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2. 12. 23. 15:02

수민이는 입원 당일부터 아픈 아이 같지 않게 너무 잘 놀았다.

그런데 열이 안 내려간다. 열이 내린 것 같으면 또 펄펄 끓기 시작.. 해열제를 1~2시간 간격으로 먹어도 계속 불덩이었다. 왜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도 이렇게 열이 안 내리는거지?

 

답답해서 친정엄마가 병원을 옮겨보자고 할 무렵.. 검사결과가 나왔는데 아데노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했다. 바이러스 감염의 50% 이상이 이 바이러스라고 하는데, 어른들은 면역이 있어서 증상이 없지만 아이들은 고열이 5일 정도 지속된다고 했다.  

 

그나마 열이 안 내려가는 원인을 알게되니 조금 후련했다.

토요일 오후에 입원해서 월요일까지는 펄펄 끓었는데, 다행히 수요일부터 열이 내렸다. 완전히 열이 내리고 24시간이 지난 목요일 아침에는 뇌파 검사를 했다. 경련의 원인이 단순 열성경련인지 아니면 간질의 초기 증상인지 알아보기 위해 하는 위험하지 않은 검사라고 하는데, 수면제 먹이기 전 부작용 설명을 들으니 은근히 불안했다..

다행히 잘 깨어났고, 검사결과도 정상이라고 했다. 열성경련은 열에 예민한 유아들한테 가끔 나타난다고 하는데 5세 이후가 되면 대부분 없어진다고 한다.

 

 

이번 입원의 최대 수혜자는 수민이다. 아픈 덕분에 동생 태어난 후로 독차지 하지 못했던 엄마아빠의 관심을 일주일동안 24시간 내내 받았다. 밥을 입에도 안 대려고 해서 대신 빵이라도 먹으라고 빵도 실컷 사주고, 열이 나니 답답한 마음에 아이스크림이 도움이 될까 싶어 초콜렛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하고싶은 대로 다 해줬다. ㅋ

 

이 와중에도 운이 좋아서 수민이 입원해 있는 동안 병원에서는 크리스마스 행사를 많이 했다.

병실에 산타할아버지가 와서 선물도 주고 가고 (집에 있는 거라 늦게 입원한 다른 아가한테 줌), 

내 커피사러 본관 로비에 갔다가 우연히 크리스마스 콘서트도 봤다. 마술쇼도 하고, 합창단 노래도 듣고, 수민이는 솜사탕과 풍선과 사탕을 얻고 좋아했다. ㅋㅋ 소아병동 놀이방에 아이들 책도 새 전집으로 다 바뀌고, 퇴원하던 목요일에는 두산베어스 선수들이 방문해서 아이들에게 선물도 전달했다.

 

 크리스마스 콘서트/ 두산베어스 이종욱 선수와 함께

 

하지만 가족중에 누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면 순식간에 가족의 일상은 파탄나기 마련..

수민아빠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휴가를 내고는 집에도 안 가고 24시간 수민이 옆을 지켰고, 나는 수현이 젖을 먹이느라 친정집과 병원을 하루에 두 세차레씩 왕복했다.

 

하루에 수시로 먹이던 젖을 갑자기 못 먹이게 되니 젖은 줄줄 새고 딱딱해지고.. 수현이는 엄마 젖을 찾으며 울다 잠들기를 반복했다. 수현이도 하루하루 지나면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듯 했지만, 그래도 나는 여기에 있으면 저 아기 생각.. 놔두고 온 다른 아들 생각에 발 빠르게 뛰어다녔는데, 그러다 결국 수요일에는 병이 났다. 잠을 자다가 갑자기 새벽에 갑자기 다 토하고는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도저히 기운이 없어서 마지막 날은 수민이를 아빠한테 맡기고 집에 와서 푹 자고 났더니 두통도 없어지고 많이 좋아졌다.

 

오랜만의 형제간 상봉.. 격하게 뽀뽀

 

그런데.. 퇴원하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식욕이 돌아온 수민이가 과식(?)을 하더니 밤새도록 토하고 설사했다. ㅠㅠ 그리고 또 밥을 입에도 안댄다. 우리는 새벽에 이불빨래하고.. 수현이는 이번 기회에 젖을 떼나 싶었는데, 오히려 엄마 젖을 너무 심하게 찾아서 젖만 물고 자려고 한다.

그리고 남편은 일주일 만에 살이 쏙 빠져 해골이 되었다... 다행히 이번주에는 휴가인데, 푹 쉴 수 있을까?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2. 12. 17. 12:12

수민이가 병원에 입원했다...

 

토요일 오후 세시쯤, 애들아빠랑 수현이가 크리스마스날 세례를 받기로 해서 교회에 세례교육을 받으러 갔다. 그 동안 나랑 수민이는 나는 차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나는 책을 읽고 수민이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 평화롭던 시간이 10분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수민이가 몸을 깜짝거리며 움직였다.

'아.. 조금만 더 자지..' 하면서 수민이를 안아 더 재우려고 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갑자기 애가 몸이 뻣뻣해지고 눈을 치켜뜬 채로 경기를 하는데, 정말 머릿속이 하얘진 게 이런 느낌일꺼다. 수민이를 안고 정신차리라고 말을 거는데, 내 말은 들리는 것 같지 않았고 발작하는 것 처럼 몸이 심하게 움직였다.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것 같았다. 코트로 아이를 감싸안고 세례교육 받는 교육실로 뛰어올라갔다.

