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2. 5. 1. 14:08

걷는 것도 늦고, 말도 늦어서 걱정했던 수민이가 벌써 두 돌이 됐다.

늦는다고 걱정하던 건 기우였는지.. 쑥쑥 커가는 모습이 넘 신기하다.

 

요즘은 단어를 하나씩 말하기 시작했는데, 목소리도 엄청 귀엽다. 특히 "네~네~!" 할때... ^^

조금씩 사회성도 발달해서 어린이집에서도 친구들이랑 어느정도 친해진 것 같다.

 

수민이 여자친구들이랑~♡

율희랑 손잡고~                                                         스티커도 선뜻 나눠준다       

다유랑 병원놀이~

 

아이들이 금방 자란다는 게, 정말 2주 사이에 수민이가 훌쩍 자란 느낌이다. 

 

친정집에서도 넘 잘 적응해서 내가 질투할 정도로 잘 지내고 있다.

잘 시간 되면 이모 침대에 누워서 이모 씻고 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하고, 응가 가리는 방법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하고, 옥상에서 올라가서 신나게 놀기도 하고, 놀이터 가서 모르는 형아 누나 쫒아다니면서 놀기도 한다고 한다.

요즘은 점점 개구장이가 되어 간다고...

매번 전화로 수민이 어떻게 지냈냐고 엄마한테 물으면서 수민이 이야기를 들으면 그 모습을 놓친 것 같아 아쉽다.

 

지난 주말에는 양수이모랑 동물원에도 갔다왔다.

 

동물에 대한 반응이 작년에 갔을 때랑 많이 다르다. 관심을 갖고 관찰한다.

  

요즘은 스티커책 홀릭.. 어디든 가지고 다니는..

 

어른들이 힘들어도 그 때가 좋을 때라고 하시는 게 조금 이해가 간다. 내 자식들이지만 너무너무 귀엽다.ㅎㅎ

 

집에만 있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은 요즘...

애들이 빨리 자라서 둘이 같이 뛰어다니는 거 보면 참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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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육아2012. 4. 25. 12:45

요즘 나의 하루는 젖에서 시작해서 젖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종일 유축을 하거나 수유를 하는데,

수민이 때는 아기를 안고 젖을 물리는 그 시간이 너무너무 아까워서 한 손엔 아기를 안고 한 손엔 책을 들었다.

수민이 낳고 첫 일주일동안 책 네 권은 읽었던 거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번 정신적 충격?을 겪고 나서 그런지 확실히 힘든 게 덜 하다.

수유가 아직 완벽하게 안되서 분유랑 섞여 먹이면서도,

젖꼭지를 사정없이 빨아서 살점이 떨어져 나가도,

새벽에 잠을 설쳐도.. 아기가 토해서 내 옷까지 다 젖어도,

원래 그러려니.. 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  

 

무엇보다 수현이가 책에서만 보던 "천사아기"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종일 잠도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고..

조용해서 자는 줄 알았는데 가보면 혼자 두리번 거리면서 놀고 있고,

배만 채워주면 하루종일 우는 소리를 듣기 힘들다.

 

생각보다 몸도 회복속도가 빨라서 속으로 둘째도 키울만 하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산부인과 검진날이 되서 병원에 갔더니 생각지도 못한 태반이 자궁에 남아있다고 했다.

정말 다시는 그 산부인과 의자에 올라가고 싶지 않았는데..ㅠ

화요일날 다시 병원에 가서 남아있는 태반을 꺼냈다. 

그래도 남아있는 건 너무 딱 달라붙어 있어서 남겨두고 한 시간동안 병원에서 수액을 맞았다. 삼 일 동안 맞은 주사가 10대도 넘은 것 같다. 수액이랑 자궁수축제를 맞아서 아기 날 때처럼 오한이 날 수 있다고 했는데, 밤이 되니 정말 벌벌 떨면서 잤다. 오빠는 담당한 전시기간이라 매일같이 새벽에 들어오고..

 

다 끝났다 싶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너무 속상하고 무섭고 아팠다.

생각해보면 임신 하면서부터 얼마나 걱정할 일이 많았던가.

병원에서 수액을 맞으면서 이제 다시는 못 낳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수현이를 안고 있는데, 아기가 깊은 눈망울로 나를 그윽하게 쳐다보는 순간,

그래.. 이 모든 게 감수할만하다. 싶었다.

