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침, 오랜만에 다들 기분좋게 일찍 일어나 밥을 잘 먹고, 순조롭게 양치하고 씻고, 옷도 잘 입고 어린이집에 보냈더니 9시 반... 수빈이랑 도서관에 놀러가서는 수빈이가 잘 노는 사진을 찍어서 남편한테 보냈다.
그랬더니 "넌 진짜 좋은 엄마야" 라고 문자가 왔다. 그런데 문자를 보면서 뭔가 찝찝했다. 나는 과연 좋은 엄마 인가...
오늘 지금까지는 좋은 엄마지만...
아이들 하원 후,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어떤 엄마가 나에게 묻는다. 애들한테 소리지른 적 있냐고... 아들 셋 엄마같지 않다며...
나는 말을 천천히 하는 편이고, 목소리가 크지 않고 순해보여서 그런지 가끔 그런말을 듣는다.
하지만 내 속사정은 조금 다르다.
친정엄마는 가끔 나더러 애들에게 너무 사납게 말하는 것 같다고 하기도 하고, 남편은 애들을 너무 잡지 말라고 한다.
나 스스로도 집에서 아이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나면 가끔 걱정이 된다.
누가 내 목소리를 듣고는 (의도치 않았으나) 이중적이라고 할까봐.. 특히 우리건물에 사는 분들...ㅋ
이건 내가 내 본성을 숨기는 거라기 보다는 아이들이 끊임없이 내 인내심을 시험하기 때문이다.
애들이 내 성격을 버려놓았다. 평상심이 유지가 안된다.
내가 소리지르는 상황 네 가지.
1. 한 번에 말을 듣지 않는다. 특히 우리 애들은 남자 아이들이라 그런지 좋게 말을 하면 한 번에 듣는 적이 없다.
밤에 막내가 겨우 잠들려고 하면 옆에서 형 둘이 잡아당기고 밀고 누르고 몸싸움하느라 난리다.
하지마라...그만해라... 안 잘꺼면 밖에 나가서 놀아라... 내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귓등으로 듣다가 결국 누구 한명이 울고 수빈이까지 깨우고, 내가 성질이 나서 소리를 한 번 지르고 울음바다가 되어야 끝이 난다.
2. 세 명이 번갈아 가며 (혹은 동시에) 운다.
며칠 전에는 수민이가 어린이집에서 하는 과학학습지를 가지고 왔다. 집에 오자마자 뭘 실험해야한다며 종이에 양초를 칠하고 그 위에 물방을을 떨어뜨려 빨대로 후후 부는데, 수현이는 형이 뭔가 열심히 재밌게 하니까 형이 갖고 있던 물이 들어있는 종이컵과 빨대를 뻇는다. 한번 보기만 한다더니 절대 돌려 주지 않는다.
수민이는 엄마한테 말해서 새로 달라면 될 것을 방에 가서 악을 쓰고 발버둥을 치며 슬프게 운다. 무슨 살인 누명이라도 쓴 것 처럼 억울하게 운다. 그깟 종이컵이랑 빨대가 뭐라고...
정신없이 집을 정리하던 중에 나는 무슨 사정인지도 모르고 이 난리가 났다. 수민이를 달래며 새로 종이컵과 빨대를 줬더니 수현이는 그 전에 갖고 있던 걸 갑자기 인심을 쓰면서 돌려주고는 새것을 또 뺏으려고 한다. 내가 안된다고 했더니 이번에는 수현이가 소리를 지르며 운다.
수현이한테 잘못한 걸 알려주려고 나는 일부러 바로 안 달래주고, 수민이 물이 기름 위에 뜨는 원리를 설명해 주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수빈이가 식탁에 올라와 형을 방해 한다. 형 방해하지 말라고 식탁에서 내릴겸 기저귀도 갈겸 식탁에서 내렸는데, 식탁에서 내렸다고 울고, 또 새 기저귀를 안 차겠다고 운다. 수현이랑 수빈이가 동시에 우는 상황...
성질이 나서 방에 들어가서 심호흡을 하고 있는데, 수빈이가 울면서 방으로 따라 들어온다. 이미 바닥에는 오줌을 싸놓고 그걸 손으로 바닥에 다 문지르고 발바닥에 묻히고 온 집안에 다 묻히면서... 이럴 때 나는 폭발한다.
왜 너네 마음대로만 해!!! 하면서...ㅋ
3. 하나 수습이 끝나기 전에 끊임없이 새로 일을 벌인다.
수빈이 젖 떼느라 하루종일 수빈이 뭘 먹이려고 애를 쓰는데 수빈이는 손으로 끄집어내서 던지고 뱉는다. 나는 하루종일 수빈이 쫒아다니면서 방바닥과 식탁과 의자를 몇 번씩 훔치는지...
어떤 날은 수빈이가 귀이개 상자 뚜껑을 열어 온 방에 다 쏟아놨길래 주워 담고 있었는데, 화장품 뚜껑을 열라고 소리를 지른다. 안된다고 화장품을 저쪽으로 밀어버렸더니 이번에는 무슨 가루가 담긴 통을 엎어서 자기 몸에 방에 문지르고 난리를 부린다. 특히 요즘 호기심이 폭발하는 15개월 수빈이 때문에 정말 쉴틈이 없다.
4. 싸운다.
한 명이 양보하면 쉽게 끝날 일인데, 요즘 자기 주장이 나타나기 시작한 수빈이는 무대뽀로 형이 가지고 있는 걸 빼앗고, 안되면 소리 지르며 울고 물어버린다. 수현이는 절대 뺏기지 않고 물리면 울거나, 동생을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수민이는 그나마 양보스티커를 빌미로 설득이 가능하지만 수현이는 아직 그게 어렵다. 특히 둘째 수현이는 위로는 형과, 아래로는 동생과 싸우느라 바쁘다. 그래서 둘째들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고 하나보다. 그래서 외갓집에만 가면 수현이가 집에 안 오고 거기서 자겠다고 하나보다.
이렇게 싸우면 애들도 나도 힘들다.. ㅠ
"내가 먼저 타고 있었어!" 하면서 우는 형과 무조건 들어가서 형 나오라고 우는 동생
가끔 생각한다.
고상하게 육아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루종일 좋은 엄마일 수는 없을까...
불교에서 평상심을 훈련해야 한다면 육아처럼 도전이 되는 수행방법도 없을 것 같다.
해결 방법은 시간 뿐인가.
하루하루가 전투다. 그래도 육아의 가뭄 속에서도 아이들이 나에게 단물을 마구 뿌려주니... 휴.... 결국 결론은 다시 힘을 낼 수밖에 없다는 거...
가끔 사이좋은 형제들
길가다가 기둥만 만나면 부딪히는 시늉을 하고 지나가야 직성이 풀리는 장난꾸러기들ㅋ
형들 어린이집 가는길... 이젠 유모차도 안탄다고 하고, 엄마 손 뿌리치고 형들 손 잡고 끝까지 갔다.
다 키웠네 다키웠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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