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특별한 날2013. 2. 5. 16:48

남편 생일날. 우리 둘만 있었을 때는 좋은 곳에 가서 외식도 하고 데이트를 즐겼지만, 아이 둘이 생기니 모든 것에 제약이 따른다.

오늘은 남편 생일이니 모든 걸 남편 위주로 하고 싶었지만, 남편은 계속 자고 혼자 애들을 보는데 3시까지 버티다보니 한계가 왔다. 어딜갈까? 무작정 나왔는데, 남편은 가고 싶은 곳이 없다. 사고 싶은 것도 없단다.

나는 진짜 많은데..ㅋㅋ 하지만 어딜 가든 쇼핑이고 남편은 쇼핑은 질색을 하니..

애들도 막 잠들었고, 정처없이 드라이브 하다가 길을 잘못 빠져서 서해안 고속도로로 진입해버렸다.

이참에 바다보러 갈까? 갑자기 결정된 목적지.. 서해바다로 쭉- 달렸다.

 

 

일몰을 보려고 했는데 그런데 늦게 출발하기도 했고, 휴게소에서 조금 지체했더니 가는 길에 해가 져버렸다. 아쉬운대로 멀리서나마 볼 수 있는 걸로 만족했다. 하지만 정작 항구에 도착하니 바닷바람이 칼바람이다.

추위가 많이 풀린 날인데도, 바닷가는 바람이 너무 불어서 나조차 숨을 못 쉴 지경이었다.

어차피 눈앞은 칠흑같이 깜깜했고 옆에 바로 수산시장이 있어서 도망가듯 들어갔다.

 

낙지 발가락이랑 내 손가락이랑 뽀뽀했어요!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긴 아쉬워서 수산시장에서 낙지랑 새우를 사서 먹고 왔다. 바다 옆 수산시장인데도 왜 이렇게 비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싱싱한거 믿고 먹었다. 수민이는 움직이는 낙지가 너무 신기해서 만지고 움직이는 걸 보면서 신이 났다. 수현이는 무조건 다 만지고 떨어뜨리고 수민이도 합세해서 물을 바닥에 몇 번이나 엎지렀는지...

밥을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마시듯 섭취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케잌을 하나 샀다. 

 

이거 뭐야!! 케잌보고 달려드는 두 아들.. 사진찍기는 관심없다..      

그래도 생일이니.. 구걸하여 받은 뽀뽀.. ㅋㅋ

 

어쨌든 특별한 하루를 보내긴 했다. 좀 더 계획적으로 보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애들 데리고 누굴 탓하랴..

그래도 미역국은 끓였으니.. 위안하지만 미리 준비하지 못해 남편한테 미안한 마음도 있다.

대신 내 생일도 기대하지 않을께..ㅋㅋ 그래도 내년에는 좀 더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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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2013. 1. 31. 15:51

어리버리, 능구렁이.. 이건 다 내 별명. 어리버리한데 능구렁이처럼 스물스물 할 일을 한다고 해서 지어진 거다.

지금 내 주위 사람들이 나를 볼 때 어리버리한 이미지는 많이 없어진 것 같지만 사실 지금도 좀 그렇다.

 

전에는 친정엄마 염색하는 걸 도와주겠다고 처음 염색을 해 봤는데, 비닐장갑을 안 끼고 하는 바람에 손이 이렇게 된 적도 있다.

 

태연히 염색을 다 끝내고는 손을 씻어도 씻어도 지워지지 않자 동생한테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바보아냐!?" 한다. 난 이렇게 안 지워질 줄 몰랐지..

하필 이 날, 이 손을 하고 애들 병원에 갈 일이 두번이나 있었는데,

수민이 피부과에서는 내 손을 보고, "헉.. 어머니.. 오늘 도장찍는 일 하셨어요?" 하고 놀래고,

소아과에서는 애들 진료를 보던 의사선생님이 내 손을 보고 깜짝놀라 왜 그러냐고 묻길래 설명을 해줬더니 의사랑 간호사가 소독약으로도 내 손을 열심히 문지른다.. 결국 어이없는 웃음으로 마무리.ㅋ

 

지난 번에는 삼청동에 놀러갔다가 뭘 사려고 지갑을 찾는데 지갑이 없어져서 소동을 치른 일이 있다.

남편한테 분명히 코트 주머니에 있었는데 북적이는 가게에서 누군가가 가져간거라며 가게를 나와 길가에 서서 카드들을 다 정지를 시켰다... 그리고 유모차 뒷 주머니에서 지갑을 발견했고... ㅠ 그리고 며칠 뒤에 남편이 새로 발급받은 카드를 쓰라며 집에 놓고 갔는데, 나는 그걸 예전에 쓰던 건 줄 알고 반으로 잘라버렸다..

 

얼마 전에는 정수기에서 물을 받고 정수기 물을 계속 틀어 놓은 채로 가버리고는 '어디서 물 소리가 들리는 거지..' 하다가 물바다가 된 바닥을 보고 경악한 적도 있다. (물바다까지는 아니었지만) 이 모습을 본 우리 남편은 아무 말 없이 비키라고 하고 자기가 다 닦았다.

