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5. 7. 19. 23:23

며칠 전 아침, 오랜만에 다들 기분좋게 일찍 일어나 밥을 잘 먹고, 순조롭게 양치하고 씻고, 옷도 잘 입고 어린이집에 보냈더니 9시 반... 수빈이랑 도서관에 놀러가서는 수빈이가 잘 노는 사진을 찍어서 남편한테 보냈다.


그랬더니 "넌 진짜 좋은 엄마야" 라고 문자가 왔다. 그런데 문자를 보면서 뭔가 찝찝했다. 나는 과연 좋은 엄마 인가...

오늘 지금까지는 좋은 엄마지만... 


아이들 하원 후,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어떤 엄마가 나에게 묻는다. 애들한테 소리지른 적 있냐고... 아들 셋 엄마같지 않다며... 

나는 말을 천천히 하는 편이고, 목소리가 크지 않고 순해보여서 그런지 가끔 그런말을 듣는다. 


하지만 내 속사정은 조금 다르다. 

친정엄마는 가끔 나더러 애들에게 너무 사납게 말하는 것 같다고 하기도 하고, 남편은 애들을 너무 잡지 말라고 한다.

나 스스로도 집에서 아이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나면 가끔 걱정이 된다. 

누가 내 목소리를 듣고는 (의도치 않았으나) 이중적이라고 할까봐.. 특히 우리건물에 사는 분들...ㅋ


이건 내가 내 본성을 숨기는 거라기 보다는 아이들이 끊임없이 내 인내심을 시험하기 때문이다. 

애들이 내 성격을 버려놓았다. 평상심이 유지가 안된다.

내가 소리지르는 상황 네 가지.


1. 한 번에 말을 듣지 않는다. 특히 우리 애들은 남자 아이들이라 그런지 좋게 말을 하면 한 번에 듣는 적이 없다.

밤에 막내가 겨우 잠들려고 하면 옆에서 형 둘이 잡아당기고 밀고 누르고 몸싸움하느라 난리다.

하지마라...그만해라... 안 잘꺼면 밖에 나가서 놀아라... 내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귓등으로 듣다가 결국 누구 한명이 울고 수빈이까지 깨우고, 내가 성질이 나서 소리를 한 번 지르고 울음바다가 되어야 끝이 난다.


2. 세 명이 번갈아 가며 (혹은 동시에) 운다.

며칠 전에는 수민이가 어린이집에서 하는 과학학습지를 가지고 왔다. 집에 오자마자 뭘 실험해야한다며 종이에 양초를 칠하고 그 위에 물방을을 떨어뜨려 빨대로 후후 부는데, 수현이는 형이 뭔가 열심히 재밌게 하니까 형이 갖고 있던 물이 들어있는 종이컵과 빨대를 뻇는다. 한번 보기만 한다더니 절대 돌려 주지 않는다. 

수민이는 엄마한테 말해서 새로 달라면 될 것을 방에 가서 악을 쓰고 발버둥을 치며 슬프게 운다. 무슨 살인 누명이라도 쓴 것 처럼 억울하게 운다. 그깟 종이컵이랑 빨대가 뭐라고... 

정신없이 집을 정리하던 중에 나는 무슨 사정인지도 모르고 이 난리가 났다. 수민이를 달래며 새로 종이컵과 빨대를 줬더니 수현이는 그 전에 갖고 있던 걸 갑자기 인심을 쓰면서 돌려주고는 새것을 또 뺏으려고 한다. 내가 안된다고 했더니 이번에는 수현이가 소리를 지르며 운다.


수현이한테 잘못한 걸 알려주려고 나는 일부러 바로 안 달래주고, 수민이 물이 기름 위에 뜨는 원리를 설명해 주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수빈이가 식탁에 올라와 형을 방해 한다. 형 방해하지 말라고 식탁에서 내릴겸 기저귀도 갈겸 식탁에서 내렸는데, 식탁에서 내렸다고 울고, 또 새 기저귀를 안 차겠다고 운다. 수현이랑 수빈이가 동시에 우는 상황... 

성질이 나서 방에 들어가서 심호흡을 하고 있는데, 수빈이가 울면서 방으로 따라 들어온다. 이미 바닥에는 오줌을 싸놓고 그걸 손으로 바닥에 다 문지르고 발바닥에 묻히고 온 집안에 다 묻히면서... 이럴 때 나는 폭발한다. 

왜 너네 마음대로만 해!!! 하면서...ㅋ


3. 하나 수습이 끝나기 전에 끊임없이 새로 일을 벌인다. 

수빈이 젖 떼느라 하루종일 수빈이 뭘 먹이려고 애를 쓰는데 수빈이는 손으로 끄집어내서 던지고 뱉는다. 나는 하루종일 수빈이 쫒아다니면서 방바닥과 식탁과 의자를 몇 번씩 훔치는지... 

어떤 날은 수빈이가 귀이개 상자 뚜껑을 열어 온 방에 다 쏟아놨길래 주워 담고 있었는데, 화장품 뚜껑을 열라고 소리를 지른다. 안된다고 화장품을 저쪽으로 밀어버렸더니 이번에는 무슨 가루가 담긴 통을 엎어서 자기 몸에 방에 문지르고 난리를 부린다. 특히 요즘 호기심이 폭발하는 15개월 수빈이 때문에 정말 쉴틈이 없다.


4. 싸운다.

한 명이 양보하면 쉽게 끝날 일인데, 요즘 자기 주장이 나타나기 시작한 수빈이는 무대뽀로 형이 가지고 있는 걸 빼앗고, 안되면 소리 지르며 울고 물어버린다. 수현이는 절대 뺏기지 않고 물리면 울거나, 동생을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수민이는 그나마 양보스티커를 빌미로 설득이 가능하지만 수현이는 아직 그게 어렵다. 특히 둘째 수현이는 위로는 형과, 아래로는 동생과 싸우느라 바쁘다. 그래서 둘째들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고 하나보다. 그래서 외갓집에만 가면 수현이가 집에 안 오고 거기서 자겠다고 하나보다.

이렇게 싸우면 애들도 나도 힘들다.. ㅠ 


"내가 먼저 타고 있었어!" 하면서 우는 형과 무조건 들어가서 형 나오라고 우는 동생


가끔 생각한다. 

고상하게 육아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루종일 좋은 엄마일 수는 없을까...

불교에서 평상심을 훈련해야 한다면 육아처럼 도전이 되는 수행방법도 없을 것 같다.

해결 방법은 시간 뿐인가.


하루하루가 전투다. 그래도 육아의 가뭄 속에서도 아이들이 나에게 단물을 마구 뿌려주니... 휴.... 결국 결론은 다시 힘을 낼 수밖에 없다는 거... 


