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들의 에너지를 감당하기 힘들다.
수민이가 조금 더 어렸을 때 우리는 책을 읽거나 스티커북을 하면서 놀았는데...
남자아이 둘이 모이니 한 명이 뛸 거 세배는 더 뛰는 것 같다. 매일 같이 서로 잡으러 다니고, 뺏으러 쫒아다니느라 하루종일 뛰어다닌다. 뛰지 말라고 소리지르는 나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 듯... ㅠ 한때는 싸울놀이를 하면서 매트에서 서로 밀고 때리면서 놀기도 했다. 울지 않는 게 신기하다. 점프는 얼마나 하는지.. 소파에서도 침대에서도 TV장에서도 점프, 점프, 또 점프...
요즘 수민이는 우연히 본 포켓몬스터에 빠져서 특이하게 생긴 피규어들 각각 이름도 지어주고, 피규어로 아빠랑 폭탄을 던지며 싸움놀이를 하고 논다. 수현이는 또봇을 너무 좋아해서 무슨 일이 생기면 오른쪽 손을 들고 "또봇 출동!!" 하고 외치고 사건을 해결하러(?) 뛰어다닌다.
이런 아들들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괴리감에 빠진다. 난 싸움 놀이도 싫고, 뛰어다니는 것도 싫은데...ㅠ
걱정하는 나에게 남편은 그럼 애들이 소꿉놀이 했으면 좋겠냐고 묻는다. ㅋ
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들
그런데 그나마 조심성이 있는 수민이에 비해.. 정말 거침이 없는 수현이..
또봇! 출동!!
그러다 이번 달 6월 6일 사건이 발생했다.
주말에 시댁에 갔다가 오랜만에 애들이랑 놀아주겠다고 놀이터에 갔는데, 사촌 수환이형이 타던 그네에 수현이가 부딪혀 넘어져서 뒤통수가 찢어진 거다...
당시 상황. 수환이가 그네를 세게 타고 있었는데 수현이가 그쪽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설마 그네에 부딪히러 가진 않겠지... 했다. 그런데 정말 수현이는 빠르고 거침없이 그네를 타는 중앙을 향해 걸어갔다. 그네가 왔다, 갔다 하면서 두번 부딪혀서 수현이가 쓰러졌고, 나는 기겁을 하고 달려가 넘어진 아들을 꼭 안았다. 평소 넘어지는 걸로 왠만해서 잘 울지 않던 수현이가 이 때 좀 크게 울었다. 이 때 나는 머리가 찢어졌을 거란 건 생각도 못했다.
아프단 얘기도 없이 저녁까지 잘 뛰어놀던 수현이었는데... 저녁에 머리를 감다가 같이 샤워를 하던 소정이 누나(11살)가 화장실에서 발가벗은채로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와서 알았다. 머리 뒤쪽이 2cm 정도 찢어져 벌어져 있는 걸 보고 나는 너무 놀래 심장이 벌렁벌렁...쳐다보는 것도 무서웠다.
주말 저녁이라 남편과 어머니가 수현이를 데리고 병원 응급실로 데려가 한 바늘을 꼬매고 왔다. 수현이는 울지도 않았다고 함... 나올 때 의사선생님 최고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는 여유까지... 세살 아기 맞니?
꼬매고 돌아와 여유있게 티비시청 중...
그런데 용감한 수현이 에피소드로 웃으며 이야기 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오늘, 또 사건이 발생했다...ㅠ
오늘 수현이는 수족구에 걸렸다가 일주일만에 등원하고, 수민이는 아직 수족구가 다 낫지 않아서 집에 같이 있었다.
수빈이는 곤하게 잠이 들고, 나는 여유롭게 수민이랑 레고를 조립하고 있었는데,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불안했다. 선생님의 떨리는 목소리...
수현이가 어린이집에서 뛰다가 책상에 부딪혀서 눈 옆이 찢어졌는데, 병원에 가야될 것 같다고... 가는 병원 있냐고...
놀라긴 했지만, 이 때만해도 최근 꼬맨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많이 걱정하진 않았다.
