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3. 3. 29. 01:23

수민이가 어린이집에 다닌 지 벌써 1년이 됐다.

0세 아이들부터 씨앗반-새싹반-풀잎반-꽃잎반-열매반 이렇게 나뉘어져있는데 (이름을 참 잘 지은 듯), 수민이는 3월부터 새싹반에서 풀잎반으로 올라갔다. 1년 전만해도 안 가겠다고 우는 수민이 떼어 놓고 발걸음이 안 떨어져 마음아파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컸다.

 

지난 달 수민이 발달의견에 선생님이 이렇게 적어주셨다.

  "부쩍 표현도 많아지고 말도 어른스러운 말을 쓰며, 활동을 할 때에도 기다리거나 친구에게 양보할 줄 알아 친구들을 잘 보살핌. 교사와도 이야기를 자주 나누며 점심을 먹기 전 식사 노래를 한 후 교사에게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한 후 점심을 먹는 등 예의 바른 행동을 보여 교사가 칭찬하며 상호작용함."

 

이번 달은, "교사의 말과 행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들은 이야기를 인지하고 다음 활동에 참고하여 놀이하는 모습을 보이며, 친구들과 완만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친구들이 바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이야기 해 주는 모습을 보임"

너무 칭찬만 써 있는 거 아님? ㅋ

 

정말 지난 1년동안 폭풍성장한 우리 아들.. 착한 아이로 잘 자라고 있구나..ㅠ

 

<작년 9월>

<10월>

 

 

<11월>

<12월>

 

 

한 학기가 끝나면 어린이집에서 이렇게 사진을 모아 씨디에 구워서 보내주는데, 사진을 보면 참 재밌어 보인다.

매일 다른 활동을 하는데, 명절이나 이벤트가 있을 때는 거기에 맞는 활동도 한다. 어린이집 뒷뜰에는 채소밭이 있어서 아이들과 선생님이 같이 재배하고 또 추수하기도 하고, 학기마다 소풍도 가고, 날씨가 좋으면 시장을 가거나 동네 산책도 다니면서 바람도 쐰다. 지난 번에는 수민이가 늦게 등원하다가 산책나온 친구들을 만나서 합류했는데, 키가 비슷한 꼬맹이들 여럿이 줄서서 가는게 너무너무 귀여웠다. 이번에 올라간 풀잎반에서는 사슴벌레도 키우는데 수민이가 너무 좋아한다.

 

또 친구들이랑 교류하면서 생존하는 방법도 배운다. ㅋㅋ

아직 자기 중심적인 시기라 친구들이랑 안 싸울 수는 없다. 그래서 가끔 얼굴에 상처가 나더라도 나는 별로 개의치 않는 편이다. 이런 날은 선생님이 너무 미안해 하면서 연신 죄송하다고 하는데.. 가끔 이런 선생님들이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나도 집에서 우리 아이들도 하루종일 못 지켜보는데, 12명 아이들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

사실 내가 이렇게 만족하고 있는 이 어린이집에서도 말이 많지만, 엄마 욕심이란 끝이 없다는..

 

올해 수현이도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오긴 했는데, 차마 돌이 안 지난 아기를 보낼 수 없어서 안 보낸다고 했다. 그런데 약간 아쉽기도 한 마음.. ㅋ 빨리 1년이 지나갔으면... 수현이랑 수민이가 같이 손잡고 어린이집 가면 넘 귀여울 것 같다.

그 때는 온전한 나의 자유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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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2013. 3. 26. 23:54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 성경공부를 하고있다. 그런데 지난 달인가.. 중간에 새로운 분이 두 분이 오셨는데, 이런 걸 하고 있는 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하셨다. 사실 나만 하더라도 설교 끝나고 광고를 하더라도 금새 잊어버리고, 주보에 적혀 있어도 잘 안 들춰보게 되니까 그렇다. 안그래도 교회에 들어서면 빈 벽이 항상 아쉬웠는데, 이 계기로 게시판을 만들어야겠다는 동기가 생겼다.

 

결심은 했지만, 

나무도 어떤 종류로 해야할 지.. 크기는 어떻게, 재단은 어떻게... 결정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본 적도 없어서 실행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만들기로 했는데 없던 일로 하자니 영 찝찝했다..

 

그렇게 시간만 지나가다가 3월 초에 코엑스에서 하던 DIY&REFORM 박람회에 갈 기회가 생겼다. 그 때 수현이를 돌보미 아주머니께 맡기고 교육에 갔다가 오는 길이었는데, 시간이 30분밖에 없어서 얼마나 뛰어다니면서 구경했는지.. 몇 시간동안 수현이를 안고 다녀도 안 아프던 골반이 다음 날까지 아팠다. ㅋㅋ

박람회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그린베이'라는 목재소에서 나무를 주문하고, 오일을 샀다. 여러가지 부품도 같이 구입하는 데 비교할 게 너무 많아서 인터넷 쇼핑만 이틀이 걸렸다. ㅋ

 

그리고 배송지는 친정집으로 했다. 아무래도 나무랑 못을 집에서 늘어놓고 하면 애들도 다치고 애들 있는 데서 하다가 망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또 놓을 자리도 없고.. 오일 바를 때 친정 옥상에서 하면 좋을 것 같고...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빠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뚝딱뚝딱 만들기 좋아하시는 아빠를 내가 닮았나보다. 나무가 도착하자 나보다 아빠가 신이 나신 것처럼 보였다. ^^

 

 

성격이 급한 내가 만들었으면 무조건 못부터 박았을텐데... 세상에서 제일 꼼꼼한 우리 아빠는 나무에 '좌상, 좌하, 1,2,3..' 번호도 적어 놓으시고 세심하게 확인 후 작업에 들어가셨다. 못도 한 번에 박는 법이 없다. 드릴로 먼저 구멍을 뚫고나서 못을 박으심.. 우리 아빠는 나중에 목공소를 하셔도 될 것 같다.

