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 나들이2013. 9. 7. 23:53

여행 둘째날, 아기동물농장에서 나와 양양에 있는 숙소로 갔다.

여기저기 놀다가 도착하니 오후 5시가 넘었는데, 프론트에서 청소가 늦어졌다며 기다리는 동안 음료 쿠폰 4장을 줬다. 나야 완전 땡큐임..

 

기다리는 동안 그동안 남편이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쏠비치를 구경했다. 작년부터 회사 회원권으로 예약을 시도했는데, 이번에 겨우 됐다는... 나의 칭찬을 듣고 싶었던 남편은 여기 엄청 좋다며 사이트 들어가서 보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 했었다. 실제로 가보니 정말 바닷가 바로 옆이라 바라만 봐도 멋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모습에 좋아할 줄 알았다며 그제서야 남편은 만족한 것 같았다. ㅋㅋ

 

수현이는 자고, 쿠폰으로 공짜 커피와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앉아있으니 낙원이 따로 없었다. ^^ 이 상황에서 이수민은 분수 바닥에 있는 쓰레기를 찾아다니며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며... "어쩌지. 어쩌지." 이러고 있다. ㅋ 나는 바른생활 하는 아들을 위해 물 속에 잠겨있던 과자봉지와 음료수병을 주워서 쓰레기통을 찾아 헤맸다...

 

<쏠비치>

↑ 오렌지 주스 한 잔 마시고 시크한 수민이                                 ↑ 아들이 찍어준 사진    

시도때도 없이 뽀뽀를 요구하는 아빠..

 

다음날에는 아침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전 날 남편은 새벽에 낙산사에 가서 일출을 보자고 했지만, 전혀 상관없이 주무심.. ㅋㅋ 어차피 비도 오고 스케줄을 바꿔서 아쿠아월드에 가기로 했다.

정말 수영장 같은 곳을 한 번 가려면 준비할 게 많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갈아입을 옷, 튜브, 세면용품만 챙겼는데도 큰 가방이 두개나 됐다. 빠진 게 없는지 허둥지둥하는 나와 상관없이 수민이는 아빠랑 문 밖에 서서 빨리 좀 가자며 재촉했다. 이게 남자와 여자의 차이..

 

<쏠비치 아쿠아월드>

사진 찍다가 폰을 물에 살짝 담그고, 놀래서 사진은 포기.. 건진 사진은 두 장..

 

애들이 너무 좋아할 거라는 우리의 기대와 달리 수현이는 너무 겁을 내고 울었다. 튜브타는 것도 무서워하고, 내내 내 몸에 찰싹 붙어 있었다. 반면에 수민이는 물 만난 강아지처럼 신이 나서 놀았다. 깊은 물 속에 들어가서 구명조끼를 입고 발을 차며 균형을 잡으며 떠 있었는데, 수영하는 거라며 내가 잡지도 못하게 했다. ㅎ

 

수현이가 졸려해서 나는 수현이를 데리고 일찍 들어오고 수민이는 아빠랑 한 시간을 더 놀았다. 수영장에서 실컷 놀고 들어와 애들 모두 낮잠을 재우고, 조금 쉬려고 했데, 수민이가 안 잔다. 아빠랑 수현이가 잠든 사이에 나랑 수민이는 놀이책을 활용해서 놀았다.  이런 비상시에 쓰려고 가져온 책인데 정말 가져오길 잘했다. 토닥토닥..

 

                                                                  "엄마, 송편 한번 먹어봐요"

 

한 숨 푹 잔 수현이가 깨서 또 찡찡거리기 시작하자 바로 또 나갔다. 바로 옆에 낙산사로.. 대학 때 전국을 답사하던 동아리에 있던 자영이가 최고로 꼽은 장소라 더 기대를 품고 갔는데, 정말 좋았다.

남편은 온 김에 끝까지 가보자고 했지만, 그러기에는 비온 후라 너무 쌀쌀했고 나는 많이 귀찮았다... 때마침 수현이가 똥을 싸줘서 바로 설득할 수 있었음.. ㅋ 애들 좀 더 커서 가보는 걸로..

 

 <낙산사>

다시 돌아와서 맥주 한 잔.. 수민이는 돌아오는 길에 쓰러져 잠들었음.

 

다음 날, 밤에 귀에 뿔이 달렸다는 괴물 꿈을 꾼 수민이가 많이 놀래서 울더니.. 이른 아침부터 갑자기 토를 뿜기 시작했다. 전 날 먹은 걸 토하진 않고 투명한 물만 토하는 게 음식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물을 먹으면 물을 토하고, 우유를 먹으면 우유를 토하고.. 따뜻한 물을 마시니 그제서야 좀 진정된 것 같다.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는데, 한 놈은 먹을 걸 챙겨줘야 하고 한 놈은 자꾸 토하고.. 아직 이른 아침이지만 서둘러 준비해서 나왔다. 주문진에 가서 이른 점심을 먹고, 수산시장 구경도 하고, 건어물을 조금 샀다. 그 사이에 수민이는 괜찮아졌다. 왜 토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바로 집에 가기에는 시간이 일러서 덕평 자연휴게소에 들렀다.

 

<덕평 자연휴게소>

덕평자연휴게소 내 <달려라 코코>.. 애견파크..

겂없는 수현이와 씩씩한 수민이

강아지랑 이어달리기 시합~

 

애들을 적당히 놀아줄 장소를 찾았는데, 딱 좋았다. 여기저기 구경할 곳이 많아서 밥 먹고, 산책하다보니 시간이 금방 간다. 마침 '생생정보통'에서 여기 휴게소 촬영을 왔는데, 홍보차 휴게소 내에 있는 애견파크를 무료로 개방한다고 했다. 운 좋게 시간도 딱 맞아서 강아지들 훈련하는 걸 구경할 수 있었다. 관람 중에 수민이는 손을 두 번이나 번쩍 들어서 원반 던져주는 것도 해보고, 강아지랑 릴레이 달리기 시합도 했다. ^^

우리 가족을 열심히 촬영하는 것 같더니, 방송은 안 된 것 같다. 그래도 덕분에 너무 특별한 경험을 했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서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었을 것 같다. 가끔 나는 내가 수민이가 되고 싶기도 하다. ㅋㅋㅋ

수민이도 재밌었는지 아직도 가끔 "수민이 집 아닌 데(여행 숙소)에 가고 싶다"거나 여행 또 가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다음 여행은 언제가 될지..ㅋ 집에 돌아오자마자 우리는 3분 짜장을 해먹고 바로 뻗어서 잤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3. 9. 4. 15:21

어쩌다보니 우리가족은 매년 8월 말에 휴가를 가게된 것 같다. 남들보다는 늦게 가지만 오히려 이 때가 조금 선선해지고, 외출하기에 좋은 날씨다.

휴가가 점점 다가온다는 설레임으로 기다리다보니 어느새 8월 마지막주..

 

수목금은 남편이 양양에 있는 회사 콘도를 예약해서, 하루 일찍 출발해서 화요일만 다른 곳에서 자기로 했다.

 

그런데 원래 계획은 <한 번에 양양까지 가기 힘드니까 중간에서 한번 자고, 양떼목장 구경하고 널널하게 가자...> 였는데, 남편이 예약한 곳을 확인해봤더니 뜬금없는 정선 하이원..