가끔 사이좋은 형제들

길가다가 기둥만 만나면 부딪히는 시늉을 하고 지나가야 직성이 풀리는 장난꾸러기들ㅋ

형들 어린이집 가는길... 이젠 유모차도 안탄다고 하고, 엄마 손 뿌리치고 형들 손 잡고 끝까지 갔다. 

다 키웠네 다키웠어.. ㅋㅋ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5. 7. 7. 14:49

장수풍뎅이로 변태해서 집을 만들어 준지 약 두 달이 지났다.


첫 한 달은 아이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며 매일 저녁 장수풍뎅이랑 놀았다.

처음에는 무섭다고 쳐다보기만 하던 수민이는 나중에 장수풍뎅이를 팔에 태워 비행기를 태워주고 수현이는 예쁘다며 꾹꾹 누르며 놀았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내가 기겁을 하면서 장수풍뎅이 스트레스 받는다며 못하게 했는데, 내 말을 듣지도 않고 방문 닫고 나 몰래 자기들끼리 킬킬 거리며 논다. 

안 보는게 약이라고 나중에는 장수풍뎅이보다 내가 더 스트레스 받을 거 같아서 그냥 두었더니 장수풍뎅이 집 근처에는 항상 흙이 여기저기 떨어져있고, 나중에 보니 수컷 다리 한 마디가 잘려져있었다... 수현이가 나뭇가지로 누르다 그런 듯... ㅠ


도서관에서 장수풍뎅이 관련 책은 모조리 빌려다 읽었다

수민이 장수풍뎅이 비행기 태워주기... 저 즐거워하는 입 ㅋ

장수풍뎅이 누르다 엄마한테 들킨 수현이... 쑥쓰러워함


한 달쯤 지났을 때, 하도 애들이 장수풍뎅이를 괴롭히는 것 같아서 아예 장수풍뎅이 집을 높은 곳에 올려두었더니, 아이들도 처음에는 꺼내달라고 하다가 점차 그 존재감이 점점 약해졌다. 


그렇게 잠잠히 또 한달이 지나가던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애벌레 한마리...


아이들이 장수풍뎅이가 짝짓기 언제 하냐며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새 암컷이 알을 낳아 이렇게 애벌레가 되어 있었다. 


8월쯤 알을 낳는다고 알고 있어서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었는데, 이건 장수풍뎅이를 처음 발견할 때와 또 다른 충격이었다. 혹시나 해서 집을 들어 바닥을 보니 애벌레들이 우글우글...!!!!!! 

(우글우글까지는 아니었지만 나한텐 그렇게 보였음..) 



그런데 아이들보다 내가 더 신기해 하는 것 같다.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자꾸자꾸 보게 되고, 몇 마리인가 세어보고, 잘 살아있나 확인해봤다. 


성충이 애벌레를 먹이인줄 알고 핥아 먹는다고 해서 애벌레를 분리시켜줘야하는데, 하필 남편이 계속 야근이고 하필 마트에는 흙이 다 팔렸고... 나만 초초해 하다가 이틀 뒤에 분리작업을 했더니 애벌레 8마리, 알 6개... 

알 두개는 수현이가 만지다가 터뜨렸다.ㅋ 내가 처음 발견했을 때 세어본 애벌레 수랑 차이가 있었는데, 내가 잘못 센 건지 성충이 잡아먹은건지.. 


                         징그러운데 자꾸 보게된다. ㅋ                                  숟가락으로 애벌레 옮기기        

성충들의 집과 애벌레집(파란색 뚜껑)


애벌레들은 일회용 커피컵에 따로 담아놓으려다가, 만에 하나라도 애들이 만지다가 흙을 엎어 애벌레가 바닥에 떨어지는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안전하게 집을 아예 장만해줬다. 날로 늘어나는 장수풍뎅이 살림살이들... ㅠㅠ 


리할 때 보니 애벌레 한 마리만 크고 나머지들은 비실비실하더니 새 흙에서 귀찮게 하는 엄마아빠도 없어서 그런지 하루가 다르게 토실토실 자란다


점점 커가는 애벌레들 잘 살아있나 들여다 볼 때마다 징그러워 닭살이 돋는 나는 싫다면서도 자꾸 보게 되는 묘한 감정이 생겼다. 나도 모르게 정이들었나보다. 거의 1년을 같이 살았으니...

애벌레일 때부터 봐오던 암컷은 알 낳느라 고생한 것 같아 왠지 짠하고 데릴사위같은 수컷은 조금 얄밉다. 알을 낳으면 암컷은 죽는다는데, 아직 살아있는 걸 보면 또 낳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되면서도 또 죽으면 왠지 아쉬울 것 같다. 


10월에 어린이집에서 부모님이 한 시간 재능기부 수업 하는 걸 신청해놨는데 (남편은 수현이네반, 나는 수민이 반), 나는 장수풍뎅이를 주제로 할 예정이라 어쨌든 그 때 아이들 보여줄 수 있게 애벌레가 생겼다. 

주변에 분양해가라고 이야기 할 때마다 그런 소리 말라며 다들 기겁을 하는데, 그 때 혹시 관심있는 애들한테 몇 마리 줄 수 있을지도... 실한 놈 몇 마리 남겨두고 이번 여름 휴가 때 어디 숲에 가서 좀 버리고 왔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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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5. 6. 30. 22:55

2주전... 결국 메르스 때문에 어린이집이 일주일 간 휴원을 했다. 동네에 확진환자가 생겼다고... 


래도 완전히 문을 닫는 건 아니고, 부득이한 경우 등원하는 아이들만 통합보육을 한다고 했다. 

일주일 휴원하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표정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해맑게 보이던지... 

평소 휴가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시는 선생님들 휴가주는 기분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있기로 했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비상벨이 울리는 듯 했다. 삐용삐용...  


집에만 데리고 있으면 놀아주는데 한계가 있다. 그리고 그 때는 결국 티비를 보여주게 된다. 그런데 그게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가장 편한 방법인지라 넋 놓고 화면을 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방임하는 것 것 같아 왠지 죄책감이 든다.

그래서 나도 애들이 있을 때는 왠만하면 티비를 틀지 않고,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뭘 보여주지 않지만 그것도 집에서 뿐이지 미디어로부터 완벽히 차단하기는 불가능하다. 외갓집에 갔을 때는 이모 아이패드로 게임을 하고 인천 할아버지 댁에 가면 사촌들이랑 WII나 컴퓨터로 게임을 한다. 수민이는 소정이 누나 집에서 코비게임 하려고 소정이 누나 집에 가고 싶어 할 정도... 

집에서 내가 잘 놀아줄 수 있으면 좋은데, 나는 집에만 있으면 할일이 산더미 같다. 애들 씻기고 밥먹이고 설거지 청소 빨래와 아이들 일 저지른거 수습하기만도 바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라도 자주 외출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특히나 나는 아이들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은 엄마의 욕심 조금 과하게? 있다.