그 시간이 30초쯤 되었나? 얼마나 길고 무서운 시간이었는지.

 

교육실 문을 벌컥 열고 애 아빠한테 "애가 이상해!" 소리부터 질렀다.

먼저 옆 방으로 들어가 수민이를 눕혔다. 경기하는 건 없어졌지만 여전히 눈을 치켜뜬 채로 의식이 없었다. 다행히 호흡에는 문제가 없었고, 눈동자가 좌우로 천천히 움직이긴 했다. 그런데 수민이를 불러도 멍한 상태로 반응은 없었다. 바로 중앙대병원 응급실로 가기로 했다.

이대로 수민이가 어떻게 될 것 같아서 눈물이 막 쏟아지려는데 수민아빠는 지금 니가 그러면 안된다며 마음을 계속 추스렸다. 사모님이 수현이를 데리고 같이 가주셔서 나는 수민이를 안고 따뜻하게 말을 걸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눈을 감겨주었더니, 눈을 감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응급실 침대에 눕히고 의사한테 설명을 하고, 체온을 쟀더니 39도 정도 였던 것 같다. 해열제를 먹여야 한다고 해서 가만히 깨웠더니 수민이가 눈을 떴는데, 이번에는 촛점이 맞았다.

"수민아, 네~ 해봐" 했더니 수민이가 조그만 소리로 "네~" 한다. 그 소리가 얼마나 감격스럽던지.

자다가 일어나 낯선 환경에서 피를 뽑고 주사를 맞느라 놀래고 무서워 우는데, 나는 그 우는 소리마자 얼마나 반갑던지.

정말 나는 병원으로 달려오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 했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대로 입원해서 오늘이 삼일째다. 이틀 내내 열이 내리는가 싶으면 다시 불덩이가 되다가 오늘 아침이 되서야 열이 많이 내리고 늦게까지 잠을 잤다.

열이 날 때는 40.2도까지 올라갔고, 밥은 입에도 안 대려고 해서 억지로 먹이려고 애를 쓰다가 결국 포기했다. 밥을 잘 먹어야 빨리 낳을 것 같은데.. 수민이도 먹기 싫은데 자꾸 먹으라고 하니 "속상해" 하고 운다. 그 모습을 보니 그냥 지금은 수민이 원하는 대로 다 해줘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건 말도 잘 듣고, 약도 잘 먹고, 놀기도 잘 한다는 거..

 

 

 

왜 갑자기 경기를 했을까. 며칠동안 곰곰히 생각해봤다.

감기기운이랑 중이염 증상이 있어서 약을 먹고 있었는데, 전날 하린이 이모가 놀러와서 밤 늦게까지 놀아 피곤했고, 다음날 피부과에 가서 면역주사까지 맞는 바람에 열이 확 올라온 것 같다. 거기에다 집에 오는 길에 포스코에 들러서 물고기 구경도 하고 왔으니..  

 

피곤하고 아픈 아이를 데리고 다닌 것도 문제고, 감기기운이 있는데 인터페론 주사를 맞고 온 것도 문제인 것 같다.

남편도 주사 맞으면 그 날은 열이 난다고 했는데, 그것 때문에 열이 확 올라오면서 경기를 한 것 같다.

그동안 아픈 걸 모르고 건강하게 자라던 수민이라 내가 너무 방심했었나보다...

 

열성경기는 유아가 열이 나는 초기에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데, 5세 이하일 때 일시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게 정확히 열성경기인지 뇌파검사를 해 봐야 하는데, 열이 완전히 떨어진 상태에서 해야해서 지금은 기다려야 한다. 

수민이 때문에 친정, 시댁 온 가족이 비상이다. 수현이는 친정집에 맡겨두었는데 아직 젖먹이 아기라 젖먹이러 내가 왔다갔다하고 있다. 여기 오면 병원에 있는 수민이 걱정, 병원에 있으면 여기 떼어 놓은 수현이 걱정.. 일단 수민이 열이 빨리 내렸으면 좋겠다. 검사하고 다같이 집으로 가야지.

지금 친정집에 잠깐 쉬러 왔는데 잠이 안 온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2. 12. 10. 22:43

토요일 오후, 수민이 어린이집에서 재롱잔치를 했다.

3살 수민이. 어린이집에 다닌 지 10개월째.. 학부모가 되어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게 아직도 어색하지만 은근히 기대도 됐다. 얼마나 귀여울까? 상상하면서.. ㅎㅎ

 

그런데 당일 날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고 운다.

옷 입기도 싫다고 울고 노래 안 부른다며 악을 쓰고 우는데, 싫다는 거 억지로 시키는 게 아닌가 싶었다. 친정엄마는 수민이 떼쓰는 모습을 보고 그냥 어린이집 보내지 말라고 하신다. 재롱잔치에서 입을 옷이랑 다 준비해놨는데... 그래도 보내야지 하면서도 억지로 보내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됐다. 

달래고 타일러서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면서 선생님한테 수민이가 무대에 올라가기 싫어하면 시키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수민이 차례가 됐는데, 막상 수민이 차례가 되니 나왔으면 하는 마음...

