는다. 원래 앞발차기는 이렇게 하는 거라며... 발차기 비교하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다르다. 잘 배웠네~~


그나저나 결혼은 왜 안 할꺼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엄마가 너무 좋아서 결혼을 안 할꺼라고 했다.


전에 결혼을 하면 엄마아빠랑 따로 사는 거라고 이야기 했던 적이 있다. 그랬더니 수민이는 울고 수현이는 토끼 눈이 되어 내 얼굴에 자기 얼굴을 들이대며 "엄마! 왜 그렇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 거짓말이지~ 거짓말이지!?" 하며 물었었다. 나는 당황한 아이들이 웃겨서 깔깔대고 웃었다. 

나는 더 장난치고 싶어서 "진짜야~ 지금 엄마도 결혼해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랑 따로 살고, 아빠도 친할머니, 친할아버지랑 따로 살잖아~" 했는데, 특히 수민이에게는 그게 너무 충격적이었나 보다. 


한참 지나서 어느 날은 잠자려고 누워있는데, 갑자기 수민이가 흐느껴 운다. 자기는 나중에 커서 엄마아빠랑 떨어져서 살기 싫다며... 그래서 그 때는 집을 지어서 결혼을 하더라도 층을 다르게 해서 다 같이 살기로 했는데... 

이제는 층으로 나눠 사는 것도 싫으니까 아예 결혼을 안 하겠다고 혼자 결론을 지었나보다.


그럼 결혼해도 같은 집에서 그냥 같이 살자고 했더니, 수민이가 그런 이야기는 수현이랑 수빈이한테 하랜다. 자기는 결혼을 안 할꺼라며... ㅋㅋㅋ

독신주의에 대한 생각이 너무나 확고해서 웃기고, 나중에 여자친구 생겨서 또 이런 이야기가 쏙 들어가겠지 싶어서 웃기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기록해 두기로...


그리고 혹시나, 그 생각이 부디 바뀌길 바란다. 설마...



강해보이고 싶어해도 수민이가 참 마음이 여리고 따뜻하다. 


그나저나 평소에 한 아이와 길게 이야기할 시간이 없는데, 이 날은 동생들이 외갓집에 가 있어서 수민이랑 이정도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마음을 다독여 주는 일이 쉽지 않고, 시간이 걸리는데 평소 세 아이 모두 그것을 충분하게 채워주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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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6. 7. 17. 22:14

나의 아빠는 서울메트로에서 20년이 넘게 근무하셨다. 옛날에는 직원들에게 매 달 지하철을 무제한으로 공짜로 탈 수 있는 직원권과 가족권 한 장씩이 나왔는데, 내가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그 가족권은 내 차지가 되었다. 
직사각형으로 생긴 그 지하철표는 일반 표와 크기는 똑같았지만 하얀색이었고, 특이할 점은 모서리가 둥근 모양이었다. 아빠가 뾰족한 지하철표 모서리를 둥글게 잘라주셨기 때문이다. 찔리지 말라고. 
그 지하철 표는 나에게 아빠의 사랑이었다. 


아빠가 나를 사랑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나의 아빠는 사랑의 표현을 거의 하지 않으셨다(대부분 우리의 아빠들처럼). 아빠는 칭찬에 인색하셨고, 우리는 서로 말도 잘 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었다. 스킨십은 커녕 뭔가를 아빠와 함께 했던 기억이 거의 없다. 어린시절 나에게 아빠는 한없이 무섭고 어려운 존재였다. 


그에 비해 우리 아이들의 아빠는 어떤가. 나는 우리 아이들이 진심으로 부러울 때가 종종 있다. 나의 남편은 정말 좋은 아빠이기 때문이다. 아빠와 스스럼 없이 대하는 나의 아이들은 참 행복해 보인다. 


아빠와 엄마의 육아방식은 다르다.
나는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앉아서 하는 정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반면, 남편은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준다. 남자 아이들이라 그런지 셋 다 아빠랑 하는 괴물놀이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런 거친 몸놀이는 내가 억지로 노력한다고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나는 아빠만의 고유한 자극이 우리 아이들을 좋은 방향으로 잘 성장시켰다는 확실한 믿음이 생겼다.


몇 주 전 토요일, 큰아들이 태권도장에 갔다. 끝날 시간이 되어 내가 수민이를 데리러 갔다. 그 때 수민이가 사범님과 마주보고 서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수민이와 이야기 하고 있는 사범님의 표정이 묘한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해져서 수민이에게 물어봤다. 

그 날 게임에서 이긴 팀은 뽑기 기계를 이용할 기회를 얻었는데, 수민이가 거기서 30점 체크쿠폰을 뽑았고, 수민이가 사범님에게 가서 체크로 바꿔달라고 했더니 사범님은 월요일에 바꿔 주겠다고 하셨나보다. 수민이왈 "그런데 내가 월요일까지 기다리기 싫어서 '싫습니다!'라고 했어. 태권도에서는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 해야되거든." 한다. 

나는 거기서 권위자에게 싫은 걸 싫다고 말하는 큰 아들의 용기를 보았다. 그리고 작은 통쾌함을 느꼈다.  

나는 어렸을 때 절대적으로 순종적인 아이였기 때문에 만약 사범님이 "월요일에 줄께." 라고 했으면, "네"하고 돌아서서 가는게 나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싫습니다!'라니...상상할 수도 없다.ㅋㅋㅋ

아주 사소한 일일 수 있지만, 이 일로 인해서 아빠의 역할이 아이들의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어렸을 때 무서운 아빠 아래 항상 눌려있던 나는 순종적일 수 밖에 없었고 그게 착한 아이가 되는 유일한 길이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아빠와 평등한 관계 속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권위자에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던 거다.

그동안 블로그에 남편에 대해서 쓰고 싶었는데 쓰지 않았다. 왜냐면 너무 자랑 같았고, 한편으론 한없이 남편을 찬양하기에는 완벽하지 않은 남편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좋게만 쓰기에는 배가 아팠달까. ^^;
하긴 나도 완벽하지 않으면서 남편에게 그걸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부당한 일인가...

