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4. 3. 20. 02:41

요즘들어 수민이의 동생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

수민이가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한 말.. "나는 수현이를 제일 사랑해!"

 

엊그제 교회에서는 수현이가 가지고 다니던 장난감을 다른 아이가 빼앗았더니 그걸 보고 달려가서 머리로 밀며 장난감을 빼앗아 동생에게 준다. 집에서는 둘이 뻿고 싸울지언정 밖에 나가면 똘똘 뭉쳐 과하게 형제애를 과시하는 형제..

 

며칠 전 아침에는 내가 수현이 엉덩이를 때렸다고 내 등짝을 때리며 속상해하며 엉엉 울었다.

나도 수민이한테 맞고 충격받았음...

 

수현이는 누가 밖에 나가려는 기미만 보이면 제일 먼저 나가 신발을 신고 기다린다. 심지어 기저귀를 안 차고 있어도... 나가려는 의욕은 넘쳐도 옷 입는 건 죽어라고 싫어하는데, 그래서 매일 아침 현관문 앞에서 실랑이 하는 데 30분씩 걸린다. 대부분 결말은 나한테 혼나면서 옷을 입는데, 이 날도 결국 나한테 엉덩이를 한 대 맞았더니 수민이가 달려와서 나를 혼내는 거다.

"내가 수현이 울리지 말랬지!!!" 하면서...

 

이젠 수현이 혼내기 전에 내가 수민이 눈치를 먼저 보게 된다.

그래서 또 옷을 안 입겠다고 하면 내가 성질나기 전에 수민이한테 미룬다. "수민아 니가 이야기 좀 해봐.."

그럼 수민이가 가서 수현이를 타이른다. "수현아~ 우리 빠방 타러 가자. 어린이집 가서 우리 손잡고 계단 같이 올라가자. 어때? 이제 입을꺼야? 엄마, 수현이 입는대요~"

 

아침에 우유 그릇을 엎어서 흘리면, "엄마 수현이 울리지 마. 일부러 그런거 아니고 실수로 그런거니까 혼내지 마. 알겠지?" 자기가 지레 놀래서 내가 화내지 못하게 나를 달래고,

언젠가 아침에는 현관에서 둘이 대화하는데, "수현아, 혼자서 엘레베이터 타고 내려가면 안되. 모르는 아저씨가 데리고 갈지도 몰라. 그러면 엄마아빠를 못 만날 수도 있어. 알겠지?" 그러면 수현이는 알아듣는 건지 "응! 응!" 대답 하더니, 형이 약속하자고 하니 둘이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한다. 안 보는 척 보면서 지켜보는데 속으로 얼마나 웃기던지..

형제도 형제 나름이겠지만 수민이 수현이는 잘 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물론 항상 이렇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건 아니다.

수현이는 형아가 가지고 있는 건 다 좋아보이고, 수민이는 자꾸 뺏기는 게 억울하고.. 결국 수현이는 형한테 맞고 "미워!!!" 하며 운다. (왜 엄마가 혼내는 건 뭐라고 하면서 자기가 때리는 건 못 참는거니.. 수민아?)

이렇게 둘이 싸우면 나는 나도 모르게 동생편을 들게 되거나, 우는 소리가 듣기 싫어 버럭 화를 내게 되고...

항상 이 둘의 싸움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 해야하는데, 생각해보면 형제 사이를 좋게 하는 건 엄마 역할이 큰 것 같다.  

 

불과 한 두 달 전쯤 내가 수민이 신발을 신겨주다가 중심을 잃어 뒷걸음 치다가 엉덩방아를 찧은 적이 있다.

수민이가 깔깔대며 숨 넘어가게 웃다가 그 와중에 나한테 "엄마, 나 재밌게 해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라고 말한다.

무슨 다섯살 아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지??

 

 

그 뒤로도 내가 조금 웃긴 행동을 하면 자꾸 자기를 재밌게 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생각해보니 요즘에는 저런 말을 한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내가 빨래를 널려고 하면 달려와서 빨래를 너는 걸 도와주겠다고 나서고, 저녁 식탁을 차리고 있으면 달려와 "엄마 뭐 도와드릴까요?" 하면서 그릇도 날라주던 수민이..

 

저렇게 착하던 수민이 모습이 최근 사라진 건 요즘 내 행동에도 문제가 있는 거다. 수현이도 요즘 "미워!!!"하면서 자주 울고..

나도 모르게 내가 자꾸 짜증을 내고, 아이들의 작고 잦은 실수들에 버럭하는 모습을 보였더니 그게 그대로 아이들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며칠 전 네이버에서 우연히 '뒤로 한걸음 물러나서 껄껄 웃어라'라는 글귀를 봤다. 딱 나에게 필요한 말..! 순간 순간 화가 날 때마다 숨을 한번씩 들이켜야겠다. 수민이가 쉬를 참다가 바지에 쉬할 때... 수현이가 응가하고 엉덩이 안 닦겠다고 화장실 바닥에 앉아 꿈쩍도 안할 때... 밖에서 안들어오겠다고 땅바닥에 앉아서 울며 시위할 때...

하긴 애들도 일부러 나를 화나게 하려고 그러는 건 아닐텐데.. 

 

그런데 어제 새벽에 이렇게 다짐해 놓고는 오늘 아침 또 옷 입는 것 때문에 수현이 혼을 냈다. 정말 혼이 나야 말을 듣는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걸까..? 우선 혼은 내되 아이들한테 짜증은 내지 않는 걸로..

이상적인 엄마가 되는 길은 너무 힘들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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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4. 3. 9. 21:45

지난 2월.. 수민이 어린이집 같은반 친구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친구엄마: "내일 골든벨에서 하는 책이 뭐에요?"