를 들면 예전에 대학교 선배언니가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왔을 때, 

수민, 수현이를 어린이집에서 1시 픽업해서 셋을 다 데리고 언니네 아이들과 도서관에 가서 놀았다. 언니랑 헤어지고 딱 집에 가서 쉬었음 되는데, 다시 장난감 빌리러 갔다가, 또 다른 도서관에 갔다가,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고 와서는 내가 뻗었던 적도 있고...


구청에서 행사가 있는 날이면, 애들 셋을 데리고 구청까지 걸어가서 잠깐이라도 구경을 시킨다.


4/30 어린이날 행사

5/22 꿈시장


이런 죄책감과 하루라도 보람차게 보내야 하는 엄마의 욕심이 보태져서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이 일주일을 어떻게 버텨야 되나!!??


일단 월요일에는 등원을 했으니 점심먹고 1시쯤 다시 데리러 갔다. 

아이들을 놀리려고 도서관에 갔다가, 장난감 가게에 갔는데 문이 닫혀서 문방구에 갔다가 오는 길. 어린이집 어떤 엄마를 만났다. 마스크를 쓰고는 내가 애들이랑 돌아다니는 걸 보고 깜짝 놀라서 빨리 집에 가라며 엄청 걱정을 했다. 

나와 남편은 어딜 가든 사람이 없어서 메르스 덕을 봤다고 생각했는데...ㅋ 

특히 한참 아이들로 북적북적했을 시간의 동네 도서관은 심지어 아무도 없어서 우리가 전세를 낸 듯 이용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으로, 시장으로, 놀이터로, 장난감 대여소로.. 쉴틈 없이 바쁘고 힘들게 보냈지만, 그래도 근처에 있는 친정집의 도움을 받아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일주일을 보냈다. 

이틀은 외할아버지가 혼자 산에 가시는데, 수현이가 어디가냐고 물었더니 호랑이 잡으러 간다고 장난스럽게 하신 말을 아이들이 신나서 따라 나섰다. 덕분에 이틀 동안은 호랑이 잡으러 관악산을 누비고 와서 수현이는 일찍 낮잠을 잤고, 금요일에는 양수이모가 고맙게도 휴가를 내서 놀아줬고, 수민이는 태권도장에 열심히 다녔다.


어린이집 안 보내고 일주일 보내기

수민이랑 미술놀이-곤충그리기

우릴 위해 휴가를 내어준 양수이모랑 낙성대공원 나들이


항상 아이들 재밌는 시간 만들어 주려고 열심인 내가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아이들 방과 후에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보내는 엄마들을 문제라고 생각하면서도 나중에 나도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고... 그 엄마들도 아이들이 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 거겠지... 

조심해야겠다.. 너무 잘 하려고 하다보니 지치기도 하고... 그런데 내려놓질 못한다. 

의식적으로 조금 내려놓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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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5. 6. 16. 18:10

약 일 년 정도 했던 고민이 있다. 

수민이를 남편 직장어린이집에 보내느냐 마느냐...


지금 수민, 수현이는 어린이집을 다닌다. 주위 엄마들은 보통 6살부터 유치원을 보내는데, 어린이집은 보육-유치원은 교육의 느낌이라 아이들이 받는 교육의 질이 다르다고들 한다. 나도 한 때는 남들처럼 수민이도 유치원을 보내야하나 고민했었다. 

그런데 유치원을 보내면 정부지원금 외 한달 평균 38만원의 추가비용을 내야하고, 방학도 있고, 종일보육을 하려면 또 추가요금이 생긴다. 아침에 아이 셋을 준비시키려면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 매일 생기는데 유치원은 차량 운행 시간에 딱 맞춰 준비를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있다.

 

일단 지금 어린이집도 잘 다니고 있기 때문에 유치원을 보내는건 접고 있었는데, 남편이 수민이를 내년부터 회사 옆에 있는 직장어린이집에 보내자고 한다. 직장어린이집은 회사에서 지원이 되기 때문에 따로 돈 들일이 없다. 게다가 선생님 1명당 평균 아이가 3-4명에 원어민 선생님도 하루종일 상주한댄다. 지금보다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거리다. 매일 삼성역까지 등하원을 해야 하는데, 아무리 남편이 맡아서 하겠다고 하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불가피한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고, 일단 출퇴근을 같이 하려면 어린이집에 12시간은 있어야 하는건데 아무리 어린이집이 좋대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았다. 

남편이 출근할 때 수민이를 데리고 가고, 하원할 때 3시쯤 내가 차로 데리러 갔다 와서 동생들을 현재 어린이집에서 픽업하는 경우도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에너지가 너무 많이 쓰인다. 이렇게 고생할 바에야 수현이까지 한꺼번에 보내는 방법도 생각해봤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인데 등하원 시간에 너무 많은 시간이 낭비되는 것 같았다.


이럴까 저럴까... 너무 멀다며 접었다가도 또래보다 빠른 수민이한테 더 나은 교육을 시켜주고 싶은 생각에 하루에도 수 십 번 마음이 바뀌었다. 또 남편은 교육은 둘째치고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고 나를 설득했다.


그러던 어느날, 어린이집 등원 길에 수민이가 친구들을 만났다. 두 친구를 양손에 붙잡고 기뻐서 어린이집 계단을 올라가는 수민이의 뒷 모습을 보고 마음을 정했다.  


과연 내가 좋다고 생각한 것이 과연 아이한테도 좋을까?

내가 아이에게 좋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 과연 아이는 행복할까?


지금 이대로 친구들과 생활하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 나는 무엇을 위해서 그 먼데까지 어린이집을 보내야 하는거지? 

갑자기 왜 고민을 하고 있었나 싶었다. 


어린이집이 끝나고 이렇게 매일같이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노는 수민이... 등하원으로 소비될 그 시간에 차라리 이렇게 뛰어노는게 행복하겠다 싶었다.


친구가 카스에 올린 글도 비슷한 경우다. 기차를 타고 싶다는 아이를 위해서 정말 기차를 타고 춘천까지 갔는데, 애들은 기차를 너무 오래타니 지겹고 답답해서 울고, 유적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애들이 가서 한 일은 고작 땅바닥에 앉아서 한 흙놀이... 힘든 하루를 보내면서 아이에게 물었더니 소풍가면 돗자리피고 김밥먹고 누워서 사진찍고 축구하고 싶었는데 여긴 하나도 재미없었다고 했다. 엄마와 아이가 기대한 그림이 전혀 달랐다... 


