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2. 1. 27. 11:03
지난번 수민이랑 키즈카페에 갔을 때 웅진다책 선생님들이 오더니 무료로 영아종합발달검사를 해준다고 했다.
바로 결과가 나오는 줄 알고 했는데, 이틀 후에 결과가 나온다며 결과지를 가지고 집으로 방문하겠다고 한다.
'음.. 낚였구나..'

오면 분명 웅진 전집 사라고 할 텐데..ㅋ 거절하기도 그렇고 부담스러워서 방문일을 두번이나 미뤘지만 결국 지난 주에 담당자가 우리집으로 찾아왔다. 무난하게 두시간 정도 검사 결과와 웅진 책 설명을 하다가 갔는데, 가고 나니 마음에 걸리는게 생겼다. 전체적으로 느린편에 속한 발달분석 결과표..

말을 아직 못하긴 해도, 하나씩 새롭게 따라하는 걸 보면서 우리 아들 똑똑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세상 모든 엄마들이 하는 고슴도치 사랑이었나?   

설 전에는 영유아검진을 하러 소아과에 갔더니 언어가 많이 느리다며 의사선생님이 날 보며 '집에서 애한테 말을 안하나요?' '책을 안 읽어주나요?' 한다.

아닌데.. 책도 많이 읽어주고 이야기도 많이 해 주는데..
갑자기 내가 이상한 엄마가 된 것처럼 기분도 이상하고 순간 황당했다.

조금 느릴 수도 있다고 생각 했는데 내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었나 싶었다. 수민이 친구들 중에 빠른 아이들 보면 벌써 노래도 부른다는데, 수민이는 의성어랑 '엄마,아빠'만 하니.. 확실히 수민이가 말이 늦은 편이긴 하다. 
집에 돌아와 수민이 발달이 조금 늦은 이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다. 

1. 내가 수다스러운 편은 아니니.. 수민이한테 필요한 말이 턱없이 부족할 수도 있다.
2. 진단지 체크를 잘못 했을 수도 있다. 
3. 내가 요구사항을 미리 다 해결해줘서 말할 필요성을 못 느낄 수도 있다.
4. 수민이가 그냥 조금 느린 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수민이랑 말을 안 하고 산 것도 아니고, 아빠랑 기회만 있으면 밖에 데리고 나가 구경시켰고, 책도 많이 읽어준 편이라고 자부한다.
잠자기 전만해도 책 읽어달라고 수민이는 항상 책을 두 권씩 골라오는데, 한 권당 두 세번 읽어주는 건 기본이고, 두 권으로 항상 부족해서 책을 더 가지고 온다. 내가 먼저 지쳐서 몰래 책을 침대 밑으로 떨어뜨리면 기가막히게 알고 빨리 주우라고 소리지른다. 

시켜보지 않아서 모르는 걸 다 못한다고 체크한 것도 조금 있다. 어제는 밥먹으면서 오빠랑 이야기 하고 있는 사이에 수민이가 혼자 숟가락으로 밥을 떠 먹었다. 흘리고 지저분하게 먹는게 싫어서 그동안 내가 계속 먹여줬는데, 갑자기 흘리지도 않고 먹다니 깜짝 놀랄 일이다. 내가 박수치고 좋아했더니 수민이도 신이나서 꾸역꾸역 혼자 먹는다.

이렇게 혼자 할 수 있는데 내가 못하게 막고 있었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며칠 전에는 바닥에 얼룩이 있어서 물티슈로 닦고 있는데 수민이가 옆에서 물티슈를 꺼내려고 하길래 순간, "안(돼)...!!!" 하다가, 하게 해주자고 맘을 바꿔 먹었다. 물티슈 다 빼봤자 뭐 다시 접어서 통에 넣으면 되지.. 하고 내버려 뒀더니, 딱 한 장만 빼서는 옆에서 같이 방바닥을 닦는다. 

느리게 나온 성장발달결과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뭐든 다 해주는 것도, 못하게 막는 것도 좋지 않은데 나는 무의식 중에 두 가지를 다 하고 있었나보다. 좀 더 지켜보는 태도가 필요한데도..

헌책방에서 수민이

수민이가 조금 느린 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말도 다 알아듣고 의사표현도 다 하니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진 않다. 아이는 자기 페이스대로 정상적인 발달을 하고 있는데 부모가 조급한 마음으로 억지로 시키면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 것 같고.. 부모의 조급함이 아이의 성장을 멈추게 하는 지름길이라니 나에게 필요한 건 인내심인데.. 알지만 쉽지는 않다.