울 남편의 최대 장점.. 나의 이런 실수에도 한 마디 잔소리도 하지 않는다는 거 + 뒷 처리까지 자기가 한다는 거.. ㅋ

 

항상 이런 일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내가 손 끝이 야물지 못하다는 건 인정한다. 그런데 최근 친구가 집에 놀러왔다가 진지하게 기억력 검사를 해봐야겠다고 했을 때 이건 내 문제만이 아니라 출산 후유증으로 인한 기억력 감퇴라고 결론지었다.ㅋ

찾아보니  정말 출산 후 기억력 감퇴는 엄마들이 겪는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와 심리적 갈등 등으로 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나갈 때 항상 뭘 빠뜨리고 나가고, 친정 집에 갔다가 물건들을 흘리고 오고.. 하루에 몇 번씩 핸드폰을 찾으려고 전화하고.. 애 둘을 키우다보니 더 정신이 없긴 하다.

일에 관련해서는 실수하지 않도록 열 번은 확인하고, 미팅이 있으면 며칠 전부터 준비를 해 놓아서 아직까지 실수는 없지만, 아이들에 대해서는 요즘 감기 등으로 애들 병원 발길을 끊기가 어렵다 보니 나 때문에 애들이 계속 아픈가 싶어 조금 우울하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스물스물 또 일을 찾아서 하고 있으니 서른 둘이 되어도 고등학교 별명이 변함이 없는게.. 나이를 먹어도 사람은 그대로인 것 같고...

어쨌든 남편처럼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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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2013. 1. 24. 12:41

1월에는 시할아버지와 시증조할머니 제사가 이틀 연속으로 있다.

시댁에서 지내는 제사는 결혼 전 친정에서 가족끼리만 조촐하게 지내던 제사와는 많이 다르다.

새벽 12시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땡하면 절을 올리는데, 한 번은 지방에 글자 하나가 틀렸다고 작은할아버지가 이런식으로 하면 제사 못지낸다며 화를 내셔서 새로 먹을 갈아 다시 쓸 때까지 기다린 적도 있다. 그래도 옛날보다 많이 간소화된거라고 한다.

 

제사가 이틀연속으로 있다보니 나는 미리 시댁에 가 있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남편의 일본출장과 겹쳤다. 하루 먼저 인천집으로 갔다가 다음날 인천공항으로 가면 되니 가깝다고 좋아했지만 한편으로는 남편의 부재가 조금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시부모님은 애들도 너무 잘 봐주시고 좋으시지만 아무래도 시댁에 있으면 마음에 긴장이 된다. 그래도 나는 막내라 시키는 것만 하고 있지만.. 그에 비하면 요리도 잘 하시고 불평 없이 척척 해내는 우리 형님을 보면 나의 갈길은 멀었구나 싶다. 티는 안 내시지만 형님도 긴장을 하셨는지 배가 계속 아프시다고 해서 마음이 조금 짠했다. 동병상련의 마음이랄까.

 

 

시댁의 이야기를 이렇게 인터넷 상에 글을 올리는 게 사실 조심스럽긴 하다. 만에하나 시댁식구 중에 누가 이걸 봤을 때 안 좋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 내 머릿 속에 멤도는 생각을 꼭 쓰고 싶었다. 

우리나라 문화에서 제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며느리들이다. 제사상차리고 절 할 때 빼고 직계가족은 손님같다. 새벽에 제사를 지내니 잠 못자고 하루종일 일하고.. 피곤하긴 하지만 힘든 게 문제가 아니라 한 번 제사를 지낼 때마다 서로에게 생기는 (티내지 못하는) 서운함도 그렇고.. 이럴 기회에 한 번 얼굴보는 건 좋지만.. 제사 한 번에 소모되는 게 너무 많은 것 같다.

 

짧은 내 생각이지만 돌아가시고 나서 이렇게 하는 것 보다 생전에 정말 잘해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 가족끼리 여행도 자주 다니고 시간을 함께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고생해오신 어머니를 보면 지금 내가 하는 건 사실 아무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이렇게 제사가 한 번 끝나고 나면 여러가지 생각이 복잡하다.

 

제사를 지낸 다음날은 돌잔치가 두개나 있었다.

점심 저녁 돌잔치 사이에 시간이 비어서 근처 헤이리에 갔는데, 이렇게 좋을 수가. 안구정화와 기분전환이 동시에.... ㅋ

 

어린이 자동차를 대여해주는 곳이 있었는데 (30분 5천원) 완전 호황이었다.

나 구경하는 동안 남편은 자동차 리모콘을 들고 쫒아다니면서 운전했다.

 

잠깐의 외출에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남편에게 제사치르고 나면 이렇게 기분전환을 꼭 해야겠다고 했더니 남편은 한 발 더 앞서가서, 어머니, 형수님과 나를 여행을 보내줘야겠다고 한다. 그래! 하면서 맞장구 쳤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냥 서로에게 잠깐 떨어져 있는게 휴식인 것 같다. ㅋ

포인트는 헤이리가 아니라 혼자 자유롭게 쉬는 시간이 주는 즐거움이었다는 거...

