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1. 11. 15. 16:52

일요일 오전, 교회에 갔다가 동네 산책을 했다. 

목적지 없이 걷다가, 커피빈 무료쿠폰이 있어서 그 쪽으로 갔다가, 자연스럽게 방향은 관악산쪽으로...
서울대입구역에서 관악산까지 가는 이 길은 꽤 멀어서 사람들 대부분 버스를 타기 때문에, 이 길은 정말 한산하다.
가을 끝무렵이라 낙엽이 많이 쌓여 있었다.

 

지난 번에 올 때는 수민이가 푹 잠들어 있어서 오빠랑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여유롭게 걸었는데,
이번엔 수민이가 잘 생각도 안하고 유모차도 안타겠다고 한다. 
앞으로 잘 걷다가 갑자기 우리한테 빠이빠이하더니 돌아서서 가버리기도 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기도 하고,,.
난 유모차 끌고 다니면서 사진찍었지만 아빠는 수민이 잡으러 쫒아다니느라 힘들었다. 
같은 길 걷는데 시간이 두 배는 걸렸던 거 같다. 걷기시작하면 고생이라는 말이 이래서 그런가보다. ㅋ 

신난 수민이


관악산 쪽으로 가다가 서울대 캠퍼스 산책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서울대로 방향을 틀었다.
정문에 버스다니는 길을 조금 벗어나니 한가로운 산책로가 이어졌다.
괜찮은 커피숍도 보이고 나무도 많고.. 공원에 들어온 듯...

완전 할아버지랑 똑같은 표정 (오른쪽)

가을 남자 둘

                                    걷다가, 뛰다가, 힘들 때는 쪼그려 앉아 '헥헥헥~~' 이러면서 쉰다.ㅋ

수민아.. 제발 자라.. 자라...
단풍 구경도 하고 앉아서 좀 쉬고 싶었는데, 수민이가 너무 돌아다닌다. 저 에너지는 어디서 나는지...
후문으로 나가서 낙성대 쪽까지 걸어가 보려고 했는데, 길을 잘못 들은데다 우리가 수민이보다 먼저 지쳐서 포기했다.

오늘 하루 한 6km는 걸은 것 같다. 수민이도 그 길을 다 걷진 않았지만 엄청 피곤했을 거다. 아들은 집에 와서도 한참을 놀다가 조금 일찍 잠이 들더니, 자다가 소리지르며 두번 깨서 울었다.  
셋 다 원없이 걸었던 하루. 나도 피곤, 아빠도 피곤...
일요일 하루가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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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1. 11. 11. 17:41

몇 달 전만해도 서로 말이 안통해 수민이는 떼쓰고 나는 화를 냈었다.
그런데 2개월 정도 사이에 수민이가 훌쩍 자란 것 같다.
아기의 뇌가 발달하는게 눈에 보인다.

가장 큰 변화는 말을 알아듣기 시작했다는 거다.
텔레비전이 보고 싶을 때는 손가락질을 하고, 내가 '리모콘 가지고 와' 하면 리모콘을 찾아서 가지고 온다.
밥먹을 때, 식탁의자에 앉으라고 하면 쪼르르 와서 올라가서 앉는다.
티비를 보다가 좋아하던 프로그램이 끝났을 땐 급하게 나에게 달려와 큰일이 난 것처럼 날 부른다.
이제는 싫다는 표현도 고개를 저어가면서 확실하게 하고,
같이 놀고 싶을 땐 내 손을 꼭 잡고 가고 싶은 데로 끌고 가기도 한다.

또 사람들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내가 빨래를 널면서 허공에 한 번씩 터는 걸 보고는 수민이도 수건을 가지고 와 탈탈 턴 다음 나에게 주기도 하고,
청소기 앞부분만 떼어서 청소한다고 밀면서 돌아다니고,
빗자루랑 쓰레받기도 가지고 집안 구석구석을 다닌다.
내 화장품를 가지고 얼굴에 탁탁 두들기며 흉내를 내고
아이폰도 이제는 곧잘 다룬다.

아직 말은 잘 못하지만, 그래도 '엄마','아빠','야옹~','음메~','우웅~'(청소기소리),'똑딱똑딱'(시계소리) 등 시키면 잘 하는 단어들도 꽤 생겼다.
'화난 표정'하면 얼굴과 손에 힘을 주면서 '우!' 하기도 하고
어디 언덕을 올라가려고 하면 '으따~으따~'해가며 열심히 힘쓰며 올라간다.
음악나오면 팔을 흔들며 춤추는 것도 귀엽고 예쁘다.