요즘은 꿈에서 수민이가 갑자기 말을 하는 꿈을 자주 꾼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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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2. 1. 12. 18:52

수민이가 자라면서 같이 커가는 나의 고민, '오늘은 어떻게 놀아줄까'.
(두 번째 고민은 '오늘은 뭘 먹일까')

매일같이 11시가 넘어야 들어오는 남편이랑 (그나마) 같이 있을 수 있는 주말이 다가오면 반갑지만
일요일 밤이 되면 기도한다. 이번 주도 무사히 보내게 해달라고..(서로 즐겁고 유익하게) 

지난 주말에는 수민이랑 뽀로로마을에도 놀러갔다가, 막 아기를 낳은 친구 산부인과에 갔다가, 시댁에 들렀다가,
교회도 갔다가, 일하러 간 남편 회사도 따라갔다가 왔다.
어느때처럼 스케줄로 꽉찬 주말을 보내고 다시 돌아온 월요일.
바쁜(?) 주말을 보내고 났더니 나는 쉬고만 싶은데, 쉬고 싶을수록 아들은 나한테 더 달라붙어 뭔가를 요구한다.

뭔가를 요구한다는 건,
책 부록으로 같이 온 활동 스케치북에 있는 그림을 자꾸 떼어 달라고 해서 그림이란 그림은 거의 다 오려진.. 너덜너덜해진 스케치북을 들고와서 자꾸 찡찡거리거나 (가위로 잘라주면 그 순간 뿐.. 잘려진 그림은 금새 버려진다.)
책을 보다가 음식 그림이 나오면 무조건 냉장고를 (혹은 과자가 있는 문) 가리키며 달라고 운다.
 
모른척하고 누워 쉬고 싶은 마음과 힘들어도 놀아줘야 된다는 상반된 마음이 나를 힘들게 한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배도 계속 아프고..
내가 짜증이 날수록 수민이는 더 엄마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힘든 월요일을 보내고 나서 화요일에는 아침부터 작정하고 놀아주려고 오랜만에 키즈카페에 갔더니
수민이는 문 앞에 가자마자 '우와! 우와'.. 신발을 벗겨주자마자 신나서 뛰어들어간다.

이렇게 수민이가 열심히 놀고 푹 잠들면 나도 좋다. 
아이에게 매일같이 해줘야 할 3가지 놀이가 '야외 놀이, 창의적 활동, 책 읽기' 라는데
물론 매일 이렇게 어딘가로 데리고 가서 놀아주면 좋겠지만, 이제 앉았다 일어나는 것도 버거워지는 내 체력과 추운 날씨가 문제다.

집에서 볼풀공을 고래한테 자꾸 던지길래 왜 그러나 싶었더니, 
뽀로로마을에서 상어 입에 볼풀공 던지기를 열심히 한 학습효과.. ㅋㅋ


그나마 수민이가 책을 좋아해서 다행이다. 
이제 말을 거의 알아들어서 내가, "하양이 엄마 찾는 책 가지고와." "크롱 응가했어요 책 가지고와~" 하면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영락없이 가지고 온다.
너무 신기하고 예쁘지만 문제는 혼자는 잘 안본다는 거..

설거지 하는 동안 조용해서 봤더니 혼자 책을 다 꺼내서 보고 있다.
(아주 흔치 않은 시간)

일주일 내내 애랑 씨름하다보니 심신이 다 지친다.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애들을 키우고 있는지... 
어린이집은 최대한 늦게 보내려고 3월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그 전에 연락이 오면 오는대로 보내고 싶다.
휴식시간이 필요하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1. 12. 15. 14:16

요즘 수민이는 엄마를 너무 찾는다.
양수이모가 슈퍼를 데려가도 엄마가 따라오는지 꼭 확인하고, 내가 안 가면 동네가 떠나가게 운다.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아빠가 안고 올라갈 때도 내가 바로 따라가지 않으면 겁을 먹고 울고,
집에서 엄마 껌딱지가 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같은 방에 있을 때도 내가 배가 뭉쳐 누워있기라도 하면
배 위로 올라가 말을 타고, 이상한 자세로 내 몸에 찰싹 붙어 매달린다.
뭐하자는 거냐고 수민이를 보며 한참 웃기도 하지만 이내 이게 도대체 뭐하는건가 싶다.

자세를 바꾸면 등에 매달리고 얼굴에 매달리고, 안경이랑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깨문다.
하지 말라고 좋게 타이르고 싶지만, 내가 성인군자도 아니고 
매 순간 어떻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그냥 참아도 스트레스, 화를 내도 나쁜 엄마라는 자책감에 매일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성희가 보내준 디비디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지난 주 놀러온 성희가 나더러 이제 능숙한 엄마 같다고 해서
이게 디비디 덕분인가 싶어 실험?을 해봤다. ㅋ

집에서 청소기를 돌리고 있는데 수민이가 내 지갑 안에 있는 카드를 다 빼고 있는 걸 발견..
실험을 해보려고 바로 달래지 않고 "안돼!" 하면서 지갑을 뒷 주머니에 꽂고 청소기를 계속 돌리는데
수민이가 지갑 내놓으라며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안그래도 이날 오전에 인터넷 수리기사 아저씨가 오셨었는데 내 지갑에서 카드를 자꾸 꺼내 아저씨한테 갖다주는 바람에 서로 난처한 상황이 생겨서 안 된다고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안된다고 해도 소용없고, 내 바지 뒷 주머니에 지갑이 있다는 걸 잊어버리지도 않고 따라다니면서 운다.
이 떼쓰는 상황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이번엔 청소고 뭐고 다 내려놓고
수민이를 안고는, "우리 수민이 속상했구나.. 지갑 갖고 싶어요~" 이렇게 달래다가
그래도 엄마 지갑은 안된다고 설명을 해주니 금새 달래져서 다른 장난감으로 간다.
달래는 시간 30초? 1분?