나: "... 그런게 있었어요?"

 

다음날 어린이집에서 골든벨을 하는 줄은 알았는데 지정된 책이 있는 줄은 몰랐다. 가정통신문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버렸다... ㅋ 부랴부랴 다른 엄마한테 물어봤더니 가정통신문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주셨다.

 

구름빵, 무지개 물고기, 돼지책...이거 수민이 하나도 모르는 책인데... 어쩌지?

어린이집 하원 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 남았고 책 사러 가려면 지금 당장 출발해야 된다. 급한 마음에 서둘러 버스를 타고 제일 가까운 중고서점으로 갔다. 알라딘.. 정말 너무 좋다. ㅋ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핸드폰으로 책 위치까지 검색해 놓고 들어가자마자 책을 바로 찾았다. 상태 좋은 책으로 뽑아들고는 간 김에 수민이가 좋아할만한 책 두 권까지 모두 다섯권.. 계산하니 17000원!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와서 수민이한테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밤마다 잘 시간에 책을 스무권씩 들고 와서 읽어달라고 하면 열권만 가지고 오라고 하고, 또 정작 읽어주는 건 다섯 권.. 점점 글밥도 많아지니 이제 시간도 너무 많이 걸린다.. ㅠ 그런데 이렇게 엄마가 나서서 책을 읽어준다니 수민이는 신이 났다. 책 읽고 나서는 내일 골든벨 대비 질문까지...

"무지개 물고기한테 반짝이 비늘을 달라고 한 물고기는 누구일까요?" "파란꼬마물고기!"

"구름빵이 완성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몇 분일까요?" "45분!"

 

애들 동화책에서 뭘 물어보려나? 나는 점점 주입식으로 수민이한테 가르치기 시작했다. ㅋ

구름빵을 만드는데 뭐가 필요해? 따뜻한 우유, 물, 이스트, 설탕, 소금! 이 질문은 조금 어려워했지만,

수민이가 진짜 특이한게 책 읽어주고 질문하고 하는 걸 너무 좋아한다. "또 해줘! 또 해줘!" 결국 내가 먼저 지쳤다.. 우리 이제 고만하자..

 

다음 날, 항상 늦게 등원하는 수민이한테 내일 일찍 안 일어나면 골든벨 못 한다고 했더니... 아침 7시 반에 갑자기 어린이집에 가야한다고 벌떡 일어났다. 무거우니까 안 가져가도 된다고 해도 가방에 골든벨 책 세 권을 다 집어 놓고 기어코 메고 간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덕분에 책 안 읽고 온 친구들 아침에 읽어줄 수 있었다고 하심..

 

골든벨.. (수민이는 파란옷)

담임 선생님이 사진원본을 잃어버렸다고 하셔서 굳이 가정통신문을 파일로 받았다. 블로그에 올릴려고.. ㅋㅋ

 

결과는 수민이가 1등! ㅋ

 

생각보다 너무 쉽게 1등을 해서 선생님이 가르쳐 준거 아니냐고 물어봤더니, 수민이가 제일 잘했다고 하셨다. 처음에 OX 퀴즈를 했는데 수민이 빼고 다른 친구들은 질문을 이해를 못해서 주관식으로 바꾸셨다고.. 그 말을 듣고보니 또 친구들 수준이 너무 낮은 거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하고..ㅋ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갈대같은 엄마 마음이여..

 

아직 어린 아이들이까 엄마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는데, 구립어린이집이다 보니 맞벌이부부도 많고 할머니가 돌봐주시는 아이들도 있고.. 그 사이에서 1등한 거에 대해서는 크게 기뻐할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어제 조금 무리해서 책을 사와서 읽어주길 잘 한 것 같다. 안 그랬으면 질문을 들었어도 멍하니 있었겠지... 이렇게 엄마가 조금 노력해서 아이한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면 뭔들 못할까.

그 생각에 이르니 요즘 엄마들이 아이들 학원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고.. 매니저 역할을 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이 더 잘 해주기만 한다면 정말 하나도 아깝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문제는 엄마와 아이의 마음이 같지 않다는 거겠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자. 못 해주는 걸로 스트레스 받지 말자. 비교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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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4. 2. 11. 18:59

오랜만에 여유가 생겨서 책장을 기웃거리다가 <대한민국 부모>라는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행사에 갔다가 추첨받아서 받았던 선물인데.. 읽어보니 그동안 내가 고민하고 있던 게 해결되는 느낌이다.

 

모든 엄마가 다 그렇듯.. 나도 가끔 수민이가 너무 똑똑한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낮잠을 늦게 자서 잠 안오는 날은 혼자 새벽 두시까지 혼자 100피스 퍼즐을 다 맞추고 자고,

 

어린이집에서 친구가 노래를 부르는 걸 듣고 집에와서는,

"엄마, 현태가 부르던 노래 그거 뭐야?" "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이렇게 하는 거 있잖아"..

하고 음으로만 노래를 부르길래, '우리나라를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찾아서 가사를 프린트해줬다. 따로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혼자 프린트 된 종이를 보며 설 연휴동안 연습하더니 이제 1~2절은 달달 외워 부른다. 어린이집 선생님한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아~ 그래서 발음이 정확했구나!" 하신다. 수민이더러 현태는 어디까지 부를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1절 중간까지 안다고 함.. 여기서 나는 뿌뜻함을 느낌.. 역시 내 자식이 똑똑하구나... 이러면서.. ㅋ

그리고 더 나아가 나는 세 아들 다 서울대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셋째는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왜 나는 아이들이 다 서울대에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가.