어떤 날 나는 또 옷가지고 아이들이랑 싸운다. 교회에 갈 때 보기 좋게 삼형제가 똑같은 옷을 입히려고 했는데, 수현이는 안 입겠다고 떼를 쓴다. 밤에 입고 잤던 옷을 그대로 입고 가겠다고... 수현이를 설득하다가 화내다가 결국 수현이 의지대로 입고 갔다. 한참이 지나서 생각했다. 저 옷 안 입었다고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나는 과연 누구를 위해서 소모전을 벌였나?


2주 전부터 수민이가 태권도에 다니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수민이가 태권도 다니고 싶어, 피아노 배우고 싶어, 미술학원 가고 싶어... 하던 걸 나는 너무 빠른 것 같아서 안된다고 했다. 그런데 하원길마다 놀이터에서 한시간을 놀아도 부족한 수민이 때문에 매일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태권도를 보내기로 했다. 에너지는 태권도장가서 다 쓰고 오거라... 

결과는 대 만족이다.


수민이 태권도 가던 첫 날 (관장님이 보내주심)


"태권! 효자가 되겠습니다!" 씩씩하게 인사하는 수민이도, 집에 돌아와 격파하기 몸통찌르기 막기 시범을 보여주는 수민이의 모습도 너무 기특하고 멋지다. 태권도는 일주일 중에 이틀만 하고 나머지는 여러 가지 체육놀이를 하는데, 그것도 너무 재밌나보다. 첫 주에는 태권도 가는 게 너무 좋아서 아침에 나보다 일찍 일어나서 태권도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잔다. 


수민이는 태권도가서 안전하게 뛰어 놀고, 동생들은 놀이터에서 적당히 놀다가 평화롭게 집에 온다. 집에 오자마자 씻고, 수빈이 물놀이 하는 동안 수현이랑 집중해서 놀아주고, 저녁 준비하면 딱 수민이 올 시간이 된다. 수민이 오자마자 씻고, 밥 먹이면 정신은 없지만 수월하게 저녁시간이 지나간다. 


아이를 위한다고 하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건지, 아이가 원하는 건지... 

고민이 될 때마다 생각해봐야겠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5. 6. 9. 15:35

요즘들어 우리집 삼형제가 각자 훌쩍 커버린 느낌이다.


수민이, 수현이는 잘 놀다가도 한 가지를 가지고 싸우는데, 그럴 때마다 수민이가 "너 이거 주면 나중에 형아가 마이쭈 사줄께. 무슨 장난감 사줄께" 하면서 자꾸 공약을 세운다. 그래서 수민이더러 그렇게 약속만 해놓고 안 지키면 거짓말 하는 거라고 했더니 진짜 수현이한테 사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나보다. 


지난 번에 문방구에서 수현이가 미니특공대 도장을 사달라고 한 시간동안 떼쓰며 운 적이 있다. 그 뒤로 자기가 그걸 사주겠다고 열심히 오백원을 모았나보다. 나는 평소처럼 뽑기하려고 동전을 모으나 했는데 어느날 아침 수민이가 오백원이 11개가 됐다며 이제 사줄 수 있겠다고 수현이 장난감을 사러 가자고 한다. 

진짜로 사줄려고 하는 건가? 감동 반, 의심 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바로 그 날 어린이집 끝나고 바로 장난감 가게로 갔다. 사려고 했던 건 없었는데, 다행히 비싼걸 안 고르고 딱 가격에 맞는 5600원짜리 또봇 시계를 골랐다. 아줌마가 형이 기특하다고 백원 깍아주셔서 딱 5500원 쓰고 돌아왔고, 수민이도 덩달아 사고 싶어할 것 같았는데, 그냥 돌아왔다.


동생도 생각하고, 약속도 잘 지키고... 수민이가 이렇게 컸구나..  

수현이는 장난감 사고, 수민이는 폭풍칭찬 받고, 나는 뿌듯하고 감동적이었던 모두가 좋았던 하루..


수민이가 모은 동전으로 동생 장난감 사주던 날


불소도포하러 갔다가 발견한 썩은 이.. 

마취주사도 맞았는데 울지 않고 치료하던 수민이 (나중에 개미가 무는 느낌이라고 표현함)


수현이는 요즘 유아사춘기인가 싶다. 기분이 좋을 때는 너무 귀엽고 착하고 말도 잘 듣는데, 한번 자기 마음에 안들면 아무리 달래주고 원하는 대로 해준다고 해도 무조건 다 싫다고 운다. 


양치하자고 하면 계속 안하겠다고 해서 그럼 하지말라고 하면 한다고 하고, 하자고 하면 안한다고 하고...

옷도 안 입는다고 해서 그럼 입지말고 이따가 입으라고 하면 입을래~ 안 안 입을래~ 의 반복

씻을래~ 안 씻을래~ 씻을래~ 먹을래~ 안 먹을래~ 먹을래~ 할꺼야~ 안할꺼야~ 반복 또 반복..

어린이집에서도 이런 행동이 나타난다고 한다. 


기분좋게 곰돌이 젤리를 형이랑 다섯개씩 나누어 줬는데, 자기가 가지고 있는 건 생각 안하고, 형꺼도 다 자기 달라고 한참을 울기도 한다.   

뭐가 문제인가 계속 생각해봤더니 아무래도 형과 동생 사이에서 치여서 그런 것 같다. 항상 형이랑 똑같이 나눠야되고 동생한테는 양보해야되니까.. 더 어린 동생이 있어서 다 큰 것 같으면서도 그래도 아직 네 살인가보다.. 그래서 그런지 근처에 있는 외갓집에 갈 때마다 자기 혼자 자고 간다며 엄마는 가라고 한다. 거기서 사랑을 독차지하려고 그런 것 같다. 절대 엄마랑 떨어지지 않는 큰 아이랑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래도 너무 기특한 건 수빈이한테 물리고 맞고 울면서도 절대 동생을 때리지 않는다는 거. 

동생 손잡고 걸음마를 같이 해주기도 하는데, 놀아주다가 중심을 못 잡아 수빈이가 넘어지면 나는 수현이를 혼낸다. 조심해야지! 하면서... 문제는 나한테 있었다. 


그래서 수현이를 달래주려고 시간을 쪼개서 수현이한테 몰아주기는 시간을 가졌다. 막내는 친정엄마한테 잠깐 맡기고, 형은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노는 동안 수현이만을 위해 유모차를 가지고 갔다. 시장 구경도 하고, 도서관도 놀러가고, 간식도 수현이꺼만 가지고 왔다며 줬더니 너무 좋아한다. 몇 번 했는데도 훨씬 상태가 좋아지는 느낌.. 가끔 이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착한 수현이일 때는 세상에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있을까 싶을 정도ㅋ


막내아들 수빈이는 돌 지나서 걷기 시작하더니 엄마한테 제일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더러운 거, 무서운 거 모르는 이 시기... 잠깐 눈 돌리면 변기에 손 넣고 있고, 변기 뚜껑을 닫아 놓으면 그 위에 올라가 잡동사니 다 건드려 떨어뜨리고 빨고 있다. 식탁위로 올라가고, 간섭하고, 떨어지고, 넘어지고, 다 끄집어 내고, 밖에 나가자고 울고, 성질대로 안되면 소리지른다. 수빈이 일 저지른 거 수습하느라 나는 더 바빠졌다. 


