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4. 7. 17. 22:21

교회에 가면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힘들죠?" 한다. 

'네~' 하기도 그렇고 '아니요~' 하기도 그렇고.. 애기하자면 말이 길어지고.. 뭐라고 해야하나? 

그러다 찾은 적당한 말... '정신없어요~'ㅋ


형이 들고 있는 거라면 쓰레기라도 좋아보이는 수현이 때문에 시도때도 없이 싸우는 두 형들과 하루종일 품에 안겨있는 젖먹이 애기... 그런데 이 와중에도 나름 재미가 있다. ^^


귀여운 아이들 때문에 바쁜 내 폰 카메라.. ㅋㅋ

세 아이들과 외출- 두 형들은 걷거나, 2인용 유모차에 수현이도 같이 타거나.. 

수민이도 타고 싶지만 큰 형은 어쩔 수 없이 걸어야한다. 여러가지로 구슬려야함..

이제 밥 먹는 시간도 어느정도 안정이 됐다. 

형들도 제자리에 앉아 한 번에 먹고, 먹는 동안 수빈이가 울면 잠시 울게 놔둔다.. ㅋ

이제 두 손가락으로 브이를 하는 수현이, 

예전에 네 손가락으로 브이하던 동생 흉내내며 깔깔대는 수민이

외할아버지댁 옥상에서.. 가던 길에 득템한 물총과 비누방울총으로 처음엔 잘 놀다가

결국 비누방울총 서로 갖겠다고 싸움.. 역시 똑같은 걸 사줘야 된다. 항상 사주고 나서 느끼는 교훈..ㅋ

문방구에서 산 레고가 들어있는 비닐봉지.. 

수민: "형 한번만 들어볼께" / 수현: "안돼!!"

아빠 티비 보면서 모빌 흔들어주기 

(천장에 못박기 싫어서 커튼봉에 모빌 달아놨음)

형들의 경쟁적 막내사랑

결혼식 참석 - 아빠랑 같이 외출하면 편하다...

          (애기랑 같은 이불 덮고싶어요)                                                 아빠 안마해주기                  

자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 수현이 엉덩이...  지못미... ㅋㅋ (옷 안입겠다고 하더니 저러고 잔다)

커피 좋아하는 엄마 따라 단골 커피숍에 있는 도장찍기 놀이


수민이와 수현이는 애증의 관계다.

둘이 사이 좋을 때는 수현이가 혼이 날 때면 형이 수현이 편을 들며 도와주기도 하고, 

잘려고 누우면 물 달라고 하는 아이들 때문에 미리 컵 두 개에 물을 따라놓고 오는데, 깜깜해서 무섭다고 "엄마 같이. 엄마 같이" 이러면서 우는 수현이한테 수민이가 "형이 같이 가줄까? 하면서 둘이 손잡고 물을 먹고 온다. 


그런데 수현이가 수민이가 가지고 있는 것마다 달라고 울고 뺏을 때마다 형은 화가 나서 소리지른다.

"이제 엄마가 화낼 때도 안도와줄꺼야!" "이제 밤에 물도 혼자 먹으러 가!"


왜 이렇게 싸우는 것도 귀여운지... 

하나 키울 때는 상상 못하던 소란스럽고 정신없는 하루하루.. 이제 초월했나보다. 

감당할 수 있도록 그릇이 점점 단단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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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4. 7. 10. 14:09

2주 전 수현, 수민이가 차례로 수족구에 걸렸다. 

이제 2개월된 수빈이한테 옮을까봐 친정과 시댁에 바로 SOS를 쳐서 격리시켰는데, 덕분에 나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휴가(?)가 생겼다. 첫째 때는 100일까지 울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었던 것 같는데, 지금은 순한 아기랑 둘이 있으니 너무 허전했다. 평소 시끌벅적하다가 애들도 없으니 사람사는 집 같지 않더라..


5일간 충분히 쉬다 못해 너무 심심해서 애들이 돌아오기만 기다렸는데...

나에게는 4박 5일로 간다던 남편이 중국출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월요일에는 수현이 눈 옆이 찢어지고, 친정부모님이 시골에 가시는 큰 변수와 함께.. ㅠ 


그래도 수목금 3일간은 혼자서도 아이들이랑 잘 지냈다. 

금요일에는 어린이집 끝나고 아이들과 도서관에 가서 수민이가 고른 책을 읽고 오는 여유까지 부렸다.. ㅋㅋ 



그런데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때쯤 위기가 찾아왔다.


토요일 오전 9시에는 수현 실밥 풀러 중앙대병원에 가야하고, 

10시~11시 반에는 어린이집 학부모 참여수업이 있고,

12시에 수민이 놀이학교에 보내야 하는데, 도시락도 싸야한다. 


애 셋을 다 데리고 하루 스케줄을 소화할 생각을 하니 고생길이 훤했다. 다행히 병원은 동생한테 수민이랑 아기를 부탁해서 다녀오고, 어린이집에는 셋 다 데리고 가서 365반 선생님한테 아기를 맡기고 형들이랑 놀았다. 그래도 정신이 없긴 없더라. 몸이 힘들어도 애들만 잘 따라주면 훨씬 수월한데, 이 날 나를 너무 힘들게 했던 건 수현이었다.


어린이집 참여수업


전 날 수현이가 수민이 형이랑 앉아서 발로 밀기 놀이를 하다가 형 발에 오른손을 맞았는데 아프다며 엄청 울었었다. 밤에도 깨서 계속 울고 아빠 찾으면서 울고... 병원가느라 일찍 일어났더니 잠을 못자서 울고, 배도 고프고 잠도 오고 총체적 난관 이었던 것 같다. 

집에와서 밥먹고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더니 자고 일어나서 더 찡찡거린다.


