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계속 온다.
이번 여름은 비가 평일을 잘 피해가기도 했고, 또 수민이를 데리러 갈 때는 비가 잠시 멈출 때가 많았다. 수민이 우비를 꺼내 쓸 일이 거의 없어서 하늘이 나를 도와주고 있구나 싶었는데.. 이번주 초에는 사정봐주지 않고 계속 비가 왔다.
비가오는 날, 애들이랑 나가려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하나씩 사고를 치는 수민이는 오늘도 (8만원짜리 피같은) 오일병을 발로 차서 엎지르고, 옷이 맘에 안 든다고 세번이나 갈아입는다.
아수라장이 된 집을 뒤로하고 신발을 신기려고 하면, 지지 묻었다고 안 신는다고 하고.. 아프다고 벗어 던져버린다.
신겼다가 벗겼다가.. 이걸 아기띠에 수현이를 안고는 쪼그려 앉아서 하고 있으니 수현이는 품에서 발버둥을 치고 운다.
계단을 내려가다보면 입혀달라던 비옷을 답답하다고 해서 벗겼다가, 밖에 비오는 걸 보고 또 입혀달라고 해서 입고,
밖으로 나오면 유모차 타겠다고 징징..
유모차를 밀면 수현이랑 우산쓸 손이 없어서 안된다고 달래서 가면 또 어린이집 반대 방향으로 가겠다고 징징..
절정은 어린이집 가는 길 내내 신발에 비가 묻은 걸 찌찌 묻었다고 발가락에 온 힘을 주고 싫다고 운다.
이 날따라 유난히 징징거리는 수민이를 달래고 타일러서 겨우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면 미션 끝.
한 두시간정도 사이에 몇 번이나 성질이 나서 엉덩이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은 걸 참았다.ㅋ
이렇게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게 되는 일이 자주 있기 때문에 아이들 보는 게 힘든 것 같다. 아이들한테 화를 안 내려고 참다보니 가끔 산에가서 막 소리를 지르고 오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아야 하는 이유는, 혼을 내면 더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수민이는 조금만 뭐라고 하면 속상해서(?)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서 악을 쓰고 운다. 우는 애를 끌고 가는 것보다 힘든 게 없다. 그럼 나는 더 화가 나고 둘 다 흥분한 상태에서는 달래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한 번씩 혼내는 게 유효할 때는, 수민이가 잘못했을 때.
바닥에 쉬를 할때마다 애가 위축될까봐 "괜찮아 괜찮아~" 했더니 어느 날은 아침에 일어나서 두번이나 쉬를 했다.
쇼파패드, 애기 이불, 막 빨아서 말려놓은 어린이집 낮잠이불에... 갑자기 빨아야 할 게 세개나 생겼다.
두번째 쉬를 했을 때는 나도 짜증이 나서 이 날은 애한테 막 화를 냈더니,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헤어지려는데 수민이가 안 떨어지려고 서럽게 울었다. 한 번만 더 참을껄...
그런데 그 뒤로는 수민이가 쉬를 실수한 적이 없다. 엄마가 화내는 걸 보고 확실히 안되는 줄 알았나 보다.
무엇보다 요즘은 수민이랑 말이 통하기 시작하면서 안되는 이유를 설명해주면 이해하기 시작했다.
슈퍼에 갔다가 수민이가 자기가 먹고 싶은 과자를 골라오길래 또 싸우게 생겼구나 싶었는데,
"수민아 과자 먹으면 간지러워서 긁게 되잖아~. 과자 안되요. 제자리에 놓고 와."
여러가지 말로 타일렀더니 제자리에 두고 와서는 "까까 안돼요~!" 한다.
만약에 "과자 안돼!" 하고 뺏었다면 그 자리에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겠지..
물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떼를 쓸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아이랑 적당히 밀당도 필요하다.
수돗물을 틀고 더 놀고 싶어할 때도 "조금만 더 하고 그만해야되~"하면, 조금만 더 하고 물을 잠그고 스스로 나온다.
놀이터에서 더 놀자고 떼를 쓸 때는 "미끄럼틀 몇 번 더 탈꺼야?" "두 개.." 그럼 두 번만 더 타고는 딱 돌아선다.
"베트맨~!"
이렇게 잘 타이르고 났을 때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우리 관계는 더 좋아지는 것 같다.
밤에 잘 때 나를 꼭 안고는 혀 짧은 소리로 "엄마, 이~만큼 좋아요" 하는데 이렇게 예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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