감사하기로 생각하면 감사할 일이 넘친다. 
남편은 목욕탕에 아이 둘을 혼자 데리고 가는데, 막내는 아직 어려서 안 데리고 가지만 나중엔 셋 다 데리고 가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내가 따라가지 않아도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수영장으로, 공원으로 혼자 데리고 다닌다. 남편의 모습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가. 다른 가족을 만났을 때 다른 아빠가 자기 볼 일을 보러 사라져서 나타나지 않거나 할 때는 정말 당황을 넘어 충격적이다.ㅋㅋㅋ 

네이버에 '아빠와 함께한 순간' 콘텐츠 공모전이 있어서 아빠로 지낸 7년의 사진을 영상으로 만들어봤는다. 7년 간 아빠와 아이들이 찍힌 사진을 찾아 모아보니 정말 많다. 
이 세월이 한 순간 쌓아올린 것이 아니구나. 

(참고로 마지막 멘트는 아빠가 직접 말한 것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ㅋㅋㅋ)


<아빠의 7년 with 3 sons>


나는 항상 카메라 뒤에 있지만, 사진 속의 웃는 아이들 얼굴을 보면 참 행복하다. 

[출처] 아빠와의 관계|작성자 킴벌리


[출처] 아빠와의 관계|작성자 킴벌리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6. 6. 18. 21:35

가끔 지인들이 세 아이들이 어떻게 다르냐고 묻는다.

그럴 떄 나는 첫째는 학자, 둘째는 예술가, 셋째는 운동선수 기질이라고 한 마디로 아이들을 정의한다.

물론 이 단어만으로 아이들의 복잡한 성격을이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게 말하는 나도 편하고, 상대방도 이해가 쉽다.


학자라고 설명한 첫째 수민이는 자기가 원하는 것에 대해서 집착이 심한 잔소리쟁이다.


수민이는 칭찬스티커 붙이기를 좋아하는데, 집에서 붙이는 것 외에도 어린이집과, 태권도장, 교회 각 장소에있는 칭찬 스티커를 정말 열심히 모은다. 

집에서 한 번 칭찬스티커를 붙여주겠다고 말하면 내가 붙일 때까지 왜 안 붙여 주냐고 쫒아다닌다. 어린이집에서도 줄곧 칭찬스티커 1등을 유지하는데, '오늘은 누가 1등이고 누가 2등이고 누가 3등이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칭찬스티커 이야기다. 어쩌다 결석한 다음 날에는 등원해서 제일 먼저 칭찬스티커를 확인하면서 자기가 결석을 했는데도 1등이라며 신나했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돈은 얼마나 좋아하는지... 돈을 좋아하는 수민이의 지난 생일에는 외할머니가 500원 뭉치를 생일 선물로 주셨다. ㅋㅋㅋ 그 때 주신 돈이 4만 5천원어치였는데, 올해 설날 내가 통장에 넣었다고 한 새뱃돈 10만원과 합쳐서 자기는 돈이 14만 5천원이 있다며 여기서 항상 지출 내역을 더하고 빼면서 계산을 한다.

이렇게 돈을 아끼고 모아서 나에게 가끔 커피를 사준다. "엄마는 예쁘니까 사줄께" 하면서... ㅋㅋㅋ


그러다 보니 자연히 숫자도 좋아하게 되었다. 두자리 수를 암산으로 더하고 빼기를 즐기고, 아빠랑 종이 돈으로 장난감을 사고 파는 시장 놀이를 좋아한다. 도서관에서도 수민이 책은 항상 경제 관련 책만 빌려오게 된다.

그러고보니 학자가 아니라 사업가 기질인 것 같다. 자기는 나중에 엄청 돈을 많이 벌어서 핸드폰이랑 컴퓨터를 살 꺼라며... (게임하려고!!!)


아빠랑 시장 놀이 중...

"3만 8천 3백 10원 이수민돈" 자주 저렇게 저금통에 있는 돈을 세고,

저 돈으로 나에게 커피를 사준 다음에는 커피값을 빼서 적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런데 수민이는 가끔 자기가 집중하는 것 외에는 정신을 놓고 있는 때가 많다. 

어느 날 아침에는 바지만 갈아입고 상의는 그대로 입고있길래 왜 옷을 안 갈아입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갈아입었다고 했다. 알고보니 입었던 옷을 벗어서 바닥에 내려놓았다가 다시 그대로 입었던 거다. 멍 때리는 시간이 자주 있달까. 자주 이러다보니 나는 수민이에게 정신차리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ㅋ


욕심이 많은 수민이에 비해 둘째 수현이는 욕심이 없다.

곰돌이 젤리를 다섯개씩 나눠주면 수민이는 너무 아까워 엄마에게 줄 수가 없는데, 수현이는 나에게 먹으라며 하나를 주고, 또 주고, 마지막 하나가 남으면 그걸 또 반으로 나눠 준다.


딸이 부럽지 않은 애교쟁이 수현이!

 사진만 들이대면 요런 표정으로... 


말은 얼마나 예쁘게 잘 하는지! 형이 돈이나 칭찬스티커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옆에서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건 우리 가족! 그리고 장수풍뎅이! 이런거야" 한다. ㅋㅋㅋ  

음악이 나오면 춤을 추는데, 뭔가 현대무용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동작들을 춘다. 한번도 보지 못했을 발레 동장을 흉내내기도 하는데, 수현이는 태권도를 좋아하지 않아서 나중에 발레를 시켜볼까 싶다.


어린이집에서는 특히 여자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 친구들이 동시에 같이 놀자고 하면 그 중에서 고르기도 한다고 하고, 어린이집 하원 때는 수현이를 애타게 기다리는 친구도 있다. 내가 가면 수현이 엄마 왔다고 뛰어들어가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 기다린다는... 아무래도 수현이는 여성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다. 핑크 여자 미키마우스 팔찌를 소중하게 하고 다니는 것만 봐도 그렇다. ㅎㅎ


그런데 이렇게 사랑스런 수현이도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감정이 예민한 편이라 누가 자기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예를 들면 미끄럼틀을 탄 수현이 머리가 정전기 때문에 하늘을 향해 서 있는 걸 보고, 아빠가 "수현아, 니 머리좀 봐~ 이게 왜 그런지 알아?" 하면서 설명해 주려고 했더니, 자기를 놀리는 줄로 알고 "그런 게 아니야!!!!!" 소리를 지르며 동네가 떠나가도록 한참을 운 적도 있다. 

이런 수현이의 감정상태를 이해해보려고 한동안 미술치료에 관한 책을 빌려다 보기도 했다. 


뭔가 기분이 안 좋을 때는 풀기가 힘들다...


섬세한 수현이가 형이랑 동생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다. 