(참고로 우리 시어머니와 형님은 너무 좋은 분들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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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3. 1. 15. 16:54

말로만 듣던 아들 둘.. 직접 키워보니 보통 일이 아니다.

여자애들은 엄마 옆에 가만히 앉아서 소꼽장난하고 논다는데...

 

수현이 (9개월)

 

수현이는 이제 10개월 차... 붙잡고 일어서는 데는 도사였는데 앉는 걸 못하더니 요즘은 섰다가도 다시 조심스럽게 앉아 어디든 이동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하루종일 나만 쫒아다닌다.  

잠깐 다른 방에 가 있으면 열심히 돌아다녀서 나를 찾아와 발에 매달린다. 화장실에 있을 때도 귀신같이 알고 화장실 바닥으로 주저없이 들어온다. 그래서 화장실 문을 닫아놓아야 하는데, 수민이 목욕을 시킬 때 문을 닫아 놓으면 문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고 운다. 화장실 안에서 소리는 나는데 문이 닫혀있으면 거절하는 느낌이 드나보다. 너무 불쌍한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다. ㅠ

이유식도 이제는 맛을 가려서 입맛 맞추기도 까다로워졌고, 이가 나려고 하는지 자꾸 나를 무는 바람에 하루에 백번은 인정사정 없이 물리는 것 같다. 전에 수유를 하다가 너무 아프게 무는 바람에 악 소리를 질렀더니 그 소리에 놀래서 젖을 5시간동안 안 먹고 운 적이 있어서 아프다고 소리지르기도 무섭다.

 

수민이(33개월)

얼굴 표정을 그려줬더니, "이건 웃는거, 이건 혼난거" 라며 흉내도 낸다.

 

요즘 수민이는 자주 나한테 혼이 난다. 수현이를 재우려고 방으로 들어가면 수민이가 따라와서 "엄마~ 일어나. 수민이 방에 가자~ 같이 놀자~" 계속 징징거린다. 그러니 수현이도 못 자고.. 수민이랑 놀아주려면 수현이를 빨리 재워야하니까 잠깐만 혼자 놀고 있으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듣지를 않는다. 그러다가 혼이나고, 또 그런 상황을 피하려고 보여준 핸드폰과 티비는 보는 시간이 자꾸만 길어진다.

한 번만 더 보고 스스로 끈다던 수민이는 계속 한 번만~ 한 번만... 그러다 결국 내가 끄고 수민이는 더 본다고 떼쓰고 나는 혼을 내고.. 요런 상황의 반복.

 

둘만 있을 때도 문제다. 수현이는 형을 너무 좋아해서 형 목소리, 뛰어다니는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신이나서 쫒아다닌다. 그런데 좋다는 표현이 형한테 매달리고 머리를 잡아당기고 하는 바람에 수민이 한테 동생은 귀찮은 존재다. 가끔 수현이가 다가오는 것만 봐도 "오지마!!!!" 하면서 비명을 지른다.ㅋ

 

 사이좋게 노는 것 같지만..

머리를 잡아땡기고, 머리로 밀고.. 둘다 우는 중 ㅋ

왜 꼭 장난감 하나 가지고 싸우는 거니? 

수민이 간식을 수현이가 먹으려고 해서 수민이가 울고, 수현이는 못 먹게 해서 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이 있어서 좋은 점도 많다.

수현이는 맷집이 생겨서 교회나 다른 곳에 가서 맞아도 안 울고, 기싸움에서도 지지 않는다. 그리고 수민이는 동생한테는 양보하고 때리면 안 된다는 걸 안다. 오히려 동생한테 괴롭힘은 당하지만 그래도 아침에 수현이가 안보이면 없다며 어딨느냐며 묻고, 어른들이 수현이를 집에 데리고 간다고 장난을 치면 동생 데리고 가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또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수민이가 수현이한테 가서 "형아 갔다왔다~" 하면서 입을 수현이 얼굴에 대고 부빌 때는 정말 너무 예쁘다.

 

오붓한 한 때.. 형제의 댄스타임

   컴퓨터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보는 중...           엘레베이터 장면 나올 때.. 노홍철 춤 따라하기      

잘 봐~ 강남스타일 춤은 이렇게 손을 모아야되. (옆에는 초췌한 아빠)

 

늘어난 목티를 입고, 옷에는 애들이 먹다가 묻힌 밥풀이 묻어있고..

커피한잔 여유롭게 마시고 싶지만, 집에서 바쁘게 뛰어다니다 보면 커피에 얼음은 다 녹아 맹탕이 되어있는...

우아한 생활과는 거리가 멀지만... 하루에도 수십번 나의 인내심이 테스트 받지만...

그래도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들때문에 웃는다.

 

수민이만 있을 때는 그 때 나름 힘들어서 헉헉거리면서 키웠는데, 둘을 키워보니 하나만 키우는 건 정말 쉬워보인다. 우리 교회에는 유난히 셋 가진 집이 많은데, 그 엄마들은 둘 키우는 게 정말 껌이었다며.. ㅋㅋㅋ

다 각자 상황 속에서 힘들게 아이들 키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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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3. 1. 7. 15:23

넘 추운 겨울..