정말 마법같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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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2. 4. 23. 00:31

수민이 동생 이름은 수현이가 되었다.

가운데 '수'가 돌림이라 받아온 이름, 수용, 수철, 수진, 수현 중에 수현이가 제일 나았고,

우리가 생각했던 이름 후보 중에 수현이가 있었기 때문에 바로 정했다.

재밌게도 한자 뜻이 수민이랑 똑같이 '빼어난 옥돌'이다.

 

이름 말고도 출산예정일날 딱 맞춰서 태어난 것도 그렇고, 키도 53cm로 같고, 몸무게도 3.84, 3.88키로..

수민이 아기 때 사진을 찾아보니 생김새도 은근히 닮았다.ㅎㅎ

 

수현(왼쪽)이랑 수민(오른쪽)

 

내가 산후조리하는 동안 수민이는 친정집에 맡겨졌다.

어린이집 등하원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도와주시기로 했고, 어린이집이 끝나면 우리집에 잠깐 들러서 놀다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수민이가 많이 불안해 보였다.

밤 11시에 엄마를 찾고 집에 가겠다고 울어서 집에 데리고 온 적도 있었다.

(왔다가 아기 얼굴을 확인하고는 바로 또 할머니랑 집에 가겠다고 해서 다시 친정집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3일 정도 지나니 점차 안정돼 가는 것 같다.

 

조금 이상한 점은 어린이집이 끝나고 집에 오면 금방 할머니 손을 잡고 나가자고 하는 거다.

나는 수민이가 보고싶어서 올 시간만 기다리는데, 오자마자 자꾸 가자고 하니 섭섭하기도 하고 걱정도 됐다.

없던 아기랑 도우미 아줌마가 집에 있어서 분위기도 예전과 달라졌고,

엄마에 대한 애착을 할머니한테서 찾는 것 같기도 했다.

   

스티커를 잘라서 엄마랑 수현이한테도 하나씩 붙여주기~

 

그래서 금요일 저녁에는 양수이모가 수민이를 데리고 놀러왔다.

이번에는 도우미 아줌마가 없어서 그런지 바로 가자고 하지 않고 잘 놀다가 갔다.

 

수민이는 아기가 너무 신기한지 아기 눈,코,입을 가리키며 "입~", "코~" 하다가 자기 얼굴을 만지기도 하고,

가만히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엽다.

 

그런데 아기가 자면 일어나라고 뺨을 철썩철썩 때리고, 젖병을 자기가 주겠다고 하면서 젖병으로 아기얼굴을 꾹꾹 눌러댄다. 자기도 아기를 안겠다고 난리고.. 감기 걸린 수민이가 아기한테 자꾸 뽀뽀를 하고..

잠이 든 수현이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 놓으면 금새 쫒아다니면서 귀찮게 한다.

 

울지마~ 형아가 뽀뽀해 줄께!

나도 해보고 싶어요!

 

문제는 나의 몸 상태..

한 세시간 수민이가 놀다가 돌아가고 나니, 집 안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고 내 발바닥에서는 불이 났다.

오랜만에 수민이를 만나서 놀아주려고 의욕이 넘쳤는데...

그래서 깨닳았다.

수민이가 날 안 찾는게 다행이라고. ㅋ

 

어쩔 수 없다. 회복할 동안 한 달만 참자.

(엄마, 아빠, 양수이모.. 부탁해요 ㅠ)

 

앞으로가 전쟁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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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2. 4. 20. 14:03

태양이의 예정일(14일)이 다가오면서 우리의 최대의 관심사는 수민이 생일(13일)과 같은 날일까 하는 거였다.

형제가 같은 날 생일이면,

둘 다 관심을 독차지 하지 못해서 안 좋을 수도 있고, 같은 날이라 생기는 재미도 있을 수 있고..

찬반양론이 있었는데, 난 두 아들 생일 한꺼번에 하면 편할 것 같아서 속으로 같은 날 나왔으면 하고 바랐다.ㅋ

 

그런데 애기가 나올 기미가 안 보인다.

엄마 선거 한 다음에 나오렴.. 했는데 선거일(11일)도 지나고,

병원 오라던 날 (12일)도 그냥 보내고,

수민이 생일 (13일)도 지나갔다.

 

아기가 태어나면 그 순간부터 얼마나 힘든 지 알기에 굳이 유도분만 하며 날짜를 당기고 싶지 않았고

사실 시간을 좀 더 유예하고 싶었다.