이게 부모와 아이가 원하는 것의 차이인 것 같다.

남들 하는 대로 다 하고 그 중에서도 제일 잘 했으면 좋겠는 부모 마음과, 하기 싫은 건 안 하고 싶은 아이 마음?

아이들이 크서 뭐가 됐으면 좋겠냐고 남들이 물어볼 때마다 나는 애들이 원하는 거 했으면 좋겠다고 쉽게 대답했는데, 정말 나는 그럴 수 있을까? 어린이집 재롱잔치 갔다가 갑자기 이런 벽에 부딪혀서 마음이 심란했다. ㅋ 

 

결과적으로 수민이는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서 일단은 다행이었지만, 그대로 얼음이 되었다. ㅋㅋ

3살 아이들이라 아직 뭔가를 기대하기에는 무리였나보다. 10명 중에 2명은 울고 1명은 잘하고 몇 명은 조금씩 움직이고, 나머지 반은 그대로 얼음. 동영상을 찍었는데 수민이만 보면 정지영상 같다.

 

새싹반 아이들~

얼음이 된 수민이 영상 (수민이는 정 중앙에 있음)

무대 뒤에서.. 나름 꽃도 준비했다. (집에 있던 조화 포장해서ㅋㅋ)

 

선생님 말씀으로는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 같은 걸 느낀 것 같다는데, 정말 그랬을까?

하여튼 스트레스 받은 건 분명한 것 같다. 내년에는 물어보고 시켜야지. 그때쯤 되면 의사표현도 확실히 하겠지.

그래도 울 아들.. 가만히 서있기만 했어도 엄청 귀여웠고, 동영상이랑 사진찍어온 걸 집에 와서 보여줬더니 그제서야 노래랑 율동을 하면서 신나한다.

 

처음 가 본 재롱잔치였는데 플랜카드를 만들어 온 엄마도 있었다. 요런 분위기 였구나ㅋㅋ 내년에는 최소한 울 아들이 엄마 얼굴 찾을 수 있게 일찍 가야지.. 이 날 행운번호도 당첨되서 책도 하나 받고 여러모로 수확이 있었지만, 수민이 아빠는 하필 이 날 회사를 가야해서 나 혼자 느끼고 왔다. 데이트도 포기하고 같이 와 준 양수한테 넘 고맙다.

양수 없었음 날도 춥고 애들 둘 데리고 얼마나 고생했을까! ㅋ

어쨌거나 부모가 되고 첫 재롱잔치였는데.. 직접 못 본 아빠도 많이 아쉬울 것 같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2. 11. 27. 15:36

수민이가 말을 잘 하니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생긴다. 진짜 별 거 아닌 일인데도 말이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하니 너무 귀엽다. 요즘은 어디서 "대박~" 이 소리를 배워서 적당한 타이밍에 써먹는데 너무 웃기다.

 

나중에 추억하기 위해 몇 가지..

1. 내가 수민이랑 같이 있다가 수현이를 재운다고 데리고 갔다. 그런데 수현이가 잘 생각이 전혀 없길래 바닥에 내려 놨더니 수현이가 형 있는 방으로 열심히 기어갔다. 갑자기 나타난 수현이를 수민이가 발견하고 "으악~!!" 소리를 지르며 겁에 질려 도망간다.

"코 잤는데..!? 코잤는데..!!!!" (코 자러갔는데!!)

코 자러갔는데 나타난 걸 보고 귀신본 듯 놀랐나보다.

 

2. 아빠가 감기가 걸려 일찍 자러 들어가서 수민이랑 수현이랑 엄마 셋이서 놀았다. 아빠 생각은 잊어버리고 자러 들어갔는데 누가 침대에 누워 있어서 깜짝 놀랐나보다. "누구지? 누구지?" 하더니 얼굴을 확인하고 "아빠구나~아빠네~" 하고 웃는다. '~구나' 소리는 어디서 배웠을까? ㅎ

 

3. 나한테 혼나고 나서, 내가 "수민이 속상하겠다~ 그래도 그러면 안되. 위험해~" 이렇게 말하곤 했더니 수민이가 먼저 "속상해. 엄마한테 혼나서 속상해. 엄마가 뽀뽀해줘야되. 안아줘"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속상해"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수민이.

 

4. 엄마 아빠한테 퍼즐을 해보라고 시키더니 지켜보면서 "잘하네? 잘하는데..?" 이러고 감시하다가 내가 틀리기라도 하면 "아닌데? 여긴데?" 하면서 뺏어가서 자기가 해버린다.

 

요즘 수민이는 퍼즐놀이에 푹~빠졌는데, 매일 3시간씩은 퍼즐만 한다.

9조각 짜리 퍼즐만 계속 맞추길래, 뽀로로 12/16/20/24/30 조각 다섯개 세트 하나를 사줬더니 너무 좋아한다. 내가 사주면서도 수민이가 할 수 있을지 고민했던 걸 비웃기라도 하듯이 지금은 쉬운 건 쳐다도 안 보고 30조각짜리만 계속 맞춘다.

 

고슴도치 엄마가 되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래도 우리 아들 넘 똑똑할 것 같은 느낌..ㅋㅋ "이렇게 집중하다니.." 이러면서 남편이랑 아들 칭찬한다. ㅋㅋ 퍼즐 열심히 하면 소근육도 발달시키고 집중력도 좋아져서 좋다지만...