12월 마지막 2주는 이런 저런 이유로 어린이집에 못 보냈지만 계속 쉴 수는 없다. 어쨌든 수민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야 하니 아이들을 싸 멜 수 있는 대로 꽁꽁 싸서 밖으로 나간다.

 

특히 수현이는 옷을 세겹씩 입히고, 모자랑 목도리를 하고, 아기띠 겉싸개를 두르고 내 코트까지 총동원해서 모든 바람이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을 차단한다. 이러고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면 수현이는 땀을 흘리고 있고, 나도 애를 안고 밀고 운동을 했으니 덥다. 지나가는 아줌마들도 옷을 들춰보고 완벽하다며 웃는다. ㅋㅋ

여름에는 여름 나름대로 더우니 차라리 겨울에는 따뜻하게 입으면 된다며 겨울이 낫겠다고 불평하지만, 겨울은 싸 메는 대로 짐이 된다는 게 최대 단점이다. 아이 둘의 잠바와 방한용품에 내 코트와 목도리까지 하면 두 짐은 나오는데 그걸 내 몸에 싣고 다니려면 허리가 금새 아프다. 이제 11키로쯤 된 수현이의 몸무게도 한 몫하겠지..ㅋ 

 

이런 내 모습을 친척동생이 놀러왔을 때 찍었다.

수현이를 낳기 전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애 둘이 있는 숙모에게 어떻게 키웠냐고 물었더니, 쿨하게 말씀하셨다.

"몇 년간 산발로 다니면 되." 

난 그러고 싶진 않았지만.. 지금 내 모습이 딱 그렇다. 아침에 일어나서 대충 묶은 머리 그대로 돌아다니고 있다.. ㅠ

정신없이 준비하고 나가면 화장하는 것도 깜빡하기 일쑤고.. 이젠 그것도 자연스러워져서 알고도 그냥 나간다.

 

추운 건 둘째치고 겨울의 최대 난점은 얼어버린 땅이다.

계단 몇 개 내려가놓고는 "힘들어. 잠깐 쉬었다 가자~"며 주저 앉는 수민이를 데리고 다니려면.. 수현이를 안은 채로 수민이를 한 손으로 들처메고 다니기 일쑤다. 차라리 내 몸이 힘든게 서로 편하고 빠르다.

유모차를 가지고 나갔을 때 빙판을 만나면 멀리 돌아가거나, 예기치못했을 때는 주위 친절한 행인들의 도움을 받아 상황을 모면한다.

저러고 다니다보면 가끔 저 애기엄마좀 보라며 안타까워하는 아줌마들도 자주 만난다. ㅋㅋ

 

 

그래도 이만큼 키운 걸로 위로한다. 조금만 더 크면 수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수민이는 걸어다녀야지..

문제는 수현이는 유모차에 타는 걸 싫어하고, 수민이는 수현이가 자기 유모차에 타는 걸 싫어한다는 거.. 우리의 극복과제다.

어쨌든 이제 겨울도 절정은 지났으니.. 힘내자! 이제 곧 봄이온다!

 

Posted by kimberly
일상2012. 12. 30. 00:34

일주일 중에 토요일 아침은 나에게 가장 평화로운 순간이다.

남편이 있는 이 날 만큼은 늦잠을 자도 되고, 내가 늦잠 자는 동안 남편은 군소리 없이 수민이 밥도 먹이고 아이들이랑 놀아준다. 언젠가는 수현이랑 놀아주면서 혼자 노래를 부르는데, "♪ 이렇게 잘생겨 버리면~ 다른 애들은 어떻게 하라고~♬" 이러면서 가요를 개사해서 부르는데,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ㅋㅋ

 

나는 한 주 내내 아이들에게 시달렸으니 이정도 휴식시간은 필요하다! 고 생각하지만, 남편도 평일에는 열심히 일하고 피곤할텐데 이렇게 아이들과 놀아주는 모습을 보면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

 

두 아들과 놀아주려면 체력이 필요하다.ㅋ

 

요즘에 수민이 수현이를 보다보면 넘 쉽게 지친다.

 

특히 퇴원한 이후로 수민이는 떼가 많이 늘었고, 순둥이 수현이는 엄마 껌딱지가 되었다. 엄마가 그리웠는지 엄마가 왔다갔다 하다가 자기랑 멀어지면 서러운 표정으로 울며 나를 쫒아 기어온다.

요즘은 무조건 잡고 일어서는데, 그러다가 순식간에 넘어지기 일쑤고, 또 왜 그렇게 형만 쫒아니는지... 형이 만지는 장난감마다 가서 건드리고,  쓰러진 형을 붙잡고 일어서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긴다. 이럴 때 수민이는 괴로워하면서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참던 수민이도 금새 수현이를 물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빨리 뛰어가서 둘을 떼어놓아야 한다.