수민이가 말을 조금씩 알아들으면서 달래는 것도 훨씬 쉬워졌고 편해진 것도 많다.
힘들어 진 건.. 갈수록 어려워지는 '놀아주기'..

쓰던 침대에 볼풀을 만들어줬더니...                                          윙크하는 중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텔레비전을 틀어달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관심을 딴데로 돌리려고 책을 보여주다가,
밥을 먹고 치우는 동안 잠깐 텔레비전 시청..티비를 끄면 틀라고 야단이다.
수민이 방으로 데려가 실로폰도 두들기다가 미끄럼틀도 타고 볼풀에도 잠깐 들어가고, 라디오 틀고 춤추다가
칠판에 낙서도 좀 하다보면 한 시간정도 지나간다.
가끔 아침에 목욕 겸 물놀이도 하고, 다시 책을 보여주다가, 동물인형들 가지고 놀다가, 스티커북에 스티커 붙이고 놀다가.. 아침 시간은 이렇게 지나간다.

계속 혼자 종알종알 떠들다보면 나중엔 말하는 것도 힘들고. 이렇게 놀아주다 보면 내가 먼저 지친다.
나 힘들다고 수민이 티비 보여주고 쉬다보면 또 죄책감이 든다.
텔레비전을 보여줄 때는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가는지 모르겠고, 누가 수민이 한끼만 먹여줬으면 좋겠고..

오후에는 나도 지치고 수민이도 답답해서 찡찡거리니.. 아예 밖으로 나간다.
집 정리하고, 나 나갈 준비하고, 수민이 옷입히고, 양치질하고 수민이 물건 챙기다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준비하는 동안 수민이는 날 쫒아다니며 찡찡거리고.. ㅋ
어쨌든 도서관이든 친정집이든 시장이든 놀이터든.. 어디든 가서 놀다가 낮잠을 재우면 드디어 내 자유시간이 된다...

요즘엔 유모차를 안타려고 하니 불안불안..
가고 싶은 데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다.

자~ 내려갑니다~!

혼자 미끄럼틀 탔다고 박수


내 자유시간이 생기면 가끔 미드를 보거나 블로그를 쓰거나, 일을 한다. 
하루종일 애기한테 시달리면서 어떻게 일하냐고 하지만 그래도 시간은 생긴다.
수민이 자는시간, 티비보는 시간, 수민이 밤에 잠들고 난 새벽.. 틈틈히 하다보면 꽤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둘째가 태어나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친정집에 가면 마냥 쉬고 싶은 날 보며 울 엄마는 걱정을 하시고..
나는 이대로 괜찮은 엄마인지 걱정도 되고 육아는 피곤하고, 가끔 내 모습은 정체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수민이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보면 19개월 이 시간이 아깝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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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2011. 11. 8. 00:25

며칠 전 산부인과에 갔다왔다.

이번엔 입덧도 심하고 오래간데다, 고기는 싫고 군것질만 하고 싶길래 속으로 딸이라고 확신했다..
지난번 산부인과 초음파에서 아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희망을 잃지 말라는 의사선생님 말처럼.. 아니 믿고 싶지 않았었나?
그런데 이번엔 확실히 보였다. ㅠ

아들이 둘이라니.. 둘째한텐 미안하지만 자꾸 아쉽다.

시어머니는 '셋째는 딸 낳으면 되지!' 하시고,
아빠는 셋째 이야기를 했더니 '인생 망칠일 있어!' 하신다.
이렇게 양쪽 입장이 다르다. ㅎㅎ

잘 때도 내 품에 폭 안겨 자는 울 아들..
며칠 전에 만난 숙모는 주위에 아들만 둘인 엄마들이 너무 후회를 한다며 딸을 꼭 낳으라고 하신다.
이래서 셋째를 또 갖게 되는건가?.. 그러다 또 아들이면 어떡하나..
숙모한테 '수민이가 나를 너무 좋아하는데 커서도 이렇게 절 좋아하지 않을까요?' 했더니 꿈 깨라신다. ㅋㅋ

아직 아기는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ㅋ

그래도 혼자 위로하는 건..
조금 더 크면 목욕하러 아빠랑 같이 목욕탕에 보내면 되고,
운동하라고 세 부자 같이 밖으로 내보내면 되고.
옷도 새로 살 필요없이 물려 입으면 된다는 거..