안 좋은 건, 치우기 완전 귀찮다는 거.. 한 조각 잃어버리면 그거 찾아달라고 울어서 집을 다 뒤져야 된다는 거.. 엄마 아빠가 해보라고 시키는 통에 우리도 계속 맞춰야 된다는거... 수민이가 잘 하는 걸 보고 코코몽 퍼즐 104조각을 사줬는데 역시 수민히 혼자하긴 무리라 매번 우리가 열심히 맞추고, 맞추놓으면 다시 해보라고 순식간에 엎는다. ㅠ

 

 수민이의 퍼즐 삼매경

"어! 이수현! 너~! 그거 먹으면 안돼! 형아꺼야~ 엄마!! 먹어요~ 잉잉~ㅠ"

 

이 와중에 수현이는 퍼즐만 보면 열심히 기어와 퍼즐 조각들을 입에 가져간다. 그럼 수민이는 그걸 뺏다가 울고.. 그럼 우리는 수민이더러 퍼즐가지고 도망가라며 한바탕 소동을 치르고.. ㅋㅋ 그나마 요즘엔 때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요즘 수민이는 동생 돌보는 마음이 조금 생긴 것 같다. 수현이가 울면 달려가서 "까꿍!" "뚝!" "울지마~ 형아가 놀아줄께~" "아빠 오라고 할까? 아빠 데리고 올까?" 하기도 하고, 자던 수현이가 깨서 울면 나보고 빨리 가서 안아주라고 성화다.

 

뭔가 재밌는 걸 발견했을 때 신난 표정 (카메라 발견!)

 

이제 7개월 반인데 벌써 혼자 잡고 일어서기 시작한 수현이.. 둘째 아들은 수민이 키울 때 비하면 거저 키우는 거 같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효자기도 하지만, 두 아들 키우다보면 정신 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그러다 문득 수현이를 보면서 많이컸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는 수현이 쫒아다니는 일이 하나 더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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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2. 11. 7. 01:18

애가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한참 힘들게 하던 수민이가 다시 안정되어 간다.

안그래도 엄마도 뺐겼는데, 동생을 때린다고 매번 혼났으니 속상할 만도 하다. 수민이도 아직 세 살짜리 아기인데.

 

요즘 엄마아빠가 매번 수민이 편을 들어주며 '형아꺼야~' '형아 만지지 마~' '형아 아프잖아~' 하면서 수민이가 할 말을 우리가 먼저 하는 게 (어차피 수현이는 못 알아들으니..) 수민이 마음을 위로 하는데 좀 도움이 된 것 같다.

무엇보다 아빠가 적극적으로 수민이랑 놀아주면서 수민이는 아빠와 사랑에 빠졌는데, 안 좋은 건..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수민이가 아빠가 출근하고 없으면 "아빠 보고싶어~ㅠㅠ" 이 울음소리로 수민이의 하루가 시작된다는 거. 쉽게 달래지지 않는다는 거. ㅋ

 

아빠가 퇴근하면 다다다다~ 달려가서 인사하기 "안넝하세요!!"

수민이 돌잔치때 썼던 포스터.. 꺼내줬더니 자기라며 좋아한다. 발차기 얍!

우리집 나름의 수민이 마음 달래기 치료과정ㅎ

 

요즘 수민이는 말이 터져서 우리를 빵빵 터지게 한다.

가끔 말도 안되게 떼를 쓰고 울 때는 "엄마 우는 거 싫어. 울지말고 이야기해. 다 울면 이야기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그대로 놔두면 금방 뚝 그치고 와서는 "다 울었어요." 하고,

수민이가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서 "수민아 너무 많이 먹는 거 아니야?" 하면, "수민이 돼지지롱!" 이렇게 대답한다.

 

최근에는 탁자를 붙잡고 일어서기 시작한 수현이가 탁자를 붙잡고 서서 한 손으로 내가 먹다 놓은 커피잔을 아슬아슬하게 들고 있었다. 부엌에서 내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히~익!!!" 소리를 냈더니 그 소리에 수현이는 더 놀래서 뒤로 벌러덩 넘어갔다. 다행히 커피잔은 탁자에 엎어졌고, 수현이는 다치지는 않았지만... ㅋ 수민이는 놀래 우는 수현이를 보며 "어떡해~ 아프겠다~" 이러고 있다.ㅋ 내가 "동생 안 넘어지게 잡아줘야지~!" 했더니, 계속 "미안~ 미안해~" 한다.

 

예전에는 수민이가 수현이를 느닷없이 물어버리거나 때렸다. 무는 것도 이빨 자국이 선명히 나도록 세게 무는 바람에 아기가 자지러지게 울었는데, 이제는 동생이 자기를 만지고 꼬집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겨도 왠만해선 잘 때리지 않는다. 물론 가끔 때리긴 하지만 전처럼 무자비하게ㅋ 때리진 않고, 수현이가 울고 있으면 "형아가 놀아줄께!!" 하면서 달려간다. ㅋㅋㅋ

 

둘째 수현이는 너무 잘 먹고 잘 큰다. 얼마나 잘 먹는지 요즘은 이유식을 어른 스푼 가득 3스푼씩.. 그렇게 하루에 세 끼를 먹는다. 그리고 아기 과자도 넘 잘 먹고.. 하여튼 먹는 것만 손에 쥐어주면 조용해진다. 이제 10.3kg 정도 된 것 같다.