 수빈이 뭐하니?

할머니가 떡 나누는데 다 참견하고 나섬... 복잡해...              사진찍으면 꽉차는 이 느낌.. ㅋㅋ   

차도 좁고                                                  집도 좁다...ㅋ           


언제 키우나... 힘들어 한숨이 나오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 좀 천천히 컸으면 좋겠기도 하고... 항상 그렇지만 이게 모든 엄마들의 마음이겠지.. 그래도 이만큼 컸다! 꽉 찬 사진을 보면 뿌듯하고 든든하다... 
결국은 항상 훈훈하게 끝나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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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5. 5. 8. 15:00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키우기 시작한 발단은 벌레를 너무 좋아한 수민이때문이였다.

할아버지가 밭에서 따온 고춧잎에서 애벌레들이 나왔는데 그걸 팔에 올려달라고 해서 팔뚝 위를 기어다니는 애벌레를 구경하면서 너무 좋아한다. "지네는 어떻게 생겼어? 무슨 벌레는 어떻게 생겼어?" 하면서 하도 궁금해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줬더니 사진을 보면서 감탄한다. 이야~ 이야~ 해가며.. ㅋ


수시로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수민이 말을 나중에 마당있는 집으로 이사가면 키우자며 한귀로 흘렸는데, 마침 (작년 10월) 웅진 사무실에서 장수풍뎅이 애벌레에 관한 시간이 있다길래 한번 가봤다. (애들이 곰돌이 학습지를 하고 있어서 자주 전화가 온다. 우리를 잠재적 고객님으로 생각하고 있음..) 그래 애완동물은 못 키울 지언정... 벌레는 키우게 해주마.. 한참 양보해서 체험비 만원을 주고 애벌레를 받아왔다. (나중에 홈플러스 갔더니 오천원에 팔고 있었음) 


애벌레를 받아서 시댁에 가던 길이었는데, 받았을 때는 흙 속에 파묻혀 있어서 몰랐다. 이렇게 크고 굵직하고 얼굴이 까만 애벌레일 줄은...ㅠ 그리고 이 징그러운 생명체를 애들보다 내가 더 열심히 키우게 될 줄이야.....


애벌레는 어두운 곳에서 자라야 한다고 해서 문이 달려있는 책장 안에 넣어 두긴했는데, 가끔씩 살아있는건가 들여다봤다. 무심코 쳐다봤다가 애벌래랑 얼굴이 마주쳐 놀라서 통을 떨어뜨릴 뻔 하기도 했다. 


그런데 쳐다보지도 못하다던 내가 관찰 시간이 아주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면서 나중에는 내가 제일 관심있게 관찰하게 됐다. 애벌레가 별 움직임이 없고 숨어있으니 아이들도 관심이 없어질 무렵에는 내가 똥도 치워주고 흙도 갈아주고 물도 줬다. 


2014년 10월

요기 딱딱하고 똥글똥글한게 똥↑               

2014년 12월

2015년 1월

2015년 2월- 점점 크고 통통해짐

2015년 3월 - 드디어 번데기로 변함


아무리 기다려도 애벌레가 변태할 생각을 안하더니 어느날부터 저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색깔이 점점 붉은갈색으로 변함.. 혹시 죽은 건가 싶어 계속 관찰하고 있었는데 어쩌다가 조금씩 움직였다. 아.. 이제 번데기로 변하고 있구나! 거의 6개월 만이었다. 


변태하는 모습을 애들한테 보여줬으면 좋았을텐데... 그걸 보겠다고 끄집어 낼 수는 없고..

그러고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애들 책을 꺼내려고 책장문을 열었다가 뚝 떨어진 이것...



두둥....


나는 거대한 바퀴벌레인 줄 알고 2미터는 펄쩍 날아 나뒹굴었다. 내가 소리지르면서 놀라는 모습을 보고 수빈이는 겁에질려 울기 시작했고, 수민 수현형제도 무슨 일인가 달려왔다.

바닥에 쓰러진 후 몇 초 후에 알았다. 장수풍뎅이가 밖으로 나왔구나...

정신을 차리고 가까이 가서 봤는데 너무 징그러웠다... 남편은 늦게 온다고 하고 우리끼리 이걸 처리해야 하는데 막막하고 무서웠다. ㅠㅠ 아..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그나마 못 움직이게 뒤집어져 있는게 천만다행이랄까.


애들은 가까이 와서 후후 불고, 수빈이는 박수치고 난 '하지마! 하지마!' 소리치고 난리.. 

급한대로 상자에 흙을 넣어 집을 만든 후, 수민이가 큰 용기 내서 장수풍뎅이를 옮김 

근데 장수풍뎅이를 뒤집어 놨더니 상자 옆 벽을 잡고 빙빙돌더니 갑자기 날기 시작함... 붕~붕~붕~


갑자기 장수풍뎅이가 나는 바람에 삼형제와 나는 그대로 얼었다... 그러다 장수풍뎅이가 냉장고에 붙었다. 수민이더러 이 때 상자에 담으라고 소리쳤는데 수민이는 더이상 용기를 못 내겠다고 울먹인다. 다시 날기 전에 처리해야되니 급한 마음에 내가 상자를 갖다대고 뚜껑으로 살살 밀어서 겨우 뚜껑 닫아 넣는데 성공했다. 이녀석 안 들어가겠다고 미는데 힘이 보통이 아니다. 괜히 장수풍뎅이가 아니구나. 

먹이를 뭘 줘야 하는지 몰라서 일단 양배추 를 조금 뜯어넣고 크렌베리랑 사람이 먹는 젤리도 넣어 뚜껑을 닫았다. 또 열고 나올지 모르니 위에 무거운 걸 올려놓고는 상자는 베란다로 보냈다.. 휴


다음날, 애들이 눈 뜨자마자 장수풍뎅이를 보겠다고 난리다. 토요일이라 아빠도 있겠다 신이 나서 장수풍뎅이 뚜껑을 열어봤더니 다행히(??) 살아있었다. 애벌레 허물을 보여주려고 애벌레가 있던 통도 엎어 봤는데, 이상하게 흔적이 하나도 없었다. 배고파서 다 먹어버린걸까.. 이 변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핵심이었는데.. 우리집에서는 갑자기 변신한 게 되어버렸다.