 

이렇게 예쁠 때가 있는가 하면, (노래부르는 수민)

이렇게 주저 앉아 악을 쓰고 울기도...

 

그런데다 요즘은 아이들이 자꾸 아프다.

 

장염이 유행이라는데 수민이도 장염에 걸려서 그런건지, 병원에서 잘 안 먹다가 집에서 과식을 해서 그런건지.. 한밤중에 먹은 걸 다 토한다. 수민이가 이정도로 토한 건 처음이다. 감기 말고는 잔병치레가 없던 아이인데 퇴원한 이후로 면역력이 많이 떨어졌나보다.

그게 정말 말로만 듣던 장염이었는지 수현이한테도 옮아 먹은 걸 자꾸 토하기 시작.. 둘이 번갈아 가면서 열나고 토한다.

 

어제는 오랜만에 외식하려고 나갔는데 수현이가 갑자기 열이 펄펄 끓는 바람에 병원으로 직행했다. 장염 초기랑 코감기가 약간 있다고 했다. 잘 울지도 않는 아기가 자꾸 끙끙거리니 힘들긴 힘든가보다.

수민이가 경기한 이후로 아이들이 열이 난다 싶으면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아픈게 내 잘못인 것 같다.

수시로 약 먹이고 안고 집안을 돌아다니고.. 며칠 사이에 빤 이불과 옷은 평소의 몇 배인지...

부지런하게 몸을 움직여서 가족들 맛있는 것도 해서 먹여야하는데... 할 일은 산더미인데 내 마음이 지치니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래서 더 스트레스 받는다.

무엇보다 잘 먹던 아이들이 안 먹으려고 하고, 안 아프던 아이들이 아프니 내 마음이 힘들다.

 

아직 아이들이 없는 친구들이 이렇게 부러울 수가. 회사같았으면 사표쓰고 싶은 심정이다.

연말이라고 남편이 휴가를 2주는 낸 것 같은데, 뭐 한 거 없이 지나가고... 이 우울한 연말...

 

그래도.. 이 와중에 가만히 생각해보면 남편이 휴가를 받지 않았으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정발 바쁠 때 아이들이 아팠으면 나 혼자 감당했어야 됐을 텐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남편이 있고, 또 가까이에 도움을 요청할 부모님이 있고.. 얼마나 감사한가.

 

내가 빨리 털고 일어나야지.. 씩씩한 엄마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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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2. 12. 23. 15:02

수민이는 입원 당일부터 아픈 아이 같지 않게 너무 잘 놀았다.

그런데 열이 안 내려간다. 열이 내린 것 같으면 또 펄펄 끓기 시작.. 해열제를 1~2시간 간격으로 먹어도 계속 불덩이었다. 왜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도 이렇게 열이 안 내리는거지?

 

답답해서 친정엄마가 병원을 옮겨보자고 할 무렵.. 검사결과가 나왔는데 아데노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했다. 바이러스 감염의 50% 이상이 이 바이러스라고 하는데, 어른들은 면역이 있어서 증상이 없지만 아이들은 고열이 5일 정도 지속된다고 했다.  

 

그나마 열이 안 내려가는 원인을 알게되니 조금 후련했다.

토요일 오후에 입원해서 월요일까지는 펄펄 끓었는데, 다행히 수요일부터 열이 내렸다. 완전히 열이 내리고 24시간이 지난 목요일 아침에는 뇌파 검사를 했다. 경련의 원인이 단순 열성경련인지 아니면 간질의 초기 증상인지 알아보기 위해 하는 위험하지 않은 검사라고 하는데, 수면제 먹이기 전 부작용 설명을 들으니 은근히 불안했다..

다행히 잘 깨어났고, 검사결과도 정상이라고 했다. 열성경련은 열에 예민한 유아들한테 가끔 나타난다고 하는데 5세 이후가 되면 대부분 없어진다고 한다.

 

 

이번 입원의 최대 수혜자는 수민이다. 아픈 덕분에 동생 태어난 후로 독차지 하지 못했던 엄마아빠의 관심을 일주일동안 24시간 내내 받았다. 밥을 입에도 안 대려고 해서 대신 빵이라도 먹으라고 빵도 실컷 사주고, 열이 나니 답답한 마음에 아이스크림이 도움이 될까 싶어 초콜렛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하고싶은 대로 다 해줬다. ㅋ

 

이 와중에도 운이 좋아서 수민이 입원해 있는 동안 병원에서는 크리스마스 행사를 많이 했다.

병실에 산타할아버지가 와서 선물도 주고 가고 (집에 있는 거라 늦게 입원한 다른 아가한테 줌), 

내 커피사러 본관 로비에 갔다가 우연히 크리스마스 콘서트도 봤다. 마술쇼도 하고, 합창단 노래도 듣고, 수민이는 솜사탕과 풍선과 사탕을 얻고 좋아했다. ㅋㅋ 소아병동 놀이방에 아이들 책도 새 전집으로 다 바뀌고, 퇴원하던 목요일에는 두산베어스 선수들이 방문해서 아이들에게 선물도 전달했다.