초음파로 보니 벌써 아기는 손가락 발가락 눈코입도 다 생기고, 요즘은 뱃속에서 발로 차고 움직인다.
몇 주가 됐는지도 모른채 내가 정신 없이 사는 동안 아기는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자라고 있는 게 신기하다.
입덧으로 날 고생시킨 걸 보니 까다로운 아가일 것 같아 걱정은 되지만, 건강하게만 잘 태어났으면 좋겠다.

내 상태가 메롱이지만.. 표정놀이 셀카ㅋㅋ

화난표정

 메롱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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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2011. 11. 3. 17:01
어제 저녁에 남자핸드볼 올림픽 아시아예선 결승전이 있었다. 

막내 외삼촌이 국가대표 감독님이 되고 나서 외가 친척들은 남자핸드볼 경기가 있으면 잘 찾아가곤 한다. 이번은 결승전이라 많이들 가는 분위기였는데 난 지난번 삼촌 감독 데뷔경기에 수민이 데리고 갔다가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엔 안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어제는 날씨가 유난히 좋더라. 양수가 올림픽공원에 단풍 구경가자고 해서 엉겹결에 따라나섰다. 

올림픽공원

폼 잡으라고 했더니 척하고 포즈 취하는 홍집이

단풍이 너무 예쁘다

공원에서 사진찍고 놀다보니 금새 해가 졌다. 경기는 6시부터 시작.
자리잡고 앉았는데 장내아나운서 마이크 소리랑 응원소리가 너무 크다. 나도 귀가 아플지경인데 소리에 무지 예민한 수민이는 어련할까..  수민이가 기겁을 하고 울기 시작했다. 
엄마는 택시타고 집에 가라고 하고.. 잘못 왔구나.. 싶었다. ㅠ

양수랑 수민이를 데리고  나가서 죽도 먹이고 과자도 주면서 한참을 달래봐도 경기장으로 들어가려고만 하면 운다. 
정말 집에 갈까 하다가 한번 더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서 수민이를 안은채로 같이 응원을 했다.
공놀이하는거라고 설명도 해주고 내가 소리지르고 하다보니 다행히 점점 소리에 익숙해졌다..
 

관중석에 모여 응원중인 친척들

 다행히 후반전에는 적응이 되서 같이 박수치고 응원도 했다.

시상식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삼촌이랑 인증샷. ㅋ

경기는 어렵지 않게 이겼다. 내가 수민이 데리고 씨름하느라 정신없는 사이에 친척들은 조마조마하면서 보셨나보다. 결승에서 이기면 자동으로 올림픽출전하는거라고 하는데, 내년 런던올림픽에서도 좋은 결과 있길..

가을 다 끝나기 전에 단풍구경도 하고, 시끄러운 소리에 적응도 시키고 좋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양수가 많이 도와줬음에도 불구하고.. 난 무지 힘들었다. 나중엔 수민이가 너무 적응이 되서 경기장 위험한 계단을 올라다니고, 사방을 정신없이 누비고 다니느라 쫒아다니느라고 진이 다 빠지더라..

둘다 엄청 운동한 날, 덕분에 수민이는 집에 가면서 정신없이 잠들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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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2011. 11. 1. 18:58
일요일에 수민이를 시댁에 맡기고, 퇴원해서도 삼일 간 더 요양했다.
남편만 쉰게 아니라 나도 푹~ 쉬었다. ㅋ 
수민이가 걱정되고 보고싶고, 어머니한테 죄송하면서도 한편으론.. 이렇게 편할 수가...!

그 일주일 사이에 새로 일도 들어왔다.
그동안 해 왔던 일을 완전히 끝내자마자 신기하게 바로 다음날 일이 들어와서 금요일 아침에는 미팅도 갔다왔다.
오빠는 자고 있고 나 혼자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니 내가 가장이 된 느낌.. ㅋㅋ
한번 어디 나가려면 아기 맡기기도 복잡한데 참 운도 좋다.