팔이 계속 아프다며 우는데, 몸을 일으킬때 오른팔로 짚으면 아프다고 울고 오른 손 달라고 하면 왼팔로 오른손을 들어서 준다. 몇 번 응급실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도 덜컥 겁이 났다. 애가 너무 아프다니까 정말 응급실에 가야되나? 지금 애들 데리고 응급실 갈 상황이 아닌데... 수민이 데리러 갈 시간도 다 되고 어떡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우선 집을 나섰다. 

 

수빈이는 안고, 수현이는 유모차에 태우고 병원에 가는 길. 

그런데  수현이는 안전벨트도 안 한다고 발버둥 치고 울고 난리가 났다. 도저히 이대로 병원을 갈 수가 없어서 수민이 데리러 교회로 방향을 바꿨다. 정말 이 순간 두손에 백기를 다 들고 항복하고 싶었다.  

횡단보도에 서서 어쩔 줄 몰라하며 기다리는데 악을 쓰며 우는 수현이를 어떤 아빠가 빤히 쳐다본다. 자기 애랑 번갈아가면서 쳐다보는데 수현이를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차가웠다. 애 키우는 부모라면 내 상황을 이해해 줄만도 한데 그 무표정한 얼굴을 보니 너무 화가 났다. 뭘 쳐다보냐고 화내고 싶었다.


꾹꾹 참으며 교회에 가서 엄마들한테 물어봤다. '응급실을 가야될까요?' 했더니 엄살일 수 있다는 엄마들.. 

아닌데.. 진짜 아프다는데.. 이렇게 아프다고 하는 애가 아닌데... 

하긴 팔이 빠진 것도 아니고 골절이 될 정도로 세게 맞은 것도 아니다... 그 때 장난감을 줬더니 수현이가 만지작 거린다.

동생이 생겨서 사랑이 필요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런가?

집에오면서 수민이가 수퍼에서 뭘 사달라길래 인심을 썼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현이는 마이구미를 하나에 완전히 풀어졌다. 저녁에는 아프다던 팔로 팔씨름을 하고 난리다. 


하루종일 얼마나 시달렸는지 진이 다 빠진다. 이 날 나는 하루종일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못자고 완전 탈진 직전.. 

아기를 재우고 아이들 일찍 저녁밥 먹여 재우고 혼자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으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다. 남편이 돌아오려면 아직도 하루가 더 남았다는 사실에 OTL....

다행히 다음날 교회에서는 집사님들이 아이들을 잠깐씩 봐주시고, 오후에는 엄마아빠가 돌아오셔서 친정집으로 갔다. 

 

5일간 혼자 세 아이를 돌보면서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무서울 정도로 실감이 났고, 평소 내가 얼마나 주위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는지 감사했다. 작은 도움이 얼마나 힘이 됐는지... 

잠시 나 잘하고 있다며 자만감에 빠졌더니 하나님이 그걸 완전히 무너뜨려주신 것 같다. 


그리고 일요일 자정이 넘어 아이들이 모두 잠든 시간, 남편은 아이들의 장난감 선물을 가득 들고 컴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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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4. 6. 30. 23:51

남자아이들의 에너지를 감당하기 힘들다.

  

수민이가 조금 더 어렸을 때 우리는 책을 읽거나 스티커북을 하면서 놀았는데... 

남자아이 둘이 모이니 한 명이 뛸 거 세배는 더 뛰는 것 같다. 매일 같이 서로 잡으러 다니고, 뺏으러 쫒아다니느라 하루종일 뛰어다닌다. 뛰지 말라고 소리지르는 나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 듯... ㅠ 한때는 싸울놀이를 하면서 매트에서 서로 밀고 때리면서 놀기도 했다. 울지 않는 게 신기하다. 점프는 얼마나 하는지.. 소파에서도 침대에서도 TV장에서도 점프, 점프, 또 점프... 


요즘 수민이는 우연히 본 포켓몬스터에 빠져서 특이하게 생긴 피규어들 각각 이름도 지어주고, 피규어로 아빠랑 폭탄을 던지며 싸움놀이를 하고 논다. 수현이는 또봇을 너무 좋아해서 무슨 일이 생기면 오른쪽 손을 들고 "또봇 출동!!" 하고 외치고 사건을 해결하러(?) 뛰어다닌다.

이런 아들들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괴리감에 빠진다. 난 싸움 놀이도 싫고, 뛰어다니는 것도 싫은데...ㅠ

걱정하는 나에게 남편은 그럼 애들이 소꿉놀이 했으면 좋겠냐고 묻는다. ㅋ


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들


그런데 그나마 조심성이 있는 수민이에 비해.. 정말 거침이 없는 수현이.. 


또봇! 출동!!


그러다 이번 달 6월 6일 사건이 발생했다. 

주말에 시댁에 갔다가 오랜만에 애들이랑 놀아주겠다고 놀이터에 갔는데, 사촌 수환이형이 타던 그네에 수현이가 부딪혀 넘어져서 뒤통수가 찢어진 거다... 

당시 상황. 수환이가 그네를 세게 타고 있었는데 수현이가 그쪽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설마 그네에 부딪히러 가진 않겠지... 했다. 그런데 정말 수현이는 빠르고 거침없이 그네를 타는 중앙을 향해 걸어갔다. 그네가 왔다, 갔다 하면서 두번 부딪혀서 수현이가 쓰러졌고, 나는 기겁을 하고 달려가 넘어진 아들을 꼭 안았다. 평소 넘어지는 걸로 왠만해서 잘 울지 않던 수현이가 이 때 좀 크게 울었다. 이 때 나는 머리가 찢어졌을 거란 건 생각도 못했다. 

아프단 얘기도 없이 저녁까지 잘 뛰어놀던 수현이었는데...  저녁에 머리를 감다가 같이 샤워를 하던 소정이 누나(11살)가 화장실에서 발가벗은채로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와서 알았다. 머리 뒤쪽이 2cm 정도 찢어져 벌어져 있는 걸 보고 나는 너무 놀래 심장이 벌렁벌렁...쳐다보는 것도 무서웠다. 