 

이렇게 만든 교회 게시판!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만들어 놓으니 속이 다 후련하다. 교회 사람들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요즘 남편은 일 년 중에 제일 바쁜 기간인데, 이 시기에 회사에서 팀 별로 환경미화를 한다고 했다. 남편이 그 말을 하자마자 내가 도와준다며..ㅋ 수민이 돌잔치때 써먹었던 슈퍼맨을 만들었다.

 

 

안그래도 할 일이 많지만.. 난 왜 이런게 재밌는지... ^^;

환경미화 결과는 20팀 중에 3등. 하루 준비한 결과치고는 괜찮았다. 반응은.. 젊은 사람들만 좋아했다며.. ㅋ

 

요 철 칠판도 우리집에서 공수한 거.. 수민이 안쓰는 철 칠판에 칠판페인트를 칠했다.

 

매일 우리집을 어떻게 바꿀까 고민하다가, 교회와 남편회사를 비슷한 시기에 꾸민 게 재밌다.

이쁘든 안 이쁘든 이렇게 정성들여 환경을 바꿔 놓으면 어쨌든 보는 사람들한테는 refeshing 될 듯. 

요게 바로 인테리어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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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3. 3. 21. 14:44

올해들어 수민이가 많이 의젖해졌었다.

삼년은 엄마가 키우라더니 정말 삼년이 지나니 이제 해 뜰날이 오는 건가!

 

가끔 떼를 쓰긴 하지만 시간이 짧고, 설명하면 알아듣는다.

내가 뭐라고 하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네. 알겠어요." 이렇게 말도 예쁘게 하고,

밖에 나갔다오면 스스로 손도 혼자 씻고, 퇴근한 아빠에게 "아빠, 옷 벗고 손 씻어야지!" 잔소리부터 한다.

특히 한 가지 놀라운 변화는, 예전에는 "엄마 쉬! 쉬!" 하면 수현이 젖을 물리다가도 얼른 뛰어가 수민이를 화장실에 데려가기 바빴는데 요즘에는 혼자 할 수 있게 된 거다. 지금은 혼자 화장실에 가서 바지를 내리고 문 앞에 있는 쉬 통을 들고 쉬를 한 다음, 쉬통을 변기에 버리고, 계단을 밟고 세면대에서 쉬통을 헹궈 놓기까지 한다.

잠 잘 시간이 되면 예전에는 안 잔다고 울고 찡찡댔을 텐데, 이제는 수현이를 재우려고 누우면 자기도 잔다며 혼자 불을 다 끄고 들어와 눕는다. 여기에 자기가 어질러 놓은 장난감과 책들을 정리해 놓기까지... "정리해야겠다" 하면서...

(감동..ㅠㅠ)

 

어린이집에서도 너무 잘 한다고 칭찬받고, 요즘 나는 스스로 수민이를 참 잘 키웠다며 셀프 칭찬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의젖하던 수민이가 통제불능이 되었다.

지난 주말에는 오랜만에 시댁에 가서, 소정이 누나, 수환이 형아랑 자전거도 타고 너무 재밌게 잘 놀았다. (형님네 가족도 최근 어머니댁 근처로 이사옴)

 

 

잘 노는 건 좋은데, 시댁에가면 수민이는 노는 것에 정신이 팔려 나의 통제와 잔소리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형 누나랑 침대에서 춤추면서 뛰다가 떨어져 쌍코피 터짐.. ㅋ

 

잔소리를 하는 경우는 이런 경우다. 과자를 먹거나, 밥을 제때 먹어야 한다거나, 티비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너무나 당연한 이 잔소리가 수민이도 여기서는 자기 편을 들어줄 사람이 많다는 걸 아는지 내 말을 듣지 않는다.

남편은 한 번씩 풀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하고, 나도 뭐 괜찮겠지 했다. 사실 나도 잔소리 안 하고 그냥 두면 편하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풀어준 다음에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가 참 힘들다.

아토피 떄문에 매일 목욕을 해야 되는데, 씻으려고 할 때마다 안 씻는다고 소리지르며 우는 바람에 4일째 목욕을 못 하고...

일요일 아침 일찍 출발하려고 하는데, 수민이는 안 간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결국 수민이를 두고 가면 아버님이 월요일 오전에 데려다 주신다고 해서 그냥 왔다.

엄마 없이 잘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잘 시간이 되니 엄마를 찾으며 신발신고 엘레베이터 앞에 가서 우는 바람에 결국 밤 12시에 남편이 인천으로 수민이를 데리러 가는 상황 발생.. ㅋ

 

통제불능의 상태는 특히 집에 돌아와서 더 심해진다.

월요일 아침에는 어린이집에 안 간다는 걸 겨우 달래서 나가려는데, 큰 장난감을 가지고 가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안된다고 실랑이를 하다가 나한테 꿀밤을 두대나 맞았다. 진짜 화 안내고 잘 살았는데... ㅠㅠ

그래도 울어서 수현이를 안고 현관에서 기다렸다. "다 울면 나와." 그제서야 울면서 간다고 나온다. 서로 기분이 안 좋은 상태로 어린이집 골목에 다 왔는데, 마이쭈를 사러 가겠다며 어린이집을 안 간다고 다시 울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골목 끝까지 나와서 데리고 가려는데, 발버둥을 치고 운다. 안되겠어서 슈퍼가서 마이쭈를 사러 가기로 했는데, 또 이럴 때는 돈도 없다. 마이쭈를 사기위해 은행에 가서 출금을 하고.. 손에 마이쭈가 쥐어지니 수민이 하는 소리가 "마이쭈 사니까 기분이 좋잖아. 이제 어린이집 가도 좋잖아." 한다.