 

그런데 13일부터 밑이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

이게 신호인가 싶어서 조금만 아파도 지금 병원에 가야하나? 조마조마하해 하면서

동시에 출산의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스물스물 다가왔다.

낳긴 낳아야 되는데.. 아기도 빨리 보고 싶었지만.. 무서웠다. 

 

진통이 오기를 기다리고만 있다가 안되겠어서 14일 토요일 오전에 병원에 갔다.

그런데 내진을 해보니 자궁문이 5cm가 열려있고 애기도 많이 내려와 있다고 바로 2층으로 올라가서 준비하란다.

헉...

갑자기 진통이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수십개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상상하고 있었는데..

역시 드라마는 없었다. ㅋ

 

올라가서 준비하고 있는데 이슬이 비치고 서서히 진통이 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타이밍이 딱 맞을 수가 있나? 

갑자기 진통이 휘몰아치더니 약 한 시간 진통 끝에 태양이가 태어났다.

 

한 시간만에 낳았다고 하면 굉장히 빨리 낳은 편이지만, 그 시간을 다시 생각하면 너무너무 무섭다.

하도 울어서 눈물 콧물 범벅에 숨도 잘 안 쉬어지고..

자궁문이 너무 많이 열려있다고 무통주사도 안 놔주고..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시키는 대로 힘 빼고 힘 줄 때 주고 하는 거 밖에 없었다.

고통스럽다는게 이런건가.. 그래도 진통 한 번이라도 더 오기 전에 이걸 끝내야 된다! 는 생각에 죽기살기로 했다.

 

그리고 아기가 내 품에 안겼다.

 

수민이 때 이 순간이 너무 신비로워서 이번엔 오빠한테 사진 꼭 찍으라고 했다.

이 정신없는 와중에.. ㅋㅋ

 

가족분만실이라 출산할 때 엄마랑 오빠가 옆에서 손을 꼭 잡아줬는데,

이렇게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게 얼마나 의지가 되는지 모른다.

(오빠는 이렇게 빨리 나올 줄 모르고 밥 먹으러 갔다가 늦을 뻔했다.. ㅋ)

 

지금은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산후조리한 지 3일 째.

 

산후도우미 아줌마가 오셔서 도와주고 계신데 수민이 때에 비하면 너무나 편하다. 

진통시간이 짧아서인지? 아님 경산이라 그런지 몸이 더 가볍고,

수민이가 울기만 하면 패닉상태에 빠지던 초보 엄마가 이제 경험도 생겼고,  

그렇게 고생하던 모유수유도 이번엔 수월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기가 너무 순하다. ㅠ

 

잘 자고 잘 먹어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우리 천사아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자마자 아기한테 달려가는 수민이

 

창 밖에 따뜻한 햇살을 보면서 이렇게 집에만 있어야 되는게 조금 안타깝지만, 시간은 빠르니까! 

두 아들과 밖에 나가 놀 생각하며 위로하고 있다. ㅎ

 

두 아들의 엄마가 되다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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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2. 4. 5. 01:09

수민이가 어린이집에 다닌 지 한 달이 지났다.

 

좀 더 내가 데리고 있어야 되는데 일찍 보내는 것 같아 내내 마음이 안 좋았는데, 이렇게 수민이가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고 대견스럽다. 요즘은 아침마다 빨리 나가자고 야단이고,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빠이빠이하고 의젖하게 선생님 손을 잡고 올라간다. ㅋ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생활습관도 좋아졌다.

 

혼자 세면대에서 비누를 가지고 손도 씻고, 양치질을 하고 나서는 물도 잘 뱉고.. 정말 놀라운 건 감기약을 먹일 때마다 안 먹겠다고 발버둥 치던 수민이가 요즘은 약 먹자고 하면 가만히 서서 꿀꺽꿀꺽 너무 잘 먹는다는 거다.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기 시작하면서, 생활패턴도 일정해졌다.

8시쯤 책을 챙겨서 수민이한테 침대로 가자고 하면 알아서 내 옆에 눕는다. 평소 자정이 넘어 잠이 들던 거에 비하면 정말 비약적인 발전이다.

 

안 좋은 건 감기가 금방 안 떨어진다는 거.. 그리고 친구랑 싸우다가 얼굴에 상처를 남기고 온다는 거다.