 

 크리스마스 콘서트/ 두산베어스 이종욱 선수와 함께

 

하지만 가족중에 누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면 순식간에 가족의 일상은 파탄나기 마련..

수민아빠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휴가를 내고는 집에도 안 가고 24시간 수민이 옆을 지켰고, 나는 수현이 젖을 먹이느라 친정집과 병원을 하루에 두 세차레씩 왕복했다.

 

하루에 수시로 먹이던 젖을 갑자기 못 먹이게 되니 젖은 줄줄 새고 딱딱해지고.. 수현이는 엄마 젖을 찾으며 울다 잠들기를 반복했다. 수현이도 하루하루 지나면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듯 했지만, 그래도 나는 여기에 있으면 저 아기 생각.. 놔두고 온 다른 아들 생각에 발 빠르게 뛰어다녔는데, 그러다 결국 수요일에는 병이 났다. 잠을 자다가 갑자기 새벽에 갑자기 다 토하고는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도저히 기운이 없어서 마지막 날은 수민이를 아빠한테 맡기고 집에 와서 푹 자고 났더니 두통도 없어지고 많이 좋아졌다.

 

오랜만의 형제간 상봉.. 격하게 뽀뽀

 

그런데.. 퇴원하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식욕이 돌아온 수민이가 과식(?)을 하더니 밤새도록 토하고 설사했다. ㅠㅠ 그리고 또 밥을 입에도 안댄다. 우리는 새벽에 이불빨래하고.. 수현이는 이번 기회에 젖을 떼나 싶었는데, 오히려 엄마 젖을 너무 심하게 찾아서 젖만 물고 자려고 한다.

그리고 남편은 일주일 만에 살이 쏙 빠져 해골이 되었다... 다행히 이번주에는 휴가인데, 푹 쉴 수 있을까?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2. 12. 17. 12:12

수민이가 병원에 입원했다...

 

토요일 오후 세시쯤, 애들아빠랑 수현이가 크리스마스날 세례를 받기로 해서 교회에 세례교육을 받으러 갔다. 그 동안 나랑 수민이는 나는 차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나는 책을 읽고 수민이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 평화롭던 시간이 10분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수민이가 몸을 깜짝거리며 움직였다.

'아.. 조금만 더 자지..' 하면서 수민이를 안아 더 재우려고 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갑자기 애가 몸이 뻣뻣해지고 눈을 치켜뜬 채로 경기를 하는데, 정말 머릿속이 하얘진 게 이런 느낌일꺼다. 수민이를 안고 정신차리라고 말을 거는데, 내 말은 들리는 것 같지 않았고 발작하는 것 처럼 몸이 심하게 움직였다.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것 같았다. 코트로 아이를 감싸안고 세례교육 받는 교육실로 뛰어올라갔다.

그 시간이 30초쯤 되었나? 얼마나 길고 무서운 시간이었는지.

 

교육실 문을 벌컥 열고 애 아빠한테 "애가 이상해!" 소리부터 질렀다.

먼저 옆 방으로 들어가 수민이를 눕혔다. 경기하는 건 없어졌지만 여전히 눈을 치켜뜬 채로 의식이 없었다. 다행히 호흡에는 문제가 없었고, 눈동자가 좌우로 천천히 움직이긴 했다. 그런데 수민이를 불러도 멍한 상태로 반응은 없었다. 바로 중앙대병원 응급실로 가기로 했다.

이대로 수민이가 어떻게 될 것 같아서 눈물이 막 쏟아지려는데 수민아빠는 지금 니가 그러면 안된다며 마음을 계속 추스렸다. 사모님이 수현이를 데리고 같이 가주셔서 나는 수민이를 안고 따뜻하게 말을 걸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눈을 감겨주었더니, 눈을 감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응급실 침대에 눕히고 의사한테 설명을 하고, 체온을 쟀더니 39도 정도 였던 것 같다. 해열제를 먹여야 한다고 해서 가만히 깨웠더니 수민이가 눈을 떴는데, 이번에는 촛점이 맞았다.

"수민아, 네~ 해봐" 했더니 수민이가 조그만 소리로 "네~" 한다. 그 소리가 얼마나 감격스럽던지.

자다가 일어나 낯선 환경에서 피를 뽑고 주사를 맞느라 놀래고 무서워 우는데, 나는 그 우는 소리마자 얼마나 반갑던지.

정말 나는 병원으로 달려오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 했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대로 입원해서 오늘이 삼일째다. 이틀 내내 열이 내리는가 싶으면 다시 불덩이가 되다가 오늘 아침이 되서야 열이 많이 내리고 늦게까지 잠을 잤다.

열이 날 때는 40.2도까지 올라갔고, 밥은 입에도 안 대려고 해서 억지로 먹이려고 애를 쓰다가 결국 포기했다. 밥을 잘 먹어야 빨리 낳을 것 같은데.. 수민이도 먹기 싫은데 자꾸 먹으라고 하니 "속상해" 하고 운다. 그 모습을 보니 그냥 지금은 수민이 원하는 대로 다 해줘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건 말도 잘 듣고, 약도 잘 먹고, 놀기도 잘 한다는 거..