이왕 늦은김에 가는 길에 있던 병원에서 건강검진도 받았더니 벌써 점심시간이 됐다. 천천히 걸어오는 수민이를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면서 빨리 오라고 했더니, "가고 있잖아. 지금 걸어가고 있거든?!" 한다... 꼬박꼬박 말대꾸 하는게 더 얄밉다.ㅋ 

그런데 또 수민이가 갑자기 소정이 누나 어디에 갔냐고 묻더니 자기도 지금 학교 가겠다고 길에서 울기 시작.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고 떼쓰기 시작... 동네가 떠나가게 운다. 정말 우는 애를 억지로 끌고 갔는데, 선생님을 보자 더 악을 쓰고 운다. 2층까지 같이 올라갔다가 우는 걸 어쩌지 못하고 또 그 모습이 짠해서 그냥 데리고 올까 하다가 말았다.

아... 하루 아침이 이렇게 길다니...

 

다음 날도 전쟁이었다. 한 번 마이쭈를 사줬더니 오늘 또 마이쭈를 사겠다고 운다. 어린이집에 안 간다며 버티는데 엄마 혼자 간다며 저만큼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도 요지부동이다. 차도 다니고 위험해서 가서 또 달래고.. 골목길에서 실랑이를 30분 간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옆에 있는 세탁소에 수현이를 맡기고, 수민이를 들쳐업고 어린이집으로 뛰었다...

 

이렇게 수민이랑 전쟁을 치르고 나면 하루종일 마음이 무겁고 지친다.

이대로 살 수 없어서 어떻게든 한 번 잡으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바로 저녁에 또 터졌다.

애들데리고 친정에 갔는데, 티비를 계속 보겠다고 떼를 쓰고 운다. 방으로 데리고 가서 문을 닫았다. 그래도 때리진 않겠다고 다짐했다.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나오는 것처럼 다리로 수민이 몸을 제압하고 눈을 똑바로 마주치고 설명했다. 악을 쓰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고, 내 몸을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에는 미안해요.. 말 잘들을께요.. 한다. 그리고 나와서는 할머니가 테레비 볼 차례라며 순서를 기다린다.

 

지난 번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시댁에 가서 방임상태로 있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갑자기 나를 때리는 버릇이 생겼었는데, 내 안경을 후려쳐서 안경이 날라가기도 했다. 그 때 몸을 제압하고 혼냈더니 한참을 악을 쓰고 울다가 "죄...송... 합...니...다..." 한다. 순간 마음이 얼마나 아프던지.. 죄송합니다는 한번도 안 가르쳐 줬는데 어디서 배운건지...

그래도 그 때 한번 혼이 나고 나서는 다시 착한 수민이가 됐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이런 순간이 몇 번이고 찾아온다.

그럴 때 확실하게 안 되는 건 안되는 거라고 가르쳐줘야 그런 행동이 반복되지 않는다. 확실한 건 한 번 허용하면 두번째, 그 이후부터는 서로 더 힘들어 진다. 가장 중요한 건 엄마가 분노하지 말아야 된다는 거.. 아이가 엄마의 분노의 희생양이 되면 안된다는 거...

지난 번에 남편이 날 도와주지 않는 것에 대한 나의 분노 때문에 아이들이 힘들었을 걸 생각하면 답은 나온다.

"STOP AND THINK" (수민이가 보던 만화 <슈퍼와이>에서 나온 해결방법.. ㅋㅋ )

물론 알고있지만 쉽지는 않다.

 

나의 이런 마음을 수민이가 언제쯤 이해할 수 있을까.

5월에 10일정도 시댁에 수민이, 수현이를 맡겨야 할 일이 있는데 그 때는 어떻게 해야할 지... ㅠ

 

Posted by kimberly
일상/특별한 날2013. 3. 11. 00:02

작년 가을쯤 친정엄마한테 극도의 육아스트레스로 인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내가 안쓰러웠던 엄마가 일주일에 한 번, 오후 시간에 수현이를 봐줄테니 자유시간을 쓰라고 하셨다.

 

그 뒤로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 한 매주 수요일 1시에 친정엄마가 우리집에 오셨다.  

이 시간에 꼭 영화를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사실 그동안 일 하느라 한 번도 제대로 된 자유시간을 즐기지 못했다. 이마저도 올해들어 엄마도 바빠지셔서 언젠가부터 명목상의 자유시간이 흐지부지되어버렸다.

 

엄마는 바쁘고, 수요일 시간은 날아갔고.. 일은 해야하고..

하고 있는 일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 그동안은 어떻게든 꾸려왔는데 회의나 계약을 해야하거나 교육을 받으러 외출할 때는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다. 이번 주 수요일 목요일은 이틀 연속으로 나가야 할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엄마한테 의지하지 말고 나 혼자 해결을 해보자.. 그렇게 해서 돌보미 아주머니를 처음 부르게 됐다.

 

돌보미 아주머니는 서울시에서 지원해주는 육아서비스다.