적나라하게 분석해보면, 나는 아이들이 원하는 꿈을 찾아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탈을 쓴 대한민국의 뻔한 엄마였을 뿐... 속내는 우선 아이들 명문대에 보내 자식들 잘 키웠다며 엄마로서 인정받고 싶었고, 자식이 좋은 대학에 가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직업을 갖게 되기를 바라며, 그래서 돈 잘 버는 직장을 갖게 되면 우리의 노후를 기댈 수 있는 보장성 보험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았을까.

 

수민이가 자라면서 점점 고민이 많아진다.

'지금 이 시기에 어떤 전집을 들여야 되지 않을까? 영어 공부도 시켜야 되지 않을까? 초등학교 입학할 즈음에는 좋은 학군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가야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렇게 엄마 욕심과 주위 사람들 말에 휘둘리다보면 아이들 교육비에 가정 살림이 흔들거리고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스트레스로 망가진다. 하지만 이게 우리나라 현실..

그런데 좋은 대학교에 가면 뭘 하지? 명문대학에 입학시키려고 부모는 안간힘을 쓰지만 그 뒤에 아이들은 행복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대답은 당연히 부정적이다.

 

안그래도 이 책에 꽂혀서 한동안 생각이 많았는데, 주일 교회에 갔더니 설교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말씀을 하셨다.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말라

누구든지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 안에 있지 아니하니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라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느니라'

<요일 2:15-17>

 

지금 정말 내가 해야할 고민은 나는 정말 아이들을 살아있는 아이들로 키울 수 있을지가 아닐까.

자신의 삶에서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 무조건 이겨야 인정받는 사회 속에서 나 먼저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것, 독립적인 인간으로 인정하는 것.

책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아이가 독립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에게서 독립하는 것' 이라고..

지금은 아이들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아이들이 자라면서 내 뜻과 다르게 행동하고 싶을 때.. 아이들이 사춘기가 오면 부모와 충돌하고 서로 힘들어하는 게 그래서 그런 것 같다. 부모가 아이에게서 독립하지 못해서...

 

우선 모든 걸 내가 관리하고 케어하려고 하려는 것부터 벗어나야 겠다.

아주 작은 것부터.. 요즘은 수현이가 양치를 하는데, 자기가 먼저 하겠다는 걸 엄마가 먼저 한 다음에 하라며 매일 실랑이 하는데, 그것부터 고쳐야겠다. ㅋ 그래.. 너 마음대로 하렴... ㅠ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서가 희생하는 삶이 아니라 지금 나와 남편이 더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 어쩜 너무나 당연한 사실.. 당연히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내 생각과 행동이 다른 걸 나 자신도 모르고 있었을 때.. 이렇게 책 한 권으로 엄마로서 내가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방향이 조금 틀어졌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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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4. 1. 28. 17:41

수민이가 벽에 낙서를 했다...

 

약간 정리벽이 있는 나는 낙서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다. 그래서 아이들한테 아기때부터 지금까지 벽에 낙서는 안된다며 계속 가르쳤고, 내가 싫어하는 걸 아는지  수민이 수현이가 지금껏 이렇게 낙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있어도 볼펜으로 살짝 그은 정도... 나는 그것도 뭐라고 했었는데...

이 낙서를 본 순간 나는 머리를 쥐어뜯었고, 수민이는 꿀밤을 두 대 맞으며 혼이 났고, 그래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나는 낙서를 차마 쳐다볼 수 없어 등을 돌린채 소파에 앉아서 울었다. (진짜 짜증폭발해서 눈물을 흘림ㅋㅋ) 사태를 파악한 아빠는 수민이한테 엄마 근처로 오지말라며 경고했다...

남편은 나더러 저기에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지만, 난 속으로 내가 신사임당이냐며 어이없어했다.

 

수민이가 이렇게 과감하게 벽에 낙서를 하게 된 건 며칠전 봤던 이 문제의 동화책 때문이다. (그렇다고 확신함)

 

아이가 벽에 잔뜩 낙서한 걸 본 엄마는 한숨을 쉬고는 새로 벽지를 바른다. 

그런데 아이가 (상상속의 친구들과 놀며) 또 낙서를 하자 엄마의 반응은...

"엄마가 그걸 몰랐구나!"하며 아이를 꼭 안아주고 끝난다.

 

이런 비현실적인 동화책이 있나.. 수민이한테 읽어주면서 속으로 '이러면 안되는데..' 하다가 결국 그래로 끝이나자 어이가 없었다. 곧바로 수민이는 엄마 낙서해도 되냐고 물었고, 나는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데 그 뒤로 자꾸 '엄마 낙서해도 되?' 하더니 이 일을 저지른거다. 

저녁을 먹고 치우는데 갑자기 수민이가 깔깔 거리며 방으로 들어가 숨길래 나는 쟤가 왜 그거나 싶었는데.. 자기는 나름 장난을 친거였다. 아마도 저 동화책의 엄마의 반응을 기대하면서?ㅋ

 

정말 아들 셋을 키우며 깨끗한 집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한 걸까..?

우울해하고 있던 와중에 우연히 이 기사를 발견했다.

벽에 그림을 그리는 아이 옆에서 엄마는 물을 갈아주는 시중을 드는 엄마.. 내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동화책에서보다 세상에는 더 관대한 엄마가 있었다... 이럴 수가. 이런 일이 가능하다니..!?

 

 (벽에 아이들 벽화를 그리고는 과감하게 페인트칠해서 지우고 또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엄마)

 

낙서하는 아이를 보고 예술혼을 불사른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너무나 멋지게 변신시킨 벽화 두가지 모두 나에겐 엄청난 문화적 충격.