 

수현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자기 나름 하루를 아주 바쁘게 보낸다. 의자와 탁자 다리로 열심히 장애물을 넘으며 기어다니고, 엄마를 찾아서 화장실과 이방 저방으로.. 바쁘게 돌아다닌다. 

 

 엄마를 발견했을 때 이 반가운 표정! 엄마 찾았다!!

안녕? 하고 손을 흔드는 듯.. ㅋㅋ 수현이도 안녕?

 

며칠 전에 학교 선배언니가 놀러와서 도대체 둘을 어떻게 재우냐고 물었다. 하긴 재우기가 제일 힘들다. 수현이를 겨우 재울려고 하면 수민이가 악을 쓰고 우는 소리에 수현이가 놀래서 깨고.. 둘이 동시에 울면 짜증이 벌컥 난다. 동생을 깨우는 수민이가 야속해서 수민이한테 화도 내 봤지만 그러면 수민이는 속상해서 더 울고 악순환이 계속 된다.

그럴 때는 수현이 재우는 걸 포기하고 우선 수민이를 좋은 말로 달래줘야 한다. ㅋ 어쩔 수 없이 내가 참는 수밖에..ㅠ

 

 

힘들지만 그래도 둘이 낫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건  음식점 같은 곳에 가서 아이들이 형제끼리 노는데 수민이 혼자 기웃기웃하면서 서성일 때..

그리고 두 아이들이 소리내서 웃을 때, 수현이가 엄마를 보고 반가워 활짝 웃을 때, 수민이가 "엄마 좋아. 이~만큼 좋아" 할 때, 수민이가 우유에 콘프러스트를 타서 흘리지 않게 두 손으로 잡고 살금살금 걸어갈 때, 수민이가 쉬가 마려워 화장실로 달려가면서 "참아야되! 참아야되!" 할 때, 수민이가 수현이한테 장난감을 주면서 "고마워~해!" 할 때...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나를 행복하게 해주니 지금 내가 아이들을 위해 보내는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그렇게 생각해야지. ㅋㅋㅋ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2. 10. 25. 21:56

수민이가 돌 쯤 됐을 때, 말도 잘 못하는 수민이가 언젠가부터 "아이씨!" 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웃기기도 하면서, 도대체 이 말을 어디서 배웠을까 의아했었다. 어머니가 나더러 "이거 어디서 배운거니?" 하셨을 때도 모르겠다고 했는데, 어느 순간 내 입에서 저 소리가 나오는 걸 발견했다. 가슴이 덜컥해서 동생한테 "이거 나한테 배운건가봐.." 했더니, "언니 그거 몰랐어?" 한다.

나도 모르게.. 하는 줄도 모르게 순간 내뱉던 소리를 그대로 아이가 따라하고 있었다.

그 뒤로 말 하는 걸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최근 나의 알람이 다시 켜졌다.

잘 지내던 수민이가 이번 달 들어 갑자기 짜증이 늘고 떼를 쓰고, 밤에 두 번씩 이불에 쉬를 하기도 하고, 바지에 응가도 한다. 동생이 생기면 보이는 퇴행 현상.. 간절기라 더 심해지는 아토피 때문에 더 짜증이 많이 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민이가 꿈을 꿀 때 자주 "까까 주세요~!" "갈꺼야~!" "싫어~" 이런 식으로 잠꼬대를 하면서 깨는데, 꿈은 현실을 반영한다고 했던가.. 꿈 속의 상황을 짐작해보면 대부분 내가 뭔가를 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인 것 같다.

내가 너무 수민이를 억압했나.. 싶고, 또 요즘 수민이가 동생을 때리기 시작하면서 내가 수민이한테 소리지르고 혼내는 상황이 반복되는데 더 그게 문제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뭘 잘못하고 있었던 건지 친정엄마랑 남편이랑 이야기도 해보고 우선 수민이 위주로 모두 바꾸기로 했다.

설거지 하는데 수민이가 놀아달라고 매달려서 울면, 전에는 설거지 다하고 간다며 나도 짜증을 냈겠지만 지금은 모두 스톱하고 수민이랑 방에 가서 논다. 몇 분 씩이라도 짬을 내서 책도 읽어주고, 수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데 수민이가 뺐으면, 오히려 수현이를 야단치는 식으로 바꿨다. "수현아, 이거 형아꺼야~ 만지면 안되~" 하면서 수민이가 들으라고.. 또 말을 최대한 부드럽게 바꿨다.

 

그랬더니 수민이도 변했다. 내 말투를 그대로 따라서 부드럽게 하는게, 아.. 이거 또 내 잘못이었구나. 싶다.

자꾸 짜증을 내고 날카롭게 반응을 하던 게 날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나 보다. ㅠ

 

하지만.. 문제는 며칠 잘 해줬다고 수민이도 쉽게 바뀌지 않고, 나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거...

