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민이가 많이 안정을 찾았다.
아침 일찍 아빠가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던 걸, 이제 내가 수현이랑 여유롭게 등하원을 하는 효과가 나타났나 보다.
수민이도 이제 동생의 존재를 받아들인 것 같다.
동생을 때리고 싶은 마음보다, 수현이한테 가서 볼을 대고 뽀뽀하고 손을 잡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말문이 틔이기 시작해서 무조건 달라고 떼를 쓰던 것도, "주세요." 하고 두 손을 내밀고 예쁘게 말하기도 하고, 집에서도 혼자 잘 노는 시간도 많아졌다.
나도 혼내는 게 오히려 역효과라는 걸 인정하고, 아이가 실수하고 잘못하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나가자고 울며 보채던 수민이가 깔깔깔 웃음도 많아지고,
이제 어린이집도 잘 간다.
(머리를 잘랐더니 이미지가 확 바뀐 수민이^^)
그런데 아이들 걱정이 덜해지니 문제는 다른 데서 생겼다.
꾸준히 일주일에 네 번은 늦게 오는 남편... 일찍 온다고 해서 밥을 차려 놓으면 그제서야 먹고 왔다는 남편.
어제는 교회 부흥회를 가려고 며칠 전부터 엄마한테 애들을 부탁해 놓았는데, 오전에 수면 내시경 건강검진을 받은 남편이 피곤하다고 일찍 들어와서 쉬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부흥회도 포기하고 친정에서 애들을 데려와 기다리고 있었는데 올 시간쯤 전화를 했더니... 밖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내가 황당해 했더니 "약속 생겼다고 카톡 보냈는데 못봤어? 한다. 보냈다는 문자도 못 봤고, 나는 저녁도 못 챙겨 먹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열이 확 받았다.
9시가 넘어서 남편은 미안했는지 떡볶이를 사가지고 집에 왔다. 그 때 그냥 화를 풀려고 했는데 갑자기 또 나가야 된단다. 누구 생일이라 빨리 가서 케이크 서프라이즈를 해줘야 된다나.. 빨리 올께. 하고 쌩 나가버린 남편은 들어올 생각을 안하고, 전화도 하도 안 받아서 혹시 무슨 사고가 생긴 게 아닌가 싶어 걱정하고 있었는데, 새벽 2시가 다되서 전화가 오더니, 술 취한 목소리로 회사 동료랑 집에 같이 와서 잔다고 했다.
늦는 건 둘째치고, 이런 남편 때문에 나는 며칠 전 부터 해 놓은 약속을 너무 쉽게 포기해 버린 게 화가 난다.
나는 애들한테 묶여서 꼼짝도 못하고 있는데, 남편은 너무 편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것 같고.. 이거 내가 회사를 안 다녀봐서 이해를 못 하는 내 잘못인 건가!?... 노력하고 있다는 남편의 의지가 나한테는 잘 안 보인다.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는 내가 포기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는데,
남편과는 어디까지 참아야 되고 어디까지 이해해야 되는걸까.
답이 안 나온다.
'일상 > 육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정한 자연분만 (1) | 2012.07.09 |
---|---|
완모 성공! (2) | 2012.06.29 |
정식으로 동굴 탈출! (2) | 2012.06.23 |
또래에 비해 말이 늦는 것 같은 수민이 (0) | 2012.06.16 |
수민이 (26개월)와 수현이 (2개월) (0) | 2012.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