주말 저녁이라 남편과 어머니가 수현이를 데리고 병원 응급실로 데려가 한 바늘을 꼬매고 왔다. 수현이는 울지도 않았다고 함... 나올 때 의사선생님 최고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는 여유까지... 세살 아기 맞니? 


꼬매고 돌아와 여유있게 티비시청 중...


그런데 용감한 수현이 에피소드로 웃으며 이야기 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오늘, 또 사건이 발생했다...ㅠ


오늘 수현이는 수족구에 걸렸다가 일주일만에 등원하고, 수민이는 아직 수족구가 다 낫지 않아서 집에 같이 있었다. 

수빈이는 곤하게 잠이 들고, 나는 여유롭게 수민이랑 레고를 조립하고 있었는데,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불안했다. 선생님의 떨리는 목소리...

수현이가 어린이집에서 뛰다가 책상에 부딪혀서 눈 옆이 찢어졌는데, 병원에 가야될 것 같다고... 가는 병원 있냐고...

놀라긴 했지만, 이 때만해도 최근 꼬맨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많이 걱정하진 않았다.


그런데 잠시후에 선생님이 큰 병원에 가야할 것 같다고 중대병원 응급실로 가겠다고 전화가 왔을 때, 갑자기 떨리기 시작했다. 사진을 보내달라고 해서 봤더니.. 눈동자 주위가 너무 까맸다. 차 안이라 어둡게 나와서 그런거였지만 나는 눈동자가 어떻게 된 것 같아서 순간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다. 

마취하는데 부모님 동의서도 필요하다고 하고.. 급하게 친정엄마한테 아기랑 수민이를 맡기고 서둘러 택시를 타고 응급실로 갔다. 

애기가 얼마나 놀랬을까? 얼마나 아플까? 눈이 어떻게 됐으면 어떡하지?  마음같아서는 날아서 가고 싶었다.


선생님이 보내준 사진...


도착하니 수현이는 선생님 품에 가만히 안겨 있었다. 혹시 모르니 머리 CT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움직이면 안되서 수면제를 먹었다고 했다. 수현이 좋아하는 겨울왕국 포도주스를 줬더니 한 모금 먹고는 잠이 들었다. 잠시 후에 놀래서 달려온 아빠 도착... CT도 찍고, X-ray도 찍고.. 다행히 눈은 괜찮다고 해서 바로 꼬매기로 했다.

그런데 겉보기보다 더 심하게 찢어졌나보다. 많아야 한 세바늘 꼬매면 되겠지 했는데, 끝도 없이 바늘을 찔러댔다. 속 살도 꼬매고 피부도 꼬매고... 골아떨어졌던 수현이가 첫 바늘에 깨서 울기 시작했다. 애는 숨 넘어가게 우는데 담요를 칭칭 감은 아이 몸을 조무사는 꽉 잡아 누르고, 의사는 눈 위 상처를 벌려 꼬맸다. 이 시간이 얼마나 길던지... 

얼마나 무서울까. 엄마 목소리가 들리면 그래도 덜 무서울 것 같아서 수현이가 듣던지 말던지 계속 말을 했다. 

"괜찮아. 수현이 너무 씩씩하다. 한 번만.. 이제 다 했어~ 마지막이야." 사람들이 많았고, 듣기 실었을 지 모르지만... 상관없었다. 그런데 나는 계속 마지막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끝이 안보이게 자꾸 들어가는 바늘. 얼마나 더 남았냐고 물어봤더니, 의사선생님은 한참 남았다고 하심.. 정말 몇 바늘을 꼬맸는지 모르겠다. 지켜보던 남편과 나는 식은 땀으로 온 몸이 젖어서 아이를 안고 나왔다.


얼굴에 너무 힘을 주고 울어서 두드러기처럼 일어남..


이렇게 눈 가까이에 큰 충격이 있었는데 눈이 다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정말 하나님이 보우하사.. 수현이를 보호해 주신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너무 속상하다. 이렇게 이쁜 아들 얼굴이...ㅠ 

만약 지난 번 수현이 뒤통수 꼬맸던 사건이 없었더라면 어린이집이나 선생님을 엄청 원망했을 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이렇게 다친 적이 없었는데, 어린이집에서 심하게 다쳤다면 당연히 '어떻게 애를 봤길래..' 하는 생각이 들었을꺼다. 그래서 지난 일이 일어난 게 한편으론 다행스럽다.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겨서...

내 눈앞에서 순식간에 벌어지는 아이의 돌발행동을 막기는 정말 쉽지 않다... 그렇다고 무조건 안돼!! 할 수도 없는 노릇.



집에 돌아와 한 숨 푹 자고 일어난 수현이는 또 아무렇지 않은 듯 뛰어다녔다. 아프다고 한 번 울지도 않고... 헐...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진이 다 빠져버린 오늘을 보내면서 앞으로 아이들과 나의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아 너무 걱정된다. 

세살 아이가 한 달에 벌써 두번 응급실행이라니... 수빈이까지 크면 어떻게 될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과 나는 '우리 나중에 응급실을 내집처럼 드나드는거 아니야?' 하면서 허탈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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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4. 6. 25. 15:41

수빈이 태어나기 한 달 반 전쯤 동영상과 이북 제작하는 일이 들어왔다. 

영상편집을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보니 일이 들어올 때마다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있는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특히 이번에는 출산예정일이 한 달 밖에 안 남은 상황이라 거절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우선 견적서만 보냈었다. 

한 달동안 연락이 없길래 처음엔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만삭에 두 아이들 데리고 일하기는 힘들겠지.. 

그런데 점점 아쉬운 마음이 커졌다. '괜히 아기 낳는다고 이야기 했나?' 조리원이랑 산후도우미에.. 돈 들일은 많은데, 일을 한 번 하면 돈도 벌 수 있고... 나는 일하는게 너무 재밌고... 또 한번 일을 쉬면 계속 못할 것 같은 불안감도 있었다.