이런 걸 보면 아이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면 육아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책 볼 때도, 그림 그릴 때도, 밥 먹을 때도 앉아있을 때도 꼭 내 무릎에 앉고 싶어하는 우리 아들...
그래도 엄마가 분명 힘든 순간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해야될 지 모르겠다.
이제 배도 어느정도 불러오니 움직이기도 귀찮고, 마냥 쉬고싶다.
그래서 요즘은 빨리 어린이집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자꾸 든다.

유아 때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가져야 커서도 사람사이에 관계가 원만하게 된다고 한다.
가끔 도서관이나 키즈카페에 가면 수민이 또래 아이들을 만나는데, 꼭 못되게 구는 아기들이 있다.
가지고 있는 장난감마다 뺏으려고 하는 애들, 혼자만 하겠다고 밀치고 소리를 지르는 아기들..
그러면 나도 무의식 중에 애 엄마가 어디에 있나 찾게 되는데,
찾아보면 엄마는 아이랑 상관없는 사람처럼 구석에서 혼자 책을 보고 있다.

유아시기에 엄마 역할이 중요하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모를 사람이 어딨겠는가..
하지만 열정적으로 한 두시간 놀아준다고 해도 시간은 너무 천천히 가고..
하루종일 수민이랑 놀아주고 밥먹이고 씻기고 재우다보면 내가 없어지는 느낌이 든다.

어쨌든 부모가 되었으니 애는 잘 키우고 싶지만.. 날씨는 춥고, 사람들도 잘 못만나고 수민이랑 집에만 있다보면..
더구나 요즘처럼 남편이 주말도 없이 회사에 가고, 평일도 하루도 안 빠지고 밤 12시 넘어 들어오는 덕분에
이러다 내가 우울증 걸리게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힘든 거랑은 상관없이)
걷는 것도, 말하는 것도 늦는다고 걱정하던 우리 아들은 잘 자라고 있는 거 같다.
지난 주말에 내가 '천재아가'라고 부르는 율희를 만났는데
아직 수민이가 말은 못 하지만, 말귀도 잘 알아듣고 율희랑 놀고, 손잡고 다니는 거 보면 정말 많이 컸구나 싶다. 

                                                                    코엑스, 율희네랑

요즘은 잘 때 티비 틀어달라고 떼도 안 부리고,
잘 시간에 수민이더러, '잘 시간이니까 책 골라서 가지고 들어와~' 하고 불끄고 침대에 먼저 누워 있으면
혼자 동화책 두 권을 양손에 들고 따라온다.
그 모습이 얼마나 이쁜지!
힘들 때마다 수민이는 이렇게 나에게 사탕을 준다.

하지만 사탕만으론 부족해..
행복한 엄마가 되려면 일주일에 몇 시간이라도 온전히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1. 12. 8. 15:46
점점 배도 불러오고 몸이 힘들어지다보니 종종 가던 도서관과 장난감 대여센터 가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대여한 것도 연체하는 바람에 책을 2주동안 대여금지에 장난감은 연체료가 5천원..!! ㅠ

책이랑 놀이랑 도서관

 

몸 힘든 건 둘째치고 이제 날씨가 더 추워지고 눈도 오면 꼼짝없이 집에 갇혀있어야 되기 때문에..
이제는 나가기보다는 집에서 재밌게 놀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래서 수민이 방에 마련한 볼풀이랑 책상, 책장과 전집.
볼풀공도 막내삼촌이 주셔서 안쓰는 침대에 만들었고 지금껏 대부분 수민이 물건이랑 장난감은 물려받아 왔는데,
최근에 큰 맘 먹고 이것저것 구입했다.

                          아.. 이 편안한 자세...                                                         토피카 책상


토피카 책상은 종이롤을 돌려가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나중에 높이를 높이면 의자에 앉아서도 쓸 수 있다. 아주 잘 이용하고 있음..
'리틀수학북스'는 서점에서 발견한 '리틀자연북스' 전집을 사려고 검색하다가 알게됐는데,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 최고다..ㅋ 다른 비싼 전집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지만, 전집은 몇 권만 보고 안 볼꺼라는 나의 편견 때문에 많이 망설이다 샀는데 대만족이다. 입체북도 많고, 그림도 괜찮고, 숫자 개념도 잘 익힐 수 있을 것 같다. 
내 마음에 들어야 수민이한테 재밌게 읽어줄 수 있고, 수민이도 질리지 않고 볼텐데 어쨌든 난 만족.. ㅋㅋ
책 도착한 날, 수민이는 새 책을 보고 '우와!' '우와~!' 하면서 난리가 났다.