예전에는 아빠랑 수민, 수현 형제가 괴물놀이를 했는데, 끝난 뒤 수민이가 아빠에게 묻는다. 물리치는 과정에서 누가 더 셌는지... 아빠가 수민이더러 네가 더 셌다고 하자마자 나는 수현이한테 절대 이야기 하지말라고 당부했다. 그럼 수현이가 속상해 할 꺼고 나는 달래기 힘드니까. 

그런데 수민이는 "말하고 싶다. 말하고 싶다."를 중얼거리며 계속 말하면 안되냐고 묻는다. 결국 참지 못하고 수현이에 가서 아빠가 자기가 더 셌다고 했다며 말함...ㅋ


수현이는 이렇게 매번 형에게 비교 당하고 동생은 수현이를 만만하게 본다. 두 형들 중에서도 특히 수현이 형이 갖고 있는 건 다 자기꺼라는 생각을 하는 듯? 수현이가 가지고 있는 것마다 빼앗고, 집에서도 막대기칼을 가지고 수현이를 쫒아다닌다. 



위 아래에서 치이다보니 애교로 무장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랑 받으려고... 애교 많은 건 둘째의 보편적인 특성일 수도.

그런데 원래 애교는 막내가 많아야 하지 않나? 그런데 우리집 막내 수빈이는 뽀뽀에도 인색하고, 매사 무표정이다.

 

수빈이는 몸으로 놀 때 제일 행복해 하는 것 같다. 특히 '과격하게' 노는 걸 좋아하는데, 거침이 없다. 몸을 사리지 않는다.

침대 위에서 점프를 한 다음 '등으로' 떨어지면서 좋아하는데, 그 뛰는 모습에서 한 치의 두려움이 없다. 높은 곳에 올라가기, 뛰어내리기, 형들한테 매달리기, 격렬하게 흔들리는 시소타기 등을 좋아하는데, 집에서도 내가 등을 보이면 무조건 달려와 말을 탄다. 어린이집에서도 공을 차거나 풍선을 던지고 받는데, 또래보다 운동능력이 많이 발달했다고 한다.

 

이런 수빈이는 넘어지거나 다쳐고 우는 법이 없고, 울더라도 울음이 짧다. 수빈이가 나중에 커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있다.


요즘 수빈이는 (경험상)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유아기의 세살, 그 시기에 있다.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고집 센 수빈이와 매번 실랑이를 하다보니 나도 나름 요령이 생겼는데,


아침에 어린이집 등원을 준비 할 때는 수빈이는 제일 마지막에 형들 채비가 끝나면 순식간에 씻고 옷을 입혀 나가거나, 

소아과에서 자꾸 바닥에 앉아 있으려고 하는 수빈이에게 간호사가 바닥에 앉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도 나는 그냥 둔다. 내가 말려도 어차피 자기 마음대로 할꺼니까. 


내가 억지로 못하게 하면 그 때부터 전쟁인거다. 위험하거나 안 되는 일 (TV보면서 밥먹기, 감기걸렸는데 아이스크림 먹기 등) 외에는 왠만하면 놔두거나 기다려준다.. 왠만하면 나의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나의 생존방법이다. (이게 아이 셋 엄마의 마음가짐이랄까.. ㅋ)


아무래도 외동인 아이들 보다는 형제끼리 부딪히면서 스트레스도 받고, 여러가지 면에서 조금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과정에서 생기는 결핍에 대해 오히려 긍정적이다. 너무 풍족하게 공급해 주지 못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부모가 집에서 해주는 것처럼 세상에서 이 아이들을 대해주는 건 아니니까. 


어떤 분이 "둘은 키우는 건데, 셋은 자란다"고 하셨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는 말 같다. 

막내 수빈이가 어느정도 말귀를 알아듣고, 큰 형은 옷 입고 씻고 양치하는 정도는 혼자 하게 되었다. 동생이 밤에 물을 달라고 하면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수민이에게 부탁하면 (칭찬스티커로 구슬려서) 수민이가 물을 떠온다. 자기들끼리 노는 시간이 많아졌고, 나는 언젠가부터 아빠의 퇴근 시간을 기다리지 않게 됐다. 

키우는 데만 집중하면 육아가 힘들지만 자라는데 집중하면 재미가 있다.



참으로 뿌듯한 세 아이들의 뒷모습


나중에 아이들이 어떻게 자랄 지 궁금하다. 지금의 성향이 그대로일지 변했을지? 

나중에 이 글을 보면서 비교해 봐야겠다. 아이들이 다 큰 그 때는 분명 지금을 그리워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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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6. 6. 1. 10:21

어린이날 잘 놀고 와서 다음날 아침... 작정하고 늦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워있는데 수민이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수빈이 수족구 걸렸다!" 


뭐라고?!! 스프링 튕기듯 침대에서 튀어올라 확인해보니 손바닥 발바닥에 수포가 올라와 있는 게 영락없는 수족구다. 내가 제일 두려워 하는 수족구... ㅠㅠ 하아.... 보자마자 울고 싶은 심정..


입 주변까지 나있는 수포들...











얼마나 심하게 걸렸는지 손바닥, 발바닥에만 나는 수포가 이렇게 팔, 다리까지...

한 달 뒤인 지금까지 자국이 남아있다.


입 안에도 수포가 잔뜩 나서 물만 마셔도 운다. 아무 것도 먹으려고 하질 않고 아이스크림만 먹는다. 감기보다는 탈수가 더 무서우니 눈 딱 감고 첫 3일 동안은 아이스크림만 먹였다. 그래서 수족구를 아이스크림 병이라고도 부르나보다.


이 병은 유아 사이에서 전염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아이가 아파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니 아이나 엄마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다. 어린이집은 물론이고 놀이터도 못 가고 꼼짝없이 집 안에서 갇혀 있어야 하니까.


이걸 어디서 옮아 왔을까? 누군가에게 원망의 화살을 돌리고 싶었다. 

그런데 월요일날 어린이집 선생님께 물어보니 어린이집 전체에서 수빈이가 처음이라고.... 이런...!  


이런 경우는 특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혹시라도 같은 반 친구가 수족구에 걸리면 나처럼 누구한테 옮았는지 범인을 찾으려고 하고, 손가락이 수빈이를 향하게 되기 때문이다... ㅋ 

한편으로는 혹시라도 형들에게 옮기고 형들이 같은 반 친구들에게 옮기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니 눈 앞이 깜깜했다.  