수빈이도 뭘 아는지 저렇게 쳐다본다. ㅋㅋ


이 날 바로 장수풍뎅이 집이 생겼다. 수민이는 공원에서 나뭇가지를 주워왔고, 아빠는 장수풍뎅이가 먹는 젤리를 사왔다. 다음 날에는 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홈플러스 가서 장수풍뎅이 수컷도 사왔다. 짝짓기하면 알을 낳을 나무토막까지.. 남편은 알 낳으면 분양하겠다는 야심찬 계획까지 세웠다. 


그런데 집에서 장수풍뎅이 키우는 집들을 검색해보니 알을 50마리 낳았다는 블로그 발견... 그 집도 어느새 엄마가 애벌레를 보살피게 되었다는... 나의 미래를 미리 봐 버렸다... 알을 50마리 낳으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되는거냐... 몇 마리 분양해주고 결국엔 참나무 숲에가서 풀어주도록 유도하는 수밖에..     


보금자리가 생긴 장수풍뎅이 암컷(좌)과 수컷(우)


그래도 좋은 점은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한다는 거... 아침 저녁으로 장수풍뎅이를 관찰하고, 장수풍뎅이 책을 벌써 몇 번을 정독하는지 모르겠다. 책에서 글로만 읽는 거랑 실제로 보는 거랑 느끼는게 차원이 다르다. 나도 신기한데 애들은 얼마나 신기할까... 수빈이도 뭘 아는듯 관찰한다. 

수현이는 장수풍뎅이가 날았던게 인상적이었는지, "장수풍뎅이는 날 수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러고 있고, 수민이는 우리가족이 7명이 되었다며 좋아한다. 그럼 나는 얘네들은 우리 가족이 아니라며 강조하고... "그럼 애벌레 50마리 태어나면 우리 가족이 57명이냐?" 6살짜리랑 이러고 있다.. ㅋ


장수풍뎅이 젤리까서 넣어주는 건 내 몫이 되었는데 어느새 나는 장수풍뎅이가 밖에 나와있어도 밥을 주게 되었다. 흙이 촉촉하게 유지되도록 분무기로 물도 뿌려주고... 잘 살아있는지 확인한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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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5. 4. 28. 23:41

우리집은 아빠 빼고 4월에 생일이 몰려있다. 그래서 이사람 저사람 생일 챙기다보니 한 달이 금방 지나간다.

세 아이들 모두 계획하지 않았는데도 수민, 수현 생일이 하루 차이인 게 신기한 일이다. 작정하고 태어나는 날을 맞출 수도 있었겠지만.. 뭘 위해서? 하지만 가끔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한다.^^;


세 아들의 축하를 받던 엄마 생일날~

형들은 케이크 위에 있는 초콜렛에만 집중ㅋ

전 날 외할머니네서 혼자 자고 온 수현이가 할머니랑 할아버지 분재 꽃을 꺽어 꽃다발을 만들어다 줬다.

꽃에 별로 감흥이 없던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을 주라며 수현이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나의 실수..ㅋ


수민, 수현 생일은 수민이 생일 저녁에 몰아서~ 계속 그렇게 하자~

초코 아이스크림 좋아하는 수민이와 딸기 아이스크림 좋아하는 수현이의 취향을 완벽하게 반영한

나뚜르 도라에몽 케이크!

수민, 수현 어린이집 생일잔치 답례품.. 조촐하게 군것질거리


언제 아이들이 이렇게 컸는지! 수현이도 이제 말을 조리있게 잘하고, 수민이는 말할 것도 없고... 수빈이는 돌이 가까워지면서 혼자 걷더니 이제 몇 발자국씩 걷기 시작했다. 세번째 보는데도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장난꾸러기 아이들         힘들다고 서로 유모차 타겠다고 할 때 결국 이런 방법을... ↑    

귀여운 수현이.. 혼자 우산 쓰고 가는 모습 보면 다 큰 것 같다.

수민이 형이랑 곤지곤지~하는 수빈

                               바람 흡입..                                      노래만 나오면 일어나서 흔들흔들~

보라매 공원에서 연날리기~ 아빠를 따르라~                     유심히 보고 있는 수빈이

"으하! 차! 차!" 수현이 기합소리.. 미니특공대처럼 뛰어내리기ㅋㅋㅋ


사람들은 아들 셋을 키운다고 대단하다며 한마디씩 한다. 확실히 하루하루 정신없고 쉴틈은 없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대단하다고 할 만한 건 없다. 오히려 아이 둘만 있을 때보다 뭔가 수월한 느낌이다. 

예를 들면 길에서 애들이 목마르다고 찡찡대기 시작하면 예전에는 물 파는 곳을 찾을 때까지 애들 달래느라 힘들었던 반면, 지금은 옆에 있는 가게들 아무데나 들어가서 물 얻어마시는 넉살이 생겼달까.. 매 순간 대처하는 요령이 생겼고, 포용력도 커졌다. 수민이가 떼를 쓰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안절부절 공황상태이던 초보엄마는 이제 애들 때문에 휘청거리는 일은 거의 없다. 

렇다고 해도 삼형제랑 부대끼며 매일같이 소리지르고 혼내는 건 일상 다반사지만.. ㅋㅋ 


그래도 지나고 난 날을 돌아보면 힘들었던 건 별로 생각이 안나고 좋은 것만 생각이 나니 이건 남는 장사인 듯.. ^^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5. 3. 13. 14:04

수빈이 돌이 한달 반 정도 남은 이 시기.. 육아의 고비가 찾아왔다.

이유식은 잘 안먹으려고 하고, 밤새 젖을 물고 자려고 하고, 낮잠은 푹 못 자고 30분을 겨우 잔다. 

잘 먹고 푹 자면 잘 놀텐데 그러질 않으니 하루종일 찡찡대며 엄마한테 매달려있는 막내아들.

아기랑 집에서 노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밖으로 뛰쳐나오는데, 12키로를 아기띠에 매달고 다니니 어깨와 허리가 어떻게 될 것 같다. 


돌이 지나 젖을 떼면 좀 나아지겠지... 따뜻한 봄이 되서 유모차 타고 돌아다니면 좀 나아지겠지...만, 그때까지 하루하루 버티기 힘들다. 예전처럼 애들 재우고 밤에 혼자 일어나 자유시간 즐기지도 못하고 요즘은 밤마다 아이들과 같이 기절하듯 잠이 든다.


아기와 하루 보내기

교회 모임가면 집사님이 잠깐 봐주시기도 하고,         어쩌다 한 번 친구집에 가서 놀기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친정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오기도 하지만, 

잠깐씩이라 남은 시간은 내가 오롯이 혼자 아이들을 봐야한다. (도움 없이 혼자 아이들을 보는 엄마들은 얼마나 힘들까)


가장 빡센 저녁시간- 수민이가 찍은 사진 두 장

         아기안고 형들 밥 먹이기                                    아기안고 형들 양치시키기...