어느 세월에 대관령까지 가서 양떼목장 구경하고 또 정선으로 간단말인가.. 차 뒷좌석에서 나는 애들이랑 씨름해야되는데 몇 시간 늘어나면 난 뒤에서 전쟁을 치러야 되고, 그렇다고 안가자니.. 내일 양떼목장 가자고 수민이한테 바람은  있는대로 불어놨는데... 갑자기 스케줄을 꼬이게 만들어버린 남편에게 짜증을 확 냈다. ㅋ 하루 전날이라 취소할 수도 없다.

그래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지도를 보며 곰곰히 연구를 했다. 최선은 첫째날은 정선- 둘째날에는 대관령에 들렀다가 양양으로 가는 방법.. 정선에 아이들이 갈 만한 곳을 검색해봤더니 다행히 하이원 리조트 안에 양이 있는 작은 동물농장이 있었다. 이걸로 양떼목장이라고 회유해보기로... 오히려 잘 된 걸 수도 있다며..

 

다음날 금붕어도 할머니댁에 맡겨두고, 모든 채비를 마친 후 출발했다. 가다보니 애들이 푹 잠들어서 휴게소도 안 들리고 한 번에 정선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우리가 바로 간 곳은 리조트 안에 있다는 동물농장..

 

그런데 성수기가 지난 터라 리조트는 완전히 썰렁했다. 홈페이지에 놀이동산이라고 소개해 놓은 곳도 다 문을 닫았고, 동물들을 찾아서 헤매다가 멀리서 "매~"하는 염소 소리를 듣고 뛰어갔다. 그런데 양은 없고 토끼랑 염소만 있었음..

수민이는 현수막을 가리키며 "저기에는 양이 있는데, 왜 여기에는 없어요?" "어디로 갔을까?" 계속 묻는다.

 

하이원 리조트 내 겸손한 동물 농장..

관리하는 사람도 없고, 애들을 위해 내가 열심히 풀을 뜯어다가 날랐다.ㅋㅋ

다 문이 닫혔지만 그래도 미끄럼틀은 탈 수 있었음..

 

사실 케이블카도 타고, 저녁에는 하이원 분수쇼도 볼 수 있었는데.. 나는 너무 피곤했다. 분수쇼는 라스베가스에서 다 봤다며.. 그래도 케이블카는 타볼껄 그랬다. 남편이 타자고 했을 때는 애들 무서워할꺼라고 타지말자고 했는데, 나중에수민이가 타고 싶다고 하자, 탈 껄 그랬구나 싶었다. 수민이가 타자고 한 시점은 6시 2분쯤.. 운행이 6시까지라 이제 끝나서 못 탄다고 했더니 "그런데 왜 계속 움직여요?" 자꾸 질문이 꼬리를 문다. 설득하는 데 더 힘들었음. ㅋ

나의 귀차니즘은 고지대라 쌀쌀한 날씨도 한 몫했다. 긴 팔은 하나도 안 챙겨왔는데.. 애들은 얼마나 추울까. 나는 담요로 애들을 싸고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남편의 대답은 "괜찮아.. 괜찮아.." 뭐가 괜찮다는 거임? 나는 너무 추워서 팔에 닭살이 돋았는데... ㅠ 결국 일찍 들어가서 방에서 안 나왔다...^^;

 

다음날은 바로 대관령으로 갔다. 예전부터 양떼목장 입구까지 갔다가 비가 와서 두 번인나 허탕을 친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꼭 가려고 마음 먹었다. 다행히 날씨도 좋아고 이번에는 수민이한테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

 

<대관령 양떼목장>

   양 밥통에 올라가 양들에게 호기심을 보이는 수현이와 흥분해서 먹이를 마구 뿌려주는 수민이..

양 머리털을 움켜쥐는 수현.. 평소 수민이 형아 머리를 잡아당기는 모습과 흡사하다.

천천히 걸어오다 발견한 아기동물농장 전단지..

"엄마, 여기에 가요!"

 

양떼목장은 코스를 걸으면서 산책하면 좋을 것 같은데, 유모차를 끌고 올라갈 수도 없고 애들 데리고 가기는 힘들어서 먹이 주는데만 들렀다가 왔다. 먹이도 너무 금방 주고.. 기대했던 양떼목장이 시시했는지 수민이가 내려오는 길에 '아기동물목장' 현수막을 발견했다. 우리도 그냥 가기는 아쉬웠는데, 잘 됐다 싶었다. 양떼목장에서 4km 떨어져있음. (입장료는 24개월 이상 7천원씩- 동물 먹이를 종류별로 통에 담아 준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던 <아기동물농장>

토끼와 다람쥐

"엄마 멍멍이가 내 손을 잡았어요"

'아이구~ 귀여운 것!!' 요런 표정

병아리와 메추리

앵무새 밥주기.. 수현이는 똥 범벅인 나무 밑둥에 거의 누워서 줬다. 아...

                              수민이는 금붕어 낚시 홀릭              고슴도치 만져보기 (이후 고슴도치를 너무 좋아하게 됨)

너무 예쁘게 생겼던 사슴... 원래 주걱으로 주는 거였는데, 나중에는 직접 손으로..설마 사슴이 물진 않겠지? 

이정도 우유주는 것 쯤이야..

양, 염소 종류별로 다가가 먹이 주기..

"오리야~ 이리와봐! 밥 줄께!"

엄청난 속도로 다가와 빛의 속도로 해치우고 제 갈길 가는 오리들..

 

여기가 아이들이 있는 가족에게는 최고의 장소가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양떼목장보다 나은 것 같다. 모든 가축이 다 모여있고, 만져보고 먹이를 주는 것도 자유로워서 수민이 수현이는 정말 즐거워했다. 1시간 정도 있었는데, 아빠랑 수현이를 데리고 먼저 나갔는데도 수민이는 가기가 아쉬워서 금붕어 낚시 세번 더 하고, 고슴도치도 만져본 후에 내 손에 끌려서 나갔다. "다음에 보자~ 또 올께!"

 

지난 번에는 보은에 가서 젖소도 구경하고.. 요즘 동물들이랑 접촉할 시간이 많아서인지 수민이 수현이는 동물들한테 거리낌 없이 다가간다. 동물들이 위험하지는 않아도 처음보는 동물에게 다가가 겁없이 만지고 직접 밥을 주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다. 비록 손과 옷은 동물들 똥과 침으로 범벅이 되긴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나도 좋았다. 나한테도 힐링이 되었던 하루!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3. 9. 1. 22:35

휴일이 되면 우리 가족은 무조건 밖으로 나간다.

두 아들과 집에서 북적대고 있으면 더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우리한테 목적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이 잘 놀 수 있는 곳이면 된다.

 

일단 준비하고 나와서 그때부터 어딜 갈까 고민을 하기 시작하는데,

미리 준비하지 않은 탓에 어디를 가든지 각종 할인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ㅋ

 

전에 동휘네랑 브루미즈 놀이터를 갈 때는 소셜커머스에서 할인한다는 걸 가면서 찾아봤더니 이미 마감된 상태였다.