물론 놀이터나 소아과에 가서 옮아왔을 수도 있지만, 화살을 우리 탓으로 돌리니 몇 가지 스쳐지나가는 그림이 있다. 

욕조에서 물 받아놓고 목욕할 때 그 안에서 쉬를 할 때, 그리고 욕조에서 컵으로 물을 입 안에 머금고 있다가 '푸~' 하며 놀 때... 내 기억은 따로따로지만, 같은 날 안 했다는 보장이 없다. 또 형들 쉬통에 물을 받아 가지고 놀던 때와 응가를 하고 나서 물로 안 닦으려고 해서 물티슈로 닦았는데, 기저귀를 안하고 도망 다녔을 때... 의심스러운 장면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온 종일 아이를 감시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한참 말 안 듣는 나이라 쉽게 제지도 안된다. ㅠ


일단 형들과 수빈이를 바로 격리시켜야 했는데 어린이날 연휴에 수족구에 걸린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수족구 발견한 날, 형들은 아빠랑 인천 할머니댁으로 갔고, 월요일에는 수빈이를 외할머니댁에 보냈다. 양 부모님의 도움으로 이렇게 떨어져서 전염력이 강한 초기 6일을 보낼 수 있었다.  


수요일 오후가 되어서야 수빈이를 데리고 왔는데, 이 때부터는 아이들을 서로 분리시키는 게 일이었다. 양치컵도 따로 쓰고, 수건도 따로 쓰고, 막내랑 서로 만지지 못하게 하고... 이래저래 신경이 쓰였다.


이렇게 노력한 덕분인지 다행히 형들도 안 옮고, 어린이집에서도 수빈이 하나로 끝이 났다. 이렇게 노력했는데도 옮았으면 정말 좌절했을 듯.. ㅋ 


수족구 10일...

갈 데가 없어서 산에가서 놀고, 길거리를 헤매고 다님... ㅋ


그런데 수빈이가 나아갈 무렵, 이번에는 수민이한테 농가진이 생겼다.. 

수민이는 아토피가 있어서 항상 몸을 긁는 게 습관인데, 어디선가 세균이 감염된 손으로 긁는 바람에 긁는 곳 마다 물집이 생겼고, 부분에서 온 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자주 긁는 팔 접히는 부분과 겨드랑이는 물론이고, 어린이날 어린이집에서 얼굴에 페이스페인팅을 해주었는데, 가려워진 얼굴을 긁다가 양 볼까지 큰 물집이 생겼다. 


박트로반 연고를 사다가 바르고 메디폼을 붙이고... 하루 세 번 처치를 했는데, 오전에 등원시킬 때와 태권도 다녀와서의 제일 바쁜 시간에 30분씩 처치하는 데 매달려 있었다.



두 명이 이렇게 피부로 고생을 하니 친정엄마는 나더러 집 안에 위생을 잘 관리하지 않는 게 아니냐고 타박하셨다. 안 그래도 이런 일이 연속으로 생기니 내가 뭘 잘못했나 돌아보고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억울했다. 


밖에만 나갔다 오면 아이들도 손씻기 발씻기 습관이 되어 있고, 세 아이들 모두 하루 세번 양치 시키고... 내 딴에는 위생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는데... 


딱 보름 정도. 이 때 나는 신경을 너무 많이 썼나보다. 

수빈이가 외갓집에 가 있는 동안 엄마한테는 아픈 아이를 맡겨 놓고 와서 죄송했고, 수빈이한테는 엄마와 떨어뜨려 놓아서 미안했고, 자꾸 이런 일이 생기니 속상하고, 자책했다. 잠을 잘 못 자기도 했고. 


이 시기부터 편두통이 시작되었는데, 머리가 지속적으로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못 할 지경이었다. 허리를 숙여 뭔가를 집으려고 하면 머리의 통증이 앞으로 쏠려서 주저 앉았다. 처방을 받아서 두통약을 하루에 두번씩 먹었다. 지금은 조금 좋아져서 한 번으로 줄이거나 안 먹으려고 하지만 아직도 멈추질 않는다. 


아이들이나 나나 아프고 나니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낀다... 

내 탓이라고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사람 많이 안 살고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6. 5. 30. 15:20

지인이 한 번 해보라며 UCC 공모전 정보를 카톡으로 보내주셨다. 

증권회사에서 공모하는 UCC였는데, 인생에서 뭔가에 미쳐있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드는 거다. 쉽지만 어려웠다. 

내 인생에 뭔가 미쳐있었던 분명 순간은 있었으나 자료도 부족하고, 그렇다고 재연해서 찍기도 어렵고... 풀어내기가 어려웠다. 


아이들에 미쳐있다고 만들어볼까? 싶다가 약간 억지스러울 것 같아서 그냥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밤, 문득 떠올랐다. 투자에 있어서 아이들만큼 좋은 투자가 어디에 있나! 싶어서...

카메라 뒤에 있는 내 모습을 등장시키지 않으면서 나의 존재감을 나타내서, 나름 고심해서 만들었다.

 




심사방식이 유튜브 조회수로 TOP10을 선정해 심사를 하는데, 마감 10일을 남겨둔 터라 급하게 이틀동안 만들어서 올렸다. 무조건 많이 보는 게 중요했는데 지인들에게 봐달라고 하는 정도로는 부족했다. 이 공모전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클릭한다고 해도 보통 상위권만 클릭하기 때문에... 


이번에 처음 안 거지만 유튜브 조회수 올리는 것도 알고리즘이 있어서 무조건 클릭한다고 올리는 게 아니더라. 혹시나 싶어 '*튜브 조회수 올리는 방법'으로 검색해봤는데, 있었다. 그리고 유*브 조회수 올리는 방법에 들어가니 떡하니 이 공모전 영상이 올라와 있는 것도 있었다... 다들 이런 식으로 조회수를 올리는건가? 

그 순간 완전히 포기가 됐다. 정직하게 살자!!


남편은 나에게 이걸 영어로 번역해서 제목을 'CRAZY' 로 올렸으면 됐다며.. 자극적이고 해외에서 클릭했으면 시장이 다르니까... 제목이 미칠인생이니 맞는 말이다.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근데 올리고 나서 말해주냐고...!?


