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의 예정일(14일)이 다가오면서 우리의 최대의 관심사는 수민이 생일(13일)과 같은 날일까 하는 거였다.
형제가 같은 날 생일이면,
둘 다 관심을 독차지 하지 못해서 안 좋을 수도 있고, 같은 날이라 생기는 재미도 있을 수 있고..
찬반양론이 있었는데, 난 두 아들 생일 한꺼번에 하면 편할 것 같아서 속으로 같은 날 나왔으면 하고 바랐다.ㅋ
그런데 애기가 나올 기미가 안 보인다.
엄마 선거 한 다음에 나오렴.. 했는데 선거일(11일)도 지나고,
병원 오라던 날 (12일)도 그냥 보내고,
수민이 생일 (13일)도 지나갔다.
아기가 태어나면 그 순간부터 얼마나 힘든 지 알기에 굳이 유도분만 하며 날짜를 당기고 싶지 않았고
사실 시간을 좀 더 유예하고 싶었다.
그런데 13일부터 밑이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
이게 신호인가 싶어서 조금만 아파도 지금 병원에 가야하나? 조마조마하해 하면서
동시에 출산의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스물스물 다가왔다.
낳긴 낳아야 되는데.. 아기도 빨리 보고 싶었지만.. 무서웠다.
진통이 오기를 기다리고만 있다가 안되겠어서 14일 토요일 오전에 병원에 갔다.
그런데 내진을 해보니 자궁문이 5cm가 열려있고 애기도 많이 내려와 있다고 바로 2층으로 올라가서 준비하란다.
헉...
갑자기 진통이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수십개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상상하고 있었는데..
역시 드라마는 없었다. ㅋ
올라가서 준비하고 있는데 이슬이 비치고 서서히 진통이 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타이밍이 딱 맞을 수가 있나?
갑자기 진통이 휘몰아치더니 약 한 시간 진통 끝에 태양이가 태어났다.
한 시간만에 낳았다고 하면 굉장히 빨리 낳은 편이지만, 그 시간을 다시 생각하면 너무너무 무섭다.
하도 울어서 눈물 콧물 범벅에 숨도 잘 안 쉬어지고..
자궁문이 너무 많이 열려있다고 무통주사도 안 놔주고..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시키는 대로 힘 빼고 힘 줄 때 주고 하는 거 밖에 없었다.
고통스럽다는게 이런건가.. 그래도 진통 한 번이라도 더 오기 전에 이걸 끝내야 된다! 는 생각에 죽기살기로 했다.
그리고 아기가 내 품에 안겼다.
수민이 때 이 순간이 너무 신비로워서 이번엔 오빠한테 사진 꼭 찍으라고 했다.
이 정신없는 와중에.. ㅋㅋ
가족분만실이라 출산할 때 엄마랑 오빠가 옆에서 손을 꼭 잡아줬는데,
이렇게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게 얼마나 의지가 되는지 모른다.
(오빠는 이렇게 빨리 나올 줄 모르고 밥 먹으러 갔다가 늦을 뻔했다.. ㅋ)
지금은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산후조리한 지 3일 째.
산후도우미 아줌마가 오셔서 도와주고 계신데 수민이 때에 비하면 너무나 편하다.
진통시간이 짧아서인지? 아님 경산이라 그런지 몸이 더 가볍고,
수민이가 울기만 하면 패닉상태에 빠지던 초보 엄마가 이제 경험도 생겼고,
그렇게 고생하던 모유수유도 이번엔 수월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기가 너무 순하다. ㅠ
잘 자고 잘 먹어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우리 천사아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자마자 아기한테 달려가는 수민이
창 밖에 따뜻한 햇살을 보면서 이렇게 집에만 있어야 되는게 조금 안타깝지만, 시간은 빠르니까!
두 아들과 밖에 나가 놀 생각하며 위로하고 있다. ㅎ
두 아들의 엄마가 되다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