올해부터 맞벌이 가정만 지원해 주는 걸로 바꼈는데, 동사무소에 가서 신청하면 자격확인 후에 이용할 수 있다. 사실 나도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남편이랑 건강보험료를 따로 내다보니 소득이 100% 이상이 되서 금액적으로 지원을 받지는 못하지만 (시간당 5천원) 그래도 정부에서 연결해주는 거니까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또 365 어린이집(시간당 3천원)도 이용할 수는 있는데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있는 것보다 집에서 돌보미 아주머니가 1:1로 봐주는 게 훨씬 좋을 것 같았다. 한 가지 더 플러스 요인은 급하게 하루 전날 필요할 때 전화를 해서 신청을 하면 가능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건 아직 확인을 해보진 못했지만..

 

나는 지난 주 수요일, 목요일 1~5시까지 신청을 했다. 이틀 연속 같은 아주머니가 오시기로 되어 있었는데,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지.. 믿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주머니가 시간을 맞춰서 올까?' '아이는 잘 돌볼 수 있을까?' '수현이는 낯을 가리지 않고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여러가지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주 좋았다. 아주머니는 시간도 여유롭게 일찍 도착하셨고, 인상도 좋으셨다. 마침 잠들어 있는 수현이를 뒤로하고 가려는데 걱정말고 다녀오라고 마음도 안심시켜 주시고.. 신기하게 집을 나서는데, 엄마나 양수한테 맡기는 것보다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수요일에는 계약하러 광화문에 갔다.

"세종대왕님 안녕하셨어요?"

"그래 잘 왔다".. 하시는 듯... ㅋ

 

계약은 15분만에 끝났다. 늦은 점심을 KFC에서 혼자 해결하는데 출발해야하는 시간까지는 남은 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다보니 햄버거가 맛이 없었는데 그래도 좋았다.

 

고민 끝에 중앙고 앞에 있는 '플레이스 모리'라는 곳에 가보기로 했다. 빈티지 소품 좋아하는 내가 우연히 검색하다가 발견한 곳인데, 남편이랑 애들이랑 같이 가기에는 교통도 그렇고 지금 나 혼자 있을 때가 딱이었다! 

삼청동 까지는 마을버스 타고 잘 가서는 거기서 중앙고까지 골목길을 헤매며 갔다. 대학다닐 때 여긴 내 나와바리였는데.. ㅋㅋ 그 때도 한번도 안 가본 길을 이번에 처음 가봤다.

시간이 점점 촉박해지는 찰나에 발견! 아.. 이런 감동이.. ㅠ

 

플레이스 모리

 

시간에 쫒기다 보니 그렇게 가보고 싶었는데 막상 구경은 대충대충.. 눈으로 스캔했으나 다 잊어버렸다. ㅋ

급하게 찍은 사진 몇 장을 보니 이제야 놓친게 보인다.

 

힘들게 왔는데 구경만 하고 가려니 아쉬워서 모리 사장님한테 여기를 블로그에서 보고 찾아왔다고 했더니, 바쁘지 않으면 2층도 보고 가라며 문을 열어주셨다. 게다가 라떼도 직접 우유를 끓여서 대접해주셨다. 감동의 커피 한 잔..ㅠ

나 이제 빨리 가야 하는데.. 2층도.. 커피도.. 사양하기에는 너무 달콤한 유혹이었다. ㅋ

여 사장님과 커피 한잔 마시면서 잠깐 이야기도 했는데, 너무 따뜻한 분이셨다. 그 뒤로 카톡 친구로 등록.. ^^; 사람이 참 인연이 어떻게 될 질 모르는 것 같다. 다음에는 남편과 아이들 데리고 한 번 와야겠다. 상업적으로 변해버린 삼청동 거리에 질린 사람들이 요기 원서동 거리로 온다는데, 여기에 아기자기한 샵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시간이 없으니 이건 다음기회로..   

 

서둘러 집에 왔는데, 수민이를 어린이집에서 픽업해서 데리고 왔더니 10분 지각했다. 아주머니는 괜찮다며 천천히 오라고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이렇게 아이들과 떨어져 나 혼자,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본 게 얼마만인가.

 

나는 정말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사람인데, 애들과 집안일에 치여서 해야되는 일들만 하루종일 하다보니 스트레스가 쌓이는 건 당연한 것 같다. 그런데 아주 짧았던 한 시간 덕분에 정말 스트레스가 확~ 날아갔다. 이 날 좋은 에너지가 충만해져서 저녁에 수민이랑 얼마나 열심히 놀아줬는지 목이 가버렸다. ㅋ

 

전업주부는 아이와 교감할 시간이 많고 교육에 유리하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는 좀 더 자유롭고 성취에 대한 만족할 수 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게 당연한 이치지만 나는 두마리 토끼 다 잡고 싶은 여자.. ㅋ 힘들지만 이렇게 둘 다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잊어버리지 말고 살아야 겠다.

균형을 잘 잡는게 중요하겠지.

 

누구의 희생도 없이 아이들을 키우기는 불가능 하다. 희생이라고 하기에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그 시간을 어떻게 할 수 없다면 이렇게 육아에서 벗어나 자유시간을 활용하면 좀 더 즐거운 육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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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2013. 3. 9. 22:12

지난 일요일 밤에 남편이 갑자기 아팠다.

새벽 3시쯤 잠을 자다가 목에 담이 와서 몸을 꼼짝도 못하고 나를 불렀다는데, 나는 죽은듯이 자고 있었다..  마침 우리 집에서 친척동생이 자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둘이 이야기 하는 소리에 깼더니 새벽 6시.. 친척동생이 오빠가 부르는 소리에 깨서 새벽내내 오빠가 몸을 돌릴 수 있게 도와줬다고 했다.

