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우리는 어린이집에 지각을 한다.
9시 반까지 등원을 해야 간식을 먹고, 오전 활동을 하는데, 우리는 10시 반 등원이 보통이고 소아과라도 들리는 날에는 11시 반에야 도착한다. 그래서 어린이집 수첩에도 선생님은 일찍 등원하도록 부탁하는 당부의 말이 수시로 등장하고, 나는 일찍 등원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말을 너무 많이 써서 또 쓰기가 민망할 정도.
우리 아이들은 보통 10시 반~11시에 잠이 들고, 오전 9시~9시 30분쯤 일어난다. 이 생활패턴은 전적으로 부모의 영향이크다. 새벽에 일어나는 아이들의 엄마는 보통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인 경우가 많고, 나는 아주 전형적인 올빼미형이니까...
일이 있는 날은 새벽 2~3시까지 일을 해서 그렇다고 해도, 일이 없는 날에도 잠이 안와서 뜬 눈으로 새벽 2시까지 버티다 억지로 잠을 청하는 날이 많다. 일종의 수면 장애인데, 원래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게 편한 체질에 아이 셋을 밤중수유를 1년씩 했더니 깊이 푹 자지 못하는 게 습관처럼 되었다. 잘 못자더라도 어쨌든 아이들 챙겨야하니 8~9시에 일어나긴 하는데, 이상적인 엄마들의 생활계획표보다는 늦은 시간이다. (그래서 한편으론 죄책감도 든다)
하지만 엄마의 기상시간과 상관없이 아이들은 자기 시간에 맞게 충분히 자고 일어난다. 9시가 넘어서도 일어날 생각을 안하면 옆에서 간지럽히고 노래를 부르고, 일찍 일어난 형제들이 뛰어 놀아도 아랑곳하지 않고 잔다. 이렇게 꼭 늦게 일어나는 아이가 매일 한 명씩 있다. 얼마나 졸리면 저럴까 싶어서 처음에는 깨우다가 그냥 자게 놔둔다. 이게 지각의 첫번째 요인이다.
두번째 요인은 준비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거다.
어쨌든 셋 다 일어나면 씻고, 먹고, 입고, 약 먹이고 할 일은 많은데 일사천리로 한 번에 되는 법이 없다.
세수하자! 하면 셋이 쪼르르 달려와서 순서대로 세수했으면 좋겠지만.... 좋은 말로 몇 번을 하다가 꼭 소리를 질러야 한 명이 겨우 온다. 양말 신으라고 10번은 말하다가 결국 "양말 좀 신어!!!" 소리를 질러야 깜짝 놀라 양말을 신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남자 아이들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뭔가에 집중하고 있으면 내 말이 안들리는 것 같다. 항상 뭔가에 집중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내가 아이들에게 하는 말의 80%는 허공으로 사라진다. 매사에 이러니 기운이 빠진다. 내가 소리지르는 성격이 아니라 자꾸 소리를 지르다보면 내 기분도 다운된다.
내가 소리를 지르면 수현이는 엄마의 화난 표정에 기분이 안 좋아져서 모든 동작을 그대로 멈추거나, 아니면 "엄마! 하트 뿅! 하트 뿅!" 하면서 나에게 하트를 날린다. 울상이 되거나 하트를 날릴 때나 나는 그 즉시 화 안났다며 웃는 표정으로 바꿔주어야 한다. 계속 화난 표정으로 있으면 울어버리니 달래주려면 또 한참이 걸린다. 나는 표정도 내 마음대로 못하는 감정 노동자...ㅋ
특히 요즘 막내는 모든 걸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데, 옷 벗는 것도, 입는 것도, 똥 기저귀 바꾸는 것도 싫댄다. 겨우 다 준비시켜서 나갈라치면 나가기 싫다고 완강하게 거부해서 집에 혼자 놓고 갔다가 부랴부랴 뛰어온 적도 두 번이나 있다... (이러면 안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또 나갔다가 바로 집에 들어오려고 하면 안 들어오겠다고 소리를 지르며 완강하게 거부한다.
누군가가 우유를 엎거나 과일 그릇을 엎거나 하는 일은 다반사다. (오늘은 심지어 스노우볼을 깨뜨림...ㅠㅠ) 저지른 일을 수습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셋이 아침마다 똥을 누는데 다 시간차가 있어서 기다렸다가 닦고 가려면 또 시간이 걸린다. 꼭 다 준비하고 나갈려고 하면 똥이 마려운 이상한 현상... (어린이집 가서 누라고 했더니, 어린이집 화장실을 가면 친구들이 "누가 화장실 갔어? 누구야?" 해서 부끄럽다나)
아이들 키우는게 몸이 힘든 건 둘째치고, 뭐 하나 내 마음대로 쉽게 되질 않으니 스트레스가 점점 쌓인다.
한동안 신기할 정도로 평화로웠는데, 요즘 나의 감정이 다운되는게 또 힘든 시기가 찾아왔나보다. 돌아보면 이 한계치에 다다르는 요 시기가 꼭 막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직전이었던 것 같다.
아무리 핑계를 댄다고 해도 노력하면 지각생 딱지를 뗄 수는 있다. 하지만 일단 나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게 세번째 지각의 요인. 어쨌거나 내년에 수민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일찍 등원하게 될텐데 이렇게 엄마품에서 여유롭게 등원하는 나쁘지만은 않은것 같다. ㅋ
일찍 등원해야할 생각에 갑자기 걱정이 된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이 다 일찍 가버리면 뭔가 허전할 것 같기도 하고...
이 생각에 이르니 나중에 지금 이 시간을 엄청 그리워 할 것 같다.
화내지 말아야지...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준비하자...
여유롭게 준비하는 아침 시간을 만드는 건 전적으로 나에게 달렸다.
이 글을 쓰고 다음 날, 실천에 옮겼다.
평소였으면 빨리가자 재촉했겠지만... 오늘은 지나가다가 눈 밟고 오라고 허락해 줌.. ㅋㅋ
수현이가 지나가다가 눈 모양을 보고 "야~~~!!" 할 때 모양 같다며... (확성기 모양을 말하는 듯)
저쪽에다 입을 대고 하는거라고 시범 중임... 귀엽다.^^
그런데 내가 그냥 여유롭게 가자고 마음먹은 뒤에 수민이 담임선생님이 어린이집 수첩에 지각에 대한 걱정이 담긴 장문의 글이 적어주셨다. 휴... 중도를 지키기가 어렵다.
그래도 3월부터는 수빈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내가 일을 낮에 집중해서 할 수 있게 되면 새벽에 일 할 필요도 없어지고, 다같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선 순환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새 학기에는 지각딱찌를 떼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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