또 어떻게 이렇게 시기적절하게 이 기사가 나왔으며 내가 이걸 읽었다는 것도 신기했다. 누군가 나에게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것처럼.. (정말 하나님이 이런 방법으로 나에게 말씀하시는 걸까?)

 

충격 뒤에는 나도 한번해봐? 하는 마음도 생겼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아니.. 생각은 했어도 당연히 엉망일꺼라고 생각했었지 이렇게 멋진 벽화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생각해보면 초등학교때 친구들이 자꾸 망쳤다고 새 종이에 그림을 그릴 때, 나는 스케치북 한 장 위에 덧그리고 또 덧칠해서 결국 완성을 했었다. 그렇게 이 벽을 스케치북처럼 활용을 해 볼까? 안그래도 온 집이 새하얘서 조금 포인트도 필요했는데.. (나의 생각을 바꿔준 민소맘께 감사합니다)

 

나도 똑같이 이카루스를 그리고 싶었지만 수민이가 이미 그려놓은 그림을 덮어야 하니.. 딱 맞는 모양이 필요하다.

뭘 그릴까? 요즘은 낙서한 그림을 보면서 계속 생각한다. 구정 지나고 한번 시작해봐야겠다.

(망치면 벽지에 바르는 페인트로 덮는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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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4. 1. 22. 13:33

누군가.. 애들이 어린이집 다닐 때가 엄마가 제일 편한 시기라고 했었다.

수민이, 수현이는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고, 아직 다닐 날이 많이 남아있지만.. 수민이가 이제 다섯살이 되면서 나도 교육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기시작했다. 특히 교육비 지출에 대해서...! 적정선은 어디인가..

 

수민이는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하는 영어,음률, 체육 특별활동이 한 달에 5만원. (구립이라 싸다)

그리고 다섯살이 되면서 시작한 사회교육원. 토요일 11~4시까지, 한 달에 3번하는데- 12만원. (이건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거라 저렴하다) 시간별로 한글, 책읽기, 수학, 암산, 이미지트레이닝, 몰펀블럭을 돌아가면서 한다.

지금까지 2번했는데, 도시락 싸는 재미, 친구들이랑 다양하게 수업하는 재미가 쏠쏠한가보다. 토요일이 되면 교회로 공부하러 간다며 좋아하고, 갔다오자마자 "엄마, 오늘 정말 재밌는 수업을 많이 했어!" 하면서 자랑한다.

 

그리고 내가 조금 신경써서 하는 건 웅진에서 만드는 곰돌이라는 학습지.

수민이는 30개월쯤부터 학습지를 시작했었다. 그때는 뭘 가르치려고 하기보다는 나는 육아가 너무 버겁고 동생이 생긴 수민이가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나름 탈출구를 찾은 거였다. 그때는 구몬 선생님이 와서 20분동안 수업을 하고 갔는데, 우리 상태가 좋아진 후로는 학습지만 신청해서 나랑 둘이하고 있다.  

곰돌이는 한글/수학,과학 한 세트가 한 주씩 할 수 있게 4주치가 오는데, 수민이가 너무 좋아한다. 수현이한테 장난감을 뺏겨 울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는 곰돌이를 하자고 달래면 순식간에 신이 나서 달려온다. 이럴 때 쓰려고 숨겨놓고 아껴놓아도 2주면 다 끝내는 곰돌이.. 이걸로 인해 뭔가 큰 발전을 바라기 보다는 한 권을 끝낼 때까지 책상에 앉아 집중할 수 있는 자세를 기를 수 있는 것 같아 그걸로 만족한다. 

다만 작년 여름부터 책을 혼자 읽기 시작한 수민이한테 단계가 조금 쉬운 것 같아 한글은 세 단계를, 수학과학은 두 단계를 올렸다.

 

열공중인 수민이와 형이 하는 건 다 따라하고 싶은 수현이..

 

그리고 책 구입에 대한 고민도 빠질 수 없다.

 

수현이는 책 내용보다는 책에 나오는 인물들 표정에 관심이 많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다고 했더니 어린이집 갔다오자마자 옷 팽개치고 현관앞에서 책 보는 아이들.. (가운데)

자기 전에도 평균 책 5~10권씩은 기본.. (오른쪽)

 

수민이는 정말 유별나게 책을 좋아한다. 6개월쯤부터 책을 펼쳐서 보여주면 울던 아기가 뚝 그칠 정도였으니.. 수현이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커가면서 형이 책 보는 걸 따라서 읽기시작하더니 이제 시도때도 없이 책을 펼쳐서 혼자 본다.

아이들이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그래서 가끔 나는 곤혹스러울 때도 있다.

 

어린이집에서 데려와 식사준비하고 밥먹이고 정리하고, 목욕하고 애들한테 책 읽어주고 곰돌이까지.. 하루 일정이 끝난 뒤에는 나도 잠깐 숨돌릴 시간이 필요한데, 잠깐 앉기만 하면 수민이는 책을 낑낑거리며 들고와 읽어달라고 한다.  

"지금 엄마 좀 쉬는 시간이니까 너 혼자 읽어. 혼자 읽을 수 있잖아." 하면,

"그럼 엄마 한번 수민이 한번 그렇게 읽는 건 어때?" 간절하게 나를 쳐다본다.

혼자 좀 오래 읽었으면 좋겠는데, 금방 다 읽고는 '와~ 엄마가 읽을 차례다~' 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싫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러다 책을 읽어주는 cd를 알게 됐다.

불끄고 자면서 해준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너무 좋아해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더니 또 너무 좋아길래,

웅진 사무실에 가서 세계명작 책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이 전집에는 놀랍게도 읽어주는 cd가 있었다.  