연락은 한달이 지나서야 왔다. 담당자가 너무 바빴다고... 

이 때는 예정일이 보름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확실하게 거절하는 게 맞았을 수도 있지만, 연락이 없던 한 달 동안 이미 아쉬운 마음이 커져 있었기 때문에 바로 하기로 했다....ㅋ 회사에도 내 상황을 설명하고, 같이 일하는 친구에게도 더 도움을 받기로 했다.


언제 진통이 시작될 지 모른다는 조바심에 일을 받자마자 바로 시작했다. 주말 내내 사업내용 파악하고 시나리오를 쓰고, 조리원에서도 틈틈히 일하려고 벼르고 있었던 노트북도 샀다.ㅋ

수빈이 낳기 3일 전에도 미팅을 하고 (4/25), 출산예정일보다 일주일 정도 빠르게 유도분만(4/28)한 것도 담당자 출장에 맞췄다. 차장님 일주일 출장다녀오시는 동안 어차피 작업 진행이 안되니 그 사이에 애를 낳고 조리를 하겠다며... ㅎ

다행히 조리원에서 나올 때까지 크게 할 일은 없었다.

집에 돌아와 산후도우미 이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일을 하다가 또 회의하러 광화문도 다녀왔다.(5/13) 출산 2주만의 외출이라 회음부방석을 가지고 갈까 고민하다가 민망해서 안 가지고 갔다. ㅋㅋ 너무 무리하는게 아닐까 조금 걱정했는데 그래도 택시타고 왕복해서 괜찮았다. 오랜만에 바깥바람도 쐬고 광화문에 사람들 바쁘게 오가는 모습을 보니 기분전환도 됐다. 기분좋은 외출이었으나 2시간 앉아서 회의한게 조금 무리였는지 다음날은 완전 뻗었음...


5월까지 모든 작업을 1차적으로 제출해야 해서 아주 빠듯하게 진행했고 이제 끝이 보인다. 


출산 직후.. 조리만해도 모자랄 마당에 일한다고 난리었지만, 그래도 하길 잘했다. 정신 없던 덕분에 산후우울증이 올 여유도 없었달까.ㅋ 어쨌든 무난하게 마무리 했다. 

모든 걸 할 수 있었던 건 시간 조절과 배분... 과 잠을 조금 덜 자는 것... 

몸은 조금 고달퍼도 일을 끝내면 mission complete!! ^^ 한 느낌이 있어서 보람이 있다.


전에 어린이집에 애들 데리러 갔는데, 어떤 엄마가 나보고 애 낳는 체질아니냐고 한 적이 있었다. 그 땐 왠지 기분이 나빴다. 내가 애 낳는 기계인가... 나도 똑같이 애기 키우기 힘든데... 본인은 힘들고 나는 체질상 거저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런데 얼마 전에 ebs에서 육아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 애 낳는 체질일 수도 있겠다.

그 방법이란 긍정적인 마음과 자기가 좋아하는 스스로 찾아서 하는 것.

나 고등학교 때부터 별명이 초 긍정이었는데...ㅋㅋ 

예를 들어 빨래가 쌓여있으면 그걸 보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아니면 하고 나면 기분 좋아질 거를 생각해서 빨래를 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반응의 차이라고 한다. 나도 깨끗한 집을 보면서 기뻐하는 스타일이라.. 비슷한 점이 있다. 

일하면서 뿌듯함도 느끼고.. 미싱질하면서 취미생활도 하고.. 이건 최적의 조건을 다 갖춘 게 아닌가. ㅋ


또 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 하나는, 가끔 밖에 나가 커피를 사먹는 거.

가정주부로서 비싼 커피 한 잔씩 사먹을 때마다 죄책감을 느꼈는데, 이제 그렇게 안 느낄려고 노력중이다. 

내가 스트레스를 안 받아야 아이들도 남편도 행복할꺼라며... 이정도면 너무 지나친 자기 위안인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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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4. 6. 18. 14:59

초코가 태어난 지 벌써 50일이 지났다.

태어난 이후로 몸무게도 두배로.. 키도 많이 자랐다. 예방접종하러 갔는데, 소아과 의사선생님은 아기가 너무 크다고 분유를 먹이지 말라고 하셨다하루 한 두번 분유를 먹던 수빈이는 이제 모유만 먹고 나는 하루종일 젖을 물리며 아기와 붙어 지낸다. 


수빈이는 형들과 다르게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머리숱도 많거니와 온 몸에 검은 털이 많다. 수빈이를 낳고 처음 안았을 때 나는 왠 털복숭이인가 했을 정도로. ㅋㅋ 그리고 손가락 발가락도 엄청 길다. 

내 눈에는 다 다르게 생겼는데, 셋째 얼굴을 확인한 사람들은 삼형제가 어쩜 이렇게 똑같이 생겼냐며.. ㅎㅎ


그리고 초코에게 이름이 생겼다. 수빈이.



수민, 수현, 수빈이 모두 시댁에서 작명소에 맡겨서 이름을 지어주셨다. 수민이 수현이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수빈이는 좀 여자이름 같기도 하고, 수민이랑 발음도 비슷해서 내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다. 내 후보는 수호, 수영, 수훈이었는데.. 수빈이라니. 


그런데  작명소에서 보내준 한글파일까지 받아 읽어보니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 가운데 수 자는 돌림이라 어쩔 수 없으니 오행에 맞춰서 마지막 자에 'ㅂ'자가 들어가야 하는데 수빈이 완벽하게 들어맞는다고... 

그런데 이 아이 사주가 너무 좋다. 


사주해설

이 사주는 신강사주입니다. 水木이 용신이 되겠네요

金은 강한 를 설기시켜 주니 좋고, 는 약한 水氣로 땅을 기름지게 하니 좋고, 은 강한를 눌러주니 좋아서 금상첨화입니다.