(이 날은 갑자기 동휘 엄마한테 전화가 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음)

 

광복절날, 우리집 메모판에 꽂혀져 있던 구름빵 연극 할인권 발견.. 수민이 바람대로 갑작스레 대학로로 출발했으나 할인권을 안 가져옴.. 가면서 할인 예매를 하려고 했지만, 당일 예매는 해당이 안됨.. 딱 맞게 겨우 도착했는데, 매표소에 사람이 없음.. 사람을 찾아 카드로 결제하려고 했는데, 현금만 줘야 한다고 함.. 이미 연극이 시작했으니 남편이 출금해 오는 사이에 나와 두 아들은 입장시켜달라고 했지만 안 된다고 함... 결국 1시간짜리 연극을 15분이나 늦게 들어갔다. 유모차도 밖에 세워놔야 한다고 하고.. 정말 여러가지로 나와 남편을 짜증나게 해서 그대로 나가고 싶었지만.. 이미 구름빵 현수막을 본 수민이한테 예외는 없었다. 3만 5천원.. 돈이 아까워서 애들 데리고 나만 들어가기로 했는데, 수민이는 열심히 보긴 했지만 난 본전이 자꾸 생각이 나서 별로 였다.. 사실 생각해보면 모두 우리 탓이지만.. 이 날 안 좋은 경험으로 다시는 연극을 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지난 주말에도 역시 가는 차 안에서 결정한 코코몽 에코파크... 가면서 할인티켓을 검색했는데, 역시 당일권은 해당안됨.. ㅠ 인터넷에서 예약만 했어도 20% 할인 받을 수 있었는데.. 평소에 아낀 돈으로 이런데에 낭비하다니 땅을 치고 후회스럽지만, 뭐 이게 처음 겪는 일도 아니고.. 나의 미련함에 쓴 웃음만 난다.ㅋㅋ

다음부터 내가 사전조사를 안하면 나는 수민이 엄마가 아니다..ㅋ

 

코코몽 에코파크 (용인)

낚시에 대한 환상이 있던 수민이가 깜짝 놀라 뛰어간 곳은.. 금붕어 낚시터..

10분동안 (3000원) 그물채로 금붕어를 잡는 체험인데, 체험이 끝나면 금붕어 한 마리를 가져갈 수 있게 해준다.

너무 적극적으로 하다가 옷이 다 젖은 수민이.. 그래도 좋댄다..

구석에 동물들도 있다. 자다가 깬 수현이도 신났다.

"이리와 봐. 형이 강아지도 보여줄께!"

'이건 도대체 뭐지?' 코코몽을 보고 달려가 누가 못 가지고 가게 꽉 붙들고 있음

정말 행복해보이는 표정의 수민이..

아빠랑 수현이가 타는 걸 보고 달려와 수민이도 타기 시작.. 혼자서 한바퀴 돌았다. 뒷 모습이 더 귀엽다. ^^

실내 놀이터도 있다.

기차도 있고.. 기차는 한 번만 탈 수 있게 기차표를 준다.

여기는 유아들 전용 실내놀이터..

 

그동안 다녀본 실내놀이터 중에 난 여기가 제일 만족스러웠다. 우선 실외에 있어서 좀 새로웠고, 그래서 실내에 있는 보통 놀이터랑 다른 놀 거리가 많았던 것 같다. 여기에 수영장까지 있는데, 수영장도 이용하면 정말 하루종일 놀 수 있을 것 같다. 그치만 다 놀다가는 애들보다 엄마아빠가 먼저 지칠 듯.. 있는 것만 한번씩 돌았는데도 힘들었다..

 

한 번 실패한 경험으로 자꾸 비교하긴 그렇지만 우리는 1시간짜리 연극보다는 이렇게 시간제한 없이 놀 수있는 곳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하지만.. 한 번 올 때마다 지출이 넘 많아지는 곳.. 우리 이제 이런 데는 한 달에 한번씩만 오자..ㅋ

 

이 날 우리의 수확.. 친구 금붕어 두 마리 더 사다가 넣었다.

나는 집에 가지고 가면 분명히 죽일거라며 가지고 오는 걸 반대했지만,

처음 집에 가지고 온 생물에 대해 두 아들의 관심이 대단했음..

자다가도 일어나서 금붕어가 잘 있는지 보고 온다며 뛰어다니던 수민이..

지난 주 휴가 다녀오느라 할머니 댁에 잠깐 맡겨놨는데 그 뒤로 수민이 기억에서 잊혀진 듯..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3. 8. 23. 14:35

매 해 8월에는 시할머니 생신이라 할머니가 계시는 보은에 간다.

올해 우리는 어머니를 모시고 출발~ 먼저 형님네와 합류해서 계곡에서 놀았다. 만수계곡이라는 곳이었는데, 다리 밑에서 평평한 곳에 돗자리 깔고 자리 잡았다.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이렇게 좋을 수 없다. 음료수 사러 가셨던 아주버님이 슈퍼를 찾지 못하시고 대신 삼계탕을 사오심.. 덕분에 맛있게 먹었다.

 

 한가로운 오후

누군가 세워 놓은 멋진 돌 탑들.. 탑 꼭대기에 앉은 잠자리를 구경하다가 애들이 반은 무너뜨림..ㅋ

돌아오는 길에 증조할아버지 산소에도 들렀다.

 

우리 미국갔다 올 때 정이 많이 들었나보다. 큰엄마를 '특별히' 좋아하는 수현이.. 폭~ 안겨있다.

 

여기 보은 시골에는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께서 젖소들을 키우신다. 그래서 여기는 보통 시골과 다른 특별한 매력이 있다. 비어있는 마을회관도 있고.. 외국 친구들한테 시골 구경시켜준다며 나는 결혼하기 전에도 친구들과 놀러오곤 했었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너무 좋은 체험장이 되었다!! ㅎㅎ

 

특히 아이들이 동물들을 대하는 모습에서 둘의 성격 차이가 드러났다. 수민이는 약간 조심스러워하는 반면 수현이는 거리낌이 없다. 어미개가 자기 새끼들을 데리고 갈까봐 경계하며 큰 소리로 짖으면 수민이는 움찔하는데, 수현이는 더 큰 소리로 소리를 지른다. 처음보는 송아지도 계속 쓰다듬고, 만지고... 모르면 용감하다고.. 아직 뭘 몰라서 그러는 걸까? ㅋㅋ

 

삼년째 와보는 수민이는 집에서부터 송아지한테 우유를 줘야한다며 우유를 가지고 가자며...

↑ 송아지한테 진지하게 우유주는 아기 수현이.. ㅋㅋ

↑ 소들도 우리가 신기한지 몰려와서 구경중.. ㅋㅋ

↑ 키우던 개가 3주 전 새끼 7마리를 낳았다고 했다. 새끼 한 마리를 꺼내와서 보여줬는데,

 수현이는 다른 사람이 만지면 만지지 말라고 손을 찰싹찰싹 때렸다. ㅋㅋ

↑ 작은아버지랑 타본 트랙터..

↑ 다음 날에는 할머니 모시고 근처 휴양림에 갔다.

 

1박만 하고 돌아왔는데 이틀동안 애들 옷을 몇 번이나 갈아입었는지... 물놀이하고, 흙 만지고.. 동물들 만지느라고.. ㅋㅋ 진짜 서울에서는 할 수 없는 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온 것 같다. 한참 아이들이 동물을 좋아하는 시기라 그런지 더 좋은 자극이 된 것 같다. 

정말 이것도 큰 복이다.

 

집에 오는 길..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3. 8. 14. 00:32

아이들이 커가면서 (6세 쯤?) 엄마들의 걱정은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는 데 정점을 찍는 것 같다.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친한지.. 혼자서만 놀지는 않는지.. 어떤 친구를 사귀어야 할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자기 아이 친구를 만들어 주려고 학교에 가서 애들을 살펴보고 괜찮은 아이들을 스캔한 뒤, 엄마들이 컨택하여 같이 운동을 시키거나 집에 초대를 해서 친해질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한다.