일주일 사이에 두 번 수민이를 보긴 했지만
한 번은 너무 곤하게 자고 있어서 얼굴만 보고, 
한 번은 어머니가 두시간 동안 잠깐 들르신 거라 제대로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과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채로 토요일 저녁에 집으로 갔다.

그런데 차가 얼마나 막히던지!!
택시를 탔는데, 안막히면 20분이면 가는 길이 한 시간 반이나 걸렸다..

멀미가 단단히 나서 시댁 도착하자마자 난 화장실로 직행.. ㅠ
수민이는 날 보고 반가워 달려와서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엄마! 엄마" 소리를 지른다.
나와서 안아줬더니 꼭 안겨 다른 사람한테 가지도 않고 떨어지질 않는다.

내가 아들 보고 싶었던 것처럼 울아들도 말은 못해도 내가 보고 싶었나보다.
이불깔고 누워있는데 내가 있는게 신기한지 자꾸 나한테 와서 얼굴을 갸우뚱 하며 한참을 바라보다 간다.

빡빡이가 된 건 다음날이었다.. 
오빠가 수민이 데리고 같이 머리 자르러 간다고 했더니 머리를 한번 밀어줘야된다는 여론이 갑자기 형성됐다.
난  이제 겨울 다가오면 춥고, 수민이 모자 안쓰려고 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소심하게 반대했지만 
오빠, 아버님, 어머니 그리고 외할머니까지 한 편이 되서 한 번 깍아줘야 한다고..ㅠ
갑자기 아버님이 목욕탕가서 때밀이(이 아저씨는 이발과 때밀이를 같이 하나보다..)한테 깍으면 된다고 데리고 나가셨다.

순식간에 빡빡이가 된 울 아들.. ㅠ 목욕탕에 때미는 사람이 밀려 있어서 이발소로 갔다는데,
깍으면서 얼마나 울었던지 돌아와서 내 품에 안겨 한참을 흐느낀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귀여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친정에 데리고 가보니 다들 속상해하신다. 어쩜 이렇게 다른지..ㅋㅋ 

빡빡이가 된 수민이.. ㅠ


월요일에는 아들이랑 오랜만에 놀아주려고 아침부터 책이랑놀이랑 도서관에 갔다.
가는 길에 시장 옆에 닭 키우는 집 발견.. 처음 닭을 보는 수민이는 신기한지 한참을 열심히 바라본다.

수민이랑 같이 있으니 울 아들은 엄마랑 있을 때 제일 행복해 보인다.
유모차를 끌고 가면서 나도 모르게 동요를 흥얼거리고 있는 나도...
이런게 행복인가염.. ㅎ
Posted by kimberly
일상/특별한 날2011. 10. 27. 21:42
남편의 수술로 3박4일동안 병원에 있다가 어제 퇴원했다.
 
8월 새벽 갑작스런 복부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두달 간 정밀검사도 많이 받았다.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보니 검사할 때마다 예약하고, 기다리고.. 남편 담낭에 용종이랑 담석들을 발견하는데 두 달이 걸렸다.
그 사이에 몇 번 더 아프기도 했다. 두 번째 갔던 병원 응급실에서 검사한 결과를 CD에 담아서 여기 병원으로 가지고 갔는데 그 사이에 또 달라졌을 수도 있고, 잘 안 보인다며 했던 검사를 다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10월 24일 드디어 수술날짜가 잡혔다. 확률은 낮지만 나중에 용종이 암으로 변할 수도 있다기에 바로 수술하기로 했다.

입원하는 동안은 내가 간병을 하고, 수민이는 시댁에 맡겨졌다. 지난 주에 하루 떨어져 있을 때 너무 잘 놀았다고 해서 걱정은 별로 안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잘 지냈다고 하신다. 밤에 깨서 엄마를 찾으면 어떡하나 했는데 깨지도 않고 잘 잔다고 하니... 이녀석이 엄마 생각도 안나나?
조금 서운한 마음도 있지만 그래도 애기가 울면서 날 찾는다고 생각하면 내내 가시방석에 있었을 뻔 했는데 다행이다.
어쩜 그렇게 수민이를 잘 봐주시는지 감사하다.

수술 하루 전날 입원해서 입원 첫날 밤은 병원으로 여행을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ㅋ
일찍 병실에 들어가도 할 일이 없어서 저녁에는 둘이 커피랑 아이스크림도 먹고 산책도 했다.