책 도착한 날!


하지만.. 책을 사줬으니 한동안 혼자 열심히 보겠지 했던건 나의 착각이었다.
요즘 수민이는 엄마한테 애착이 너무 심해져서 내가 화장실에 가도 따라오고, 내가 나올 때까지 책을 가지고 와서 화장실 앞에 주저앉아 기다린다.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금새 따라와 다리에 매달려 있고,
옷을 갈아입고 있으면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 내 엉덩이를 때린다. 반응을 해줘야 될 것 같아서 흔들흔들 춤을 추면 자지러지게 웃는 바람에 이것도 계속해줘야 되고..
혼자서 잘 놀 때 몰래 빠져나와 컴퓨터라도 하려고 하면 어느새 날 찾아와 내 손을 잡아 끌고 간다.
요즘은 그림 그려주는 걸 좋아해서 자꾸 뭘 그리라고 갔다준다.

뽀로로 캐릭터를 그리라며 공을 갖다주고 지켜보는 아들

양수이모는 과감하게 물감도 꺼내서 놀아준다. ㅋㅋ

며칠 전엔 집을 집을 정리하다가 요 밑에 종이접기를 발견했다.
혹시 수민이가 좋아하려나 해서 만들기 시작했는데, 수민이가 나타나 다 밟아버린다. ㅠ
어차피 만들면 밟을 텐데 나 이거 왜 만들고 있니... ㅋ
하지만 이미 만든 게 아까워 조심스럽게 찌부된 몸통을 펴고 결국 (오기로) 완성했다.
다행히 완성해 놓으니 수민이가 좋아하며 가지고 다니길래 뿌듯했는데, 지금 이 아저씨는 행방불명 됨..
     자기도 풀칠해보겠다며..

한 번 수민이랑 놀고나면 정리하느라 내 할 일은 두배로 많아지고,
내가 사라지기만 하면 소리지르며 엄마를 찾는 수민이 덕분에 내 쉬는 시간은 더 없어졌지만
그래도 생각해보면 엄마로서 많이 발전한 것 같다..
처음 수민이를 낳아 집에 데리고 왔을 때는 아기한테 어떻게 말을 해야되는지도 모르겠고,
뭘 어떻게 해야할 지 어색하고 어렵기만 했는데..
이제는 아들 앞에서 아무리 망가져도 안 부끄럽다. ㅋㅋ



음정, 박자, 가사 다 틀려도 엄마 노래를 좋아하는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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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1. 11. 11. 17:41

몇 달 전만해도 서로 말이 안통해 수민이는 떼쓰고 나는 화를 냈었다.
그런데 2개월 정도 사이에 수민이가 훌쩍 자란 것 같다.
아기의 뇌가 발달하는게 눈에 보인다.

가장 큰 변화는 말을 알아듣기 시작했다는 거다.
텔레비전이 보고 싶을 때는 손가락질을 하고, 내가 '리모콘 가지고 와' 하면 리모콘을 찾아서 가지고 온다.
밥먹을 때, 식탁의자에 앉으라고 하면 쪼르르 와서 올라가서 앉는다.
티비를 보다가 좋아하던 프로그램이 끝났을 땐 급하게 나에게 달려와 큰일이 난 것처럼 날 부른다.
이제는 싫다는 표현도 고개를 저어가면서 확실하게 하고,
같이 놀고 싶을 땐 내 손을 꼭 잡고 가고 싶은 데로 끌고 가기도 한다.

또 사람들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내가 빨래를 널면서 허공에 한 번씩 터는 걸 보고는 수민이도 수건을 가지고 와 탈탈 턴 다음 나에게 주기도 하고,
청소기 앞부분만 떼어서 청소한다고 밀면서 돌아다니고,
빗자루랑 쓰레받기도 가지고 집안 구석구석을 다닌다.
내 화장품를 가지고 얼굴에 탁탁 두들기며 흉내를 내고
아이폰도 이제는 곧잘 다룬다.

아직 말은 잘 못하지만, 그래도 '엄마','아빠','야옹~','음메~','우웅~'(청소기소리),'똑딱똑딱'(시계소리) 등 시키면 잘 하는 단어들도 꽤 생겼다.
'화난 표정'하면 얼굴과 손에 힘을 주면서 '우!' 하기도 하고
어디 언덕을 올라가려고 하면 '으따~으따~'해가며 열심히 힘쓰며 올라간다.
음악나오면 팔을 흔들며 춤추는 것도 귀엽고 예쁘다.

수민이가 말을 조금씩 알아들으면서 달래는 것도 훨씬 쉬워졌고 편해진 것도 많다.
힘들어 진 건.. 갈수록 어려워지는 '놀아주기'..