수민이랑 잘 놀아주려고 맘먹고 나서도,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수현이가 자기를 만졌다며 이빨 자국이 나게 머리를 물어버리면 난 다시 화내는 엄마가 되고, 또 이렇게 순식간에 난장판된 방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ㅠ

 

 

그림 그리기 놀이..                                          오늘 있었던 일 그림 그리기  

브이~! 천진난만하면서도 다 생각하고 있는 아들..

 

이렇게 수민이 스트레스만 걱정하다가 내가 먼저 병 날 것 같다.

 

그래서 방편의 하나로 구몬 선생님도 신청했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아무리 내가 바뀌려고 노력해도 성격을 뜯어 고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는 면도 있고, 그럴 때 누군가 아이를 위해서 집에 와서 놀아주면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수민이 친구 엄마의 조언을 듣고 맞는 말인 것 같아서 테스트를 해봤더니 정말 너무 좋아한다. 이모 선생님이라며 벌써부터 오기를 기다린다.

 

나도 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을 어떻게든 마련해야겠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2. 10. 15. 22:27

요즘 수민이는 미운 세살.

하루에도 수 차례 나에게 약을 줬다 사탕을 준다.

 

"안녕하세요!" 인사도 잘 하고, 시장이나 가게에 가면 "엄마 뭐해요? 옷 구경해요? 이거 얼마에요?"

혀 짧은 소리로 존댓말을 할 때는 얼마나 귀여운지!  하지만 이렇게 넘 사랑스러울 때와 미운 순간은 정말 한 끗 차이다.

 

잘 놀고 집에 들어갈 때만 되면 "싫어요. 안가요." 하면서 도망다니는데,

좋은 소리로 타일러야지 매 순간 다짐하다가도 수민이가 수현이를 때릴 때는 나도 모르게 소리부터 지르게 된다.

그럼 수민이가 울고, 또 형 울음소리에 수현이도 울고.. 악순환의 반복.

그나마 밖에 나가서 가끔 발악하면서 우는 애들을 보면 그래도 수민이는 양반이라는 생각을 하며 위안한다. ㅋ

 

수민이는 수현이가 만지려고 하는 장난감마다 "만지지마" "형아꺼야" "먹으면 안돼" 하면서 다 가지고 가 버리는데, 요즘은 질투가 더 심해져서 동생을 갑자기 때리는 횟수가 많아졌다. 

'괜찮겠지?' 하고 뒤돌아서면 영락없이 수현이의 울음 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수현이 얼굴을 물어버리거나 때려버리는데, 내가 급하게 달려가서 수민이더러 뭐했냐고 물으면, "응애응애 땟지 했어요." 하고 바로 재연한다.

 

젖을 물려 재우려고 하면 수민이가 달려와 "엄마 뭐해요? 엄마 일어나~!" 하고 징징거리고, 꺼 놓은 불을 일부러 켜고, 침대에 올라와서는 자기도 코 잔다며 수현이 얼굴을 탁탁 때린다. 아니면 수현이 자는 주위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꼭 아기 쪽으로 넘어지기 일쑤다.

 

         수현이가 만지는 건 다 내 다리 밑으로!                       둘이 동시에 우는 중.. 나도 같이 울고 싶다ㅋ            

 

그렇다고 항상 동생을 미워하는 건 아니다.

 

수현이도 형이 만지는 것만 재밌어 보이는지 수현이도 나름의 방법으로 형을 귀찮게 하는데, 형 팔을 붙잡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긴다. 그래도 수민이는 "하지마~ 형아 아퍼~" 하면서 왠만큼 참는 편이다. 또 수현이를 "예쁘다~" 하고 쓰다듬어 줄 때도 있고, 동생이 울 때는 나보다 먼저 뛰어가서 장난감을 먹으라고 앞에 던져주고 오기도 할 때는 웃음이 난다.

 

"수현아 까꿍!"

     수현아 형아 밥 먹을께~ 기다려~                                       형아, 나 그거 좀 줘 봐요~!           

 

길지는 않지만.. 가끔 찾아오는 평화로운 순간 

책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교회에서 또래 엄마들한테 물어봤더니, 이럴 때일 수록 수민이한테 집중적으로 사랑을 표현해줘야 한다고 했다.

나는 수민이랑 밖으로 매일 돌아다니고 하면서 놀아준다고 하지만 그래도 수민이한테는 많이 부족한가보다. 보통 동생 젖 줄 때 질투가 제일 심하다고 하는데, 수민이가 느끼는 감정이 짐작도 간다.

 

하지만 더 사랑해줘야지 마음먹어도 쉽지 않다. 나도 스물스물 산후우울증이 생기는 것 같고, 매일 바쁘고 정신없게 보내다보면 수민이랑 집중해서 하루에 30분 놀아주기도 힘들다.

 

고민끝에 대안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선생님을 알아보기로 했다. 선배맘들의 조언을 받아서..

그리고 나의 우울함은 요즘 교회를 다니면서 위로 받고 있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2. 9. 27. 01:23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말을 시작하는 아이와 엄마가 서로 의사소통을 하면 모습이 딱 그렇다. 매일 이렇게 붙어있다보면 모를 수가 없긴 하다. 그래서 수민이가 말이 늦었을까? 말이 늦는다고 한참 고민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요즘은 말을 너무 잘해서 내가 그랬었나 싶기도 하다.