복강경으로 담낭을 떼어내고 3일만에 퇴원하는 간단한 수술이라고 해서 수술 직전까지 마음도 편했는데,
그래도 수술은 수술이라.. 마취가 풀리면서 고통으로 아파하는 남편을 보니 내 가슴도 아팠다.


결혼을 하고 나서 내 의지와 다르게 뜻밖의 사건사고들과 맞닥뜨리는 상황들이 생긴다. 결혼하기 전에 나와 내 가족만 챙기면 됐던 일이 이제는 남편과 시댁, 그리고 아기가 있는 우리 가족까지.. 내 주변의 세계가 몇 배로 확대되는 거니 결혼하는 건 정말 보통일이 아닌 것 같다.

119에 처음 전화하면서 걱정으로 가슴이 쿵쿵거리던 새벽도 잊을 수 없고,
지금껏 아프지도 않고 다쳐본 적도 없어서 며칠동안 병원에서 먹고 자는 생활도 참 어색했다.
엄마가 아플 때는 아빠가 있고, 친척 어른들이 와서 도와주셨기 때문에 
남편의 보호자가 된 지금이랑 책임감의 무게도 확실히 달랐다.

다행히 오빠는 수술하고 하루하루가 다르게 나아지고 있다. 아직 많이 아프다고 하지만 표정도 많이 좋아졌다.

수술한 다음날 저녁에는 오빠 운동을 하려고 병원 복도를 천천히 걸어다녔다.
병원 복도 창밖에 한강 야경 사진이 멋있어서 사진을 찍다가 오빠한테 다가갔더니 그 사이에 시를 지었다며 씩 웃는다.
화려한 야경과 병원에 있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썼나 하고 순간 '이 사람이 이런 면이 있었나!' 했는데, 이건 완전히 다른 내용..ㅋㅋ 수술 후 방귀를 뀌어야 하는 남편의 심정을 담아서 쓴 시다.
 


    -----------------------
방귀소리
                                                                    이임수

연애할 때 뀌는 방귀소리
볼빨간 수줍은 소리

수술을 마친 환자의 방귀소리
다시찾은 생명의 소리

우리 아기 방귀소리
우리집 웃음꽃 소리
                -----------------------

며칠동안 병원에서 생활하면서 병원에서 사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오래 병원생활을 해야하는 사람들은 정말 힘들 것 같다.

우리는 자리가 잘 안난다는 6인실에 자리가 있어서 들어갔는데, 운 좋게 창가쪽이라 햇빛도 잘 들고 전망도 좋고, 넓어서 좋았다. 하지만.. 간이침대도 넘 불편한데다 환자 6명이 한 공간에 있다보니 별별일이 다 생겨서 3박4일 내내 잠을 푹 잘 수가 없었다. 특히 우리 옆자리에는 말을 많이 하시는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워낙 목소리도 큰데다 불평이 워낙 많아서 우리의 짜증의 대부분은 그 할아버지 때문...ㅠ

그래도 서로 힘든 상황을 아니까 짜증날만한 상황이 생겨도 이해하면서 넘어간다. 서로 반찬을 나눠주기도 하고 과일이나 간식도 나눠 먹고.. 정이 있으면서도 서로 프라이버시는 지켜준다.  

3일만에 퇴원하고 집에 왔더니 집을 오랫동안 비워 놓은 것 같다.
오빠 푹 쉬라고 수민이는 이번주까지는 시댁에서 봐주시기로 했다.
그런데 수민이가 없으니 내가 휴가를 받은 느낌이다. 오빠는 내가 자장자장 재워줄 필요도 없고 하루종일 이야기하면서 놀아줄 필요도 없고, 밥도 혼자 먹으니.. ㅋㅋ

수민이가 넘 보고싶으면 어머니가 수민이 데리고 집에 잠깐 왔다가 가신다. 어머니는 수민이가 너무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니 하나도 안 힘들다고 하시지만 그래도 죄송스럽다.  

그래도 다음 주면 다시 평소생활로 돌아가겠지..
빨리 회복 됐으면 좋겠다. 건강한 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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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특별한 날2011. 10. 17. 18:05
8월 한밤중에 아파서 119도 부르고, 응급실에도 갔다온 울 남편..
몇 번의 정밀검사 끝에 담낭에 용종과 돌들을 발견했다.
다음 일요일에 입원해서 수술하기로 했는데 간단한 수술이라고 하지만, 둘 다 긴장되긴 마찬가지..