그런데 추천해주는 선생님 왈, 우리나라 정서를 먼저 알아야된다며 전래동화를 먼저 보는 게 좋다고 한다. 

전래동화와 세계명작책을 정품으로 같이 사려니 가격이 어마어마해서, 각각 반으로 나누어 놓은 세트를 또 사려니 60만원이다.. 이걸 투자해야 되나 말아야하나ㅠ

 

아.. 읽어주는 cd만 있다면...

<장점1> 내가 읽어주지 않아도 되고 그 시간에 나는 쉴 수 있음.

<장점2> 일정한 속도로 읽으니 수민이가 집중해서 읽어야 하고,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될듯

<장점3> 세 아이들이 물려받으며 쓸 수 있음

생각할 수록 좋은 점만 가득했다.. 가격에 대한 부담감만 빼고.. 

 

그래서 한번 중고로 책을 알아봤다. 일주일 간의 검색과 고민 끝에 중고나라에서 웅진 '호롱불옛이야기' A세트를 13만원에 구입 (정가는 35만원).. 중고이고 개인거래라 어느정도 신뢰가 필요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아주 만족한다. 책도 새 책이고 CD도 잘 나온다.  세계명작은 당분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주기로 했다.

 

 

내가 이렇게 고민했던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주 감사하게도 수민이가 너무 좋아한다.ㅋㅋ 책을 받은 지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자기전에도 듣고, 일어나자마자 책상에 앉아서 또 듣는다.

처음에는 자기가 책을 읽는 속도랑 CD속도랑 안 맞아서 계속 "엄마 여기야? 여기야?" 하더니 이제 많이 들은 이야기는 혼자 책장을 넘기며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변화는 하루 30분씩은 보던 TV를 끊었다는 것!!! (10일 경과!)

 

둘째, 셋째도 아들인 걸 미리 알았더라면.. 수민이 옷 살 때 옷을 크게 안 사고 딱 맞는 좋은 옷을 사 입혔을텐데 하는 후회가 조금 있었는데, 대신 책을 사줘야겠다. 좋은 책을 사 놓으면 어차피 세 아이들 다 읽을테니까...

살 때마다 나는 폭풍검색질을 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잘 읽어주기만 한다면 돈도 시간도 아깝지 않다.

 

중학생만 되면 애들 둘만해도 교육비가 한 달 200만원씩이라던데..

정말 이렇게 책을 열심히 읽으면 사교육이 정말 필요 없을까? 정말 나는 사교육을 안하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로 실험해봐야겠다. ㅋㅋ

아예 사교육을 안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어쩐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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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4. 1. 14. 01:38

엄마의 또 다른 역할은 아이들 관찰자..

그동안 수민이가 기차테이블 위에 있는 원목 기차놀이를 보면 그 자리에서 2~3시간을 집중해서 노는 모습을 보고 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어떤 백화점에서 부품 하나에만 2~3만원이나 하는 걸 보고는 바로 포기했다. 전부 세트로 다 사주면 백만원은 들 것 같았다. ㅋ 생각해보면 아주 고급 장난감이었을 듯..

 

                2013년 4월                                                    2012년 2월

 

 

그런데 어느날 아마존에서 날라온 메일을 확인했다. 

 

KidKraft Waterfall Mountain Train Set and Table- 기차세트와 테이블까지 모두 128 달러!

 

지난 여름 유모차를 산 이후로 아마존에서 가끔 메일이 날라오는데 이날 따라 여기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볼까.. 나도 모르게 클릭... 하자마자 이거다! 싶었다. 그래도 살까말까 며칠동안 고민하다가 결국 질렀다.

아들이 셋인데... 이걸로 조용히 놀아준다면... 하나도 아깝지 않다며..

지난번처럼 미국에 있는 지인에게 보내달라고 부탁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무게였다. 택배 상자를 받아 본 선직오빠는 허걱해서 카톡을 날렸다. 미국 택배회사 직원 둘이 낑낑거리고 들고 왔다고.. 차에도 안 들어 간다고 했다. ㅋ 무게는 배송비와 직결되니 덜컥 겁이 났다. 내가 오바했구나. ㅠㅠ

뉴욕에 폭설이 오고.. 선직오빠는 어깨를 다치고.. 다시 환불할까 말까 끝도 없는 나의 우유부단함 때문에 결국 두 달만에 받은 기차테이블세트! 받던 날 수민이보다 내가 더 흥분한 것 같다. ㅋㅋ

 

열심히 조립하는 아빠.. (내가 사진찍었더니 츄리닝으로 갈아입고 옴)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좀 더 집중해서 열심히 놀아줬으면 하는 내 마음과는 다르게 수민이는 조금 시큰둥한 것 같다. 수현이는 수민이 어릴 때 처럼 집중해서 놀지는 않는다. 역시 아이들은 성격이 다 다른가보다...

 

 

 

어쨌든, 내가 괜히 샀나 싶으면 잘 가지고 놀고.. 잘 샀다 싶으면 또 뒷전이고.. 이랬다 저랬다 하긴 하지만,

이 덕분인지 요즘 우리집은 티비를 한 번도 켜지 않고 살고 있다. ^^

 

하지만 다시는 무리해서 해외구매하지 않으리라..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배송비만 12만원 들었음..ㅠ)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3. 12. 10. 12:37

작년에 이어 어린이집에서 올해도 재롱잔치를 했다.

작년 수민이 세살 때는 무대에서 그대로 얼음이었고, 우는 친구도 있었고, 추운 날씨에 의상입고 아이들 덜덜 떨던 생각하면 수민이는 어땠는지 몰라도 나는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그 때보다 한 살 더 어린 수현이는 참여 하지 않기로...