 

나는 아직 수민이 친구에 대한 고민은 없어서 저런 이야기를 들을 때는 정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수민이가 어린이집이나 친구 집에 놀러가서 노는 걸 보면, 대화보다는 뛰어다니며 깔깔대고 웃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또 어린이집이나 교회에 가면 친구들이 많고 또 근처에 살고 있는 친구도 있고..

 

그런데 어느 날 부터 수민이가 어린이집에서 집에 갈 때면 "동휘랑 수민이 집에 같이 가서 놀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안되고 다음에 같이가자~" 가 안 통할 때쯤.. 정말 동휘 엄마한테 물어보려고 했는데, 하원시간이 달라서 만날 수가 없었다. 선생님께 둘이 친하냐고 물어봤더니 어린이집에서는 특별히 둘이 같이 놀지는 않는다고 했다. 서로 다른 영역에 가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한다며... 그런데 왜 이렇게 동휘를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그러다가 지난번에 어린이집 공개수업에서 스치듯 만난 동휘 엄마를 붙잡고 이야기 했다. 수민이가 동휘를 너무 좋아한다고.. 마침 그날 교회에서 여름성경학교를 헀는데, 지나가듯 '같이 갈래요?' 물었더니 흔쾌히 같이 가겠다고 했다. 엄마들은 집에 가고 아이들만 교회에서 물놀이를 하며 재밌게 놀았는데, 수민이를 데리러 가면서 동휘도 집에 데려다 줬다. 그러면서 알게된 동휘 엄마의 전화번호..

 

그 뒤로 수민아빠가 출근한 어느 토요일에는 애들을 데리고 키즈카페에 가고 있었는데, 동휘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수민이 뭐하냐며.. 그래서 동휘엄마랑 동휘도 키즈카페로 놀러왔다.

이 때 엄마랑 앉아서 이야기 할 시간이 있었는데, 헉... 나보다 10살이나 많으셨다. 뉴욕에서 의상을 공부하셨다고 하셨다고 해서 나도 뉴욕에 갔던 이야기를 하는데, 동휘엄마가 뉴욕에 있을 때는 IMF가 터지기도 전이라.. 내가 할렘에 갔다고 했더니 너무 위험하지 않냐고 걱정하셨다. 그 때는 차 타고 지나가면 흑인들이 총을 들고 싸우고 있기도 했다며.. ㅎ

한참 이야기하다가 수민이는 동휘네 집으로 가서 더 놀기로 하고 나는 수현이만 데리고 집으로 왔다.

 

그러고 지난 토요일에는 같이 전쟁기념관에 있는 브루미즈 놀이터에 같이 갔다.

남편과 애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면서 목적지를 물색중이었는데, 마침 동휘엄마한테 전화가 와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 한 가지.. 이번에는 양쪽 다 아빠들도 같이 오는 거라 혹시 어색하지 않을까 싶었던 나의 걱정과 상관없이 남자들은 서로 한 마디도 안했다. 동휘 아버님은 동휘 엄마보다 나이가 더 많으신 것 같아서.. 동휘 아빠라고 부르기가 조금 어색했다는 거.. 동휘 아버님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

나이 차이가 이렇게 나는데도 아이들이 나이가 같으면 비슷한 고민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수민이가 동휘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동휘 엄마는 동휘한테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는..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엄마였다는 사실..

예를 들어 놀이터에서 동휘가 안 가고 더 놀겠다고 하면 얼마나 놀꺼냐고 물어보고 허용해주고, 기다리고.. 그런데 또 더 놀겠다고 하면 또 허용해주고, 기다려 준다고 했다. 보통 두 번 정도 허용해주면 스스로 가겠다고 한다고 했다.

동휘엄마는 동휘의 자유의지를 기다려 주느라고 자고 싶지 않은 동휘를 기다리다 밤 1시에 잠이 들기도 한다고..

그 영향 때문인지 동휘는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 또래 아이들에게 보이는 폭력적인 성향이 없었다. 수민이랑 그런 성향이 비슷해서 수민이가 좋아하는 건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두 아이의 성향은 집에 갈 때가 되니 확실히 다르게 나타났다. 더 놀고 싶었던 두 아이들에게 이제 집에 갈 시간이라고 설득을 하는데, 둘 다 더 놀겠다고 하다가 결국 동휘는 설득당해서 스스로 가겠다고 결심을 했고, 수민이는 악을 쓰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동휘보다 일찍 와서 6시간 동안이나 놀았던 수민이는 잠투정하느라 더 짜증을 낸 것 같기도 하다. 동휘는 가겠다고 아빠한테 안겨서 기다리는데, 수민이는 타이르고 또 기다려도 안 가겠다고 해서 내가 억지로 안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하도 발버둥을 쳐서 내려 놓았더니 바닥에 앉아 신발을 벗어 집어던지며 운다. 집이었으면 무관심하고 딴 일을 하면 알아서 울음을 그치고 "미안해요" 하며 안길텐데, 여기서 이러니 주위 사람들에게 완전 민폐였다. 결국 아빠가 억지로 안고 가는데, 아빠 목을 물어버림.. 덕분에 아빠 목에 피멍이 들었다. 왠만해서 화 안내는 아빠는 이때 속으로 던져버리고 싶었다고 고백했다.ㅋㅋ

(수민이는 차에 가서 음료수를 먹으며 진정이 됐고, 차가 출발하면서 바로 잠들었음)

 

동휘엄마는 이런 수민이를 보며 동휘가 말을 잘 듣고 온순한 게 그동안 자신이 화를 내거나 다그치지 않아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 성향 때문이 더 큰 같다고 했다.

나는 엄마의 양육방식과 아이의 성향 둘 다 아이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엄마의 양육방식이 수민이의 평상시에는 잘 통하지만 이렇게 떼를 쓸 때는 전혀 통하지 않았고, 이 사태를 겪으며 나는 수민이한테는 타이르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

 

한편으로는 아이의 친구를 골라준다는 말이 왜 그런지 이해가 가기도 했다. 지난 번에는 집에 가던 어린이집 친구 둘이 가던 길에 있던 우리 집으로 갑작스럽게 놀러왔는데, 티비 프로 이야기만 하던 엄마들과 뭔가 대화 단절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래서 어릴 때의 아이의 친구는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겠다 싶다. ㅋ

 

수민이는 아직도 동휘를 좋아한다. 아빠가 종이에 '박동휘 이수민'을 적어놓고 테이프로 붙여준 팔찌를 하고는 만족해하며 잠이든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3. 8. 5. 14:09

수민이 어린이집에서 학부모 참여수업을 했다.

작년에는 평일 오전에 했었는데, 올해는 맞벌이 부모들을 위해서 토요일로 옮긴 것 같다. 덕분에 아빠도 함께 수현이도 데리고 온 가족이 출동했다.

 

두 시간 반 정도 진행됐는데, 선생님들이 정말 준비를 많이 하셨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년에는 한 방에 모여서 엄마랑 율동하고 샌드위치를 만들었는데, 올해는 참여하는 아이들을 섞어서 조를 짠 다음 조마다 각 반을 돌아다니며 수업을 받았다. 아이들도 엄마아빠랑 같이 하니 새롭고 재미있어하는 것 같다.