 

누워서 일어나지도 못하는데 출근이 왠 말이냐.. 오늘 휴가를 내고, 아침일찍 친정 아빠 도움을 받아 근처 정형외과에 갔다. (수민이는 수민이 할아버지가 데려다 주심) 나는 걱정이 되기도 하고 애들 소아과도 가려고 겸사겸사 정형외과로 따라가봤다. 병원에 가보니 치료실에서 충격요법을 받던 오빠의 비명소리가 계속 들렸다.. 아파도 아프단 소리를 잘 안 하는 사람인데.. ㅠ 나중에 나와서 이야기하기를 고문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했다. 최근 2주 내내 자정이 넘어 퇴근하던 남편더러 하루만 쉬면 안되냐고.. 아니면 이번 주는 조금 늦게 출근하면 안되냐고 했었는데, 정말 월요일 하루는 휴가에 일주일 내내 물리치료를 받아야 해서 늦게 출근하게 됐다. 정말 신기하게 내 말이 그대로 실현됐다. 하나님이 내 말을 이렇게 들어주시나..

물론 아프라고 기도한 건 아니다. ㅋ

 

 

남편은 친정아빠가 집에 데려다 주기로 하고, 나는 수현이 소아과에 갔다가 죽을 사서 집으로 왔다.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남편.. 누워서 할 일이 없으니 VOD로 <아르고>를 같이 봤다. 이 날 좋았던 건 이거..

 

처음에는 남편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수현이도 아빠가 있어서인지 더 안정적으로 잘 놀았다.

그런데 병원에서 받은 충격요법이 효과가 있었는지 남편 몸이 점점 회복되는 걸 보며 나는 불만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 나는 오늘 하루동안 세끼 식사를 차리고, 아프다고 밥도 입에 떠 먹여주며 수발하고, 수현이를 돌보고 재우고, 수민이를 데리고 시장에서 장을 봐오고 빨래하고 빨래를 개고, 설거지 하고.. 아이들 밥을 먹이고 간식을 챙기고 놀아주는 동안 남편은 컴퓨터로 일을 하고 티비를 보고... 누워서 계속 쉬려고만 했다.

 

그동안 피곤했으니.. 게다가 오늘은 아프니까 휴식이 꼭 필요했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나는? 나는 평소에 쉴 시간도 없이 일도 하고.. 주말에는 두 아이들을 보느라 힘들었는데.. 그런 식으로 부정적인 생각만 자꾸 커지면서 우울했다.

평소에는 혼자서 다 잘하던 일이었는데, 나는 엉덩이 붙일 틈도 없이 바쁘게 뛰어다니는데 남편은 왜 날 안 도와줄까..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 와중에 시댁에서 어머니만 하루종일 일하시는 모습이 떠오르면서 나의 미래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괜히 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밤이 되자 목구멍까지 불만이 쌓였다. 남편한테 화를 내고 싶었지만 그래도 아프니까 꾹~ 참았다.

대신 아이들한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꼭 내가 이런 상태일 때 아이들은 더 사고를 친다.

 

 

애들을 재우고 다음 날 오전에 있는 성경공부모임 예습을 해야하는데, 수현이를 재우려고 누웠더니 몸도 마음도 지치고 그냥 다 팽개치고 자고 싶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너는 남편을 사랑하지 않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우리 남편과 아이들을 사랑하는데 이정도도 못해주나? 더한 것도 해 줄 수 있는데.. 왜 나는 이렇게 짜증을 내고 화를 냈을까. 마음이 심란해서 자고싶은 몸을 일으켜 성경공부 예습을 하려고 책을 폈는데,

마침 책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자아의 소리를 멈추고 가만히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라."

자아의 소리를 멈추고...

이 한 문장을 보며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집이 조금 지저분하면 어때? 설거지가 쌓여있으면 어때? 나는 지금 너무 내가 해야 할 일들 때문에.. 나의 강박증 때문에 더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구나.

 

다음날, 또 비슷한 메세지가 있었다. 아침 수민이가 잠깐 보던 애니메이션에서 'Stop and think' 라고 한다. 꼭 나에게 하는 말 처럼 만화 캐릭터가 "그럴 때는 잠깐 멈춰서 생각해봐" 라고 했다.

 

정말 멈춰서 어제의 나를 생각해보면 어제는 남편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내가 편하고 싶었던 마음. 쉬고 싶었던 마음..

괜히 애꿋은 아이들한테 불똥이 튀고.. 나는 어렸을 때 엄마가 이렇게 우리한테 신경질내는 게 정말 무섭고 싫었는데... 정말 반성했다.

 

자아의 소리를 멈추고 나를 비워보자. 우선은... 힘들 때는 일단 멈추고 생각해보기로..

하룻 밤에 얻은 교훈.. 하지만 알아도 쉽지는 않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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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3. 3. 6. 00:20

지난 주말, 팀에서 하는 전시 때문에 휴일에도 남편은 출근했다.

삼일절을 나 혼자 두 아이와 어떻게 보낼 것인가.

여러가지 대안을 놓고 고민을 하다가 다유네 연락을 해봤더니, 마침 삼일절이 다유 생일이라 타임스퀘어에 있는 딸기마을에 놀러간다고 했다. 우리도 데리고 가라며.. 서둘러 쫒아갔다. 두 아들과 힘겹던 나를 거두어준 다유 엄마 아빠한테 정말 감사를... ㅠ

 

수현이가 태어나고는 이런 실내 놀이터에 거의 못 갔는데, 오랜만에 가봐서 그런지 수민이는 신이 났다.

다유 엄마 아빠가 수민이 수현이도 같이 봐 줘서 난 정말 여유롭게 아이들을 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딸기마을은 어른 입장료 5천원을 내면 5천원 음료교환권을 준다. 그래서 입장료가 덜 아깝다.