 

 

 

왜 갑자기 경기를 했을까. 며칠동안 곰곰히 생각해봤다.

감기기운이랑 중이염 증상이 있어서 약을 먹고 있었는데, 전날 하린이 이모가 놀러와서 밤 늦게까지 놀아 피곤했고, 다음날 피부과에 가서 면역주사까지 맞는 바람에 열이 확 올라온 것 같다. 거기에다 집에 오는 길에 포스코에 들러서 물고기 구경도 하고 왔으니..  

 

피곤하고 아픈 아이를 데리고 다닌 것도 문제고, 감기기운이 있는데 인터페론 주사를 맞고 온 것도 문제인 것 같다.

남편도 주사 맞으면 그 날은 열이 난다고 했는데, 그것 때문에 열이 확 올라오면서 경기를 한 것 같다.

그동안 아픈 걸 모르고 건강하게 자라던 수민이라 내가 너무 방심했었나보다...

 

열성경기는 유아가 열이 나는 초기에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데, 5세 이하일 때 일시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게 정확히 열성경기인지 뇌파검사를 해 봐야 하는데, 열이 완전히 떨어진 상태에서 해야해서 지금은 기다려야 한다. 

수민이 때문에 친정, 시댁 온 가족이 비상이다. 수현이는 친정집에 맡겨두었는데 아직 젖먹이 아기라 젖먹이러 내가 왔다갔다하고 있다. 여기 오면 병원에 있는 수민이 걱정, 병원에 있으면 여기 떼어 놓은 수현이 걱정.. 일단 수민이 열이 빨리 내렸으면 좋겠다. 검사하고 다같이 집으로 가야지.

지금 친정집에 잠깐 쉬러 왔는데 잠이 안 온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2. 12. 10. 22:43

토요일 오후, 수민이 어린이집에서 재롱잔치를 했다.

3살 수민이. 어린이집에 다닌 지 10개월째.. 학부모가 되어 이런 행사에 참여하는게 아직도 어색하지만 은근히 기대도 됐다. 얼마나 귀여울까? 상상하면서.. ㅎㅎ

 

그런데 당일 날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고 운다.

옷 입기도 싫다고 울고 노래 안 부른다며 악을 쓰고 우는데, 싫다는 거 억지로 시키는 게 아닌가 싶었다. 친정엄마는 수민이 떼쓰는 모습을 보고 그냥 어린이집 보내지 말라고 하신다. 재롱잔치에서 입을 옷이랑 다 준비해놨는데... 그래도 보내야지 하면서도 억지로 보내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됐다. 

달래고 타일러서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면서 선생님한테 수민이가 무대에 올라가기 싫어하면 시키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수민이 차례가 됐는데, 막상 수민이 차례가 되니 나왔으면 하는 마음...

이게 부모와 아이가 원하는 것의 차이인 것 같다.

남들 하는 대로 다 하고 그 중에서도 제일 잘 했으면 좋겠는 부모 마음과, 하기 싫은 건 안 하고 싶은 아이 마음?

아이들이 크서 뭐가 됐으면 좋겠냐고 남들이 물어볼 때마다 나는 애들이 원하는 거 했으면 좋겠다고 쉽게 대답했는데, 정말 나는 그럴 수 있을까? 어린이집 재롱잔치 갔다가 갑자기 이런 벽에 부딪혀서 마음이 심란했다. ㅋ 

 

결과적으로 수민이는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서 일단은 다행이었지만, 그대로 얼음이 되었다. ㅋㅋ

3살 아이들이라 아직 뭔가를 기대하기에는 무리였나보다. 10명 중에 2명은 울고 1명은 잘하고 몇 명은 조금씩 움직이고, 나머지 반은 그대로 얼음. 동영상을 찍었는데 수민이만 보면 정지영상 같다.

 

새싹반 아이들~

얼음이 된 수민이 영상 (수민이는 정 중앙에 있음)

무대 뒤에서.. 나름 꽃도 준비했다. (집에 있던 조화 포장해서ㅋㅋ)

 

선생님 말씀으로는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 같은 걸 느낀 것 같다는데, 정말 그랬을까?

하여튼 스트레스 받은 건 분명한 것 같다. 내년에는 물어보고 시켜야지. 그때쯤 되면 의사표현도 확실히 하겠지.

그래도 울 아들.. 가만히 서있기만 했어도 엄청 귀여웠고, 동영상이랑 사진찍어온 걸 집에 와서 보여줬더니 그제서야 노래랑 율동을 하면서 신나한다.

 

처음 가 본 재롱잔치였는데 플랜카드를 만들어 온 엄마도 있었다. 요런 분위기 였구나ㅋㅋ 내년에는 최소한 울 아들이 엄마 얼굴 찾을 수 있게 일찍 가야지.. 이 날 행운번호도 당첨되서 책도 하나 받고 여러모로 수확이 있었지만, 수민이 아빠는 하필 이 날 회사를 가야해서 나 혼자 느끼고 왔다. 데이트도 포기하고 같이 와 준 양수한테 넘 고맙다.

