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리는 게 다였던 취미였는데 5년 전, 호주에 있었던 한 해 동안은 여유롭게 그림을 그리러 다녔다.
그 때도 바쁘긴 마찬가지였는데 뭐가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여유롭게 만들었을까?
가만히 두기엔 아까운 자연?
교환학생이 끝나고는 브리즈번에서 6개월 간 인턴을 했었다.
인턴이 끝날 때쯤에 나를 paid-internship으로 뽑아줬던 브루스와 늘 날 챙겨줬던 팀, 엄마같았던 재키 세 사람에게 꼭 보답하고 싶었는데, 좋은 선물을 살 돈이 없어서 결국 그림을 그려서 주기로 했다.
막상 안 그리던 그림을 그리려니 막막하더라.. 서점에서 괜찮은 비행기 이미지 책을 사서 그걸 보고 그리기 시작했다.
빨간 비행기는 망한 그림이었지만 계속 덧칠을 하다가 2주만에 성공을 했고 ㅋ 나머지 작은 그림 두 개는 인턴이 끝나기 하루 전날 새벽에 급하게 그렸다.
이 때 나를 그리게 만든 원동력은 선물을 줘야한다는 책임감과 쫓기던 시간이었을 듯..
(이 빨간 비행기는 참 잘 그렸다. ㅋㅋ 내가 살던 집 주인은 무거운데 한국에 가져갈꺼냐며 걱정하는 듯 두고가라고 하고, 오빠는 자길 안 줬다며 서운해 했다. 나중에 내가 유명해지면 저 그림들이 비싸게 팔릴 거라며 우리끼리 얘기한다...ㅋㅋ)
한국에 돌아와 다시 그림과는 멀어졌다.
수민이 임신했을 때도 태교에 좋다고 해서 꼭 그리려고 했으나.. 마음만 먹은 채 이렇게 시간이 흘러버렸다.
이제와 다시 그림 그려야 겠다는 마음이 생긴 건,
그냥 두고 보기엔 아까운 자연도 아니고, 선물을 주려는 것도 아니고, 마감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림 그리고 있을 때가 가장 나를 찾기 쉬운 방법인 거 같아서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꼭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하기로 했다.
엄마와 주부의 역할에서 벗어나 나를 찾기 위한 노력 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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