 

어린이집 참여수업

↑ 탱탱볼 만들기 (1)

      ↑ 망원경 만들기 (2)                            ↕ 우리몸 만들기 (호스를 끼워 피가 순환하는 것 보기) (3)       

↑ 화산 폭발 실험하기 (4)

 

특히 내가 기억에 남았던 건 화산 폭발 실험이었다. 선생님이 화산을 만들어 볼 꺼라며 앞에 그림으로 설명해 주는데, 나는 수민이가 당연히 이해를 못 할거라고 생각했다. 4살 아이에게 마그마가 왠 말인가.. 

그런데 시키는 대로 책상에 놓여있던 야쿠르트 병에 찰흙을 붙이고, 안에 베이킹소다를 부은 다음, 식초와 섞은 빨간 물감을 부었더니 안에서 빨간 마그마가 보글보글 거리면서 순식간에 올라왔다. 나도 재밌었다. 수민이도 어렴풋하게나마 화산이 뭔지 알 수 있었을 것 같다.

책으로 무작정 설명하는 것보다 이렇게 미술과 결합한 간단한 과학실험의 효과가 짱인것 같다. 인터넷으로 검색 좀 해보고 쉬운 건 같이 해봐야겠다. ㅋㅋ

 

수민이는 탱탱볼이 제일 좋았단다... 하지만 애지중지하던 탱탱볼은 반죽을 충분히 하지 않았었는지 금방 부셔져버렸다.ㅠ

 

모든 수업이 끝나고 참여한 학부모와 아이들 모두 한 자리에 모여 게임도 했다. 친구 얼굴의 부분 사진만 보고서 친구 이름 맞추기! 수민이 친구들 이름을 꿰고 있는 나는 수민이에게 무조건 손 들라고 시켰다.

그런데 수민이가 대답할 기회가 왔는데, 수민이도 나도 누구인지 몰라서 대답을 못 했던 입 사진이..... 이수민 입이었다는.. ㅋㅋㅋ

그 뒤로 한 번 더 대답할 기회를 주셔서 다행히 그 때는 맞추고 크레파스 선물도 받았다. ^^

 

구립어린이집은 이런 점이 좋은 것 같다. 뭔가 애를 쓰는 모습이 보인다. 애들 보랴 이런 수업도 준비하랴.. 고생하셨을 선생님들께 감사한다.

 

초췌한 우리가족... ㅋㅋ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3. 8. 3. 23:00

매년 7월이 되면 하는 캐릭터 박람회.. 올해도 갔다.

입장하면 사방에 익숙한 캐릭터들과 장난감들이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직 어린 수현이도 들어가자마자 유모차에서 몸을 벌떡 일으키며 소리를 지른다. 여기가 바로 아이들에게는 천국!

왠만한 실내놀이터보다 훨씬 크고, 놀 거리도 많고, 게다가 우리는 남편 덕에 티켓도 꽁짜로 얻을 수 있으니 이런 기회를 놓칠 수가 없다. 이번에도 꼭 가려고 달력에 표시해 놓긴 했는데... 애 둘 데리고 어떻게 혼자 가는지가 문제.. 

사람이 많아도 남편이랑 주말에 갈 수 밖에 없겠다 싶었는데, 우리에게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ㅋㅋ

 

수민이 친구 다유네가 같이 가자고 연락이 왔는데 나는 감지덕지.. 당연히 오케이 했다.

어린이집에 오전에만 보냈다가 점심도 거기서 해결한다음, 둘을 픽업해서 다유네로 갔다. 다유네 차를 얻어타고 코엑스로 출발.^^

올해로 삼년 째 왔는데, 첫 해에는 판매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아이들 놀이터가 더 많이 생긴 것 같다.

 

코엑스 캐릭터 박람회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들도 만나고,

뽀로로 공연도 보고,  

폴리 놀이터에서도 놀고

  여러가지 공짜 선물들도 받았고 (부채, 풍선, 폴리DVD, 스티커, 모자, 소세지 등)

여러가지 탈 것도 모두 공짜로..

새로운 인형 놀이도 해봤다... ㅋㅋ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수현이 사진이 별로 없다. 온통 수민이 사진 뿐.. ㅋ 수현이가 중간에 잠이 들었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수민이는 유모차에 태워서 지하철 타고 정말 많이 돌아다녔는데, 수현이는 이번이 지하철 세 번째 나들이었던 것 같다. 확실히 첫째는 하나뿐이었을 때라서 온 정신을 수민이한테 쏟을 정신이 있는데, 수현이한테는 그러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도 든다. 나중에 알면 섭섭해 하겠지?

 

놀아주기로 마음 먹었을 때는 확실하게 놀아 주고 싶지만, 연령이 다른 두 아들을 각각 놀아주려고 보면 몸이 두 개였으면 싶다.

그런데 이번에 다유 엄마랑 아빠가 같이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둘 다 잠잘 시간에 데리고 온 거라... 수현이를 재우려고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동안 수민이를 다유네가 같이 봐주고, 또 수민이랑 놀아줄 때는 수현이를 봐주고... ㅠ

 

또 한편으로는 이런 곳에 혼자 둘을 데리고 오려는 무모한 생각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앞으로 2년정도는 무리..ㅋ)

어쩔 수 없다.ㅠ 그래도 엄마 노력하고 있으니 이해해주렴...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3. 7. 29. 16:51

사교육 광풍..

뉴스에서는 선행학습이 이제 영,유아까지 확산되고 있다며 난리다. 뉴스에 나온 장면은 4살배기 아이의 교양을 높인다며 명화를 소개하는 회당 15만원짜리 수업..

이런 부정적인 뉴스를 보면 당연히 선행학습을 시키는 엄마들이 미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만난 엄마들.. 너무 애들 학원을 많이 보내는 것 같은 엄마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주위 아이들에 비해) 자기는 정말 조금 시키는 거라고.  

 

나도 이런 아이들의 선행학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주의였지만.. 어느새 나도 이 세계에 어느정도 발을 담근 것 같다.

처음에는 동생이 생긴 수민이가 하루종일 울며 나를 힘들게 하는 바람에 주위 엄마 조언으로 구몬학습을 시작했다. 수민이가 자기만을 위해 선생님이 와서 놀아주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그 때가 수민이 30개월쯤.. 수민이는 정말 선생님을 좋아했다.

그런데 점점 단계가 올라가고, 한글을 시작하면서 나의 걱정이 시작됐다. 나중에는 선생님이 한 번 오실 때마다 배우는 한글이 4단어, 6단어, 8단어, 12단어까지 늘어났는데, 이제 4살인데 이 어린 나이에 공부를 시키는 건 무리가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내가 단호하게 학습지를 끊지 못한 이유... 신기하게도 수민이는 선생님과 20분 수업하면서 그 단어들을 모두 기억했다는 거.. 선생님이 오는 시간을 너무 좋아한다는 거. 

그래서 그냥 계속 시키다가, 올해 초에는 구몬을 끊고 엄마랑 하는 웅진에서 나온 <곰돌이>를 1년 신청했다. 그런데 수민이가 계속 "수몬 선생님 오라고 해" 이러는 바람에... 선생님이랑은 구몬을 하고, 나랑은 곰돌이를 하고.. 학습지를 두 개나 하게 됐다.