처음에는 수민이가 집에 돌아와서는 자꾸 나를 때리고 자기를 때리고 나서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키길래,

"어린이집에서 싸웠어?" 했더니 "응응!" 한다.

 

첨엔 얼굴에 할퀸 자국도 있고, 누구랑 싸운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애가 말을 못하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답답했었다.

혹시 맞고 다니는 건 아닌 지 자꾸 신경이 쓰였었는데, 오늘 선생님이 써주신 글에서..  반전이 있었다.

 

"요즘은 친구들 때리는 모습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요."

가해자는 수민이었던 거다.ㅋ

 

어린이집 대화수첩

 

뭐 친구들이랑 부딪히고 싸우면서 자라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제 뜻대로 안되면 때리거나 무는 습관이 어린이집 다니면서 더 심해진 것 같고, 어른한테도 똑같이 하려고 해서 요즘은 혼을 내기도 하고 설명해 주기도 했더니 그래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심하게 떼를 쓰던 것도 한 번 맘 먹고 혼냈더니 확 좋아졌다. 티비 원하는 거 안 틀어준다고 나를 발로 차고 얼굴을 때리길래 팔을 꽉 잡고 힘으로 제압했더니, 금방 승복했다. ㅋ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더 그랬던 것 같긴 한데, 정말 훈육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그래도 수민이 웃는 걸 보면 나도 웃음이... 

 

나도 한 달 적응기를 마쳤더니 이제 좀 살만하다. 처음엔 수민이를 혼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게 너무 힘들었었다. 

부른 배로 유모차 끌고 언덕 올라오고 수민이 안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 숨이 턱까지 차올랐는데, 이것도 이제 요령이 생겼다. 계단을 내려갈 때는 업으면 편하고, 계단 올라가는 연습을 하다보니 이제 수민이도 혼자 올라가려고 해서 나는 뒤에서 중심을 잘 잡아주기만 하면 된다.  

역시 인간은 환경과 상황에 적응하기 마련인가 보다.

 

수민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의 최대 수혜자는 나다. 

어린이집에 가있는 낮 시간과 수민이가 일찍 잠이 들면 남은 저녁 시간.. 완벽한 내 자유시간..

 

지난 주 처음으로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재우기로 한 날은 그동안 맘 먹었던대로 혼자 영화를 보러갔는데, 내 정신은 온통 어린이집에 가 있었다. 안 자겠다고 울고불고 하는 건 아닌지.. 나 편하자고 애를 어린이집에 맡겨놓고 지금 내가 뭐하는 건지..  영화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끝나자마자 달려갔더니, 낮잠자는 첫 날치고는 잘 자고 잘 놀았다고 했다.

내가 없으면 잠도 잘 못 잘 줄 알았더니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된다.

 

이제야 나도 마음이 편해졌는데, 동굴 속으로 들어가기 전 이렇게 어렵게 얻은 내 자유시간은 약 일주일 남았다.

(하루도 안 남았을 지도.. ㅠ)

 

틱톡틱톡.. 시간이 가고 있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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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2012. 4. 2. 23:53

인터넷에 블로그를 쓰기 시작한 건 수민이를 임신했을 때 부터다.
두려우면서도 설레고, 우울하기도 하고.. 특히 양수검사를 할 때는 너무나 걱정이 되서 며칠동안 울기도 하던

처음 느껴보는 그 감정들을 잊지 않기 위해 처음에는 아무도 모르게 블로그를 시작했다.


노트에 펜으로 일기를 쓰다보면 횡설수설이 되기도 하고,
수정하기도 불편하거니와 일단 쓰고나면 다시 들춰보는 일이 거의 없는데 블로그는 이런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데다여기서는 동영상이나 사진도 같이 올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키워드 검색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솔직하게 글을 쓰는 게 조금 어려워졌다.

 

일단 글을 인터넷에 공개한다는 건 보여주기 위한 글이 될 수도 있고,

예전에는 어떤 글을 썼다가 조금 오해가 생길 수도 있어서 네이버에 검색이 안되도록 요청을 했는데 한번 지우는 절차도 쉽지 않았다. 그 후로부터는 엄한 사람들이 검색해서 들어오지 않도록 나름 실명을 쓰지 않고 있지만 일단 인터넷에 공개로 글을 쓰면 비밀보장이 안 된다는 게 조금 무섭기도 하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내 블로그를 알게된 울 엄마는 내가 너무 순진해서 남들한테 이용당할 수 있다며 걱정하신다.ㅋ

 

그래서 계속 블로그를 써야하나, 아님 비공개로 해야하나 한참 고민도 했었다.