둘째 낳기 전에 시댁에 수민이를 맡기고 1박이라도 여행을 갔다 오기로 했었는데, 이렇게 수술날짜가 잡히고 나니 빨리 여행을 갔다오기로 했다.

수민이 태어난 후, 남편과 둘이 오붓하게 보낸 시간은 손에 꼽는다. 
몇 달 전에 수민이를 친정에 맡기고 둘이 영화를 보러갔는데, 영화시간 기다리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기까지 했다... 자유가 없어지면 더 애타게 그리워 지는것 같다. 우린 결혼하고 한 달만에 수민이가 생겨서 그런지 지금도 신혼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그렇게 떠나게 된 1박의 자유.ㅋ
매 시간마다 수민이가 걱정되고 생각이 났지만, 당장 먹일 걱정, 재울 걱정, 놀아줄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너무 홀가분했다. ㅠ
여유가 생기니 창 밖에 단풍으로 물든 산도 보이고 음악도 들린다.
 


강원도 단풍 구경하면서 우리가 간 곳은 강*랜드.. ㅋㅋ
호주에 있을 때 우린 종종 카지노에 가서 너무 재밌게 놀았었다.
저녁엔 밴드가 와서 노래도 부르고, 괜찮은 레스토랑도 있고, 카지노에서 하루 두 잔 공짜로 주는 커피도 너무 맛있었다. 맥주 한 잔 주문해서 게임하면서 놀았던 아련한 추억때문에 그때부터 우리 커플은 카지노를 좋아했다. 

오랜만에 가본 카지노.. 그런데 2년 전에 갔을 때랑 느낌이 엄청 달랐다.
주말이라 그렇겠지만 사람이 엄청많았다. 앉기는 커녕 한번 코인을 올려 놓기 힘들 정도로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겹겹이 서있다. 그러다보니 슬쩍슬쩍 밀리고 밀치는 건 기본이고 미안하다는 얘기도 듣기 힘들다.

기분이 조금 이상했던 건 사람들이주는 인상때문이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암울한 기운이 곳곳에 있었다. 검은색 우중충한 옷을 입은 사람들, 테이블 옆에 쭈그리고 앉아 기도하는 아저씨, 무리지어 앉아 이야기하는 사람들.. 내가 왔다갔다 할 때마다 어쩐지 시선도 신경 쓰였다.
우리같은 관광객들도 있긴 했지만, 많지 않아서 그 수에서도 압도 당했다.
호주에서는 카지노에 들어갈 때  쫄쫄이 신발이나 반바지를 입고 가면 안되는 나름 엄격한? 드레스 코드가 있었다. 특히 주말에는 파티에 가는 것처럼 옷을 차려입고 갔었는데 이 곳 분위기랑은 너무 다르다.

운도 따르지 않아서 더 재미가 없었나보다.
설마 잃을꺼라고 생각하지 않던 마지노선까지 쓰고 왔다.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지노의 묘미가 있긴 하다. 엄청 가고 싶었던 만큼 원없이 놀다 왔다.

운이 따랐던 건 날씨였다.
여행 가기 전 날, 일기예보에서는 강원도에 '천둥번개+돌풍+우박+비'가 올꺼라고 했는데,
밤에 비가 좀 오긴 했지만 낮에는 파란 하늘도 오래 봤고, 우리가 돌아다닐 때는 비도 안 오더라.

일요일날은 조금 일찍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점심을 주문 실수로 40분을 기다리고 차도 엄청 막히는 바람에 저녁 7시가 되서야 도착했다.
조바심을 내며 급하게 시댁에 들어가보니 수민이는 곤하게 자고 있었다.
나를 발견했을 때의 표정을 보고 싶었는데...

처음으로 엄마랑 떨어져서 잔 거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어머니 말씀은 너희가 서운해 할 정도로 안 찾았다며.. ㅠ 
다음 주에 수민이 맡기고 병원에 가 있어도 될 것 같아 안심이 되면서도 조금 서운했다. ㅋㅋ 

떨어져 있을 때는 수민이 못본 지 1주일은 된 것 같더니,
현실로 돌아오니 여행 갔던 게 벌써 꿈 같다.

