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결과가 나오는 줄 알고 했는데, 이틀 후에 결과가 나온다며 결과지를 가지고 집으로 방문하겠다고 한다.
'음.. 낚였구나..'
오면 분명 웅진 전집 사라고 할 텐데..ㅋ 거절하기도 그렇고 부담스러워서 방문일을 두번이나 미뤘지만 결국 지난 주에 담당자가 우리집으로 찾아왔다. 무난하게 두시간 정도 검사 결과와 웅진 책 설명을 하다가 갔는데, 가고 나니 마음에 걸리는게 생겼다. 전체적으로 느린편에 속한 발달분석 결과표..
말을 아직 못하긴 해도, 하나씩 새롭게 따라하는 걸 보면서 우리 아들 똑똑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세상 모든 엄마들이 하는 고슴도치 사랑이었나?
설 전에는 영유아검진을 하러 소아과에 갔더니 언어가 많이 느리다며 의사선생님이 날 보며 '집에서 애한테 말을 안하나요?' '책을 안 읽어주나요?' 한다.
아닌데.. 책도 많이 읽어주고 이야기도 많이 해 주는데..
갑자기 내가 이상한 엄마가 된 것처럼 기분도 이상하고 순간 황당했다.
조금 느릴 수도 있다고 생각 했는데 내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었나 싶었다. 수민이 친구들 중에 빠른 아이들 보면 벌써 노래도 부른다는데, 수민이는 의성어랑 '엄마,아빠'만 하니.. 확실히 수민이가 말이 늦은 편이긴 하다.
집에 돌아와 수민이 발달이 조금 늦은 이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다.
2. 진단지 체크를 잘못 했을 수도 있다.
3. 내가 요구사항을 미리 다 해결해줘서 말할 필요성을 못 느낄 수도 있다.
4. 수민이가 그냥 조금 느린 편일 수도 있다.
잠자기 전만해도 책 읽어달라고 수민이는 항상 책을 두 권씩 골라오는데, 한 권당 두 세번 읽어주는 건 기본이고, 두 권으로 항상 부족해서 책을 더 가지고 온다. 내가 먼저 지쳐서 몰래 책을 침대 밑으로 떨어뜨리면 기가막히게 알고 빨리 주우라고 소리지른다.
시켜보지 않아서 모르는 걸 다 못한다고 체크한 것도 조금 있다. 어제는 밥먹으면서 오빠랑 이야기 하고 있는 사이에 수민이가 혼자 숟가락으로 밥을 떠 먹었다. 흘리고 지저분하게 먹는게 싫어서 그동안 내가 계속 먹여줬는데, 갑자기 흘리지도 않고 먹다니 깜짝 놀랄 일이다. 내가 박수치고 좋아했더니 수민이도 신이나서 꾸역꾸역 혼자 먹는다.
이렇게 혼자 할 수 있는데 내가 못하게 막고 있었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며칠 전에는 바닥에 얼룩이 있어서 물티슈로 닦고 있는데 수민이가 옆에서 물티슈를 꺼내려고 하길래 순간, "안(돼)...!!!" 하다가, 하게 해주자고 맘을 바꿔 먹었다. 물티슈 다 빼봤자 뭐 다시 접어서 통에 넣으면 되지.. 하고 내버려 뒀더니, 딱 한 장만 빼서는 옆에서 같이 방바닥을 닦는다.
느리게 나온 성장발달결과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뭐든 다 해주는 것도, 못하게 막는 것도 좋지 않은데 나는 무의식 중에 두 가지를 다 하고 있었나보다. 좀 더 지켜보는 태도가 필요한데도..
수민이가 조금 느린 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말도 다 알아듣고 의사표현도 다 하니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진 않다. 아이는 자기 페이스대로 정상적인 발달을 하고 있는데 부모가 조급한 마음으로 억지로 시키면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 것 같고.. 부모의 조급함이 아이의 성장을 멈추게 하는 지름길이라니 나에게 필요한 건 인내심인데.. 알지만 쉽지는 않다.
요즘은 꿈에서 수민이가 갑자기 말을 하는 꿈을 자주 꾼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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