쓰던 침대에 볼풀을 만들어줬더니...                                          윙크하는 중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텔레비전을 틀어달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관심을 딴데로 돌리려고 책을 보여주다가,
밥을 먹고 치우는 동안 잠깐 텔레비전 시청..티비를 끄면 틀라고 야단이다.
수민이 방으로 데려가 실로폰도 두들기다가 미끄럼틀도 타고 볼풀에도 잠깐 들어가고, 라디오 틀고 춤추다가
칠판에 낙서도 좀 하다보면 한 시간정도 지나간다.
가끔 아침에 목욕 겸 물놀이도 하고, 다시 책을 보여주다가, 동물인형들 가지고 놀다가, 스티커북에 스티커 붙이고 놀다가.. 아침 시간은 이렇게 지나간다.

계속 혼자 종알종알 떠들다보면 나중엔 말하는 것도 힘들고. 이렇게 놀아주다 보면 내가 먼저 지친다.
나 힘들다고 수민이 티비 보여주고 쉬다보면 또 죄책감이 든다.
텔레비전을 보여줄 때는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가는지 모르겠고, 누가 수민이 한끼만 먹여줬으면 좋겠고..

오후에는 나도 지치고 수민이도 답답해서 찡찡거리니.. 아예 밖으로 나간다.
집 정리하고, 나 나갈 준비하고, 수민이 옷입히고, 양치질하고 수민이 물건 챙기다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준비하는 동안 수민이는 날 쫒아다니며 찡찡거리고.. ㅋ
어쨌든 도서관이든 친정집이든 시장이든 놀이터든.. 어디든 가서 놀다가 낮잠을 재우면 드디어 내 자유시간이 된다...

요즘엔 유모차를 안타려고 하니 불안불안..
가고 싶은 데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다.

자~ 내려갑니다~!

혼자 미끄럼틀 탔다고 박수


내 자유시간이 생기면 가끔 미드를 보거나 블로그를 쓰거나, 일을 한다. 
하루종일 애기한테 시달리면서 어떻게 일하냐고 하지만 그래도 시간은 생긴다.
수민이 자는시간, 티비보는 시간, 수민이 밤에 잠들고 난 새벽.. 틈틈히 하다보면 꽤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둘째가 태어나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친정집에 가면 마냥 쉬고 싶은 날 보며 울 엄마는 걱정을 하시고..
나는 이대로 괜찮은 엄마인지 걱정도 되고 육아는 피곤하고, 가끔 내 모습은 정체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수민이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보면 19개월 이 시간이 아깝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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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1. 10. 12. 18:01

밤에 잠이 들면서 항상 생각하는 것.
'아.. 오늘도 하루를 보냈구나. 내일은 뭘 해야 재밌게 보낼 수 있을까..'

요즘은 수민이가 말귀를 제법 알아듣기 시작했다.
이제 티비볼 때는 알아서 소파에 앉아서 얌전하게 보고, 밥먹자고 하면 식탁의자에 올라가 앉아서 기다리는가 하면
기저귀나 옷 입을 때도 다리를 하나씩 들어서 입히는 걸 도와준다.

하지만 자기 마음대로 안되거나, 내 관심을 끌 때마다 소리를 지르는데
이건 롤러코스터 탈 때 비명 소리랑 비슷하다.
조용한 친정집에서는 온 가족 목소리 다 합쳐도 수민이보다 작겠다고..

잘 놀다가도 뭐가 마음에 안들면 갑자기 성질을 내고 뒤로 드러누워버린다.

시어머니는 수민이가 드러눕는 모습을 보시고는,
폭신한 이불 위에서는 벌렁 드러눕고, 딱딱한 바닥에서는 살살 드러눕는다고 한참 웃으신다.
어떡하면 아픈지 자기 나름대로 사는 방법을 터득해나가고 있는 듯..ㅋㅋ

평소에는 집에서는,
주로 책 보고 읽어주면서 놀고, 동요도 부르고, 색연필로 그림도 그리다가, 동물 모형, 장난감, 블록가지고 놀다가,
스티커북에 스티커 붙이면서 놀다가, 응가하면 화장실가서 물놀이를 한다.
놀이 방법은 많지만 하나 가지고 오래 놀 수 있는 집중력이 부족해서 이거 조금, 저거 조금 하다보면 시간은 별로 안 가 있고, 집안은 어느새 난장판이 된다.. 이러다 내가 먼저 지치면 결국 뽀로로를 튼다.

어떡하면 재밌게 (오래) 놀 수 있을까.. 놀이 방법 고민 중에 여러가지 시도도 해봤다.

국수 부러뜨리기- 부러뜨리는 건 관심없고 내가 통에 담아놓으면 사방에 뿌리는 재미.. (10분) 

 

이렇게 하루종일 집에만 있다보면 둘 다 답답해져서 밖으로 꼭 나가게 된다. 
장난감 빌려주는 도서관에 가고, 유아 공간이 있는 작은 도서관에도 가고, 친정에도 가고, 놀이터도 가고, 시장구경도 하고.. 그러다가 지난 화요일에는 양수랑 동네 키즈카페에 가봤다.

동네에 놀 데 많은데 뭐라러 돈 내고 키즈카페 가남.. 하고 있었는데,
보채는 수민이 데리고 코로 점심을 먹느니 한번 가보자 해서 가봤는데 꽤 괜찮았다.