 

너무 많이 시키나 싶은 마음도 조금 들었는데, 곰돌이를 신청한 건 잘한 것 같다. 나랑 이걸 같이하다보니 우리 둘 만의 시간도 자연스럽게 생기고, 놀이하는 것처럼 해서 재미도 있다.

한 묶음에 학습지 2권+책 1권이 들어있는데 4주치가 한꺼번에 온다. 우리는 도착한 그 주에 이걸 다 해버린다.  한 주치 책 세 권을 한 시간이 넘도록 꼼짝도 안하고 앉아서 끝내는데, 잘 시간이 지나서 한 권은 내일하자고 했다가는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 

 

울던 수민이도 웃게 만드는 곰돌이..

어린이집에서 집에 오는 길에 떼를 쓸 때 써먹으려고 가끔 곰돌이 학습지를 가지고 간다. 표지 끝을 살짝 보여주면 엄청 기뻐하면서 쫒아온다.

이제 수현이가 방해를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노하우도 생김.. ㅋㅋ

 

그러다 구몬에서 통글자가 자음으로 넘어가면서, 이제 정말 공부를 시킨다는 느낌이 확 들었을 때 바로 구몬을 그만 뒀다. 그런데 하던 걸 안 하니까 나랑 하는 곰돌이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뭘 하면 좋을까 싶어서 이것저것 알아봤다. 유아체육학원 (동네에 있어서 한번 갔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안함), 미술방문학습 (파주에 갔다가 상담을 받았는데 연락이 안 와서 그냥 더 알아보지는 않음)

그러다 길을 지나가다가 만난 <빨간펜>.. 구몬보다 더 저렴하고 학습지가 더 두꺼웠다. 한 번 해보려고 시범 신청을 했는데, 교회 집사님이 한솔이 좋다며.. 강력추천해서 한솔도 인터넷에서 시범 신청을 했다.

 

한 번 발을 디디면 이렇게 계속 하게 되나보다. 그런데 이게 참 무서운 것 같다.

선생님들이 한 번 집에 오면 어떻게든 엄마를 신청하게 하려고 여러가지로 엄마를 구워 삶기 시작한다. ㅋㅋ 나는 30분 정도만 있다가 갈 줄 알았는데, 거의 두 시간동안 얘기를 하는데, 안 할 수가 없게 만든달까.. ㅋ

 

우선 선생님이 처음 집에 오면 아이에게 책을 재밌게 읽어준다. 그리고 발달검사를 해주는데, 이게 포인트다. 나는 울 아들을 넘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큰 의자와 작은 의자 그림을 보며 두개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 보라고 하는데 수민이가 말을 잘 못한다. 처음 보는 선생님 앞이라 낯을 많이 가리는 것도 있겠지만, 평소에 수민이에게 어린이집에서 뭘 했냐고 아무리 꼬치꼬치 물어도 모른다며 대답도 잘 안하고, 나는 그게 단순히 아들이라 표현을 잘 안 한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선생님은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언어와 표현력이 조금 약하다고 했다.

반면에 수 개념은 뛰어나다고 했는데, 선생님이 사과 여섯개 그림을 보여주며 "바구니 두개에 똑같이 나눠 담으면 몇 개씩 담아야 될까?" 물어봤더니.. 수민이가 "세 개"라고 쥐구멍에 들어갈 것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걸 보며 선생님이 수민이는 확실히 이과쪽이라며 퍼즐같은 거 좋아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평소에 내가 퍼즐을 집중해서 잘 하고 벌써 100개짜리 퍼즐을 맞춘다고 했더니, 그게 그렇다며.. 날더러 어머니는 방향을 아셨으니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아이가 둘다 애매하게 하면 아이가 잘 하는 걸 찾아서 이것저것 시켜봐야하니까 아이도 엄마도 힘이 든다며..

이 정도 지나가니 나도 반은 넘어간 상태...ㅋㅋ

내가 몰랐던 수민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야겠구나.. 이런 마음이 자동적으로 든다. ㅋ

 

그 때부터 이것저것 좋은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는데, 순식간에 100만원이 넘어간다. "항상" 얼마 이상하면 사은품이 있다며 나를 부추기기 시작.. ㅋ 하지만 그런건 다 안 하겠다고 하고 우선 돌려보냈다. 권해 준 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 뒤져보며 후기를 찾아보다가 결국 한솔 북스북스를 신청. 이건 책을 한 달에 네 권 보내주고, 책 내용이랑 연결된 놀이교육잡지가 하나 따라오면 그걸 엄마랑 같이 하면 된다. 선생님 방문을 신청하면 선생님이 한 달에 두 번 오는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선생님이 따로 가져온 책 각 권이랑 연결된 학습지를 한다.

 

 한솔 <북스북스> 책 꾸러미.. 자연관찰+창작 등 분야 별 책이 한 권씩..

 

항상 신청하면서 나 너무 오바하는 거 아닐까.. 생각하지만, 그래도 다행히 책들을 보니 알차 보인다.

특히 자연관찰 책은 마음에 든다. 자연관찰은 조금 재미가 없을 수도 있는데, 오는 책들을 보니 설명이 자세하고 쉽게 되어 있어서 수민이도 재밌게 본다. 나도 이걸 보면서 바나나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처음 봤다.

 

 

 

"초록 바나나는 맛이 없고, 노란 바나나가 맛있어!"

 

이걸 보며 요즘은 참 책이 잘 만들어 지는구나를 다시 한번 느꼈다. 또 그동안 왜 구몬을 그렇게 오래 하고 있었을까 하는 후회도 든다. 한글보다는 이런 책들 보면서 배경지식이 쌓이고 이해력 상상력을 키워주는 게 좋을 것 같다. (구몬은 학습지같은 느낌이라 6살은 되야 좀 도움이 될 것 같음) 아직 수업은 한 번 밖에 안해봤지만 수민이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전집을 한꺼번에 사는 것보다 이렇게 책이 조금씩 오는 게 수민이가 더 호기심을 가지고 보는 것 같다.

 

아무리 선행학습이 문제라고는 하지만, 적당히 필요한 걸 선택해서 아이에게 권해주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지 않은 엄마가 어디에 있을까.

나도 아이들 공부에 목을 매는 열혈 엄마들을 볼 때는 저건 아니다 싶지만, 다들 자기 상황에서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고.. 또 아이가 남들보다 잘했으면 좋겠고.. 또 잘하는 걸 봤을 때... 객관적에서 한 발 더 나아가게 된다. 사실은 그 적정선을 찾아가며 모두가 다 자신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 적정선을 찾는다는 게 참 어려운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수민이가 (다행히) 좋아하니까... 그래도 괜찮다며... 토닥토닥... ㅋ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3. 7. 23. 00:03

평상시의 수민이는 참~ 착하다.

 

 

잘 시간에 수현이가 안 자고 방에서 놀려고 하면, "수현아 잘 시간이야~ 많이 놀았어." "형아 손잡고 가자" 하고 수현이 손을 잡고 내가 누워있는 침대방으로 온다. 동생 손을 잡고는 수현이가 넘어질 수도 있으니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이 얼마나 이쁜지! 혹시 내가 쳐다보면 방해가 될까봐 나는 힐끔힐끔 보며 침대에서 킥킥거린다.

수현이가 자꾸 수민이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뺏어가면 "엄마, 수현이가 자꾸 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지요?" 하고 예쁘게 물어보고는 속상하지만 동생에게 양보하기도 하고,

밥을 먹을 때는 "엄마 최고!" "엄마 맛있는 거 해줘서 고마워요~" 한다.