양수 없었음 날도 춥고 애들 둘 데리고 얼마나 고생했을까! ㅋ

어쨌거나 부모가 되고 첫 재롱잔치였는데.. 직접 못 본 아빠도 많이 아쉬울 것 같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2. 11. 27. 15:36

수민이가 말을 잘 하니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생긴다. 진짜 별 거 아닌 일인데도 말이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하니 너무 귀엽다. 요즘은 어디서 "대박~" 이 소리를 배워서 적당한 타이밍에 써먹는데 너무 웃기다.

 

나중에 추억하기 위해 몇 가지..

1. 내가 수민이랑 같이 있다가 수현이를 재운다고 데리고 갔다. 그런데 수현이가 잘 생각이 전혀 없길래 바닥에 내려 놨더니 수현이가 형 있는 방으로 열심히 기어갔다. 갑자기 나타난 수현이를 수민이가 발견하고 "으악~!!" 소리를 지르며 겁에 질려 도망간다.

"코 잤는데..!? 코잤는데..!!!!" (코 자러갔는데!!)

코 자러갔는데 나타난 걸 보고 귀신본 듯 놀랐나보다.

 

2. 아빠가 감기가 걸려 일찍 자러 들어가서 수민이랑 수현이랑 엄마 셋이서 놀았다. 아빠 생각은 잊어버리고 자러 들어갔는데 누가 침대에 누워 있어서 깜짝 놀랐나보다. "누구지? 누구지?" 하더니 얼굴을 확인하고 "아빠구나~아빠네~" 하고 웃는다. '~구나' 소리는 어디서 배웠을까? ㅎ

 

3. 나한테 혼나고 나서, 내가 "수민이 속상하겠다~ 그래도 그러면 안되. 위험해~" 이렇게 말하곤 했더니 수민이가 먼저 "속상해. 엄마한테 혼나서 속상해. 엄마가 뽀뽀해줘야되. 안아줘"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속상해"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수민이.

 

4. 엄마 아빠한테 퍼즐을 해보라고 시키더니 지켜보면서 "잘하네? 잘하는데..?" 이러고 감시하다가 내가 틀리기라도 하면 "아닌데? 여긴데?" 하면서 뺏어가서 자기가 해버린다.

 

요즘 수민이는 퍼즐놀이에 푹~빠졌는데, 매일 3시간씩은 퍼즐만 한다.

9조각 짜리 퍼즐만 계속 맞추길래, 뽀로로 12/16/20/24/30 조각 다섯개 세트 하나를 사줬더니 너무 좋아한다. 내가 사주면서도 수민이가 할 수 있을지 고민했던 걸 비웃기라도 하듯이 지금은 쉬운 건 쳐다도 안 보고 30조각짜리만 계속 맞춘다.

 

고슴도치 엄마가 되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래도 우리 아들 넘 똑똑할 것 같은 느낌..ㅋㅋ "이렇게 집중하다니.." 이러면서 남편이랑 아들 칭찬한다. ㅋㅋ 퍼즐 열심히 하면 소근육도 발달시키고 집중력도 좋아져서 좋다지만...

안 좋은 건, 치우기 완전 귀찮다는 거.. 한 조각 잃어버리면 그거 찾아달라고 울어서 집을 다 뒤져야 된다는 거.. 엄마 아빠가 해보라고 시키는 통에 우리도 계속 맞춰야 된다는거... 수민이가 잘 하는 걸 보고 코코몽 퍼즐 104조각을 사줬는데 역시 수민히 혼자하긴 무리라 매번 우리가 열심히 맞추고, 맞추놓으면 다시 해보라고 순식간에 엎는다. ㅠ

 

 수민이의 퍼즐 삼매경

"어! 이수현! 너~! 그거 먹으면 안돼! 형아꺼야~ 엄마!! 먹어요~ 잉잉~ㅠ"

 

이 와중에 수현이는 퍼즐만 보면 열심히 기어와 퍼즐 조각들을 입에 가져간다. 그럼 수민이는 그걸 뺏다가 울고.. 그럼 우리는 수민이더러 퍼즐가지고 도망가라며 한바탕 소동을 치르고.. ㅋㅋ 그나마 요즘엔 때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요즘 수민이는 동생 돌보는 마음이 조금 생긴 것 같다. 수현이가 울면 달려가서 "까꿍!" "뚝!" "울지마~ 형아가 놀아줄께~" "아빠 오라고 할까? 아빠 데리고 올까?" 하기도 하고, 자던 수현이가 깨서 울면 나보고 빨리 가서 안아주라고 성화다.

 

뭔가 재밌는 걸 발견했을 때 신난 표정 (카메라 발견!)

 

이제 7개월 반인데 벌써 혼자 잡고 일어서기 시작한 수현이.. 둘째 아들은 수민이 키울 때 비하면 거저 키우는 거 같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효자기도 하지만, 두 아들 키우다보면 정신 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그러다 문득 수현이를 보면서 많이컸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는 수현이 쫒아다니는 일이 하나 더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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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