(이 와중에 수현이가 호랑이 흉내내며 수빈이 웃겨주고 있음)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방해받지 않는 딱 두 시간의 자유시간..  

어쨌든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기로 했고, 맡길 사람도 없으니 스스로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두 시간을 벌려면 형들 어린이집에 간 시간에 아기를 푹~ 재우는 방법밖에 없는데, 사실 생각해 보면 해결방법은 이미 나와 있었다. 낮잠자기 전에 배부르게 먹이고 피곤하게 만들기..

선택과 집중.. 이 방법이 통할까?


오늘 오전에는 두 형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바로 버스를 타고 도서관과 장난감대여해주는 곳으로 갔다. 오전에 갔더니 좋은 점은 두 곳 모두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거... 커피도 마시고, 형들 책도 빌리고, 수빈이 장난감도 빌리고, 이유식도 먹이면서 한 시간 반 정도 놀다가 집에 왔다. 수유하고 재웠더니 성공적이다.

중간에 깨서 다시 안아 재웠더니 한 시간정도 푹 자고는 일어나서도 혼자 이렇게 잘 놀 수가.. 매일이 오늘만 같았으면...


그러고 보면 우리동네는 아기키우기 참 좋은 곳이다.. 여기저기 곳곳마다 유아도서관이 있고, 어디서 책을 빌리던지 상호대차가 되서 반납도 간편하다. 


너무 좋아하던 수빈이.. 놀아주지 않고 풀어만 놓아도 혼자 잘 놀았다.


주말에 갔던 관악산 옆 유아도서관


수민이 하나 있을 때만해도 매일 이렇게 잘 돌아다녔었는데, 수현이 낳고 귀찮고 힘들다는 핑계로 집에서 쉬려고만 한게 더 나를 힘들게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왕 아이들 키우리고 결심한 거 제대로 하자.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5. 2. 23. 13:24

1월 초, 형들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수빈이 보낼꺼냐고...

대기가 수백명인 구립어린이집에서 6명 안에 들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맞벌이에 형제가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고, 임신 때부터 신청해 놓은 거라 간신히 순위 안에 들은 듯... 어쨌든 되기만 하면 꼭 보내고 싶었다.

일단 당연히 보낸다고 기뻐서 전화를 끊었는데, 막상 어린이집에 보낼 시간이 다가오니 고민이 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미친듯이 갈등했다. 보내야하나 말아야하나...


첫째 수민이는 23개월, 둘째 수현이는 16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보냈다. 셋 다 다 같은 4월생이라 이럴 때 계산이 편하다. 수민이는 수현이가 태어나기 바로 전 달부터 어린이집에 갔고, 수현이는 형처럼 23개월에 보내려다가 여름에 어린이집에서 자리가 생겨서 조금 일찍 보냈다. 당시 수현이도 너무 일찍 보내는 것 같아서 수현이한테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수빈이를 그보다 5개월이나 더 빨리 보낸다고 생각하니 고민이 안 될 수가 없다. 

물론 풀타임으로 보내진 않고 딱 형들 가는 10시반에 갔다가 1시 전에 데리러 갈 생각이지만... 그래도 아기한테는 엄마랑 떨어져 있는게 너무 힘들겠지...


사실 둘째가 첫째보다 7개월이나 일찍 어린이집에 갔어도 둘 다 별 문제 없이 잘 자라고 있고, 주위에 훨씬 일찍 어린이집에 보낸 집들을 봐도 애착관계에 있어서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최근에 있었던 어린이집 폭행사건 후에 어린이집에 당연히 보내는 걸로 생각했던 나는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할 기회가 됐다. 물론 우리 형들이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신뢰가 생겨서 그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 고민을 증폭시킨 건 전업맘과 워킹맘의 경계였다.

나는 그 전업맘과 워킹맘의 사이에 있다. 사업자등록증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일도 하고 있고, 건강보험도 따로 내고 있고, 세금도 내고 있어서 서류상으로 완벽한 워킹맘이지만 실제로는 자영업이고, 일이 항상 있는 게 아니고, 집에서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동안 아이를 보면서도 일 할 수 있었다. 단지 내가 힘들었을 뿐... 


딱 두 시간씩만 이용해서 집중해서 일하고, 일이 없을 때는 잠시 육아에서 벗어나 한 숨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과연 그 시간이 얼마나 절실할까?

혹시 꼭 구립어린이집에 보내야하는 상황에 있는 절실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구립은 추가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방학이 없으며, 오전 7시반부터 오후 7시까지 가능하다) 혹시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한 건 아닐까? 
만약 정부 지원이 안되서 40만원이 넘는 돈을 내가 낸다고 하면 아이를 맡길 것인가... 


최근 나는 너무 바빴다.

아버님 회사에 제대로 된 인력이 없어 상품기술서와 상품설명서 등 내가 다 만들어야 했고, 이미지를 만들어 영어번역도 했고, 회사 홈페이지 만들기 위한 자료를 정리하고 디자인을 기획해서 홈페이지 제작 회사에 ppt로 전달했다.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 그리고 아주버님은 회사에서 발표할 영상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셨고, 최근에 영상 편집일이 두개가 들어왔고, 게다가 우리집 건물 관리는 집마다 1년씩 총무를 돌아가면서 맡는데 올해가 바로 우리집 차례... 1년 간 자료를 넘겨받아 정리하고 반상회까지 주최했다.   

거기에 집안일과 아이들 셋은 보너스...


형들이 어린이집에 간 시간이면 막내 먹이고 재우는 게 일이고,

엄마 껌딱지라 화장실도 내 마음대로 못 가고 참아야 하는 이 상황...

설거지를 하면 아기가 옆에 와서 부엌 서랍을 뒤지는데, 잘못 닫아서 아기손가락이 낄까봐 한쪽 다리로 선 채로 한쪽 발가락으로 서랍을 잡고 설거지를 하는 나의 모습...

항상 잠은 부족하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 내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위에서는 자꾸 부탁이 들어온다. 전화는 커녕 문자 답 할 여유도 없다. 

자유롭고 싶다... 해방되고 싶다....

뭘 하든 딱 두시간만 방해받지 않고 싶다....


얼마나 고민이 많이 됐는지... 비슷한 상황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나 인터넷으로 찾아보다가,

"돌된 아기 두시간씩 어린이집 보내는 게 그렇게 욕먹을 짓인가요?ㅠㅠ" 라는 제목의 글을 발견했다... 천천히 댓글을 살펴 보는데, 삼년 전에 쓴 글인데도 최근 화두도 등장한다. 아까운 세금이 왜 전업주부한테 나가야 하느냐고 따지는 글부터 아기 정서와 면역력 문제 거론하며 비난하는 글, 하루 두 시간인데 어떻냐며 괜찮다며 동의하거나 엄마 우울증 걱정하는 글까지... 갑론을박이 끝이 없다.  