실수로 물이 담겨있는 컵을 엎질렀을 때는 "엄마! 미안해요!!" 하며 정말 미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특히 수민이는 어린이집에서 바른생활 사나이로 유명한데, 항상 장난감 정리 시간에 정리 안 하고 놀고 싶어 하는 친구들때문에 속상해 한다고 한다. 정리를 하기위해 친구가 놀던 장난감을 뺏다가 싸움이 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선생님이 "수민이 오늘 하루종일 정리만 했어요".. 이런 날도 있다.

길을 걸어가다가도 쓰레기를 보면 "엄마, 쓰레기가 여기에 있는데 어떻게 하지요?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넣어야 하는데.." 하면서 속상해 한다. "그럼 수민이가 쓰레기통에 갔다가 버릴래?" 하면, 기뻐하며 쓰레기를 주워서 쓰레기통을 찾아다닌다. 지나가던 할아버지한테 엄청 칭찬도 받았다. ㅋㅋ

그러다 요즘은 쓰레기들이 너무 더러워서 내가 못 하게 한다... 청소 아저씨가 깨끗하게 치워주실꺼야. 지지 묻었으니까 만지지 말자.. 했는데, 우연히 다음 날 청소해주시는 아저씨를 만나 확인을 한 뒤로는 쓰레기를 보면 "청소 아저씨가 치워주실꺼야." 혼잣말로 쓰레기를 한 번 쳐다보고는 지나간다.

이런 아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우리 모자는 하루에도 뽀뽀를 셀 수 없이 한다. ㅋㅋㅋ

 

그런데 이렇게 이쁜 수민이가 한 번씩 돌변할 때가 있으니... 뭔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다.

 

지난 주의 나는 수민이와 전쟁을 치르며 설명해주기로 결심을 했건만...,

그 결심이 무색하게도 이번 주에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나의 인내심은 시험당했다.ㅠ

 

지난 금요일,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길. 기분 좋게 걸어오고 있었는데, 수민이가 "엄마, 차가운 물 가지고 왔어?" 하고 물었다. 이 때 예쁘게 물어보던 수민이.. 내가 안 가지고 왔다고 하자, 그 때부터 돌변했다.

"엄마, 차가운 물 가지고 와야지! 지금 차가운 물 먹고 싶어~ 지금~! 지금~!" 하면서 찡찡대기 시작하는데,

집에 가서 줄테니까 조금만 참고 가자고 아무리 타일러도 소용이 없다. 급기야 골목 중간에 멈춰서 자기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엄마가 가지고 오라고 소리를 지른다. "지금 가지고 와!" 하면서..

타이르는데도 한계가 있다. 더운 날 오르막 골목에서 수현이를 데리고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 계속 되다보니 짜증이 슬슬 나기 시작했다. 빨리 집에 가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럼 엄마 수현이랑 집에 갈꺼야~ 너 혼자 여기 있어" 이런 협박...

꼼짝도 안하는 수민이를 그대로 두고, 가까운 슈퍼로 뛰어가서 수현이가 탄 유모차를 잠시 맡기고, 물을 하나 샀다. 그런데 그 자리에 꼼짝도 안 하고 "엄마가 수현이랑 갔잖아! 수민이 놔두고 갔잖아!!!" 하면서 동네가 떠나가라고 악을 쓰고 있는 수민이 모습을 보니 갑자기 열이 확 받았다. 

몇 발 자국만 더 가서 달래주면 되는데, 길 중간에 서서는 엄마 여기까지 왔으니까 너도 여기까지 오라며.. 화를 냈다. 하지만 수민이 황소고집을 당해낼 수 있을까.. 결국 수민이한테 가서 물을 줬는데, "이거 시원한 물이잖아! 차가운 물 줘!" 하고 또 운다. 이 순간 나의 인내심이 사라졌다. 결국 등짝을 한대 때렸더니 수민이가 소리지르면서 운다. 정말 왠만해서 밖에서 이렇게 싸우고 싶지 않았는데...

맞고 나서도 악을 쓰며 울더니 나한테 거의 질질 끌려오면서 그 때부터는 "엄마 미안해요~ 엄마 미안해요~" 사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머리끝까지 화가난 상태.. 사과도 받아주고 싶지 않았다.

집 앞에 와서야 화해를 하고 안아줬는데, 너무 울어서 온 몸이 땀 범벅인데 집에 들어와서는 또 목욕을 안하겠다고 반항한다. 아...

한 번 이렇게 싸우고 나면, 마라톤을 뛰기라도 한 것 처럼 너무 지친다.

 

 

 

이 떼를 어떻게 할까.. "설명해주기" 방법은 아이가 이성적인 말이 통할 때 통하는 것 같다. 한 번 성질을 부리기 시작한 순간에는 아무리 옆에서 설명을 해줘도 소용이 없다. 수민이의 떼는 하루 걸러 한 번씩 찾아오는데, 이유도 가지가지다.

외할머니 집에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식탁에 있던 방울토마토를 안 가지고 왔다며, 토마토 다시 가지러 가자며 울기 시작... 결국 중간에 시장에서 내려서 토마토를 사고서는 할머니, 아빠, 엄마 모두에게 혼이 나고 서러워 울었던 적..

또 외할머니 집에서 차를 타고 집으로 오던 길... 이모 아이패드로 앵그리버드 게임을 못 하고 온 게 화가 나서 "앵그리버드!!! 앵그리버드!!!" 하고 울기 시작... 차 안에서 수민이 울음 소리에 혼이 쏙 빠진 외할아버지는 가다가 옆에 차를 문지르고 가는 바람에 보험 아저씨와 경찰까지 부르는 사태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예전에 소정이 누나랑 코엑스에 갔다가 지하철 타고 오는 길에 소정이 누나는 그대로 타고 가고 우리만 내렸더니 승강장에 대자로 누워서 "소정이 누나 보고싶어!! 소정이 누나한테 갈꺼야!!" 이러고 울었던 날.

 

지난 일요일에는 누가 준 사탕을 먹다가 안 먹겠다고 주길래 쓰레기통에 버렸더니, "사탕 먹고 싶어!!! 엄마가 쓰레기통 버렸잖아!!!" 하면서 울기 시작했다. 이 날은 엄마 아빠 돌아가며 달래다가, 화를 내다가, 그래도 울어서 둘 다 포기했다. 방에서 울으라고 놔뒀다가, 울다 지칠 때쯤 방에 들어가보니 그제서야 "엄마 미안해요." 한다.

 

수민이의 고집은 정말 보통 고집이 아니다. 한 번 떼가 났을 때 수민이가 하자는 대로 하면 아주 쉽게~ 수민이를 잠재울 수 있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공들여 가르치던 수민이 버릇이 한 순간 나빠질 것 같아서 매번 이렇게 싸우며 진을 뺀다.

 

그러면서 터특한 최고의 방법은 "무관심" 인 것 같다.ㅋ

혼을 내거나 때리는 건 별로 도움이 안 되거나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 같다. 아이도 상처를 받는 것 같다.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나오는 것처럼 팔 다리를 제압하고 혼내는 방법은 지금은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만의 매뉴얼을 만들었다.

 1. 일단 울기 시작하면, 허용해 줄 수 있는 건 조금만 더 허용을 해주고 한번 더 약속하기.