어쩄든 괜찮다. 상 받기 어려운 거 알면서도 도전해 본거니까... 놀면 뭐하나? 마음으로..ㅋ

아이들 사진이나 동영상이야 폴더에 넣어 놓고 언제 다시 열어볼 지 모르는데, 이런 자료들 활용해서 이렇게 영상을 만드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아무리 영상편집 일을 한다고 해도 귀찮아서 절대 안 할 일인데, 이번 기회에 했다. ㅎㅎ 효과는 있었을 지 모르겠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저 이런 거 해요~' 광고도 하고..

나는 긍정의 왕!!! ㅋㅋㅋ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6. 5. 9. 20:54

며칠 전 아침에 무심코 바라본 안방 문 벽쪽에 새카만 물체가 붙어 있었다. 

바퀴벌레!!!


우리집은 벌레로부터 안전 구역이라고 생각했는데 바퀴벌레라니... 방심하고 있던 터라 더 경악스러웠다.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발견한 순간부터 무서워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 그래도 이 놈을 처리해야 할 사람은 나 밖에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처리할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일단 수민, 수현이에게 방에 벌레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미션을 주었다. 내가 이 놈을  죽일 수 있는 물건을 찾아 올 때까지 혹시 어디로 움직이면 어디로 가는지 잘 지켜보고 있으라고..

급하게 콘푸러스트 박스를 찾아 왔는데, 막상 이걸 쳐서 바닥에 떨어뜨릴 생각을 하니 정말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었다.


혼자 '꺄악-꺄악-' 소리지르고 있는데, 수현이는 나를 보며 깔깔 거리고 웃는다. 

"엄마는~ 겁쟁이래요~ 겁쟁이래요~~!" 하면서... 

막내는 뒤늦게 알아채고 쫒아와서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우와! 우와!"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뛴다. 

수민이는 (내가 바퀴벌레라고 이야기를 안했더니) "저게 뭐지? 더듬이가 기니까 하늘소인가?" 이러고 있다....


도저히 칠 용기가 없어서 아들들에게 부탁해보았더니 신기해하던 아이들에게 나의 두려움이 전염되어 그런지 자기들도 못하겠단다. 사실 대신 해주겠다고 해도 이건 정확성이 필요한 일이라 맡기지 못했을 듯... 

이 검은 녀석도 겁을 먹었는지 방문 문고리을 탁! 탁! 하며 벽에 부딪혀 보는데 움찔하기만 하고 도망치지 않았다. 


일단 혹시라도 땅에 떨어져서 침대 밑으로 도망가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게 이불로 틈을 다 막고는 어쨌든 더 큰 소란이 발생하기 전에 눈을 딱 감고 내리쳤다. 

천만 다행이었던 것은딱 내가 바랬던 대로 뒤집혀 누워 있었다는 거. 그리고 벽에 잔해가 남지 않았다.


도저히 내가 손으로 잡는 것은 못하겠어서 수민이에게 부탁했다. 

수민이는 하고 싶지 않은데 엄마가 울기 직전이라 어쩔 수 없는 표정으로 돌돌만 휴지를 건네 받았다. 


그러더니 바퀴벌레에게 다가가 순식간에 휴지로 움켜 쥐고는 변기에 버렸다. 

내가 확실하게 죽여야 한다고 신신당부 했더니 손가락을 부들부들 떨면서 꽉 잡아 죽이는 그 모습이 나는 백마탄 왕자님으로 보였다. 


처리하고 나서도 나는 진정이 안되서 으허엉~ 하며 가짜로 울움소리를 냈는데, 수민이가 나를 안아주며 양 볼에 뽀뽀를 해준다. "엄마 이제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수민이가 이렇게 커서 나를 위로해 주는구나... 감동스러웠다.


요즘 수민이가 특히 많이 컸다고 느끼고 있다.

혼자 태권도에 다니면서 형, 친구들을 사귀는 것,

태권도에서 소풍을 다녀왔는데, 돌아올 시간에 데리러 간 나와 엇갈린 수민이가 혼자 집으로 돌아온 것.

집에 아무도 없으면 얼마나 놀랠까 싶어서 급하게 따라왔더니 빈 집에서 혼자 손을 닦고 용변을 보고 있었던 일 (엄마가 없어서 조금 속상했지만 금방 올 걸 알았다고 함)

어린이집에 신경써서 일찍 데리러 간 날도 친구들과 놀고 싶다며 다시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버린 일...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 엄마랑 같이 있는 것보다 또래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게 되었다. 


대견하고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 약간은 섭섭하다.... 하지만 아직 밑에 둘이나 기다리고 있으니.. 보내줘야지! 특히 통제 불가능한 세살의 막내를 보고 있자면 어서어서 자라라고 식물처럼 물을 주고 싶은 심정.. ㅋㅋㅋ


잠을 자다가 갑자기 "엄마가 할머니 얼굴처럼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면서 울먹인다거나, 나중에 커서 엄마랑 따로 살기 싫다면서 제발 같이 살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일곱살 짜리 우리 아기... 물 대신 엄마 아빠 사랑을 듬뿍 주마... 


어린이날 행사로 태권도장에서 딱지대회를 했는데 당당하게 또래에서 1등을 차지한 수민이 ㅋㅋㅋ

(전날 밤에 인터넷 찾아서 급조한 딱지... ㅎㅎ)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6. 4. 22. 13:47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전에 몰랐던 새로 배워야할 것이 많다. 

하지만 요즘은 답을 찾으려고 검색을 하다보면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질 정도로 정보가 흘러 넘친다.


육아 관련 책만 해도 이렇게 많다. (작은 도서관의 일부분만 찍었는데도)


한 쪽에서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있으면 항상 그것을 비판하는 쪽이 있다. 예를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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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칠 공부책은 손 힘과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좋다고 하지만 한 편에서는 이미 규격화된 윤곽선에 색을 채우는 것이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 발달을 막을 수 있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전집세트는 아이를 다양하고 균형적으로 발달시키기 위해 필요하고 독서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하지만, 사실은 부모의 만족도를 위한 것이며 전권을 다 읽지 않고 전시용으로 집에 진열해 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육아서를 읽으면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육아서는 엄마들에게 죄책감을 주어 올바른 양육을 방해하고, 너무 강박적으로 육아서를 따라하려고 할 때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칭찬스티커는 아이의 좋은 습관을 격려해주고 나쁜 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지만, 오히려 외적동기로 인해 내적동기를 말살시키는 일일 수도 있다고 한다.