 

나는 이걸 왜 쓰고 있나..?

 

개인적인 일기를 쓰기에는 인터넷이 적당한 곳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기로 한 건,

소소한 하루하루 일상들과 고민들이 쌓이고, 지나고 돌아보니 나름 내가 열심히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또 내 블로그에 꾸준히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어서 자주는 아니지만 열심히 쓰게 된다.

 

그 중 한 명이 남편인데,

이 블로그를 쓰면서 남편과의 관계도 더 좋아진 것 같다.

 

남녀의 특성상 부부사이에 대화가 말로하면 잊어버리거나 스쳐 지나가기 쉬운 이야기들도 여기에 내 기분과 상황을 솔직하게 쓰고나면 남편도 나를 충분히 이해해주는 느낌이 든다.
더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처음 아기를 낳고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어서 언제쯤 100일의 기적이 오냐며 한탄했었던 게 기억난다.

빨리 시간이 갔으면, 수민이가 빨리 컸으면.. 매일 기도하면서 보내지만 그렇게 울면서 보낸 하루들이 모여 정말 어렵게 100일이 찾아왔던 것 같다.

 

수민이를 키우면서 한 사람을 위해 부모의 손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 지 절절히 체감한다. 또 며칠 전에 아빠가 정년퇴직을 하셨는데, 한 직장에서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결근 한 번 안하시고 성실하게 일해오신 아빠의 평범한 삶을 보면서 많은 걸 느낀다.

하루하루가 쌓이고 쌓여서, 사소한 일상이 거대한 산이 되어 인생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블로그를 쓰기로 했다.

 

(나중에 아이들한테 우리가 이렇게 살았다고 책으로 만들어서 남겨준다며 남편은 벌써부터 벼르고 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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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2. 3. 27. 23:44

금요일날 수민이가 감기가 걸렸다.

어린이집 처음 다니기 시작하면 감기를 달고 산다더니.. 금요일 밤부터 열이 나길래 토요일날 오전에 소아과를 갔는데, 소아과가 발 디딜틈 없이 북새통이다. 예약도 안되고 오후 2시이후에 오라고 한다. 집에 돌아와 점심엔 또 신나게 잘 놀고 열도 없길래.. 병원에 안 갔더니 낮잠에서 일어난 수민이가 또 열이 끓는다. 주말이라 병원도 약국도 못 가고..


일요일 아침에는 다시 열은 내렸는데 어디 가진 못하겠고 시댁에 갔다.

그런데 지난 주에 내가 아파서 시댁에 수민이를 잠깐 맡겼던 동안 컴퓨터를 많이 했었나보다.

시댁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 틀어달라고 야단이다. 잠깐 틀어주고는 어머니한테 맡기고 우리는 나갔다 왔더니 그때까지 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이 했는지 이제 마우스로 클릭도 잘하고 점프할 때 스페이스바도 알아서 누른다)

당장 컴퓨터를 껐더니 수민이가 떼를 쓰고 난리가 났다.


저녁에는 아버님이 오셔서 수민이 얼굴을 보고는 (감기때문에 생긴 눈꼽+ 콧물과 아토피로 거칠어진 피부) 누가 애를 저렇게 해 놓느냐며 뭐라 하신다. 얼굴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잔뜩 바르시면서 고쳐놓을 테니 애를 두고 가라고 난리시다. 집에 가려는데 못 데려가게 수민이 옷도 못 입게 하고..ㅋ 나는 애가 아프니 엄마가 끼고 있어야 한다며 아버님이랑 은근히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수민이는 집에 데리고 왔지만 뭔가 찜찜한 이 마음..


월요일 아침에는 수민이 병원에 갔다가 집으로 데리고 왔는데, 약을 먹고 좀 살아나더니 밖에 나가자고 난리다.

현관문에 매달려 찡찡대길래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왔더니, 바로 잠이 들었다. 이런.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하다가 수민이도 잠들었으니 이비인후과랑 산부인과로 갔는데, 도착하니 병원 점심시간.