나는 글쓴 엄마의 입장이니 뭐라고 하는 사람들한테 화가 나기도 했다. 모든 입장은 상대적인 건데, 아이 한 명을 키우더라도 아이 기질과 엄마 성격, 그리고 남편이 얼마나 도와주는지에 따라서 상황은 천차만별로 변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남을 판단하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한편으로는 나도 얼마나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 깨달았다. 내가 세 아이들 어린이집 가방을 들고다니면 분명 수빈이를 가리키며 얘도 다니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 거고, 난 괜히 찔려서 그 말 한 마디에 엄첨 스트레스 받겠지.. 

한 밤중에 글을 읽다가 마음이 복잡해져서 일단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이 됐더니 마음이 정리가 되었다.

일 년만 더 끼고 있기로...


너무 바쁜 요즘같은 날은 365 어린이집을 이용하기로 했다. 

365어린이집은 서울시에서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어린이집인데, 서울에서 다섯 곳뿐인 그 어린이집에 운 좋게도 우리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그래서 거부감이 없고, 기본이 세 시간인데 시간 당 3천원.. 금액도 부담이 없다. 아무래도 낯선 곳에 아이를 맡기는 게 어려워서인지 이용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그래서 선생님이 1:1로 봐주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일단 설 연휴 전, 월요일 화요일 세 시간씩... 이틀동안 맡겨봤는데, 

셋째를 낳고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아기와 떨어져 있었던 기분은... 어색하기보다는 너무나 자유롭고 홀가분했다. 

이틀 모두 형들이 늦장부리느라 이용한 시간은 사실 약 두 시간 반 정도였는데 그 시간 동안 일도 집중해 할 수 있있었고, 아기 눈치안보고 화장실에도 갈 수 있었다.. 물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기쁨..!!!

두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던지... 부랴부랴 수빈이를 데리러 가서 물어보니, 한참 탐색하며 놀다가 졸려서 엄마젖을 찾으면서 좀 운 것 같다. 그래도 선생님들이 수민이 수현이 동생이라고 관심가져 주시고, 익숙한 형들이 보여서 그래도 괜찮았을 것 같다.

 

앞으로의 일 년이 너무 길어보이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하다.

버텨보자.. 도망가지 말자... 나중엔 돌이키고 싶어도 붙잡지 못할 귀한 시간 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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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5. 2. 13. 11:26

수민이는 포켓몬스터 팬이다. 

매일 한 시간 텔레비전 틀어주는 시간에 포켓몬스터를 주로 보는데, 새로운 포켓몬을 보면 TV를 멈추고 이름을 적어달라고 달려온다. 내가 요리를 하고 있거나 바빠서 바로 못 적어주면 포켓몬스터가 끝날 때까지 중얼중얼거리면서 외운다. 결국 포켓몬 이름을 적어주면 가위로 잘라서 서랍에 소중하게 보관한다.


수민이의 포켓몬 명부.. 

덕분에 나도 이제 왠만한 포켓몬이름은 안다.ㅋㅋ


수민이가 포켓몬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포켓몬 관련된 걸 사주면 절대로 실패하는 경우가 없다. 서점에서 포켓몬 관련 책을 발견하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결국 사는데, '짜잔~' 하고 보여줬을 떄 수민이의 놀라면서 환희에 찬 표정이 너무 귀엽다. 


벽에 붙여놓고 공부하는 포켓몬스터들..

포켓몬 특징과 진화과정을 설명해 놓은 포켓몬 도감... 전국도감(왼쪽)을 알라딘에서 발견!

포켓몬이 물 타입인지 불타입인지 까지 연구하는 수민이... 포켓몬 박사되겠다...ㅋ


포켓몬 뽑기하러 가는 것도 너무 행복해해서 수민이랑 둘이서, 혹은 전부 다 같이 포켓몬스터 뽑기를 하러 문방구를 찾아가기도 한다. 형이라고 양보를 강요당하는 수민이의 마음을 달래러... 그러면 오백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번씩 재미로 시작한 뽑기ㅋ

긴장되는 순간... 

"이럴수가! 없는거잖아?!!" 

포켓몬스터가 들어있는 뽀로로가방은 어디든 수민이와 함께 간다.


이걸 위해서 수민이는 동전을 모은다. 차에만 타면 운전석 옆 동전이 있는 곳을 뒤져서 가지려고 하고, 동전만 보면 다 자기가 가지려고 난리다. 허락을 안 받고 가져가는 건 도둑이라고 몇 번이나 타일러서 이제는 예전처럼 무조건 가져가려고 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오백원을 동전지갑에 소중하게 모은다. 포켓몬 뽑기를 위해서...


한때는 수민이가 너무 포켓몬에 빠져든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다.

수현이랑 싸울 때, "절대로 용서 못해!!" 하면서 방으로 들어갈 때... 포켓몬의 대사를 자꾸 사용하거나, 두 형제가 너무 대결에 심취해 싸움놀이를 즐겨할 때... 또 너무 경쟁하고, 싸우고, 이기는 만화를 보다보니 정서적으로 좋지 않을까?


그런데 조금 걱정이 되려고 할 때 장점도 보이기 시작했다. 

뽑기하려고 오백원을 모으다보니 자연스럽게 오백원, 백원 개념도 생겼다. 만원은 오백원 20개... 뽑기를 20번 할 수 있다며 자기 필요에 의해 돈을 환산하기 시작했다. 

또 포켓몬스터 이름을 외우면서 나름 암기력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고, 포켓몬 이름을 적어달라고 하면서 글씨를 쓰는 것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글자 조합을 알게됐다.



그래도 한참 빠져있더니 요즘은 조금 질렸는지 수현이가 다른 걸 보고 싶어하는데도 무조건 포켓몬스터만 보려고 하던 것도 사라지고, 이제 조금 적당한 수준이 된 것 같다. 조금 기다렸더니 아이 알아서 조절을 하는구나.


모든 게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수민이가 수현이랑 팽이시합에서 무조건 이기려고만 하거나 질 것 같으면 자기 팽이를 가져가 버리는 얌체짓을 할 때, 지면 안 괜찮은 애한테 내가 아무리 져도 괜찮다고 해도 듣지 않더니... 포켓몬스터 시합에서 진 지우가 "좋은 시합이었어!" 라고 했던 이야기를 했더니 통한다!

이 대사를 하기 위해 일부러 지고 싶어 하기도... ㅋㅋㅋ

 

그러고 보면 엄마 생각에 교육적으로 보이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아이를 못하게 막는다면 얼마나 스트레스 받을까. 

결론은 아이의 취미를 존중하자는 것.. 

그리고 오히려 관심을 가져주면 공통관심사가 생겨서 더 친해질 수 있다는 당연하고도 놀라온 법칙을 깨달음..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