오후가 될 수록 아이들의 인구밀도가 점점 높아지던 중에 우리는 딱 두시간 신나게 놀다가 나왔다.

 

3월1일 - 딸기마을에서 다유와 함께

다유엄마아빠가 애들을 봐주는 틈에 나는 수현이랑 놀아주려고 여러가지 시도를 해 봤는데 다 무서워 하는 수현이.. 자꾸 나한테 기어올라온다. 그러다 수민이 기차 타는 걸 보려고 옆에 섰더니 수민이가 나를 발견하고 반색을 한다. 수민이의 안도하는(?) 표정을 보면서 그래서 아이들은 엄마가 키워야 하나보다. 다시금 느꼈다..

                       엄마한테 찰싹 붙어 있는 수현이와                            "얘도 지퍼 잠갔잖아. 나도 잠가줘" 

 

다음 날, 토요일에는 남편이 하는 전시를 보러 갔다. 마침 율희네도 온다고 해서 오랜만에 율희와의 만남.

작년에도 가봤던 <내나라여행 박람회>는 여러가지 공짜로 체험할 게 많다. 비누만들기, 제기 만들기, 점토로 시계만들기... 등 수민이가 조금 더 크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 듯.

 

3월2일- 내나라여행 박람회에서 율희랑

율희엄마랑 은행알로 5분만에(?) 만든 무당벌레 핸드폰 고리... 집에 와서 세탁기에 들어가 칠이 벗겨짐ㅋ

 

아기 때부터 봐오던 아이들이 함께 수민이와 함께 커가는 모습을 보면 넘 신기하고 예쁘다.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아이들... 성격도 서로 이렇게 다를 수가.. ㅋㅋ 수민이도 어렸을 때부터 계속 만나는 친구가 있어서 참 좋을 것 같다. 계속 이 만남을 잘 유지해야겠다. ^^ 

수현이는 같은 해에 태어난 친구가 없어서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교회에 가면 또래 남자 친구들이 많으니깐 위안을 삼으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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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특별한 날2013. 3. 3. 01:06

1월부터 코이카 영상작업을 하고 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 틈틈히 시간을 내고 잠을 안 자면서 하면 되니까 애들 보는 건 큰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한두번 생기는 회의... 게다가 이번에는 대전으로 가게 됐다.

 

나는 젖먹이까지 아이가 둘 딸린 엄마다. 일은 정말 잘 할 자신이 있지만.. 사실 집에 애들을 보며 일을 한다고 하면, 남들이 생각하기에 프로페셔널해보이지 않아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일 거다. 사정 봐줘가며 일 시키길 바라는 것도 아니고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목에 걸린 가시처럼 조금 걸리는 일이긴 하다.

 

특히 이번 경우처럼 멀리 회의를 가야할 때는 여러가지 걱정이 먼저 앞선다.

대전은 KTX로 한 시간 거리라 가까운 편이지만, 그래도 이동시간과 회의시간까지 생각하면 수현이가 젖을 안 먹고 잘 버틸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가장 큰 걱정은 수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하나? 하는 거.

 

이번에는 친정엄마한테 맡기기로 부탁을 해놨었다. 엄마는 워낙 바쁘신데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 하루만 부탁하려고 했는데, 하루 전날 저녁에 엄마 전화가 왔다. 꼭 가야하는 약속이 있었는데 깜박하고 계셨다고.. 급하게 수민이가 다니는 365 어린이집에 몇 시간이라도 맡길 수 있는지 전화를 했다. 그런데 하루 전날은 안 된다고 했다. ㅠ

부랴부랴 육아도우미 서비스를 검색해봤다. 혹시나 해서 최근에 동사무소에 가서 신청해 두었던 건데(맞벌이 부부에게 정부가 금액의 반 정도 차등 지원해 줌), 인터넷으로 신청은 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하루 전 날 저녁에 신청을 해서 다음날 일찍 도우미가 올 수 있을 지 의문스러웠다. 아직 한 번도 이용한 적이 없어서 걱정도 됐다.

결국.. 동생이 피같은 연차를 내고 희생했다.

역시 이럴 때는 가족밖에 없다. ㅠ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준비했는데도 항상 시간에 쫒긴다.

수현이 밥이랑 간식을 준비해 놓고 양수에게 수현이를 맡기고, 수민이는 가는 길에 데려다 줬다. 오늘따라 늦장을 부리며 천천히 가는 수민이를 급한 마음에 들쳐업고 뛰었다.

 

버스를 타고 서울역에 가는데 빠듯한 기차 출발시간을 보며 어떻게 얻은 이 소중한 시간을 이렇게 초조하게 갈 수는 없다며.. 10시 반에 친구랑 타기로 한 무궁화호를 포기하고, 맛있는 커피와 샌드위치를 꿈꾸며 30분 뒤에 있는 KTX를 여유있게 타려고 했는데... 혹시 몰라서 뛰어가던 중에 흘낏 쳐다본 전광판에서는 11시 기차가 없었고, 매표소에 줄을 선 사람들은 너무 많았다. 내 여유 찾다가 약속 시간에 늦으면 큰일이다. 무조건 뛰어서 5분 남기고 기차를 탔다.

일단 기차를 타고나니 수현이가 걱정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해방된 자유를 만끽했다.