 

그런데 수민이는 작년과 많이 달랐다. 어린이집에서 크레용팝의 '빠빠빠' 춤 연습을 시작한 이후로 매일 집에 와서 빠빠빠 틀어달라고 하고 춤을 춘다. 나중에는 수민이보다 수현이가 더 좋아해서 핸드폰만 보면 '빠빠빠~'하면서 음악 틀어달라고 난리...

 

요즘 아이 둘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패턴 때문에 전날에도 늦잠을 자느라 리허설에 못갔다. 그래서 전날 밤부터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수민이랑 다짐을 하고.. 수민이는 내일 입을 하얀색 옷은 입고 자겠다고 해서 입고 잤다. 수민이도 긴장을 하고 잤는지 아침 8시쯤 벌떡 일어나서 "엄마.. 나 늦었어?" 하고 울먹인다.

그리고 아빠가 남겨 놓은 편지 발견!

 

회사가느라 올해도 못 오는 아빠가 편지를 남기고 갔다.

수민이가 먼저 발견하고 너무 흐뭇해 하며 한참을 바라봄...나도 하트 뿅뿅♡

수민이는 같은 반 친구들 무대를 관객석에서 관람.. 역시 친구들은 가만히 서있다가 들어감.. ^^;

 

엄마 발견!!

 신나서 하는 수민이.. '엄마 나 잘하는 거보고 있지요?' 하는 것 같다.

 

내 아들이지만 진짜 수민이 너무 잘했는데...ㅋㅋ 공연 세개 중 하나 빼고 다 뒷 줄이라 자꾸 앞에 애들한테 가렸다. ㅜ 전날 리허설에 수민이 혼자 못 갔더니 그 타격일까? 아쉽다..ㅠ

이번 재롱잔치를 보면서 느꼈던 건.. 엄마란 자기 아이한테 절대 객관적일 수 없겠구나.. 하는 거. 수민이가 안 나올 때는 전체전인 그림을 보며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네.. 너무 귀엽다.. 하면서 애들 모습을 전체적으로 봤었는데, 수민이가 나왔다 하면 수민이밖에 안 보였다. 진짜 내 새끼 잘하는 거 밖에 안 보임....ㅋㅋㅋ

 

나중에 수민이 커서도 이 동영상 보면서 행복해할 것 같다. 너무 귀여워.. ㅠㅠ

 

수민이는 끝나고서도 계속 "엄마 내가 제일 잘했어?" 하고 묻는다. 칭찬해주고 또 해줘도 또 칭찬 받고 싶은 우리 수민이... 이 날은 특별히 외할머니가 짜장면을 사주셨다. ^^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3. 12. 3. 18:43

2주 전 쯤.. 오전에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일단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온다는 건 사고가 생겼거나 특별한 일이 있을 경우이기 때문에 아주 긴장하면서 받았는데,

역시..

수민이 머리에 이가 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교회모임중이라 끝나고 점심시간에 가겠다고 하고 끊었는데, 전화를 끊은 순간부터 머릿속이 온통 "이" 생각밖에 없었다.

도대체 누구한테 옮은거지?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되지? 어떻게 생긴거지? 어떻게 잡냐..

누군가 이를 옮겼을 친구(의 부모)에 대한 원망부터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눈앞이 깜깜했다. 갑자기 내 머리도 근질거렸다.

(사실 범인은 우리일지도... 그건 아무도 모른다...ㅋ)

 

급하게 어린이집에 갔는데, 수현이한테서도 이가 한 마리 나왔다며 씨앗반 선생님은 수현이도 데리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갑작스럽게 아이 둘을 데리고 애들 이불도 몽땅 싸들고 착잡한 마음으로 집으로 가는 길.. 머릿이 제거하는 약을 사러 약국에 가는데 주인 아주머니를 만났다. 왜 애들을 데리고 가냐고 물으시는데, 차마.. "애들 머리에 이가 생겼대요." 라고 하기에는 너무 창피했다.

"애들이 아파서요."

 

그러고는 약국가서 머리에 바르는 약을 사고, 뿌리는 약도 사서 집으로 왔다. 집에 오자마자, 

1. 셋이 같이 머리에 약을 바르고 목욕을 한 다음,

2. 빨래를 시작했다. 옷을 먼저 빨고,

3. 이불은 다 벗기고 걷어서 옥상으로 가져가 약을 뿌리고 햇빛에 말렸다. (이 날따라 하늘은 구름이.. ㅠ)

4. 겨우 재운 아이들이 자는 사이에 눈에 불을 켜고 머릿속을 뒤졌다. 조금 오버해서 서캐(머릿이 알) 100개 정도 잡은 듯.. 이도 7마리 정도 잡았다.....악....... (손톱으로 눌러서 톡 소리 나게 죽여야 하는게 포인트임) 

5. 말린 이불들은 격리 시켜 놨다가 차례차례 빨래를 하고,

6. 저녁에 집에 온 아빠도 바로 약을 발라 머리를 감게 시키고,

7. 최종적으로 저녁에는 아빠가 애들을 데리고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밀었다...

 

요렇게...

 

불과 며칠 전 티비에서 프랑스 전역에 머릿이가 극성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며, 프랑스에 가면 안되겠구만.. 했는데,

바로 우리집에서 이런일이 생길 수가!