30분을 커피숍에서 때우고 있는데 수민이가 깨버렸다. 한 번 오기 힘든 병원.. 이왕 예약해 놓은 거 갔다가 두 시간동안 전쟁을 치뤘다.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병원에서 수민이 악쓰는 소리밖에 안 들리더라. 금방 내 차례라는데, 왜 이렇게 안 주는 건지.. ㅠ 다 나만 쳐다보는 거 같아서 수민이를 안다가 앉혔다가, 사탕도 줘보고 좋은 말고 달래고.. 내 인내심도 한계를 느꼈다. 결국 산부인과에서는 태동검사를 하다가 "선생님 이거 떼 주세요!" 하고 나왔다. 수민이를 업고 나오는데, 어떤 임산부가 나를 너무나 불쌍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ㅋ


그러고는 친정집으로 왔더니 또 컴퓨터를 틀어달라고 떼를 쓴다. 

그동안 집에서는 거의 안 보여줬는데.. 어제 하루 사이에 중독됐나보다. ㅠ

 

집에서는 훈육이 통하는데, 이렇게 시댁이나 친정에 오면 받아줄 사람이 있어서 그런지 혼을 내면 소리를 지르며 반항을 한다. 특히 요즘은 어린이집 다니면서 때리는 버릇도 생겨서 마음에 안들면 다가와 사정없이 때리기도 한다. 목에 핏대를 세우며 부들부들 떨면서 소리를 지르는 아이의 모습이 가끔 무섭기까지까지 하다.

 

수민이한테 혼을 내니 엄마는 애한테 소리치지 말라고 야단이고.. 갑자기 왜이리 서러운지..

엉엉 울었다. 

 

난 잘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사방에서 날 더러 뭐라고 하는 것 같고,

수민이는 말도 안 듣고 힘들게 하고.. 한편으론 수민이가 말이 느린 게 내 탓인가 싶다.

 

마음이 힘들던 중에 지나가다 받아온 책에 있던 떼쓰기 특집이 생각나서 펴 보았더니 딱 나랑 수민이 이야기다.

 

"...떼쓰는 아이를 보면 엄마의 양육태도나 애착을 문제 삼거나, 엄마 스스로도 '내가 잘못 키워서 그런가' 죄책감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의 기질도 큰 영향을 끼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활동성 기질이 높은 아이는 행동조절이나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기 쉬운데, 이로 인해 감정을 폭발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 엄마가 따뜻하고 참을성 있게 훈육하려 해도 아이의 기질을 감당하기 어렵다..." <'엄마는 생각쟁이' 147호 중에서>

 

18개월부터 24개월 전후로 가장 심하게 떼와 고집이 나타나는데, 떼를 쓴다는 것은 몸과 마음이 성장해서 홀로서기를 시작한다는 신호라며 아이의 떼를 환영해주라고... 떼를 부리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조절하게 된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수민이랑 씨름하다보면 가끔 도망가고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2년동안 늘은 건 인내심이다.

그런데.. 아들 둘을 키우려면 또 어떤 산을 넘어야 하나.. 

 

엄마는 어떻게 애 셋을 키우셨나요.. 홍집이까지..

 

 

하트스티커를 가지고 신나게 달려와 엄마한테 붙여주는 수민이...의 착한 버전

 

그래도.. 사랑하는 울 아들..

(마무리는 급 훈훈하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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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2. 3. 23. 18:37
수민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지 (벌써) 3주가 지났다.

첫째 주에는 나랑 같이 등원해서 한 시간 정도 있다가 왔고,
둘째 주에는 10분정도 같이 놀다가, 인사하고 두 시간 후에 데리러 갔고,
그리고 이번 주에는 어린이집 현관에서 엄마랑 인사하고 세 시간 후에 데리러 간다.
 
처음에는 엄마랑 놀러가는 곳으로 생각했는지 "내일 어린이집 갈까?' 하면 "응응!"하고 좋아하던 수민이는 나중에는 어린이집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싫다고 울었다. 수민이랑 인사하고 헤어지면 뒤로 수민이 울음소리가..ㅠ
아이 성향에 따라 달라서 하루종일 우는 애도 있었는데, 수민이는 그래도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요즘은 현관에서 엄마 잘 가라며 빠이빠이도 하고, 아침에 나갈 준비를 하면 빨리 가자고 먼저 나가서 신발도 안 신고 현관 문 앞에 가서 나를 재촉한다.