다음번 여행은 언제가 될 지.. 기약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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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1. 10. 12. 18:01

밤에 잠이 들면서 항상 생각하는 것.
'아.. 오늘도 하루를 보냈구나. 내일은 뭘 해야 재밌게 보낼 수 있을까..'

요즘은 수민이가 말귀를 제법 알아듣기 시작했다.
이제 티비볼 때는 알아서 소파에 앉아서 얌전하게 보고, 밥먹자고 하면 식탁의자에 올라가 앉아서 기다리는가 하면
기저귀나 옷 입을 때도 다리를 하나씩 들어서 입히는 걸 도와준다.

하지만 자기 마음대로 안되거나, 내 관심을 끌 때마다 소리를 지르는데
이건 롤러코스터 탈 때 비명 소리랑 비슷하다.
조용한 친정집에서는 온 가족 목소리 다 합쳐도 수민이보다 작겠다고..

잘 놀다가도 뭐가 마음에 안들면 갑자기 성질을 내고 뒤로 드러누워버린다.

시어머니는 수민이가 드러눕는 모습을 보시고는,
폭신한 이불 위에서는 벌렁 드러눕고, 딱딱한 바닥에서는 살살 드러눕는다고 한참 웃으신다.
어떡하면 아픈지 자기 나름대로 사는 방법을 터득해나가고 있는 듯..ㅋㅋ

평소에는 집에서는,
주로 책 보고 읽어주면서 놀고, 동요도 부르고, 색연필로 그림도 그리다가, 동물 모형, 장난감, 블록가지고 놀다가,
스티커북에 스티커 붙이면서 놀다가, 응가하면 화장실가서 물놀이를 한다.
놀이 방법은 많지만 하나 가지고 오래 놀 수 있는 집중력이 부족해서 이거 조금, 저거 조금 하다보면 시간은 별로 안 가 있고, 집안은 어느새 난장판이 된다.. 이러다 내가 먼저 지치면 결국 뽀로로를 튼다.

어떡하면 재밌게 (오래) 놀 수 있을까.. 놀이 방법 고민 중에 여러가지 시도도 해봤다.

국수 부러뜨리기- 부러뜨리는 건 관심없고 내가 통에 담아놓으면 사방에 뿌리는 재미.. (10분) 

 

이렇게 하루종일 집에만 있다보면 둘 다 답답해져서 밖으로 꼭 나가게 된다. 
장난감 빌려주는 도서관에 가고, 유아 공간이 있는 작은 도서관에도 가고, 친정에도 가고, 놀이터도 가고, 시장구경도 하고.. 그러다가 지난 화요일에는 양수랑 동네 키즈카페에 가봤다.

동네에 놀 데 많은데 뭐라러 돈 내고 키즈카페 가남.. 하고 있었는데,
보채는 수민이 데리고 코로 점심을 먹느니 한번 가보자 해서 가봤는데 꽤 괜찮았다.

들어가니 사방에 장난감이라 눈이 휘둥그레진 아들은 신이 났고,
아이들 봐주는 분들이 두 명 계셔서 내가 잠시 눈을 딴 데 둬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혼자 아이 데리고 와서 점심 먹으면서 쉬는 엄마들도 많았다.

아이 입장료 7000원 (2시간) + 어른은 식사나 음료를 주문하거나, 안먹을 땐 기본 4천원.
지난번에 뽀로로 마을 갔을 때는 어른 둘에 아이 하나 입장료만 2만 5천원이었는데,
여기선 수민이도 잘 놀고 나도 밥 먹으면서 쉴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모자 쓰기 싫어하는 아들..                                               아 쫌~! 싫다고~

 

애들 데리고 엄마들끼리 와도 좋을 것 같고, 
나도 지칠 땐 혼자라도 수민이 데리고 와야겠다..

생각해보면 이런 키즈카페 창업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엄마가 되보니 이런 시장이 보인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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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1. 10. 7. 22:11

홍엽이였던가, 누가 내게 둘째 태명이 뭐냐고 물었다.
그제서야 생각났다. 이제 임신 3개월.. 태명 지어주는 걸 깜박했다.