내가 이를 잡는 순간이 오다니... 처음에는 기겁을 했는데, 한 번 잡기 시작하자 '니가 감히 우리 수민이 머리피를 빨고 있었어?' 하며 분노하며 죽였다.. ㅋㅋ

 

그렇게 하루이틀 지나고, 애들은 괜찮아진 것 같은데 내 머릿속이 근질근질... 가끔 서캐가 하나씩 보인다. 임신 중에 파마도 하면 안되는데... 이 약이 독할 것 같은데... 하면서도 두번이나 약으로 머리를 감았다. 그래도 찝찝했다. 눈이 뒤에 달렸으면 좋겠는게 바로 이럴 때인 듯.. 내 머리는 긴데다 보기도 힘들고, 봐주는 사람도 없고.. 못찾겠다며 건성으로 봐주는 남편한테 "나도 울 엄마한테 갈꺼야!!!" 소리쳤더니 그제서야 진지하게 머리를 살펴본다.

다음 날 엄마한테 가서 머리를 봐달라고 했더니, 다 뒤져본 엄마가 없다고 했다. 머릿 속이 온통 울긋불긋한게 약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인 것 같다며... 아... 약을 두번이나 발랐는데... 우리 아기.. 괜찮겠지? ㅠㅠ

 

이렇게 "이" 소동이 끝나고....., 지난 주에 또!!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수현이가 수두에 걸린 것 같다며... 아......바로 병원에 데려갔더니 수두가 맞았다.

 

예방접종 덕에 수포도 생기지 않고, 거의 긁지도 않고 지나가서 다행이긴 한데

일주일 내내 수현이를 데리고 있다보니.. 특히 어제는 수민이가 어린이집에 안 간다고 해서 수민이도 데리고 있었는데, 하루종일 내가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ㅠ 정말 애들 키우기 힘들구나..

 

그나마 다행인 건 딱 일이 끝나고, 미팅을 다녀오는 길에 수현이가 수두를 시작했다는 거... 수두가 끝나가는 이 시점부터 다시 일을 해야된다는 기가막힌 타이밍!

아직 수민이는 수두에 안 걸려서 기다리고 있는데, 걸려야 한다면 딱 일주일만 늦게 시작했으면 좋겠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3. 11. 6. 13:38

나는 두 번의 임신 과정을 겪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입덧도, 몸이 힘들었던 것도 아니라 기형아 검사 때였다.

수민이를 임신했을 때는 기형아 검사를 했었는데, 확률이 1/8 이 나와었다. 그 때 남동생 홍집이 이야기를 했더니 의사선생님이 그 이야기를 왜 이제하냐며... 깜짝 놀라길래 나는 덜컥 겁이 나서 산부인과 의사선생님 앞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다. 엄마는 만약에 그렇다면 낳지 말라며.. 우리는 양수검사까지 했고, 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주일 내내 울며 지냈었다.

수현이를 임신했을 때는 기형아 검사를 안 하기로 과감히 결정했다. 그런데 갑상선 수치가 낮게 나와서 병원에 가보라길래 평소에 가던 이비인후과에 갔는데, 이번에는 여기 의사 선생님이 나한테 왜 갑상선 약을 안 먹고 있었냐고 (큰 소리로) 한참동안 화를 냈다. 특히 임신 초기에 아이 뇌가 형성될 때 갑상선 호르몬이 얼마나 중요한데.. 나 때문에 이미 아이가 기형이 된 것 처럼.. 별 걱정 없이 잘 지내다가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고는 교회에 가서 또 울면서 기도했다. 혹시 나 때문에 아기가 잘못됐을까봐...

그 때 마음 고생한 걸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

아주 감사하게도 아이들은 아주 건강하게 걱정없이 잘 자라고 있고...

 

그런데 그 기형아 검사가 나한테는 트라우마로 남아서 또 임신을 하게 되니 그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혹시나 그러면 어떡하지?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 중에서 아주 작은 일부분이긴 하지만 (이사와 인테리어와 시댁사업과 세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나의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무엇이든지간에 지금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지난 달부터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교회에 가서 잠깐씩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점점 마음이 편해진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조심을 했는데도 그 적은 확률에 아기가 생겼다는 건..ㅋㅋ 꼭 태어나야만 하는 아기인 느낌이 든다.

만약에... 라는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되든 꼭 낳을 거다.

검사는 보건소에서 무료로 해주는 기본적인 것만 하기로 했다.

 

고생하는 우리엄마를 생각하면 무자식이 상팔자인가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친정집 근처에 살지만 항상 바쁘고 피곤한 우리엄마 생각을 하면 자주 못 가게 된다. 공사다망한 우리엄마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홍집이 작업장 때문인 것 같다. 작업량은 많고, 납품 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이들 손이 느리고.. 그러다보니 작업장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건 아이들 부모님이다. 환갑이 넘은 침침한 눈으로 책상에 앉아서 수작업을 하느라.. 자꾸 눈이 안보인다고 하시고 다리도 아프다고 하시고.. 이제 작업장 그만 좀 가라고 수없이 이야기해도 어떻게 안 가냐며.. 항상 죄인처럼 살아오신 울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엄마를 보면서 생각한다. 무자식이 상팔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 마음 한켠을 아프게 하면서도 없어서는 안되는 우리 홍집이...

 

 

세상은 잘나고 재능있는 사람들 위주로 돌아간다. 그런데 하나님은 왜 이 낮은 자를 만드셨을까..

우연히 발견한 찬송..