 

요즘 남편은 너무 바쁘다. 최근 2주동안은 거의 자정이 되서 집에 들어오는데 혼자 애들을 보다보니.. 한 시간만 애들한테 떨어져서 멍 때리고 싶은게 정말 간절한 소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기차를 타는 낭만까지.. 정말 너무 감사해서 울고 싶었다. ㅋㅋ (게다가 두 정거장 뒤에 타는 홍엽이한테 부탁해서 햄버거랑 커피도 먹었음ㅋ)

 

회의는 시간도 딱 맞게 도착하고, 무난하게 잘 끝났다. 

돌아오는 길.. KTX에서 아이패드 미니로 혼자 잡지를 보는데... 행복했다. ㅠ

 

 

수민이 어린이집 데리러 갈 시간에 맞춰서 가려고 했는데, 조금 늦어져서 양수이모가 데리고 온 것 빼고는 모든 게 완벽했다. 하루종일 엄마도 안 찾고 잘 놀아준 수현이도 너무 고맙고.. 양수한테도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이렇게 좋은 에너지를 듬뿍 받았으니 당분간은 잘 지낼 수 있겠다. ㅎㅎ

 

육아 외에 다른 일을 한다는 건 나를 위해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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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3. 2. 22. 16:19

작년 10월부터 수민이가 구몬학습을 시작했다. (수민 30개월)

동생이 생겨서 심리적으로 불안해진 수민이를 위로해주려고 주위 엄마의 조언을 받고 시작했다. 자기만을 위해 누군가가 와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효과는 좋았던 것 같다. 선생님은 수민이가 20분동안 집중도 잘하고 너무 똑똑하다고 난리다. 엄마인 내 기분 좋게 하려고 으레 하는 말이겠지만... 처음에는 선생님 낯을 가리면서도 수업시간에 꼼짝도 안하고 선생님하는 말에 집중하는 모습에 신기하기도 했다.

선생님 오실 시간이 되면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밖에서 "수민아~" 하는 선생님 목소리가 들리면 까르르 웃으며 난리다.

이제 선생님이랑 친해져서 대답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처음에는 <생각이 크는 나무> 라고 놀이처럼 진행되는 수업을 했는데, 그게 끝나고나서 두 달 전부터 <한글이 크는 나무>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 수업시간마다 한글을 통글자로 4개씩 가르쳐 주다가 이제는 6개씩 가르쳐 준다.

 

그런데 한글을 시작하면서부터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들 조기교육에 반대하는 입장이기도 하고 지금은 수민이도 잘 지내니 초기 목적도 달성했으니 이제 끊으려고 했는데... 문제는 수민이가 잘 따라가는 데 있다.

 

수업도 잘 참여하고, 선생님이 한번 와서 가르쳐 준 글자는 곧잘 기억한다.

며칠 전에는 목욕을 하다가 " 트리트먼트" 글씨를 보고 "고양이 여기 있네" 라고 한다. 이런 걸 보면 글씨 색깔이나 카드 모양만 보고 외우는 건 아닌 것 같다. 선생님은 수민이처럼 똑똑한 아이를 처음 봤다며... 그래서 진짜 수민이가 똑똑한건가? 싶었다. 어린이집에는 아직도 말을 잘 못하는 아이도 있다는데...

 

그런데, 수민이 친구 다유가 놀러와서 한글을 읽는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걷는 놈 위에 뛰는 놈.. 그 위에 나는 놈이 있었다.. ㅋㅋ

 

다유랑 수민이~

귀여운 친구들

 

수민이가 "엄마" 밖에 못할 때 다유는 캐릭터 이름, 색깔 이름, 간단한 문장으로 말도 했는데, 그때는 여자아이라 더 빠른거겠지 했다. 그런데 다유가 한글을 읽는 걸 보고 그동안 나는 영재아가와 수민이를 비교하며 늦다고 생각했었나? 싶다. 그래서 비교하는 게 무서운가보다. 아이들 각자 시간에 맞춰서 자라고 있는데...

 

어쨌든, 많은 고민 끝에 방문선생님은 끊고 엄마랑 집에서 하는 학습지를 하려고 신청하고는

수민이에게 "구몬 선생님 오지 말라고 할까?" 했더니 (끊으려는 쪽으로 유도하면서), 수민이가 선생님 오라고 하라며 강하게 반대한다. 그래서 엉겹결에 구몬과 곰돌이 두개나 하게 됐다. 일단 구몬은 한 달 연장시키면서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뭐, 남들은 영어유치원도 보내고 있는데 이 정도 학습지 신청가지고 이렇게 고민을 하다니..

 

요즘 수민이가 동생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자기가 이야기를 지어내서), 또 자기 논리가 생겨서 말하는 모습을 보면 어쩌면 지금 두뇌가 발전하고 있을 시기에 여러가지를 접하고 자극시키는 게 엄청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시켜서 잘 하는 건가? 아님 안 시켜도 원래 알아서 크는 건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열심히 알려주고 인내심있게 설명해주다보니 아이가 더 잘 이해하고 알아듣는다. 그건 확실하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일찍 공부(?)를 시작하긴 했지만 절대 강요하는 엄마는 되지 않으리라..

수민이가 싫어하면 바로 끊으리라.. ㅋ

 

 

Posted by kimberly
일상2013. 2. 15. 23:34

지난 달, 이틀 연속 제사지낸 지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벌써 구정이 되었다.

 

어릴 적에는 세뱃돈 받을 생각을 하며 구정을 기다렸는데..

결혼을 하고 한 집안의 며느리가 된 이상, 이제 나에게 설날하면 산더미처럼 해야할 일을이 먼저 생각난다.

그래도 그 일들을 나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이제 5년차다보니 일 하는게 면역도 되었고...