들어가니 사방에 장난감이라 눈이 휘둥그레진 아들은 신이 났고,
아이들 봐주는 분들이 두 명 계셔서 내가 잠시 눈을 딴 데 둬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혼자 아이 데리고 와서 점심 먹으면서 쉬는 엄마들도 많았다.

아이 입장료 7000원 (2시간) + 어른은 식사나 음료를 주문하거나, 안먹을 땐 기본 4천원.
지난번에 뽀로로 마을 갔을 때는 어른 둘에 아이 하나 입장료만 2만 5천원이었는데,
여기선 수민이도 잘 놀고 나도 밥 먹으면서 쉴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모자 쓰기 싫어하는 아들..                                               아 쫌~! 싫다고~

 

애들 데리고 엄마들끼리 와도 좋을 것 같고, 
나도 지칠 땐 혼자라도 수민이 데리고 와야겠다..

생각해보면 이런 키즈카페 창업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엄마가 되보니 이런 시장이 보인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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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1. 10. 7. 22:11

홍엽이였던가, 누가 내게 둘째 태명이 뭐냐고 물었다.
그제서야 생각났다. 이제 임신 3개월.. 태명 지어주는 걸 깜박했다.

수민이 임신했을 때는
(게으른 엄마였지만) 그래도 나름 영어로 된 책을 소리내서 한 권을 다 읽어줬고,
(태교 목적은 아니었지만) 한자2급 공부도 해서 자격증도 땄고,
동화책도 읽어주려고 했고, 덕만아~하면서 말도 자주 걸어줬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입덧의 괴로움 외에 아기의 존재가 크게 인식이 안되다가
조금씩 배가 불러오니 이제야 좀 실감이 난다.
온통 관심은 수민이한테 가있고.. 그래서 둘째가 서럽다고 하는가보다.

그래도 아기가 태어나면 울 아들이 좋아하는 엄마가 아기만 붙들고 있느라 찬밥신세가 될텐데,
그때 되면 상황이 반전이 될테니 뭐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며칠 전에 산부인과에 갔다. 13주면 이제 성별도 알 수 있을 거 같아 기대하고 양수도 같이 갔는데,
안 알려 준다.. ㅠ
딸이어라.. 딸이어라.. 기도하는 나의 맘과는 달리,
초음파 영상에 보이는 다리 사이에 있는 저건 뭐니.. 
의사선생님은 탯줄일 수도 있다며 희망을 잃지 말라고 하지만,
(아들인지) 이미 알고 있으면서 내가 실망할까봐 안 알려주는 것 같은 느낌.

아... 미국행 비행기 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들네 집 간단 사람은 없고 다 딸네 간다고 하고,
양수가 유럽여행하면서 만난 가이드는, 대부분 사위가 장모님 모시고 온 경우만 많다더라 하고..
딸 낳아서 내가 비행기 타자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 힘들게 키워 놓으면 과묵한 아들보다는 내 옆에 와서 종알종알 같이 수다도 떨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딸이 있었으면 좋겠는 소망..  딸이랑 아들이랑 손 잡고 해변을 걷고 싶은 나의 꿈..ㅋ

그렇다고 셋째를 가졌다가 또 아들이면 어떡하냐..잉
아직 확실히 답을 들은 건 아니니 또 반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왜케 벌써 속상하지.. 미안하다 둘째야.. (아들이라면)ㅠㅠ
태명은.. 수동이라고 할까.. 수민이 동생. ㅋ

요즘 수민이는, 이렇게 운다.
(얼굴의 근육을 다 사용해서)

'파리채를 의기양양 들고다니는 수민이는
가끔 그게 빗자루인척 멈춰서서 바닥을 열심히 쓸고 다시 의기양양 걸어간다. ㅋㅋ'
- 조카바보 양수이모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1. 9. 27. 01:41
기다리던 '오피스' 시즌8이 드디어 시작했다! ㅋㅋ 
시즌 첫 화. 새로 온 CEO가 직원들을 winner and loser로 나누는데, loser로 분류된 팸이 이렇게 말한다.

"I used to be young and cute... sort of funny.. and I could do those cute little cartoon...
and everyone who came through here was like... "Who'se that receptionist? I like her!"
Now I am just like a fat mom...yah! And you take a look and me and "Oh, loser!"

시즌 초반에 너무나 매력적이었던 팸이 이번 시즌에는 둘째 아기를 임신하고 있는데,
딱 그 만삭의 뚱뚱해진 모습이 가까운 미래의 나를 보는 것 같다.
이제 서른인데 벌써 대학교 시절의 자유롭던 때가 그립고.. 딱 저 대사가 미래의 나를 말하는 것 같아 마음이 짠했다.

그냥 '평범한'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아서 요즘도 하나씩 일을 하고 있지만
일을 마감할 때가 되니 수정하고 조정해야 할 것도 많고, 여기저기에 전화를 하고 받고 하다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수민이 보면서 컴퓨터 붙들고 일하는 것도 힘들지만,
매번 전화를 할 때마다 상대방한테 수민이 우는 소리.. 애기 소리가 들릴까봐 애가 탄다.
 