수민이 임신했을 때는
(게으른 엄마였지만) 그래도 나름 영어로 된 책을 소리내서 한 권을 다 읽어줬고,
(태교 목적은 아니었지만) 한자2급 공부도 해서 자격증도 땄고,
동화책도 읽어주려고 했고, 덕만아~하면서 말도 자주 걸어줬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입덧의 괴로움 외에 아기의 존재가 크게 인식이 안되다가
조금씩 배가 불러오니 이제야 좀 실감이 난다.
온통 관심은 수민이한테 가있고.. 그래서 둘째가 서럽다고 하는가보다.

그래도 아기가 태어나면 울 아들이 좋아하는 엄마가 아기만 붙들고 있느라 찬밥신세가 될텐데,
그때 되면 상황이 반전이 될테니 뭐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며칠 전에 산부인과에 갔다. 13주면 이제 성별도 알 수 있을 거 같아 기대하고 양수도 같이 갔는데,
안 알려 준다.. ㅠ
딸이어라.. 딸이어라.. 기도하는 나의 맘과는 달리,
초음파 영상에 보이는 다리 사이에 있는 저건 뭐니.. 
의사선생님은 탯줄일 수도 있다며 희망을 잃지 말라고 하지만,
(아들인지) 이미 알고 있으면서 내가 실망할까봐 안 알려주는 것 같은 느낌.

아... 미국행 비행기 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들네 집 간단 사람은 없고 다 딸네 간다고 하고,
양수가 유럽여행하면서 만난 가이드는, 대부분 사위가 장모님 모시고 온 경우만 많다더라 하고..
딸 낳아서 내가 비행기 타자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 힘들게 키워 놓으면 과묵한 아들보다는 내 옆에 와서 종알종알 같이 수다도 떨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딸이 있었으면 좋겠는 소망..  딸이랑 아들이랑 손 잡고 해변을 걷고 싶은 나의 꿈..ㅋ

그렇다고 셋째를 가졌다가 또 아들이면 어떡하냐..잉
아직 확실히 답을 들은 건 아니니 또 반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왜케 벌써 속상하지.. 미안하다 둘째야.. (아들이라면)ㅠㅠ
태명은.. 수동이라고 할까.. 수민이 동생. ㅋ

요즘 수민이는, 이렇게 운다.
(얼굴의 근육을 다 사용해서)

'파리채를 의기양양 들고다니는 수민이는
가끔 그게 빗자루인척 멈춰서서 바닥을 열심히 쓸고 다시 의기양양 걸어간다. ㅋㅋ'
- 조카바보 양수이모

Posted by kimberly
일상2011. 10. 6. 22:12

개천절 포함 꿀맛같은 삼일 연휴!

첫 날은 전에 살던 집 202호 은우 돌잔치에 갔다. 노보텔에서 하는 럭셔리한 돌잔치라 기대하고 갔는데 역시 음식이 다 맛있었다. 하지만 수민이는 우리를 편하게 먹게 놔두질 않더라.. ㅠ
한 번 큰 돌잔치를 치러본 엄마들은 다른 돌잔치 가서도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내가 그런 것처럼..

저녁에는 정희네 이사한 집에 놀러가기로 했는데, 시간이 애매하게 비어서 가던 길에 있던 서래마을에 들려서 산책했다. 이제 걷는데 자신감이 붙은 수민이는 계속 넘어지면서도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서래마을 놀이터

일요일에는 교회 갔다가 타임스퀘어 가서 쇼핑..

개천절에는 우리집에서 관악산까지 걸어갔다. 한 한시간 정도 걸었나?
약간 쌀쌀했지만 날씨도 좋고 길이 조용해서 오붓하게 이야기 하면서 걷기에 좋았다.
가는 동안 수민이는 낮잠 푹 주무시다가 엄마아빠가 쉬려고 자리잡고 앉자마자 눈을 번쩍 뜬다..ㅋ

관악산 올라가는 진입로는 한참동안 평평한 길이 이어져서 가족들이 나들이 하기에 좋은 것 같다. 가는 길에 평상도 있고 의자도 많고, 자연 체험관이 곳곳에 꾸며져 있어서 수민이 조금 더 크면 볼 거리가 더 많을 것 같다.

관악산

가져간 고구마도 다 먹고,
옆 자리에 온 할머니 할아버지도 이것저것 먹을 걸 나눠 주셨다.

이거 봤어요?
신기한게 많은 수민이...

많이 걸어서 피곤한 것만 빼면 이렇게 자연 산책 하는게 최고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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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