플래시카드는 아이의 단어 공부를 위해 자주 사용하지만 플래시카드와 같이 아이들에게 단순 암기를 시키는 학습 도구나 놀이 도구는 오히려 두뇌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어릴 떄부터 단순 기억을 촉진하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시켜 단순 암기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고등 사고 능력을 이용해서 적극적으로 사고해야하는 시기가 와도 단순 암기 기법에만 의존한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학습만화가 독서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고 지식을 쌓는데 도움이 된다고 장려하지만 한 편에서는 학습만화는 재밌어서 읽고 정보 습득에는 도음이 될 지언정 독서력이나 습관에는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참고: <장난감 육아의 비밀>/정윤경,김윤정/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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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많은 정보들이 상술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거다.


지난 달에 아는 분의 추천으로 한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인적성 검사를 했다. 집에서 수민이가 컴퓨터로 검사를 하고 내가 사무실로 찾아가 검사결과를 들었다. 그런데 다른 부분에서는 수치가 높은데 창의력 부분에서 평균에서 조금 낮은 결과가 나왔으니 책을 많이 읽어주어야 한다며 자신의 출판사에서 나온 전집 구매를 추천했다. 아이의 두뇌 검사 결과의 낮은 부분을 공략하여 엄마에게 죄책감을 주면서 본인의 책을 읽어주면 해결할 수 있다는 뻔한 결론.


상담을 하면서 한 가지 건진 것은 있다. 수민이가 창의력 점수가 좀 낮은 이유는 (어린이집 선생님도 이야기 하신 부분이다) 4살 때 한글 학습지를 시작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학습지는 정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여러 사고를 차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수민이가 남들보다 빨리 한글을 읽고 쓰고 하지만, 그것이 절대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수민이에 비해 한글을 아직 읽지 못하는 수현이에게 학습지를 시켜야 하나 생각했는데, 바로 단념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상담해주시는 분은 이런 부분을 본인이 지적해줬으면서도 자신의 출판사에서 나온 학습지를 추천했다ㅋ)


여러가지 이름으로 바뀌어 나오는 두뇌 검사들은 어떤 판매과 연관이 되거나 검사 그 자체만으로도 상술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현재 내 아이의 상태를 측정하고 싶은 많은 엄마들의 바램과 맞아 떨어져 꼭 해야하는 것, 해보고 싶은 것이 되었다. 나도 그랬다. 


실제로 인천에 있는 밸*스파크에서 수민이와 수현이의 지능검사와 인적성검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수민이한테 물어보니 수현이가 잘 못해서 자기가 대신 해주었다는 등의 어이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순간 나는 내 돈이 허공으로 날아간 것을 깨달았다.

물론 아주 영재성을 띄거나 발달이 지연된 아이들에게는 이런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 지능검사의 결과는 아이가 뛰어나다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엄마의 바램과 달리 항상 안 좋은 점을 지적하고, 엄마는 자신이 뭔가 잘못했다는 죄책감과 뒤쳐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조장하고 또다른 뭔가(사교육)를 하게끔 만든다. 


비단 두뇌검사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육아에 있어서 모든 것이 돈과 연관되어 있다.


내가 자꾸 빠지는 딜레마 중 하나는 키즈카페를 가는 상황이다. 키즈카페의 입장에서는 정당한 가격일지언정 나는 아이들이 노는 데 돈을 써야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찝찝하게 만든다. 아이들은 자연에 풀어놓는 것이 가장 좋은 것 아닌가... 


또 수민이가 정식으로 국기원에 가서 태권도 단을 따고 싶어해서 알아보니 심사비만 15만원이 든다. 특공무술을 다니는 초등학생에게 물었더니 거기에서도 승급심사비가 15~20만원이 든다고 했다. 

최근에는 태권도에서 작품사진을 찍으면 전문사진사가 도장에 와서 아이들을 찍어주고 액자로 제작해주는데,. 패키지 구성이 5만원.. (이날 나는 수민이를 태권도에 안 보냈다)

나는 수민이가 다니는 태권도장에 만족하고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어떤 명목으로든 부모들의 지갑을 자꾸 열게 만든다. 이건 어느 학원이든 비슷할 거다. 


본격적으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사교육시장에 눈을 뜨면 필요한 돈의 액수는 지금 내가 고민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수도 있다.

이렇다보니 육아하는데 드는 돈이 부담스러워서 출산을 포기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를 잘 키우는 데 필요한 것은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믿는다.


일년 전에 수민이를 유치원에 보내야하나 하는 고민을 깊이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내가 아이에게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아이가 원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많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유명 브랜드의 비싼 장난감을 사주면 그만큼 좋아할 것이고 아이의 발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사실 아이들은 장난감의 가격이나 소재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 

아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옆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줄 부모라는 것...

비싸고 유명한 키즈카페에 가서 혼자 놀라고 하는 것보다 동네 놀이터 가서 신나게 괴물놀이 해주는 것이 낫다.


독일의 교육심리학자 요세프 크라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교육학과 심리학을 빙자한 온갖 동화들이 부모들에게 속삭이는 수많은 감언이설과 그 속내를 깨닫길 바란다. 달콤한 말에 속아 정작 중요한 부모의 역할을 잊지 말기 바란다. 진실은 단 한 가지 뿐이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내는 것!'

 <부모의 권위 (늦기전에 반드시 되찾아야 할)>/요세프 크라우스/푸른숲/p.13)



부모가 생각하는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것'과 아이가 생각하는 '자신이 자라는 데 필요한 것'이 일치해야 서로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걸 안다고 해서 내가 잘 하고 있다고 착각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요즘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매일 도서관에 가서 한 시간씩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세 아이들을 키우는데 꼭 필요한 것을 분별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교육에 돈이 들지 않는 다는 것을 증명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6. 3. 20. 20:14

가끔 나는 아이들이 말을 안 들을 때마다 아들만 있는 엄마의 비애(?)를 느낀다.

아이들이 말을 안 듣는 다는 건 나의 말을 거역하기 위한 것은 아니고, 자기들이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느라 무의식 중에 내가 하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걸 말한다.


예를 들면 눈이 많이 오던 날 지하주차장에서 '눈이 녹았으니 미끄럽다' '뛰지 말아라' 몇 번을 당부했는데, 수민이가 금새 잊어버리고 뛰다가 주르륵 미끄러진다. 이럴 땐 화내기도 짜증이 나서 눈빛으로 쏘아본다. 