또 수현이도 봐줄 사람이 많고 수민이는 사촌들이랑 신나게 노니 부담이 덜하다. 또 어떻게 생각하면 아이 보는 것보다 집안일 하는게 훨씬 수월하기도 하고.. 애들 걱정 밥할 걱정 안해도 되니 반갑기도 한 설날!

 

설 풍경

잠깐 돕겠다고 나선 신랑과 밀가루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아이들

언젠가부터 우리도 새뱃돈을 준비해야하는 나이가 되었다...^^;

두 번씩 절할 동안 누워서 기다리는 수민이..ㅋ

 

설 이틀 전에 어린이집에서 수민이가 세배하는 걸 배운다고 한복을 보냈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한복을 또 입겠다고 떼를 써서 입혀줬더니 세배를 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다. 이제 세배도 할 줄 알만큼 컸구나... 애들 키우는 재미가 이런건가 보다. ^^

 

설날에는 조카 소정이가 일하고 있던 형님을 조용히 불러내더니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봉투에는..

"엄마아빠께 10000원씩 나눠쓰세요. 고맙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이렇게 적혀있었다. 이래서 딸이 있어야 된다고 하는 거겠지..ㅋ

 

다들 감동하는 가운데.. 난 부러웠다. ㅠ 

부럽지만 그래도 셋째는 힘들다.. 수민이 수현이를 저렇게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

 

아. 그리고 수현이와 수민이 세뱃돈은 많은 고민끝에.. 지출많았던 설날. 결국 살림에 보태기로. (아빠는 반대했지만ㅋ)

나중에 너희가 통장이 뭔지 알 때쯤 같이 은행에 가서 만들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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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3. 2. 8. 14:14

나의 일상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 두 아들은 요즘 나에게 매달려 있다.

수민이는 툭하면 "안아줘" "안아줘" 하며 안아달라고 하고, 수현이는 맹목적으로 나를 하루종일 쫒아다닌다.

 

화장실에 가서 문 닫고 있으면 달리듯 기어와 그 앞에서 문을 두드리며 기절할 듯 우는 수현이 때문에 화장실도 몰래몰래 가거나 못 가거나...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내 다리에 매달려 벗겨지는 바지를 움켜쥐고 뛰어다녀야 하고..

잘 노는 것 같아 몰래 자리를 비우면 금새 눈치채고 울먹이며 허겁지겁 나를 따라 쫒아온다.

특히 밥그릇을 순식간에 엎어버리고, 나를 인정사정없이 물어버릴 때는 수민이가 단련시킨 나의 인내심이 시험받는다.

 

어떤 날은 수현이가 나를 물고 안 떨어지길래 수현이 엉덩이를 한대 쳤더니 수현이가 운다. 그걸 보고 수민이가 나를 혼낸다.

"엄마, 응애응애 울잖아! 혼내지 마!" 이러면서...

또 수현이가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거나 나를 힘들게 할 때는 수현이를 대신 혼내준다.

"이놈!!!" (이건 어디서 배운걸까) "너 혼날래! 엄마 아프게 하지마!!"

 

  '나도 쫌 보여줘!'                                                       "응애응애, 너어~! 형아꺼잖아!!"

 

요즘 수민이는 말을 너무 잘한다.

내가 티비를 보고 있으면, "엄마 테레비전 너~무 많이 봤어. 그만 봐야되" 하면서 티비를 꺼버리고 잔소리도 하고,

자려고 누웠는데, 하루에 한번씩 어린이 성경책을 읽고 스티커를 붙이는 걸 안했더니 "맞다! 스티커 안했잖아~!" 하면서 책을 가지고 온다. 다시 불을 켜야하는 불상사가..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수민이가 뭘 해달라고 옆에서 징징 거릴 때, 내가 수민이더러 "엄마 설거지 금방 끝나고 해줄께~인내 하고 있어~ 인내가 뭐지?" 했더니 "이루어질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것!" 하더니 정말로 기다린다. (교회학교에서 배운거)

지난 번에는 집에 오래된 커피콩이 있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더니 그걸 보고 뭐냐고 묻는다. 순간 커피콩이라고 하면 못 알아 들을 줄 알고 귀찮아서 몰라도 된다고 하려다가 "커피콩이야~" 알려줬더니, "엄마 참 똑똑하다~" 한다.

귀여워 웃음이 나면서도 아차 싶다. ㅋ 엄마가 생각한 것보다 아이들은 더 똑똑한 것 같다.  

 

물론 이렇게 수민이가 말을 잘 듣는 편이지만 그래도 아직 아기라 떼쓰고 싶다.

 

삐진 수민이.. "수민이 삐졌어. 안 좋아!"

 

요즘 계속 남편은 야근이고, 나 혼자 아둥바둥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수민이 이맘때를 생각해보면 지금이 훨씬 수월한 것 같기도 하다. 수민이 돌 전에는 낮잠을 재우려고 꼭 유모차를 태워 밖을 돌아다녀야 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잘  잔다. 또 왠지 심심하고 우울했던 그때에 비해 지금은 수민이랑 조잘조잘 떠드는 재미도 있다. 어쩌면 정신없이 뒤치닥거리하고 바쁜 게 오히려 약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나와 눈만 마주쳐도 이렇게 행복하게 웃는 아기가 있다는 사실...

 

 

누가 안쓰시는 오래된 DSLR을 주셔서 가끔 카메라를 들고 달려가서 찍는데, 정말 사진 보정이 필요 없다. ㅋ 너무 무거워 밖에 가지고 다닐 수는 없지만 집에서 이렇게 찍어주기 용하다. 감사합니다...ㅎㅎ

이런 순간들을 찍어 간직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나중에 이 사진들을 보면서 그리워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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