오행을 다 갖춘 사주입니다. 사주가 월지에 골고루 통근이 되어 있어 좋은 사주입니다.

도 약해 보이지만 도 월지에 통근하고 巳酉합으로 金生水 해서 약하지 않습니다.

약한 구석이 보이지 않습니다. 격이 높은 사주로 보입니다.

천간의 글자가 다 뿌리를 두고 있어 좋습니다.

그러므로 正官격도 되고 偏財격도 되고 양인격도 됩니다.

이 세 가지가 모두 투출하여 다 실행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사주입니다.

正官午火를 두어 나무가 약해 보이나 辰土가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래서 오행이 이름에 들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운은 대략 巳午未 대운이 끝나는 시점에서 즉, 32세부터 크게 출세하겠습니다.

말년에는 부자로 살 사주입니다.


이름전체 – 안강격(安康格)

추진력이 우수하고 능란한 수완으로 자수성가하여 대업을 달성하고 제사가 형통한다. 명예와 재물을 겸득하는 행복의 대길수로서 재록이 풍성한 재성운의 수이다. 가정이 화평하고 부부가 해로하고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이끌어 갈 수 있다. 일생을 큰 변화나 어려움 없이 평탄한 삶을 살게 되며 성실함과 노력을 아끼지 않으므로 매사가 전진적(前進的)으로 발전하여 큰 이득을 얻게 되는 길격이다.


일단 좋다고 하니 기분은 좋다. 어려운 사람들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직 수빈이란 이름이 낯설기는 하지만, 열심히 이름 불러가며 적응 중이다.


형들도 이제 동생을 예뻐한다. 

수현이는 잘 때 내 목을 끌어안으면서 "엄마 좋아. 마~이 좋아." 그러면 나도 "나도 수현이 마~~이 좋아" 하는데,

내가 자기를 좋다고 했더니 갑자기 정색을 하면서 "안돼~ 애기 마~이 좋아" 한다.

"수현이 말고 애기 더 많이 좋아하라고?" 하면 심각한 표정으로 "응!!!"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얼마나 귀여운지!


수민이 형은 수빈이가 작은게 너무 신기한가보다. "초코 너무 귀여워. 너무 사랑스러워." 애기가 닳도록 쳐다본다. 


한때 동생따라 먹던 우유병.. (물 들어있음)


어쨌든,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면서도 가끔 주위 사람들의 도움도 받아가면서 잘 버티고(?) 있다. 

그래도 세 아이들 모두 건강하니 너무 감사하고..



일단 100일만 지났으면 좋겠다. 벌써 반이 지났으니 나머지 반이야 순식간에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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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4. 5. 19. 15:23

초코가 태어난 후로 아이들과 떨어져 있던 10일..

내가 조리원에서 돌아오기까지 수민 수현이는 평일에는 친정집에, 주말에는 시댁으로 갔다. 양쪽 집에서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주시고, 연휴 주말내내 놀러다니니.. 전화할 때마다 애들이 엄마 안 찾냐고 물어보면 남편은 "안타깝지만..." 이러고 말을 흐렸다. 난 마음이 놓이면서도 약간 서운했다.. ㅋㅋ



그런데 엄마 없이 며칠을 지내더니 아이들에게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민이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린이집에 데리러 오는게 싫다며 엄마가 데리러 오라고 수십번을 말하더니, 나중에는 어린이집에 엄마랑 같이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덕분에 나는 2주도 안되서 외출을 시작했다. 그래서 애들이 둘 이상이면 산후조리가 힘든가보다. 그나마 어린이집이 가까워서 다행이다. 

어린이집 끝나고도 수민이는 엄마집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수민이는 집으로 오고, 수현이만 친정집으로 보냈다.


나는 한 명이라도 없는게 훨씬 수월했다. 그리고 수현이도 집에서 형이랑 싸우고 동생에게 치이느니 혼자 할머니댁에서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게 나을 것 같았다. 친정이나 시댁에서도 수민이보다 수현이 보는게 훨씬 수월하다고 하셔서 별 걱정을 안했고, 또 수현이는 성격이 좋아서 동생이 생겨도 잘 넘어가나 싶었다. 

그런데 이건 다 내 생각이었나보다. 


언젠가부터 수현이 어린이집 선생님은 수현이가 "엄마 없어. 아빠 없어. 형아 없어." 자꾸 이렇게 말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한테 와서도 "엄마 미워!" 하고 소리지르고 때리고.. 울음이 짧던 수현이가 별 것 아닌 일로 한 시간씩 울며 떼를 썼다.

똥 싼 기저귀 안 간다고 울고, 기다려 주다가 겨우 갈면 갈았다고 울고, 목욕 안하겠다고 울고, 엄마랑 밖에 나가자고 울고... 아무리 달래도 안되다보니 TV를 틀어주거나 단 것으로 유혹해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애썼다. 

그런데 그것도 소용이 없을 때가 많았다.


그러다 하루는 집에서 데리고 같이 잤는데, 새벽에 수현이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무서운 꿈을 꿨겠거니.. 엄마 옆으로 와서 자라고 했더니, 대답도 안하고 계속 흐느낀다. 

"무서운 꿈 꿨어? 엄마아빠 없는줄 알었어? 왜 그래~" 아무리 달래도 말도 없이 계속 울고, 안아주려고 하면 나를 때리면서 거부했다. 그러다 아기가 깨서 젖을 물렸더니 그때부터 악을 쓰고 울기시작... 아빠도 일어나 달래줬는데 한 시간 반은 그렇게 운 것 같다.


애들 아빠는 수현이가 사랑이 필요한 것 같다며... 걱정이 됐는지 바로 다음날부터 탄력근무를 신청해서 1시간씩 늦게 출근했다. 힘들어도 애들을 데리고 같이 자고 아침에는 자기가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게 낫겠다며..