항상 이런 식이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잘 놀다가도 장난이 점점 심해지다가 누군가 한 명이 울음이 터뜨리는 패턴이 반복된다. 

하도 반복되니 이젠 왠만한 울음소리에는 놀랍지도 않다. 그런데 어느 날은 저녁 후에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터진 수빈이 울음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방으로 뛰어들어갔더니 수빈이 오른쪽 콧구멍에서 새빨간 코피가 주르륵 흐르고 있다. 침대에서 셋이 뛰어놀다가 수민이 머리로 수빈이 코를 들이 받았던 것... 일단 흐르는 코피를 닦고 지혈을 시키면서 두 형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니까 그만 하랬잖아!!!" 

놀아주다가 그런건 줄 알지만 이 상황을 초래한 수민, 수현이한테 손을 들고 있으라고 벌을 세웠더니, 벌 서는 와중에도 깔깔거리고 난리다.


이 녀석들을 어떻게 키워야 되나?


차가 다니는 길에서 까불까불 거리며 뛰어다니면 나도 모르게 "이자식이!!!" 이런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온다. 이럴 때마다 사람들이 나에게 "애들한테 소리 안지르죠?" 라고 물어보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사실은 내가 이렇답니다...ㅋ


나처럼 아들 셋 있는 매제의 누나집은 어떤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우리 집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사돈 집은 애들 군기를 확실히 잡아서 엄마가 한 번 소리지르면 아이들이 바로 말을 듣는다고... 


내가 아무리 소리를 지른다고 해도 혼을 내는 데도 저렇게 장난을 치는 걸 보면 우리집이 자유로운 분위기인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이 장난꾸러기들이 내 통제 아래에 놓여지길 원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건 그 사이 사이 아이들 덕분에 깔깔 거리고 웃는 시간이 꼭 생긴 다는 거..

혼을 내다가도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다. 그러니 내가 벌서는 아이들한테 누가 웃으래? 해도 소용이 없다. "엄마도 웃었잖아~?"


태권도 시범 보이는 형 따라하는 수빈이가 웃기고,

스티커 책에 김밥 재료를 붙이다가는

스티커를 팔목에 붙여 화살과 총이라고 싸움 놀이를 하다가 

이번엔 눈썹에 붙여서 그게 웃기다고 깔깔대며 노는 것도 귀엽다.

수빈이가 혼자 걸어가려고 하자 수현이가 따라가서 손을 잡는다.

차가 위험해서 형아 손을 잡아야 된다며.. ㅋㅋ

           동생을 웃기기 위해 얼굴 망가뜨리며↑         "뚜뚜뚜밥빠~" 노래 흥얼거리며 혼자 손 씻는 수현이

             최선을 다하는 수현이ㅋㅋ                                  똥꼬에 팬티가 낀 엉덩이도 귀엽고,

                                                                           마냥 좋은 수빈이도 웃기다.

수민이가 어린이집에서 요괴워치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자기가 요괴메달을 나눠주기로 약속했다며...

어린이집에 장난감을 가져가면 안되니까 봉투에 넣으라고 했더니 봉투에 저렇게 편지도 썼다.

"시우야 이거 밥고(받고) 나랑 친하개 지내자 수민이가"

"현수야 선물이야 이거받고 잘 지내자 수민이가"


같은 성의 또래 아이들이라 오히려 키우기 쉬운 점도 있고, 둘이 아니고 셋이라 더 좋은 점도 많다. 둘이 있으면 서로가 경쟁상대가 될 수도 있는데, 셋이라 그런지 서로 미워하는 마음이 거의 없다. (물론 이건 집집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수민이는 한 밤 중에 쉬가 마렵다고 화장실에 가는 동생이 무서워할까봐 따라가서 불을 켜주기도 하고, 수민 수현이에게 스스로 얼굴에 로션바르고 오라고 했더니 서로 손바닥에 로션을 짜고는 서로의 얼굴에 문질러 주기도 하고...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이 있을까... 시간을 잡고 싶지만 그래도 앞으로 더 재미있는 시간이 더 많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니 또 기대도 된다. 


사이좋게 잘 자라라!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6. 3. 3. 00:06

길고 길었던 겨울이 드디어 지나간다. 

겨울은 한 번 외출할 때마다 아이들 겹겹이 옷 입히는 것도 일이고, 추울까봐 걱정하며 옷 싸들고 다니는 것도 번거롭다. 감기는 잊을만 하면 찾아 오고 소아과는 세 아이들 동시에 혹은 번갈아가며 쉴새 없이 드나들었다. 


주말마다 집을 나가긴 해야겠는데 추워서 야외로 못나가니 실내로 실내로... 돌아다닐 수밖에.

오랜만에 사진 폴더를 열어보니 온통 키즈카페와 마트 사진이 잔뜩있다. ㅋ 


 1/10 코엑스(주말에 아빠 일한다고 해서 따라가서 세시간 버티기)             1/17 용산아이파크몰       


1/27 어린이집 선생님 휴가 날,형 둘만 데리고 번개맨 공연


1/28 동네 키즈카페 (아빠 주말에 출근하던 날)


             1/31 마트                                                     2/7  마트 


2/10 인천 밸런스파크


2/9 발산 코코몽                                           2/20 마리오 플레이타임


      2/27 동네키즈카페 (아빠 주말에 출근)                        2/28 디큐브 애플키즈클럽


사진은 없지만 도서관과 키다리팡팡, 목욕탕 찜질방 등 정말 집에 안 있으려고 발악을 한 것 같다. 

매번 세명을 계산하다보니 저 입장료만해도 다 하면 얼마지? 하면서도 한편으론 아이들과 두 시간을 놀아준 키즈카페에 감사해야할 것 같기도 하다. 

1,2월에는 제사와 설날이 있어서 친척들과 보낸 시간이 많아 다행스럽기도 하다. 어쨌든 바쁘게 지내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니까... 

나의 고민과 상관없이 아이들은 이번 겨울을 정말 열심히 잘 놀았다. 아빠 회사 안가는 날은 곧 재밌는 데 가는 날로 알고 있는 아이들은 토요일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다른 집들은 어떻게 겨울을 보내나?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론 상상이 간다. 엄마 아빠가 정말 노력하지 않으면 밖으로 나가서 놀 곳이 없는 도시 아이들은 집에서 티비와 폰에 중독이 되는 슬픈 현실...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정신없이 하루하루 지나다 보니 벌써 겨울의 끝이 왔고, 

3월 부터 어린이집에 가는 수빈이 덕에 나의 겨울도 함께 끝이 나는 것 같다. 