엄마랑 적응하는 시간이 있어서 더 수월했던 것 같고, 같이 시간을 보내며 어떻게 지내는지 내 눈으로 확인하니 마음도 놓인다.

수민이네 반은 12명 중에 2명 빼고 다 남자 아이들인데, 서로 장난감을 뺏다가 밀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더라.
어떤 아이는 자기 장난감을 안뺏기려고 보호하다가 다른 친구가 한 대 치고 갔더니 "안돼! 안돼!"하면서 운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면서도 또래 아이들이 어쩜 이렇게 생긴 것도, 성격도 다른지 신기하다.

수민이는 누가 때리거나 넘어져도 거의 안 우는 편인데 한 가지 걱정은 친구들을 밀거나 때릴까봐..
오늘은 집에 오자마자 갑자기 내 배를 막 때리길래 왜그러냐고 했더니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킨다.
안 하던 짓을 하길래 "어린이집에서 친구가 때렸어?"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우.."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말을 못하니 답답하다.ㅋ
 
그래도 이렇게 친구들 사이에서 부대끼면서 커가는 거겠지.. 
애를 너무 보호하면서 키우고 싶은 마음은 없고 크게 걱정은 안한다.
확실히 이렇게 친구들이랑 놀면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해서 그런지 둘만 있을 때보다 일찍 낮잠을 잔다.

어쨌든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았던 수민이가 차츰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나중에 동생이 태어나면 아빠랑 7시반에 등원 해야하는데 하루종일 어린이집에 있어야 되는 게 벌써 미안하기도 하다.

현관에서 빠이빠이~
 
그런데 어린이집에 머무는 시간이 약 3 시간으로 늘었고,
수민이가 점심을 해결하고 와서 확실히 여유시간이 생겨야 하는데, 그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지 모르겠다. 

수민이를 데려다 놓고 집에 돌아오면 집정리+ 청소+ 설거지+ 빨래가 기다리고 있고,
며칠 전에는 태양이가 언제라도 나올 것 같은 위기감이 갑자기 생겨서 이번 주는 엄청 바쁘게 보냈다.
침대시트도 다 바꾸고 이불 빨래도 하루에 하나씩 처리하고, 배넷저고리랑 천 기저귀도 삶고,
신생아 용품 (기저귀, 크림, 바스, 세탁세제.. 등)을 인터넷으로 주문 하고,
수민이 반찬도 만들고 저녁 상을 차리고, 
내 홈페이지도 업데이트해서 수정했다,

이제 세탁조 청소를 하고, 입원해서 지낼 애기물건이랑 내 물건을 챙기면 된다.
또 뭘 해야 되지?

나의 로망은 수민이를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혼자 조조영화를 보러 가는 거였는데,
이런 여유로운 시간은 뒷전이고,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준비할 것을 생각해보니 끝이 없다.

아.. 이제 동굴 속으로 들어갈 시간이 얼마 안 남았구나. ㅋ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2. 3. 18. 15:10

우리 부부는 주말이 가까워지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에게 묻는다.
"이번 주말엔 뭐할까?"

쉬고 싶기도 놀러가고 싶기도 했는데, 오빠가 비가 오니까 실내인 롯데월드로 가야한다며 뜬금없이 롯데월드에 가자고 했다. 롯데월드라.. 나는 만삭이고 수민이를 데리고 주말에 놀러 간다는 게 걱정됐지만,
양수도 같이 갈 수 있다고 하고, 지금 마음 먹었을 때 아니면 언제 가겠나 싶어서 엉겹결에 따라나섰다.
(비가 온다던 이 날은 너무너무 날씨가 좋았고, 따뜻했다. ㅋㅋ)
  

들어가자마자 퍼레이드를 하고 있었다. 수민이는 자다가 처음 보는 광경에 놀라 눈이 휘둥그레.. ㅋㅋ


놀이기구 탈 생각이 없어서 입장권만 끊으려고 했는데, 카드 할인 혜택을 받으니 입장권보다 자유이용권이 더 쌌다.
(뽀로로마을 입장료보다 싸다) 다들 자유이용권을 가지고 들어와서 그런지 놀이기구 탈 때 검사도 잘 안하는 거 같다. 
그래봤자 우리는 수민이랑 기차탄 거랑 마술쇼 들어갔다가 수민이가 무섭대서 중간에 나온게 전부지만..ㅋ

사람도 많고 기다리기도 힘들어서 뭘 타기는 힘들고 사진만 많이 찍고 왔다.