주말에는 인천에서 어머니가 아이들을 데려간다고 오셨는데, 잘 지내고 오라고 인사하러 내려간 나를 보고 수현이가 갑자기 엄마한테 가겠다고 울기 시작했다. 결국 어머니는 수민이만 데리고 가시고, 주말동안 아빠는 수현이를 달래준다고 동물원에 갔다왔다. 


그렇게 한 명이 좀 안정되나 싶었더니 이번에는 또 수민이가 문제..ㅋ

사촌들이랑 너무 재밌게 놀아서 내 전화도 안 받더니, 일요일 밤에 갑자기 엄마한테 간다며 운다고 전화가 왔다. 결국 아빠가 인천으로 데리러 갔다가 밤 12시가 넘어서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잘 자고는 아침에 어린이집에 가는데 수민이가 "엄마 안녕~ 이따가 꼭 엄마가 데리러 와야되. 일찍 와야되." 

이 말을 하려고 내려갔다가 다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오기를 네 차례나 반복했다. 네번째 인사를 하고 문을 닫았는데, 밖에서 수민이 울음이 터졌다. 엄마랑 같이가고 싶다고 엉엉 운다. 결국 아빠는 수현이만 데리고 가고, 나는 수민이를 데리고 집에 들어옴... 


이 때는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오실 때라.. 오시길 기다렸다가 아기를 맡기고, 수민이랑 둘이 나왔다. 수민이는 엄마랑 걸어가면서 내 그림자 밟기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신나는지... 

당연하던 일상이 당연하지 않게 되니 이렇게 소중해졌다.


                                                       번개 파워!!!


이 좋은 날씨에 아이들이랑 외출도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 되는게 안타깝다.

모두에게 힘든 시간도 금새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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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4. 5. 11. 11:32

첫째는 친정, 둘째는 산후도우미.. 이번에 처음으로 조리원에 왔다.

 

두 아이들 데리고 제대로 산후조리를 못 할 것 같아서 아예 격리된 곳으로 간 건데, 

병원에서 퇴원한 날 처음 조리원에 와본 남편은 여긴 천국이라고 했다. ㅋㅋ

방 안에 있을 거 다 있고, 24시간 애기 봐줄 사람도 있고, 마사지도 해주고, 밥도 제때 잘 나오고, 간식 나오고..

 

그런데 남편이 두번째 왔을 때는 여기 못있겠다며 도망치듯 가버렸다... 그 뒤로 애들 보느라 올 시간도 없었지만..

 

잠깐 있던 남편이 느낀 것처럼 일주일 간 폐쇄된 공간 안에 있다보니 엄청 답답하다.

처음에 너무 맛있어서 아들들 생각나던 음식도 점점 질린다. 내 몸에 좋은 음식이라기보다는 모유가 잘 나오게 하는데 모든 목적이 있는 느낌.. 정확한 시간에 밥먹고, 간식먹고.. 하루종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식사, 수유, 간식, 유축, 수유.. 어떤 엄마는 자기 몸을 조리하러 온 게 아니라 젖소 사육학교에 온 것 같다고 했다. ㅋㅋ


또 내가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는 게 아니라 조리원 스케줄이 있어서 거기에 맞춰서 생활해야 했다. 

8시반 식사, 9시 소독 (아기 데려가야함), 10시반 간식, 12시반 식사, 2시반 간식, 6시반 저녁, 7시 소독(아기 데려가야함), 8시반 간식.... 청소, 의사/ 한의사 방문, 요가, 모빌 만들기, 아기 사진찍기 등 계속 문을 두드리고 마사지, 수유 때문에 콜하는 전화벨 소리가 시도때도 없이 울린다. 곤하게 잠들었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난다. 

 

밥 먹을 때는 식당으로 가서 서너명이 같은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데, 모두 모르는 사람들이라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남편이 방에 두고 간 책! <잡담이 능력이다> 모르는 사람 사이에서 대화를 여는 기술에 대해서... 딱 이 상황에 맞는 책이 아닌가... ㅋㅋ 매번 먹을 때마다 말 트기도 스트레스.. 

 

나는 나를 소개할 때 셋째라고 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 아들 셋이라고 하면 더 깜짝 놀라고... ㅋㅋ

사람들 반응이 다 비슷하다. 어떻게 키우냐며 나를 안쓰럽게 쳐다본다.  

첫 아이를 낳은 엄마들은 지금도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니 그럴만도 하다. 

겪어보지 않았을 때 걱정이 더 큰 것 같다. 처음 시작하는 게 제일 힘들다. 


일주일 지나가니 이 생활도 점점 익숙해졌는데 그래도 집은 가고 싶었다.

집에서 애들과 전쟁을 치르는 것보다는 여기가 천국이겠지만.. 수민이, 수현이가 너무 보고 싶었다.  


아이들은 로비에서 잠깐씩 면회가능한데, 올 때마다 엄마랑 있겠다고 울어서 자주 못 만났다. 시댁과 친정에 왔다갔다 하던 아이들은 엄마의 부재를 느끼는지 점점 떼쓰는 강도가 심해졌다. 

수민이는 볼 때마다 엄마랑 아빠랑 초코랑 수현이랑 다섯명 빨리 집에 가고 싶다며... 



지난 화요일, 드디어 초코랑 집에 간다고 했더니 수민이는 아기 떨어뜨리면 안된다며 신신 당부를 했다.

"엄마가 조심할께. 안 떨어뜨릴께." 

"조심했는데 그래도 떨어뜨리면 어떻게 해?" 

"절대로 안 떨어뜨릴께!"


아직도 세 아들 엄마가 됐다는게 실감이 안 난다. 

우리 다섯식구.. 집에 가서도 잘 지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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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육아2014. 4. 24. 16:44

유아 때는 꿈을 생생하게 꾸는 것 같다.