다가올 봄이 벌써부터 너무나 설렌다. ^^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6. 2. 24. 17:53

둘째 수현이에게는 아주 특별한 매력이 있다. 


어느 날은 수현이가 과자 두 개를 양손에 가지고 있길래, 엄마에게 주는지 안 주는지 보려고 하나 주면 안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너무 쉽게 준다. 순간 장난기가 발동해서 나에게 주지 않은 오른 손에 있는 과자를 주면 안 되냐고 다시 물었다. 양손에 쥐어진 건 똑같이 생긴 과자인데, 내가 그걸 먹고 싶어하자 수현이도 갑자기 그게 좋아보이기 시작했다. 잠시 고민을 하더니, 어떤 거 먹고 싶냐고 나에게 다시 묻는다. 그래서 오른 손에 있는 거 먹고 싶다고 했더니, 왼 손에 있는 걸 주면서 "원래 반대로 주는 거야" 하면서 웃는다. 그래도 내가 그래도 오른 손에 있는 걸 먹고 싶다고 했더니... 수현이는 엄청난 고민에 빠졌다. 

그러더니...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 이거 한 번, 이거 한 번씩 먹기. 어때?"

자기 나름대로의 평화적인 해결방법을 찾았다. 솔로몬의 지혜를 보는 듯 했음... ㅋㅋㅋ


'그럼 이렇게 하는게 어떨까?' 라니... 수현이의 귀여운 목소리로 들으면 얼마나 예쁜지...!


수현이의 "이렇게 하면 어떠까~?"


말도 예쁘게 하는데다, 수현이는 다른아이와 똑같은 행동을 해도 그 움직임이 특별히 더 귀여워 보이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어제는 내가 아이들이랑 노느라 팽이를 돌리는데, 팽이를 날리다가 오른 팔로 수현이 뒤통수를 세개 쳤다. 아뿔사.. 울기 시작할까봐 조마조마해 하며 미안하다고 사과했더니, 수현이가 아픔을 넘기고 나서 

"엄마, 내가 더 미안해. 엄마 팽이 돌리는데 내가 앞에 있었잖아. 그래서 미안해." 라고 했다.... 

헐... 이런 생각을 어떻게 다섯 살 아이가 할 수 있는거지? 도대체 이런 아이가 어디서 나왔을까?! ♡.♡ 


하지만 어떻게 좋은 점만 있으랴... 


언젠가부터 수현이는 밤에 쉬를 가리지 못하고 있다. 2돌 넘어가면서 분명 기저귀를 잘 뗐던 것 같은데, 그 언젠가가 수빈이가 태어난 이후였던 것 같다. 기저귀 떼는 연습 한다고 기저귀를 안 채우고 잤는데, 매일 밤 이불에 쉬를 했다. 쉬를 하면 차갑고 찝찝해서 깨겠지 했는데, 이 아이는 쉬를 한 채로 아침까지 그대로 잔다. 거의 반 년 정도 매일 쉬한 이불 빨래를 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반 년 전부터는 밤에도 기저귀를 채우기 시작했다. 


야뇨증을 검색해보니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경우가 많고, 방광기능이 약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수현이에게 스트레스라...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우리는 부모로서 더이상 어떻게 더 잘해줄까 싶을 정도로 잘 해준다. 동생과 형 사이에 껴서 생기는 스트레스는 어쩔 수가 없고... 이 정도 스트레스도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나?

그래서 방광기능이 약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었다. 실제로 형제들과 놀면서 갑자기 나오는 쉬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쉬를 해버리곤 한다. 어린이집에 가려고 집을 나서는데 형이 간지럼을 태우다가 잠바가 다 젖게 쉬를 한 적도 있다. 멀리 기억할 것도 없이 오늘도 수빈이를 피해 도망다니다가 갑자기 방바닥에 쉬바다를 만들었다.

언젠간 고쳐는 지겠지만은 이대로 막연히 방치할 수만은 없어서 한의원에 갔다.  

그런데 맥을 짚어본 한의사는 수현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수현이가 스트레스를?? 그 뒤로 수현이의 감정 상태를 분석해봤다. 

사실 수현이는 감정적으로 예민한 부분이 있다. 기분 좋을 떄는 너무 사랑스럽고 예쁜데, 한 번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옆에서 아무리 달래줘도 기분 좋은 상태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결국 달래주던 사람의 성질을 있는 대로 긁어서 결국 화를 내게 만드는 상황이 생긴다.


예를들면 외출하려고 할 때, 양말을 신으라고 하면 안 신는다고 떼쓰고, 그럼 신지 말라고 하면 신는다고 울고, 그럼 신으라고 하면 안 신는다고 울고... (무한반복)

이 상황을 분석해보면 수현이는 외출하고 싶지 않아서 양말을 신고 싶지 않은데, 신지 않으면 엄마가 화를 내니 신긴 신어야 겠고, 또 신으려니 신기는 싫고... 이런 상황인거다. 


왜 이러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문제는 수현이가 착하다는 데 있는 것 같다. 

맛있는 간식이 있으면 형은 절대로 나눠주지 않는데, 수현이는 조그만 곰돌이 젤리 하나도 반으로 나눠준다. 할머니집에 갔다가 할머니한테 자기 목도리를 주면서 "할머니 추우니까 이거 쓰세요. 우리 집에 가면 또 있어요." 라고 말하는 수현이...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가 굉장히 크달까?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수민이처럼 먹고 싶은 것 혼자 먹으면 스트레스가 덜 할텐데, 수현이는 자기가 먹고 싶은 욕구보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주는 게 더 좋은가보다. 그래서 상대방의 기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어쨌든 성격이야 내가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엄마가 기분이 좋으면 수현이 상태도 좋으니 내가 노력해야겠다. 


한약 먹은지 보름 정도 지났는데, 어렴풋하게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어제 오늘 밤에는 쉬를 안 했으니 좋아졌다고 해야하나? 급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아침마다 조용히 일어나 몰래 쉬한 기저귀를 갈아입는 수현이를 위해서라도 야뇨증이 빨리 고쳐졌으면 좋겠다.

그래도 착하고 사랑스러운 수현이가 이런 문제라도 없었으면 이렇게까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을 텐데... 오히려 잘 된 건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