그런데 잠시후에 선생님이 큰 병원에 가야할 것 같다고 중대병원 응급실로 가겠다고 전화가 왔을 때, 갑자기 떨리기 시작했다. 사진을 보내달라고 해서 봤더니.. 눈동자 주위가 너무 까맸다. 차 안이라 어둡게 나와서 그런거였지만 나는 눈동자가 어떻게 된 것 같아서 순간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다.
마취하는데 부모님 동의서도 필요하다고 하고.. 급하게 친정엄마한테 아기랑 수민이를 맡기고 서둘러 택시를 타고 응급실로 갔다.
애기가 얼마나 놀랬을까? 얼마나 아플까? 눈이 어떻게 됐으면 어떡하지? 마음같아서는 날아서 가고 싶었다.
선생님이 보내준 사진...
도착하니 수현이는 선생님 품에 가만히 안겨 있었다. 혹시 모르니 머리 CT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움직이면 안되서 수면제를 먹었다고 했다. 수현이 좋아하는 겨울왕국 포도주스를 줬더니 한 모금 먹고는 잠이 들었다. 잠시 후에 놀래서 달려온 아빠 도착... CT도 찍고, X-ray도 찍고.. 다행히 눈은 괜찮다고 해서 바로 꼬매기로 했다.
그런데 겉보기보다 더 심하게 찢어졌나보다. 많아야 한 세바늘 꼬매면 되겠지 했는데, 끝도 없이 바늘을 찔러댔다. 속 살도 꼬매고 피부도 꼬매고... 골아떨어졌던 수현이가 첫 바늘에 깨서 울기 시작했다. 애는 숨 넘어가게 우는데 담요를 칭칭 감은 아이 몸을 조무사는 꽉 잡아 누르고, 의사는 눈 위 상처를 벌려 꼬맸다. 이 시간이 얼마나 길던지...
얼마나 무서울까. 엄마 목소리가 들리면 그래도 덜 무서울 것 같아서 수현이가 듣던지 말던지 계속 말을 했다.
"괜찮아. 수현이 너무 씩씩하다. 한 번만.. 이제 다 했어~ 마지막이야." 사람들이 많았고, 듣기 실었을 지 모르지만... 상관없었다. 그런데 나는 계속 마지막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끝이 안보이게 자꾸 들어가는 바늘. 얼마나 더 남았냐고 물어봤더니, 의사선생님은 한참 남았다고 하심.. 정말 몇 바늘을 꼬맸는지 모르겠다. 지켜보던 남편과 나는 식은 땀으로 온 몸이 젖어서 아이를 안고 나왔다.
얼굴에 너무 힘을 주고 울어서 두드러기처럼 일어남..
이렇게 눈 가까이에 큰 충격이 있었는데 눈이 다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정말 하나님이 보우하사.. 수현이를 보호해 주신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너무 속상하다. 이렇게 이쁜 아들 얼굴이...ㅠ
만약 지난 번 수현이 뒤통수 꼬맸던 사건이 없었더라면 어린이집이나 선생님을 엄청 원망했을 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이렇게 다친 적이 없었는데, 어린이집에서 심하게 다쳤다면 당연히 '어떻게 애를 봤길래..' 하는 생각이 들었을꺼다. 그래서 지난 일이 일어난 게 한편으론 다행스럽다.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겨서...
내 눈앞에서 순식간에 벌어지는 아이의 돌발행동을 막기는 정말 쉽지 않다... 그렇다고 무조건 안돼!! 할 수도 없는 노릇.
집에 돌아와 한 숨 푹 자고 일어난 수현이는 또 아무렇지 않은 듯 뛰어다녔다. 아프다고 한 번 울지도 않고... 헐...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진이 다 빠져버린 오늘을 보내면서 앞으로 아이들과 나의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아 너무 걱정된다.
세살 아이가 한 달에 벌써 두번 응급실행이라니... 수빈이까지 크면 어떻게 될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과 나는 '우리 나중에 응급실을 내집처럼 드나드는거 아니야?' 하면서 허탈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