수민이 세살쯤 티라노사우르스가 트리케라톱스를 공격하는 장면을 3D로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너무 리얼했는지 충격을 받고는 어떤 날은 아무리 달래고 타이르고 괜찮다고 해도 "티라노사우르스 무서워~!!" 소리를 지르면서 자기 전 한 시간 정도 운 적도 있다.

그래서 '티라노 사우르스 안 무섭게 해주세요.. 수민이 지켜주세요.. 다윗처럼 티라노 사우르스 만나도 돌 던져서 이기게 해주세요. 무섭지 않게 용기를 주세요' 매일 기도를 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 대상이 괴물로 바뀌었다.

 

수민이가 괴물 꿈을 꾸고 자세하게 설명한 적이 세 번정도 있었다.

한 번은 괴물이 자기를 쫒아와 엉덩이를 물었다며 공포에 질려 '악' 소리를 지르며 깬 적도 있고, 나머지 두 번은 괴물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자세히 설명해준다. 한 번은 귀가 크고 뾰족하고 눈이 노랬는데 수영을 하고 있었다고.. 근데 무서워서 도망쳤다고... 또 한 번은 목에 날개가 달려있었는데... 어쩌고 저쩌고... 그 상상력과 꿈의 디테일함에 너무 재밌었는데 다 잊어버렸다. ㅋ

 

괴물 꿈을 꿨을 때는 새벽에 일어나 잠을 자면 꿈 속에 또 괴물이 나올꺼라며... 불도 켜고 자려고 하고, 다시 잠들기를 거부하기도 하고, 침대에서 잘 때 그 꿈을 꿨다며 그 이후로는 바닥에서만 자려고 했다.

 

악몽은 낮 동안 경험한 일이 원인일 때가 많다고 한다.

'...불만 끄면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대낮에도 낮잠을 거부하는 아이들이 종종있다. 이런 경우 괴물이나 무서운 장면이 나오는 만화, TV프로그램의 영향이 크다... 화가 날 때, 심하게 혼났을 때, 무섭다고 느꼈을 때 등의 감정 때문에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 이럴 땐 아이의 행동에 대한 부모의 반응이 매우 중요하다.... ' - <맘&앙팡> 기사 중에서..

 

수민이는 TV도 거의 안 보는데.. 심하게 혼난적이 있었나? 곰곰 생각해보며 밤마다 괴물이 무섭다며 우는 아들을 달래줄 방법을 찾던 중.. (기도도, '괴물은 없어'도, '엄마 아빠가 지켜줄께'도 효과가 없다)

한달 전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출동했다. 괴물을 물리치는 책을 찾으러...

 

 '...맥스는 호통을 쳤지. "조용히 해!" 맥스는 눈 하나 깜짝 않고 괴물들의 노란 눈을 노려보았어...

...괴물들은 깜짝 놀라, 맥스보고 '괴물 중의 괴물'이라고 했지... -<괴물들이 사는 나라> 중에서-

 

수민이가 이 부분을 보면서 너무나 통쾌해 한다. 그 뒤로 수민이는 수현이가 괴물을 만나면 자기가 지켜줄꺼라며.. 괴물을 만나면 자기는 물리치는 방법이 있다며 의젓하게 이야기 한다. "조용히 해!!! 시끄러워!!!' 큰소리로 소리치면 된다며..ㅋㅋㅋ

 

아무래도 수민이의 공포심은 책을 읽으면서 생긴 것 같다. 그래서 이에는 이인가.. 그래서 책으로 해결이 되는 듯..

 

수민이는 괴물 뿐 아니라 육식공룡, 육식동물, 용, 도깨비, 헐크같은 힘이 세고 공격적인 걸 좋아한다. 이건 남자아이 성향상 더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이런 괴물류가 등장하는 책을 선호하고, 학습지나 스티커북을 같이 할 때도 악어, 호랑이, 사자같은 걸 먼저 찾아내서 그 부분을 먼저 하고 싶어하는데, 문제를 풀 때는 심지어 정답이 아닌 경우에도 이런 동물들은 꼭 동그라미를 쳐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데 이렇게 좋아하던 괴물을 언젠가부터 기겁을 하며 무서워 하기 시작했다.

 

한때 수민이는 <빨간모자> <늑대와 일곱마리 아기양> <아기돼지 삼형제>.. 이런 책들을 좋아했다. 그런데 여러번 읽다보니 궁금증이 생겼나보다. 왜 빨간모자나 일곱마리 아기양처럼 아기돼지들은 늑대 배를 싹둑싹둑 잘라서 꺼낼 수 없냐며... 나는 "빨간모자랑 일곱마리 아기양은 꿀꺽 삼켰고, 아기 돼지들은 이빨로 씹어먹어서 소화가 다 되서 그래..." 라고 설명해줬는데, 언젠가부터 거기에 대해 공포심이 생긴 것 같다. 그 뒤로 괴물, 도깨비나 늑대한테 잡아먹히는 오디오 CD를 틀어주면 달려와 벌벌떠며 빨리 끄라고 운다.

 

그래서 이제는 책을 사줄 때도 내용을 검색해보고 사게된다.

 

그래서 아기돼지 삼형제도 종류별로.. 

(형 돼지들이 안 잡아먹히고 막내돼지한테 도망가는 걸로) 

 

수민이가 책을 좋아하다보니 책 사주는 건 아깝지가 않다. 그래서 지난 12월부터 전집을 매달 한 질씩 사들였던 것 같다. 예전에는 전집 사느니 서점에서 좋은 책 한 두권씩 사주는 게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여러모로 전집이 나은 것 같다. 권당 가격이 싸기도 하고 더 체계적이다. 문제는 비싼 전집 가격.. 이건 중고책으로 해결했다. 주로 <개똥이네>사이트에서 책을 사는데, 잘 고르면 펼치면 '쩍쩍' 소리나는 새 책을 가격보다 1/3 정도면 살 수 있다. ^^

또 새로운 책으로 자극을 주면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전집을 사면 모든 책을 다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이건 커가면서 수준과 관심이 바뀌면 언젠가는 읽을 것 같다. 