조카바보 양수이모


어렸을 땐 롯데월드 가면 아침일찍 와서 하루종일 뛰어다니며 놀이기구를 탔었다.
입장할 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가슴이 두근두근 하던게 아직도 기억난다.

그런데 이제 보호자 입장에서 아이를 위해 놀이공원에 왔다는 게 새삼스럽다.
그 땐 몰랐는데 관점이 바뀌니 아이들도 이용할 게 꽤 많고 볼 거리도 많더라.

단지 애를 데리고 다니면 엄청 힘들고 피곤해진다는 거.. 나는 뒤뚱뒤뚱 롯데월드 실내랑 매직아일랜드를 다 돌아다녔더니 나중엔 밑이 빠질 것 같았다..ㅠ 이러다 아무래도 아기가 일찍 나올 것 같다. ㅋ   


주목받기 좋아하는 수민이는
여기저기 사진 찍는 곳마다 올라가면 안 내려온다고 떼를 쓴다. 

나가기 전에 다 같이 도장찍고~

거대해진 나의 배와 지친 우리 남편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2. 3. 16. 02:02
수민이를 데리고 외출을 하다보면 아줌마들의 잔소리?를 듣게 된다.
애기가 춥겠다거나 유모차 커버를 씌워야 한다거나, 햇빛을 가려줘야 된다며.. 한마디씩 하고 지나가는데,
나 나름대로 사정은 있다.
속에 겹겹이 잘 입혔다거나 애가 목도리를 거부한다거나, 유모차 커버 앞면을 덮으면 애가 발버둥을 치며 운다거나..

내 아이와 관계되다보니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언젠가 지하철에서 어떤 아줌마는 수민이가 유모차를 탄 채 울고 있는 걸 보고, "안아줘야지!!" 하고 나한테 뭐라고 하면서 지나가는데 정말 욱 할뻔 했다. 수민이가 하도 울어서 한 손으로는 유모차 끌고 한 손으로 애를 안고 가는데 팔은 떨어질 것 같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야해서 어쩔 수 없이 유모차에 태웠던 걸..
남의 사정은 모르고, 해결해줄 것도 아니면서 사람들이 참견하는 것 같아서 곱게 들리질 않는다...

지난 주말에는 밖에 돌아다니다가 감기가 심하게 걸려버렸다.
나도 힘들고, 수민이한테 감기가 옮을 것 같아서 수민이를 잠깐 시댁에 맡기고 이틀 정도 푹 쉬었다.
그러고나니 몸은 괜찮아졌는데 수민이가 없으니 뭘 해야할 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동안 못 가고 있던 이비인후과에 갔는데, 의사가 왜 이제 왔냐며 화를 냈다.
갑상선호르몬 수치가 좀 낮아서 가끔 약을 먹고 있었는데
갑상선호르몬 수치가 낮으면 태아 IQ가 80이 된다며 아빠는 뭐하는 사람이냐고 남편한테 전화까지 한다.
얼마나 날 호되게 혼냈는지 병실에서 나오는데 환자들이 다 나를 쳐다본다.

내 불찰 때문에 아기 지능이 낮아질 수 있다는데 나보다 더 걱정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병원에서 그렇게 날 몰아붙이니 눈물보다 화가 먼저 났다.
(오빠는 그렇게 화까지 내는 걸 보면 양심적인 의사라며..)

집에 돌아와서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낮은 경우에 대해 검색해보니 아이큐가 평균 8정도 낮을 수 있다고 하고 (아이큐 80은 어디에서 나온 이야기인지..), 아직 확실하게 증명된 것은 없다는 곳도 있었다.

약을 꾸준히는 안 먹었지만 그래도 임신기간 내내 안 먹은 것도 아니고,
산부인과에서 검사했을 때도 평균보다 약간 낮은 수치라고 했었고... 
지능이 조금 낮을 수 있는 위험은 있지만 그래도 태양이는 괜찮을 꺼라는 생각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교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떡하나..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 내 책임인 것 같아서 마음이 힘들다.
어제 오전에 수민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혼자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하는데
갑자기 그동안 참고 있던 눈물이 쏟아졌다. 

수민이때도 그렇고, 아기 낳는데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필요한 건 괜찮을꺼라는 위로인데.. 

괜찮을꺼다. 
..그렇지 않더라도 난 열심히 키울꺼다.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