 

끝까지 부르는 노래도 많아졌는데,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이 노래는 "무어시 무어시 꼭꼭꼭까~" 이렇게 부르고, "반짝 반짝 작은별~" 이 노래는 "깍깍깍깍 깍깍깍~" 이렇게 들린다.

발음도 부정확하고 혀 짧은 소리로 하루종일 시끄럽게 떠드는데도 너무 귀엽다. 특히 ABC송은 급한 마음에 대충 다다다다 부르고 끝내버리는데 이건 나만 알아 듣고는 웃겨서 혼자 깔깔 웃는다. 듣고 또 들어도 재밌다.

 

시장에 가면 "오뎅 얼마에요?" "안녕히 계세요~" 이렇게 내 말을 따라하면서 아줌마들의 사랑을 받기도 하고,

저녁을 차릴 동안 잠깐 티비를 틀어줬다가 이제 밥먹게 오라고 했더니 "이것만 볼께~ 엄마 기다려~~" 하더니 정말 끄고 온다. 

오늘은 수현이가 이빨이 나느라고 간지러운지 내 손을 너무 꽉 깨무는 바람에 자국이 심하게 생겼는데, 내가 그걸 수민이한테 보여주면서 수현이가 그랬다고 일렀더니 수현이한테 가서는 "엄마 물면 안돼~ 왜그랬어~ 무는거 아니야~ 하지마~" 이런다. 이쁜 우리아들.

 

집에서 놀기

시장에 가면~ 개구리도 있고~ 애벌레도 있고~(건강원ㅋ)

나뭇잎을 바람에 날리며... 나뭇잎 한 장만 있어도 신난다.

 

전엔 내 몸도 회복이 안 된 상태에서 둘을 감당하려니 힘도 들고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그래서 아이가 떼를 쓰기 시작하면 넘 짜증이 나고 힘들었는데, 이제 적응도 하고 수민이도 말귀를 잘 알아들으니 실랑이 하는 것도 요즘은 어떤 면에서 재미가 있다.

 

우선 혼내지 않고 설명해주려고 애쓰던 게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요즘 아토피 치료 때문에 과자를 못 먹게 했더니 그 뒤로 과자만 보면 "엄마, 까까 되요?" 하고 너무 애절한 표정으로 물어보길래 가끔 하나씩 먹게 했었다. 그러다 엊그제 과자 한 봉지를 먹고 났더니 피부가 빨갛게 일어난다. 그래서 과자 먹어서 간지러운거라고 설명을 해줬더니, 슈퍼에 가서도 "까까는 안되요~ 간지러워요" 이렇게 말하고, 할머니집에 가서 과자를 발견해도 "까까는 아니에요~" 이러고 한쪽 구석에 치워 둔다.

 

말 잘 듣게 하는 마법같은 말도 찾았다.

티비를 보고 있을 때, "이제 그만 봐."하고 엄마가 강압적으로 꺼버리지 말고, "그럼 몇 개 더 볼꺼야?" 물어보면 "한 개" 혹은 "두 개"이렇게 대답하는데, "그럼 그것만 보고 스스로 끄는 거야~" 하고 당부하면 정말 스스로 끄고 "껐어요!" 한다.

샤워를 할 때 수도꼭지를 계속 틀어놓고 있고 싶어하면, 엄마가 가서 물을 끄고 "안 돼!" 하는 것 보다는 "그럼 조금만 더하고 스스로 나와~" 그럼 정말 조금만 더 놀다가 스스로 물을 끄고 나온다.

스스로 하게 하게 하는 게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딱 하나 유별나게 떼를 쓰는 건, 집에 바로 안 들어올려고 하는거..

이건 내가 일찍 집에 들어오기를 포기하고 아예 애들이랑 구경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시간씩 시장구경도 하고 산책을 하고 온다.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이렇게 나름 방법을 찾으니 훨씬 수월하다.

힘든 날이면 애들이 빨리 컸으면 좋겠지만, 어떤 날은 이대로 아이들이 크지 않았으면 싶기도 하다.

이렇게 엄마 좋다고 꼭 껴안고 자고, 뽀뽀하고 그런 것도 나중엔 징그럽다고 안하겠지? ㅠ

 

어른들이 힘들어도 지금이 좋을 때라고 하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지금 당장은 좋지만 또 아이들이 어떻게 돌변할 지 모르는 거고.. 이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연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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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2. 9. 16. 23:20

확실히 둘째는 서럽다.

어느날 친정집에 가서 수현이를 바닥에 눕혀 놓고 쉬고 있었더니, 동생이 수현이가 불쌍하다고 한다. 수민이 이맘 때 하루종일 안고 있었던 거에 비해 확실히 수현이는 손은 덜 타고 있다. 눕혀놓으면 뒹굴뒹굴 돌아다는데 굳이 안아줄 필요는 없지만 조금 미안한 감정은 있다.

 

수민이가 처음 뒤집기 연습을 할 때처럼 옆에서 같이 힘주며 응원한 적도 없고, 수현이가 처음 기어갈 때도 수민이 때처럼 동영상을 찍어대며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다.