 

<똑바로 보고싶어요 주님>

똑바로 보고 싶어요 주님 온전한 눈 짓으로
똑바로 보고 싶어요 주님 곁눈질 하긴 싫어요
하지만 내 모습은 온전치 않아 세상이 보는 눈은
마치 날 죄인처럼 멀리하며 외면을 하네요
주님 이 낮은 자를 통하여 어디에 쓰시려고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만들어 놓으셨나요
당신께 드릴 것은 사모하는 이 마음 뿐
이 생명도 달라시면 십자가에 놓겠으니
허울뿐인 육신 속에 참빛을 심게하시고
가식뿐인 세상 속에 밀알로 썩게하소서

 

얼마전에는 미용실에서 들춰본 잡지에서 우연히 "동화작가 원유순" 이라는 글을 읽었다. 다운증후군 발레리나 지윤이 이야기를 <발레하는 수녀님> 이라는 동화책을 쓰신 분.. 몇 년 전에 인간극장에서 인상깊게 봤던 지윤이... 다운증후군이고 상처를 가지고 있는데도 굉장히 밝고, 자기 꿈을 확실히 알고 추진해가는.. 따뜻한 가족 이야기였는데, 여기서 이렇게 발견하게 되다니..

 

그런데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지윤이 엄마가 후회하고 있는 점이 우리 엄마가 후회하고 있는 점이랑 완전히 다르다는 거.

지금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지윤이가 세상의 벽에 부딪히는 걸 보면서 괜히 교육시키고 대학까지 보낸 것 같다고.. 장애우는 교육을 안 받을 수록 취어이 잘되고 단순 노동 같은 것이 장애우한테 많이 열려 있는데 지윤이는 단순한 것을 싫어한다며 아이의 눈높이만 높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고 하셨다.

우리엄마는 홍집이가 원하는 거, 잘하는 거를 적극 지원해 주지 못해 준 것에 대한 후회가 크신데...

 

두 분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을 키웠는데, 서로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후회를 하시는 걸 보면서 마음이 복잡해진다. 어떻게 키우든지 다 후회가 되는 걸까? 

처음에는 내 걱정에서 시작된 이런저런 고민들...

나는 이런 여러가지 과정을 겪으면서 엄마의 마음을 더 알아가는 것 같다.

언제 만들어 질지 모를 미래의 나의 다큐멘터리에 대한 영감도 이렇게 하나씩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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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3. 10. 25. 13:57

어느 엄마가 안 그렇겠냐만은.. 나는 우리 애들이 정말 너무~ 예쁘다. 아침에 일어나 자고있는 아이들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예전에는 주위 엄마한테 수민이가 너무 잘생긴 것 같다고 했다가, 나보고 정말 수민이 엄마가 확실하다며 인증받았다.ㅋㅋ

 

귀염둥이 먹보 수현이와 책 좋아하는 똘똘이 수민이

특히 둘이 책보고 있을 때,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ㅋㅋ

 

 

가끔 수민이, 수현이 중에 누가 더 예쁘냐는 질문을 듣는다. 남편과 양수는 날더러 수현이를 편애한다고 하지만.. 그건 첫째 때는 힘들어서 보지 못했던 귀여움을 둘째한테 발견하면서.. 내가 더 표현을 많이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그런데 그걸 수민이도 조금 느끼나보다. 

요즘 수민이 수현이가 싸우면 수현이 울음소리가 싫어서 나도 모르게 수현이 편을 들곤 했다. 동생한테 양보하라고 하고 형을 혼내곤 했는데, "엄마 미워!" 하면서 방문을 닫고 들어가는 횟수가 많아지고, 짜증이 느는 수민이를 보면서 갑자기 수민이의 스트레스가 심해졌다는 게 느껴졌다.

특히 형이 안 때리고 매번 봐줬더니 수현이는 형이 노는 장난감만 보면 뺏으려고 하거나, 지나가다가도 갑자기 형 배를 때리고 간다던지.. 수민이가 싫다고 하는데도 등에 매달려 안 떨어진다던지.. 형이 바닥에 책을 놓고 보고 있으면 꼭 그 책을 자동차로 밟으며 왔다갔다하는데, 형을 괴롭히면서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그래도 동생을 안 때리고 울기만 하는게 수민이 인내심이 나보다 좋다. ㅋ

 

이쁘다고.. 동생이라고 무조건 수현이를 봐줬더니 형을 우습게 아는 것 같아서 이제는 방침을 바꿨다.

무조건 형 편을 들어주기로...

"엄마~ 수현이가 때려요~" 수현이가 침 뱉었어요~" 수민이 신고가 들어오면 만사를 제치고 무조건 달려가서,

먼저 수현이 쪽으로 소리가 크게 박수를 치던지 살짝 엉덩이를 때려서 수민이가 화가 풀리게 한다. 그리고 말로 수민이 편을 들어준다. "나는 수민이 형아 편이야. 형아 때리는 건 잘못된 거야. 이제부터 수현이랑 안 놀아 줄꺼야~" 이러면 수민이는 아주 고소해 하는데, 그게 수민이한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수현이는 맞던지 혼나던지 전혀 신경을 안쓴다. 자기가 잘못한 줄 알아서 그런듯..) 

덕분에 요즘 수민이는 말도 너무 예쁘게 잘하고, 오히려 내가 수현이를 혼내면 괜찮다며 나를 혼내고 수현이 편을 들기도 한다.

 

수민이, 수현이를 알고 있는 사람들한테 셋째를 가졌다고 말하면 반응은 99% 헉... 어떻게 하냐며 날 걱정한다.

그래도 어느정도 두 아이를 다룰 줄 알게되고, 이제 입덧도 끝나서 좀 살만하다. 이쯤되니 한 명 더 생겨도 괜찮을 거 같기도 하다. 셋째는 또 얼마나 예쁠까! ^^ 앞으로 고생길이 훤하지만.. 그래도 좋은 것만 생각해야지.

사랑은 주는 만큼 더 생기는 것 같고, 확실히 나는 아이들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이 사랑이 더 커져서 우리 가족말고도 주위 사람들도 돌볼 줄 아는 여유도 생기길...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