 

어쨌든.. 책을 잘 활용하는게 관건이지만 책 덕분에 아이들과 할 이야기는 훨씬 많아진다.  

태교로 책을 많이 읽어주는 게 확실히 좋은 영향이 있다면 셋째는 영재가 태어날 듯..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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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4. 4. 11. 16:31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가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제 3의 암흑기...ㅠ

이 암흑기는 나 뿐만 아니라 엄마 없이(?) 지내야 할 두 아이들도 마찬가지일꺼다. 특히 수현이는 요즘 한참 엄마랑 애착이 강해져서 어린이집 갈 때마다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서 우는데.. 한동안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겠지.

 

뻔히 보이는 미래를 상상하면 마음이 짠하다. 그래서 몇 달 전부터 평일과 아빠 없는 주말을 활용해서 아이들에게 미리 보상해주려고 노력했다.

 

뮤지컬도 보러다니고~

  수민이 수현이 따로따로 개별 데이트도 했다.

카페 (비싼 초코케잌도 과감하게..ㅋㅋ), 서점, 키즈카페..

수민이 놀이학교 간 토요일에는 수현이랑 웅진 사무실.. 펭귄만들기 & 장구치기

틈틈히 집 앞에서 비누방울 놀이도 해주고..

재밌는 등원길.. 개미 발견.. 이제 이렇게 여유있게 등원할 날도..

 티비 대신 책 읽기와 수민이 좋아하는 엄마랑 공부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개구리 만들기~

 

시간은 없고, 마음은 바쁜 내 마음을 아이들은 알까?

그마저도 이제 몸이 많이 무거워져서 한 명만 데리고도 어딜 가기가 엄두가 안 난다. 이제 앉았다 일어났다 하기도 힘들다보니 처음에는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놀이가 아이들의 싸움이나 나의 짜증으로 끝나기도 한다. ㅋ

그나마 다행인건 수민이가 요즘 너무나 착한 수민이로 변신해서 말도 예쁘게 잘 하고 떼를 안 쓴다는 거..  수현이는 이맘때 수민이와 비교도 안되게 떼를 안 쓰는 편이고, 울다가도 치카치카 하자고 하면 화장실로 달려오는 쏘쿨남...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들.. 가끔은 이대로 시간이 멈춰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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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4. 4. 4. 15:41

얼마 전, 수민이 어린이집 같은반 엄마를 만났다. 

바로 하루 전만해도 생리를 안한다며 셋째 생기는 거 아니냐며 농담을 하던 이 엄마가 바로 다음 날, 셋째가 생겼다며 골목길에 서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그 모습이 딱 7개월 전 내 모습이었다.

계획하지 않은 셋째에 대한 부담감.. 나도 겪어보지 못했으면 몰랐을 그 마음을 알기에 더 안쓰러웠다. 아무도 축하해 주지 않는다며 우리 집에 찾아와 걱정을 하는데, 그래도 나는 이제 초월한 상태라... 괜찮을 거라며 이야기했다. 도움이 됐는지 결국 낳기로 했다고 함...

 

하나와 둘의 차이는 확실히 큰데,일단 내가 많이 변하는 것 같다.

수민이 한명만 있을 때는 완전히 수민이한테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던 내가 한 명이 더 생기니 그 집중됐던 관심이 나눠진다. 이건 수민이한테도 좋은 것 같다. 아이에 대한 부모의 기대감이 조금 더 낮아진달까.. 서로 부담이 덜 한 관계가 된 것 같다.

 

물론 하나 보다는 둘이 모든 면에서 에너지가 많이 들긴 하다.

오늘 아침에도 책 한권을 괜히 서로 빼앗으려고 하다가 참외 잘라놓은 그릇이 식탁에서 내동댕이 쳐져서 나한테 꿀밤한대씩 맞고 울었는데.. 이렇게 내가 악당이 되고 나면 둘은 싸우던 것도, 빼앗으려고 하던 책도 잊어버리고 더 의기투합해서 잘 논다.

비록 이렇게 매일매일 싸우더라도... 나는 싸우지 말라고 소리지르면서도.. 하나보다는 둘이 아이들한테도 좋은 것 같다. 외롭지 않다는 거.

 

수민이와 수현이

"형아 최고~!"

 엄마한테 혼나고 삐진 수민이 형 손을 잡고 가는 수현이.. ㅋㅋ               '수현아, 우리 달리기 시합할까?'               

"준비~ 시작~!" (매번 수현이는 한타이밍 일찍 출발)

형제애 절정의 현장..!

수현이 옆에서 낙옆을 던지던 걸 아이가 낙엽으로 수현이를 공격하는 줄 알고 바람처럼 나타나 보호하는 수민이.. 

(정작 수현이는 별 관심이 없음)

 

이제 곧 셋째가 태어나면 어떤 구도로 바뀔까. 수민이가 아기를 예뻐하고 수현이는 질투를 하지 않을까..

물론 우리 가족 모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고생은 좀 하겠지만 어떤 식이 됐든 아이들에게는 그 어떤 교육이나 투자보다 더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야지...

 

그래도 둘째 낳기 전에는 초초하던 내 마음이 지금은 훨씬 여유로워졌다.

출산에 대한 두려움도.. 뭐 아프겠지..., 산후조리 하는 것도.. 뭐.. 힘드려니... 이러고 있다. ㅋㅋ

하지만 어떻게든 다 지나가려니.. 이런 마음?

처음 셋째가 생겼을 때 느꼈던 두려움에서 얼마나 많이 변화된 건지..

 

34주차에 이미 3키로가 넘었다는 우량아 셋째아들..

곧 만나자~ 수민이 형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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