중요한 전화가 오면 이중창을 닫고 베란다로 나가서 숨어서 통화할 때도 있는데,
전화하고 들어오면 수민이는 그 사이에 엄마를 찾아 "엄마!엄마!"하며 두리번 거리면서 집을 배회한다.
급하게 일을 해야할 때는 티비를 틀어주는데, 그러면 또 방치하는 것 같아 죄책감도 든다.

일하다 놀아주다 밥먹이고 재우고 치우다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고, 당장 해야할 일이 많으면 더 금방 지치는 듯...
이렇게 받는 스트레스에 비해 큰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앞으로 배도 불러오고 더구나 둘째가 태어나면 더 힘들어 질 것 같아서 다음에 또 의뢰가 오면 못 한다고 해야겠다... 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라도 간간히 일감을 잡고 있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나는 요리하는 데 취미가 없어서 전업주부로 살기엔 내 성격이 너무 맞지 않는다.. 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들은 내가 키우고 싶은 마음...

아빠가 발톱깍는 걸 보고 따라하는 수민이
이런 모습도 놓치고 싶지 않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홍집이 데리고 다니느라 항상 바빴기 때문에... 학교가 끝나고 비오는 날에는 교문 앞에서 기다리는 엄마들을 보며 우리 엄마는 당연히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엄마들 얼굴을 하나씩 확인하면서 천천히 교문을 빠져나갔었다. 그런 기억들 때문에 나는 비가 오면 교문 앞에서 애들을 기다려주고 싶고, 아이가 필요로 할 때는 옆에 있어주고 싶다.

하지만 그러려면 확실히 내가 포기해야 할 게 생기니.. 좋은 엄마가 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좋은 엄마'와 '나'라는 이 양 극단 사이에서 내 고민은 끝나질 않을 듯.

그래도 엄마가 되는 게 축복이라고 생각한 건,
며칠 전 산부인과에서 내가 피를 뽑는 걸 보고 옆에서 울더니, 반창고를 붙인 내 왼팔을 붙잡고 "호~" "호~" 해주는 수민이를 보며 감격스러웠다. ㅋㅋ 이래서 애를 키우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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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1. 9. 21. 11:00
아기가 점점 자라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다.

16개월에도 걷기를 싫어하고 세발자국 걷는 수준에서 멈춰 있던 수민이가 드디어 수민이가 걷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다가 병원에 가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걷기 시작하니 한 시름 놨다.
아장아장, 뒤뚱뒤뚱...걷는 모양새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걷기 시작한 이 한 달간 수민이가 훌쩍~ 자란 것 같다.

아직 말은 못해도 말귀도 알아듣기 시작했다.

티비 앞에 수민이가 얼굴을 붙이고 있을 때 내가 "쇼파에 앉아서 봐야지~!" 하면, 바로 쇼파에 가서 앉기도 하고..
(그래봤자 10초지만ㅋ)
내가 화장실에 있을 때 들어오려고 해서 "안돼! 기다려!" 하면, 속상해하면서도 문 앞에서 기다리고,
"퐁당퐁당 하러갈까?" 하면 목욕하는 줄 알고 뒤뚱뒤뚱 먼저 화장실에 들어간다.
"고양이는 어떻게 울지?"하면 "아웅~아웅~" 대답하고, "소는 어떻게 울지?" 하면 "음메~음메~"도 한다.
(아직 할 줄 아는 동물이 두개밖에 없음)
동물들도 잘 알아서 동물백과사전을 펴서 사진을 보여주면 동물모형들도 잘 찾아서 그림에 대고 좋아한다.
(낙타, 코뿔소.. 어려운 것도 이제 잘 안다)

이런 사소한 행동들, 목소리 하나하나가 너무나 신기하고 예쁘다.
하지만 걷기 시작하면 내가 힘들어진다고 하더니, 정말 떼가 엄청 늘었다.
아직 잘 걷지도 못하면서 가고 싶은데는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은데 못하게 할 상황은 계속 생긴다..

모양 맞춰서 넣는 나무상자에 마음대로 잘 안들어가지면 짜증내면서 다 흐트려버리고..
좋아하는 토끼그림 옷이 더러워서 벗기면 화를 내고, 다시 입히라고 옷을 흔들며 소리지른다.
밥상에 있는 건 맵던 짜든 숟가락으로 다 찔러보려고 하고,
베란다에 나가서 세탁세제통을 자꾸 건드려고 하고,
책꽂이에 책이 안 끼워진다고 소리지르고,
복숭아 하나를 다 먹어서 또 가지러 간 사이에 엄마 간다고 울고, 안 준다고 운다.

어지르는 건 한 순간이라 쫒아다니면서 치우는 것도 끝이 없고,
어떤 짜증이 심한 날은 하루종일 애기 소리지르는 것만 듣다가 스트레스로 폭발할 것 같다.
이런 상황에 아빠가 요즘은 애키우기 참 쉬운 세상이라고 하는 얘기도 좋게 안들린다.