 2. 그래도 울면, "안 돼!" 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안되는 이유를 설명해주기

 3. 악을 쓰고 울기 시작하면, 안 되는 건 안되는 거야. 약속 상기시켜주고 무관심 모드로...

 4. 우는 소리가 조금 잦아졌을 때, 이리오라며 팔을 벌리고 있으면 수민이가 다가와 안긴다.

 5. "많이 울어서 힘들었겠다. 속상했지?" 우선 달래주고,

 6. 그래도 안 되는 이유 설명해주고,

 7. 사랑한다고 안아주기

    

우는 아이 붙잡고 싸우고 있느니 차라리 이런 방법으로 나의 화를 다스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교회에서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랑 이야기해보면 집집마다 다 난리다. 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나만 화내는 게 아니구나. 다 비슷비슷 하구나.. 싶어서 왠지 마음에 위로가 된다. 서로 토닥토닥 하면서... ㅋㅋ

 

그나마 다행인 건.. 수민이가 떼를 부리며 우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거,  

아주아주 다행인 건, 전쟁을 치르고 나서는 다시 착한 수민이 모드로 돌아와서 나를 힐링해준다는 거...

 

자려고 누워서 수민이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 아까 울어서 미안해요. 안 그럴께요."

물론 다시 그러겠지만.. 그래도 이런 아들을 미워할 수가 있겠나. ㅋㅋ ♡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3. 7. 16. 15:58

항상 기도할 때마다 지혜로운 엄마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한다.

 

그런데 내가 구하는 지혜란 무엇인가...

언젠가 설거지를 하는 데 다리에 매달려 안아달라고 우는 수현이에게 밥 주걱을 주자, 울퉁불퉁한 면이 재미있는지 한동안 가만히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런 게 지혜일까? 고민해보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화를 내지 않고, 혹은 내가 참지 않고 아이들과 웃으면서 지낼 수 있을까.

 

  슈퍼 앞에서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우는 수민이

(안그래도 아토피때문에 아이스크림 안 사주는데, 이렇게 울고 떼쓸 때는 절대로 안 사준다.

이럴 때 바로 전쟁 시작ㅋ)

 

요즘같은 장마는 엄마들에게는 참 반갑지 않다. 엊그제는 어린이집에 가려고 준비를 다 하고 나서려고 하는데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금 나가면 우리 셋 다 쫄딱 젖겠구나 싶어서 티비를 틀어줬다. 20분 후에 비가 지나가서 나가려고 했더니, 수민이가 폴리를 더 보겠다고 울기 시작했다. "폴리 더 볼꺼야!" "어린이집 안 가!" 하면서...

그럼 한 개만 더 보고 가자고 약속하고 기다렸는데, 이번에도 더 볼꺼라며 악을 쓰고 울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타이르다가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

좀 더 보여주려다가 자꾸 이런식으로 하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훈육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팔 다리를 잡고 있었더니 수민이가 온 몸에 힘을 쓰면서 "아빠 살려줘!!" 하면서 소리를 지른다. 온 몸은 순식간에 땀 범범이 됐다. 수현이도 달려와 수민이와 내 사이에 앉아서 매달리며 울고..

훈육하는 것도 내가 평정심을 갖고 있을 때 해야지 나도 너무 화가 난 상태라 애한테도 나한테도 너무 힘든 시간이라 포기했다. 그러고는 화가 나서 수현이를 안고 둘이만 나간다고 협박했다.

"너 자꾸 그러면 수현이만 데리고 갈꺼야! 너 혼자 집에 있어!" 하면서..

그러고 현관 밖에서 3분 정도 기다렸는데, 전혀~ 통하지 않는다.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수민이가 너무 흥분해서 말도 안 통하고 나에게도 진정의 시간이 필요해서 아예 수현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서 라디오를 틀어놨다. 수민이는 그동안 밖에서 계속 뒹굴며 운다. 10분정도 기다렸다가 나가서 이리오라며 안아줬더니 그제서야 한 풀 꺽여 안긴다. 나도 너무 속이상해 나도 울고 싶다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우는 척을 했더니 그러지 말라며 손을 자꾸 치운다.

 

아침부터 한 시간동안 실랑이를 하다보니 너무 지치고 돌덩이가 가슴에 박힌 것 처럼 마음이 무겁다.

오후에 수민이를 데리러 갈 때는 그래도 아침에 혼이 났으니 어린이집 갔다오면 착한 수민이로 돌아올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보는 순간부터 여지없이 무너진다.

계속 찡찡거리는 수민이.. 비가 오기 시작해서 급하게 유모차를 밀고 집으로 가는데, 내가 몇 발 자국 먼저 갔다며 자꾸 "엄마가 애기만 데리고 먼저 갔잖아!" "수민이는 안 데리고 갔잖아!" 하며 멈춰서 움직이질 않는다. 지나가는 아줌마, 할머니들이 한 마디씩 다 거들고... 결국 어떤 할머니가 수현이를 데리고 간다는 말에 따라옴...

 

아침에도 화를 냈는데.. 찡찡대는 수민이한테 또 화내기는 싫어서 그 뒤부터는 계속 회유로 방법을 바꿨다.

집에 돌아와서 수민이를 안아주며 "아침에 엄마가 수현이만 데리고 밖에 나가서 속상했어?" 했더니 갑자기 슬프게 흐느낀다. 계속 그 생각이 머릿속에 남아있었나보다. 우선 꼭 안아서 미안하다며 달래주고는 그러고 나서 설명을 해줬다.

"엄마가 집에 갈 때 먼저 가는 거는 수민이를 두고 가는 게 아니라.. 엄마는 힘이 약해서 수현이를 안고 가면 힘들어서 먼저 가서 기다리는 거야. 엄마가 수민이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계속 설명해줬더니 수민이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그랬구나!"

 

'유레카!!!' 그 순간 갑자기 머리에 '이게 바로 지혜구나!' 싶은 감동이 생겼다.

헐...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구나.

끝까지 좋은 말로 설명해주기.. 폭력이나 협박은 전혀 도움이 안된다.

사실은 너무나 당연하게 사실이지만, 직접 부딪혀서 깨닫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깨달음이 있다. 

 

그 뒤로 며칠 수민이랑 잘 지냈는데, 수민이는 너무 착한 아들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떼를 쓰기 시작한다.

오늘도 아침에 어린이집에 가려고 내가 먼저 신발을 신고 현관에서 기다렸더니, "엄마가 먼저 신발 신었잖아~!!" 이러고 화를 내며 방에들어가서 안 나온다. 결국 내가 신발을 벗고 기다려야 나와서 신발을 신는다..

어린이집 가는 길에는 뛰어가다가 넘어지고는 "엄마 때문에 그랬잖아~ 엄마가 빨리가서 넘어진거잖아!" 하고 운다.

안아서 달래주고 먼저가서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손 잡고 가자고 타이르고.. 그래도 어린이집 가는 내내 찡찡대는 우리 아들... 좋게 잘 이야기해야지 하면서도 쉽게 안 통할 때는 나도 다시 부글부글....

 

사실은 내가 구할 건 지혜가 아니라 인내인가 싶다.  

화를 참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너그러움? 마음의 부드러움? ㅋ

그래도 수민이가 수현이를 안 때리고 타이르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먼 길의 반은 왔구나 싶다...

하나님. 저에게 인내하는 마음을 주세요..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