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수민이의 동생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
수민이가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한 말.. "나는 수현이를 제일 사랑해!"
엊그제 교회에서는 수현이가 가지고 다니던 장난감을 다른 아이가 빼앗았더니 그걸 보고 달려가서 머리로 밀며 장난감을 빼앗아 동생에게 준다. 집에서는 둘이 뻿고 싸울지언정 밖에 나가면 똘똘 뭉쳐 과하게 형제애를 과시하는 형제..
며칠 전 아침에는 내가 수현이 엉덩이를 때렸다고 내 등짝을 때리며 속상해하며 엉엉 울었다.
나도 수민이한테 맞고 충격받았음...
수현이는 누가 밖에 나가려는 기미만 보이면 제일 먼저 나가 신발을 신고 기다린다. 심지어 기저귀를 안 차고 있어도... 나가려는 의욕은 넘쳐도 옷 입는 건 죽어라고 싫어하는데, 그래서 매일 아침 현관문 앞에서 실랑이 하는 데 30분씩 걸린다. 대부분 결말은 나한테 혼나면서 옷을 입는데, 이 날도 결국 나한테 엉덩이를 한 대 맞았더니 수민이가 달려와서 나를 혼내는 거다.
"내가 수현이 울리지 말랬지!!!" 하면서...
이젠 수현이 혼내기 전에 내가 수민이 눈치를 먼저 보게 된다.
그래서 또 옷을 안 입겠다고 하면 내가 성질나기 전에 수민이한테 미룬다. "수민아 니가 이야기 좀 해봐.."
그럼 수민이가 가서 수현이를 타이른다. "수현아~ 우리 빠방 타러 가자. 어린이집 가서 우리 손잡고 계단 같이 올라가자. 어때? 이제 입을꺼야? 엄마, 수현이 입는대요~"
아침에 우유 그릇을 엎어서 흘리면, "엄마 수현이 울리지 마. 일부러 그런거 아니고 실수로 그런거니까 혼내지 마. 알겠지?" 자기가 지레 놀래서 내가 화내지 못하게 나를 달래고,
언젠가 아침에는 현관에서 둘이 대화하는데, "수현아, 혼자서 엘레베이터 타고 내려가면 안되. 모르는 아저씨가 데리고 갈지도 몰라. 그러면 엄마아빠를 못 만날 수도 있어. 알겠지?" 그러면 수현이는 알아듣는 건지 "응! 응!" 대답 하더니, 형이 약속하자고 하니 둘이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한다. 안 보는 척 보면서 지켜보는데 속으로 얼마나 웃기던지..
형제도 형제 나름이겠지만 수민이 수현이는 잘 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물론 항상 이렇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건 아니다.
수현이는 형아가 가지고 있는 건 다 좋아보이고, 수민이는 자꾸 뺏기는 게 억울하고.. 결국 수현이는 형한테 맞고 "미워!!!" 하며 운다. (왜 엄마가 혼내는 건 뭐라고 하면서 자기가 때리는 건 못 참는거니.. 수민아?)
이렇게 둘이 싸우면 나는 나도 모르게 동생편을 들게 되거나, 우는 소리가 듣기 싫어 버럭 화를 내게 되고...
항상 이 둘의 싸움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 해야하는데, 생각해보면 형제 사이를 좋게 하는 건 엄마 역할이 큰 것 같다.
불과 한 두 달 전쯤 내가 수민이 신발을 신겨주다가 중심을 잃어 뒷걸음 치다가 엉덩방아를 찧은 적이 있다.
수민이가 깔깔대며 숨 넘어가게 웃다가 그 와중에 나한테 "엄마, 나 재밌게 해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라고 말한다.
무슨 다섯살 아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지??
그 뒤로도 내가 조금 웃긴 행동을 하면 자꾸 자기를 재밌게 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생각해보니 요즘에는 저런 말을 한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내가 빨래를 널려고 하면 달려와서 빨래를 너는 걸 도와주겠다고 나서고, 저녁 식탁을 차리고 있으면 달려와 "엄마 뭐 도와드릴까요?" 하면서 그릇도 날라주던 수민이..
저렇게 착하던 수민이 모습이 최근 사라진 건 요즘 내 행동에도 문제가 있는 거다. 수현이도 요즘 "미워!!!"하면서 자주 울고..
나도 모르게 내가 자꾸 짜증을 내고, 아이들의 작고 잦은 실수들에 버럭하는 모습을 보였더니 그게 그대로 아이들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며칠 전 네이버에서 우연히 '뒤로 한걸음 물러나서 껄껄 웃어라'라는 글귀를 봤다. 딱 나에게 필요한 말..! 순간 순간 화가 날 때마다 숨을 한번씩 들이켜야겠다. 수민이가 쉬를 참다가 바지에 쉬할 때... 수현이가 응가하고 엉덩이 안 닦겠다고 화장실 바닥에 앉아 꿈쩍도 안할 때... 밖에서 안들어오겠다고 땅바닥에 앉아서 울며 시위할 때...
하긴 애들도 일부러 나를 화나게 하려고 그러는 건 아닐텐데..
그런데 어제 새벽에 이렇게 다짐해 놓고는 오늘 아침 또 옷 입는 것 때문에 수현이 혼을 냈다. 정말 혼이 나야 말을 듣는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걸까..? 우선 혼은 내되 아이들한테 짜증은 내지 않는 걸로..
이상적인 엄마가 되는 길은 너무 힘들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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