 

첫째를 낳고는 모든 게 다 처음이었던 엄마는 아기가 손가락만 움직여도 신기했다. 남들이 보면 다 똑같은 사진이지만 내가 봤을 때는 천 가지 표정을 가진 우리 아기가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고 또 찍으며 좋아했었다. 그런데 최근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온통 수민이만 가득하고, 수현이 사진은 거의 없는 걸 보고 조금 반성했다.

나중에 수현이가 서운해 할 수도 있겠구나..  

 

변명을 하자면 이미 한 번 경험을 해 보고 나니, 한번 본 영화를 또 보는 느낌이랄까. ^^;

 

 

수현이는 5개월에 접어들면서 요즘은 기어다닌다.

앞에 물건이 있으면 열심히 기어가 물건을 잡고 물고 빠는데, 전체적으로 발달이 빠른 편이다. 그런데 조금씩 늦던 수민이가 천재처럼 보이던 건 엄마로서 첫 경험이었기 때문이었고, 수현이는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이려니 하게 된다. 조금 빠르고 늦는 건 중요하지 않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려니..' 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서 좋은 건, 작은 일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 다는 것. 

아기가 힘들 게 하더라도 그러려니 하고나니 훨씬 안정된 육아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또 안정이 되면서 첫째를 정신없이 키우면서 보지 못한 것들이 보이게 되었다.

 

아기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 지 어색하기만 하던 나는 이제 혼잣말도 잘 하면서 아기랑 잘 놀 수 있게 되었고,

아빠가 집에 있어도 혼자 목욕 시키는 게 오히려 편하게 되었고, 아기의 울음소리를 구별하고 생활패턴을 읽게되었다.

힘들 때는 자주 티비를 틀어 보여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티비도 컴퓨터도 거의 안 켜고 하루를 보낸다.

아기 볼은 너무 부드럽고 폭신하고 젖냄새도 너무 좋고 사랑스럽다.

아이가 둘이지만 그렇게 힘들지 않다는 말은 이런 이유에서다.

 

젖을 물고 곤하게 자려다가도 수민이 형아의 "응가~!" 소리에 엄마는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버리는 서러운 둘째지만 그래도 우리 둘째 아들.. 튼튼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나도 수현이 방긋방긋 웃는 모습에 하루하루 피곤이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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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2. 9. 11. 16:09

어린이집 한 학기가 끝났다.

어린이집은 학기가 바뀐다고 해서 큰 변화는 없는데, 어제 어린이집에서 수민이가 생활하던 모습을 월 별로 정리해서 보내주셨다. 사진을 달마다 분류해서 사진에 뭐하고 있는지 일일히 이름도 적어주셨는데, 완전 감동 ㅠ

새삼스럽게 사진들을 보니 수민이가 참 많이 자란 게 실감이 난다.

 

 3월 - 처음으로 엄마랑 떨어지느라고 많이 울었던 수민이..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인다. 우는 친구에게 다가가 장난감을 건네주기도 한다.

 

4월 - 동생이 생겨서 마음이 불안해진 울 아들.. 서럽게 많이 울던 짠했던 한 달

양손 가득 물건을 쥐고 다니던 욕심많던 수민이.. 어린이집 활동에는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듯

 

5월 - 내 산후조리가 끝나고 수민이가 집으로 돌아와 적응하던 시기

안정을 찾아가서 그런지 전 달보다 확실히 표정이 밝아졌다.

 

6월 - 적응을 끝내더니 이제는 자신감을 찾은 듯..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표정도 다양해졌다.

 

7월 -  이제 어린이집에 대한 거부반응은 없어짐. 이때부터 말을 시작..

집에서 "연아야 축하해~!" 하고 선물 주는 연습을 하길래 선생님한테 꼭 시키라고 부탁했더니.. 인증샷도 있네ㅎㅎ

 

8월- 어린이집에 가면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는 수민이.. 즐거워 보인다.

 

세 살까지는 엄마가 키우는 게 좋다는데, 수현이가 태어나니 어쩔 수 없이 보내면서 마음이 아팠었다. 항상 엄마하고 집에 있다가 처음 떨어뜨릴 때는 수민이가 많이 울어서 안타까운 마음에 발걸음이 안 떨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좋을 수가! ㅎㅎ

나도 조금 쉴 시간이 생겨서 좋고, 매일 다른 활동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수민이 한테도 좋고..

서로 윈-윈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여름에 물놀이 하기

더운 여름 날, 가끔 늦게 등원할 때 친구들이 이미 밖에 나와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이럴 때 수민이는 신이 나서 유모차에서 용수철 처럼 튕겨져 나와 가버린다. ㅋㅋ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좋았던 것 또 하나는 규칙을 알게 되었다는 거다.

전에는 약을 먹일 때마다 수민이랑 전쟁이었는데, 어린이집에 약을 보낸 이후로 어떻게 배웠는지 약도 너무 잘 먹는다. 반찬도 골고루 잘 먹는 편이고 낮잠도 규칙적으로 잘 자고.. 생활 패턴도 일정해졌다.  

수민이랑 어려움이 있을 때는 선생님께 어떻게 해야할 지 여쭤보고 상담을 해서 도움을 받기도 한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에 딱 맞는 타이밍에 보낼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고,

수민이가 잘 적응해서 재밌게 다니는 것도 고맙다.

 

수현이는 언제부터 보낼 수 있을까? 왠지 일찍 보낼 것 같은 예감이..ㅎ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