두 얼굴의 아들

그러다 며칠 전에 성희한테 전화가 왔다.
수민이 떼가 늘었다는 얘기를 듣고, 전에 선물해줬던 책을 다 읽었냐며..
그 책을 쓴 사람이 내용을 실제로 적용시켜 만든 동영상을 찾았다며 택배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우당탕탕, 작은 원시인이 나타났어요>, 떼쓰는 아이와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데,
한참 읽다가 추석보내면서 잊어버리고 있었다.

수민이랑 씨름하던 중에,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하는 위로가 아니라 내 상황을 이해하고 이렇게 실제적으로 도와주려고 하니 고맙기도 하고.. 전화하는 중에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나도 몰랐다. 내가 이렇게 힘들었었나? 위로받고 싶었나?

다음날, 디비디를 택배로 받았다.
아기가 기분이 좋을 때는 어른도 '유아어'가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아이가 화가나거나 떼를 쓸 때는 어른도 화를 내고 강압적이 된댄다.
아기가 화가 나 있을 때는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하나도 귀에 안들어 오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고..

실제로 디비디 영상을 보면 아기 달래는 방법이 너무나 신기하게 통한다.
밖에 나가자고 떼를 쓰면, "우리 수민이가 밖에 나가고 싶구나~ 밖에 나가고 싶지? 밖에 나가고 싶어요~" 이런식으로 계속 반복해서 말해주면 아기도 '아.. 엄마가 나를 이해하는 구나' 하고 순식간에 진정된다고..

동영상에 고무되어서 바로 실제로 적용해봤는데, 통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중요한 건 내 의지와, 이 생각이 자연스럽게 내 행동으로 익힐 때까지 인내력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그래도 확실히 전보다 "안돼!" 하는 소리도 많이 줄었고, 나도 모르게 수민이한테 소리지르는 것도 없어졌다.

동영상 하나 보고 내 마인드가 이렇게 달라졌다는 게 신기하다.
아빠 말대로 애 키우기 좋은 세상이긴 한가보다.
찾아보면 도움의 손길이 많이 있는 것 같다... 
너무나 좋은 선물을 준 성희한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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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1. 9. 9. 22:05

어렸을 때, 우리집은 건대입구 근처에서 살다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이사를 했다.
성희는 내가 전학오기 전에 살던 집 윗층 친구였는데, 그 뒤로 성희는 대전으로 이사를 가서 우린 거의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도 그 때부터 계속 편지를 주고 받아서 지금까지 만나고 있는 특별한 친구다.

둘이 매번 만나자고 하면서도 어쩌다보니 미뤄지고 있다가 추석 전에 만나려고 했는데,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성희한테 먼저 연락이 왔다.

아직 입덧이 끝나지 않아서 난 이것저것 조금씩 먹고 싶고, 수민이 먹을 것도 있을 만한 부페를 가고 싶다고 했더니
수민이와 나를 배려해서 갈만한 곳 리스트 네개를 문자를 보내왔다.
우리가 정한 곳은 <1번, 신도림 디큐브-제시카키친, 뽀로로마을>

<제시카 키친>

이탈리안식 부페라 된장국도 없고, 죽도 없었지만 이것저것 많이 먹었다.
입에는 먹물리조또를 묻히고, 한쪽 다리는 의자에 올리고..
하도 가만히 안 있으려고 해서 색연필을 줬더니 잘 논다.  

<뽀로로 마을>

뽀로로야.. 우리가 드디어 만났구나..

볼풀을 사랑하는 수민이

내가 읽어줘도 꼭 성희더러 읽으라고 성희를 손가락질 하던 아들 ㅋ
뭐가 다르니?


성희는 서울대 물리교육과에 갔다가, 꿈을 찾아서 대학원은 유아교육과를 갔다. 
정말 성희는 유아교육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 내가 수민이를 키우면서도 조언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자꾸 현실과 타협하고 싶어지는 나를 긴장하게 만든달까.. ㅎㅎ

수민,나, 뽀로로, 크롱, 성희 ㅋㅋ

뽀로로 마을은 대성공이었다.
마을 전체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해서, 아직 걷는게 불안한 수민이가 바닥에 주저앉거나 신발을 벗을 걱정 할 필요가 없어서 넘 좋았고, (마침 이날은 신발도 안 가지고 갔음..ㅎㅎ)  딱 수민이 수준이라 수민이도 신나게 놀았다.

제한시간 3시간 꽉 채워서 놀고 나오면서 난 너무 뿌듯했는데, 성희는 수민이랑 열심히 놀아주느라 완전 지쳤을 듯.. 황금같은 휴가에 우리 둘 데리고 가느라 차도 가져오고 시간 내준 성희한테 넘 고맙다. ㅠ
안그랬음 비가 와서 집에서 꼼짝 못 했을 뻔 했는데.. 이 날 너무 재밌게 놀았다.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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