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 나들이2016. 8. 30. 11:55

기대에 부푼 마음을 안고 아침 9시가 조금 넘어서 국립생태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 들어가는 입구에 적혀있는 팻말... "오늘은 휴관입니다"

원래 월요일에 휴관인데, 공휴일이 월요일인 경우는(어제 광복절) 열고. 다음날에 휴관한다는 슬픈 사실을 여기에 와서 알았다.

이런..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지?


목적지를 잃어버린 우리는 정처없이 드라이브를 하고 있었는데, 남편은 가던 중에 내가 엄청 좋아하는 곳을 발견했다며 일단 내리라고 했다. 거기엔 창고를 활용해서 만들어진 <장항 문화예술창작공간>이 있었다. 안에는 카페도 있고, 정기적으로 전시와 공연을 하는 공간도 있었다. 서천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전시도 둘러보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다음 목적지를 검색했다. 날씨가 너무 뜨거워 대낮에 야외활동을 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왠만한건 다 패스... 

우리의 사정을 들은 친절한 주인 아주머니(??)는 우리가 갈 만한 곳을 소개해 주셨는데, 거기가 <아이마을,모시> 라는 곳이었다. 여기에서 아이들이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할 수도 있고 점심 식사도 할 수 있다고 해서 좋다고 출발했다. 



아이들 셋이라 컵 세개를 만들었는데, 처음에 관심있어 하던 녀석들이 어려움에 부딪히자 동생 둘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덕분에 남편이랑 내 숙제가 되어버렸다. 남편의 맥주컵은 엄청 무거워 보였고, 내 커피잔은 투박했다. 이쁜 컵도 안 사던 내가 이 못생긴 컵에 만오천원씩 쓰다니... ㅋㅋㅋ 그래도 수민이는 컸다고 끝까지 완성했다.  

무엇보다 이 곳에서의 점심은 정말 만족했다. 반찬도 각각 다 맛있었고,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달까.. 


<아이마을,모시> 카페&식당


여기를 나와서 병원에 계신 할머니께 갔다. 

서천에 계신 친할머니가 건강이 갑자기 많이 안 좋아지셔서 근처 요양병원의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는데, 연세가 벌써 93세셨기 때문에... 사실 서천으로 온 이유도 할머니를 돌아가시기 전에 뵙기 위해서였다. 

아이들 데리고 병원에 들어가면 소란스러워서 나랑 수민이만 들어가서 할머니를 뵈었다. 숨 쉬는게 어려워 보이시고, 눈에 촛점이 없으셨다. 나를 못 알아보시는 것 같았는데, 다리를 주물러드렸더니, 아프다고 하시고, 또 올까요? 헀더니 "마음대로 혀"라고 하시고... 그래도 아직 정신이 있으실 때 뵐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병원을 나서는데, 아프신 할머니를 두고 우리는 놀러다닌 다는 게 죄책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병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내가 필요한 곳은 아이들 옆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괜찮다며 나를 위로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으론 죄스러웠다. 어쨌든 내일 엄마가 내려오시기로 했으니 그 떄 다시 찾아뵈기로 했다.


병원을 나서니 2시쯤... 이제 또 어디로 가나?

일단 커피숍에 가서 내 커피와 아이들 스무디를 한잔씩 사줬다. 그런데 어찌나 장난을 치는지... 카페에서 아이들 귀엽다고 주신 과자를 사방에 다 흘리고 소란스럽고 민폐가 따로 없었다. 



아이들을 재촉해서 밖으로 나와 이번엔 서점으로 갔다. 갯벌에서 사는 생물에 대한 책을 사고는 좀 쉬려고 숙소로 갔는데, 눈 좀 붙이려고 했더니 아이들이 올라타고 싸우고 난리도 아니다. 


다시 몸을 추스려ㅠㅠ 다시 갯벌로 갔다. 그런데 수민이는 갯벌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반면 수현이는 옷이 지저분해진다고 안 간다고 한다. 결국, 수현이랑 나는 갯벌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기다렸다.

갯벌 앞에 크고 작은 바위들이 많아서 아이들 가기에는 조금 어려웠지만, 슈퍼맨인 남편은 아이를 안고 메고 잘도 갔다. 힘들다는 소리 한 마디 없이... 수민이는 혼자서 씩씩하게 앞장서서 잘도 갔다. (정말 많이 컸다)


힘들다고 하는 수현이 형을 아빠가 안아서 데리고 오는 동안 의젓하게 가방을 지키는 수빈이..

그 사이에 수민이는 이미 저만큼 갔다. (콩알만하게 보임)

이수민 왈, "이정도야 식은죽 먹기지!!"

숙소로 가는 길


숙소에 가서 전체 샤워를 하고, 옷을 빨고, 저녁으로 짜장면을 먹으러 나갔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하루종일 뺑뻉이 돈 느낌이다. 그런데 아직도 휴가의 중간이라니... 하아... 끝나길 기다리는 이런 느낌은 또 처음이다. ㅋㅋ

모두가 잠든 후에 홀로 베드민턴 올림픽 중계를 보면서 내일은 생태원에 가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6. 8. 24. 12:08

휴가 이틀째.

보은에서 하루 일찍 나섰기 때문에 숙박할 곳을 급하게 찾았다. 우리는 어차피 하루종일 밖에서 놀다가 잠만 잘 꺼기 때문에 싼 민박 위주로 검색했다. 말은 아무 집이나 가자고 했지만, 남편과 나의 까다로운 입맛에 딱 맞는 집을 찾기는 어려웠다. 서천에 도착해서 차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급 검색... 

<바다향기 *션> 펜션에 전화를 걸어 2박에 15만원으로 합의를 봤다.


숙소는 깨끗한 편이었고, 에어컨과 TV, 주방시설도 갖춰져 있고, 바로 바다가 보였고, 바람이 잘 통해서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시원했다. 가장 좋았던 건 갯벌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는 것! 조개 캐는 도구들을 빌려갈 수 도 있었다.


갯벌에 언제 갔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아이들이 없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번거로움과 수고를 감수했는데, 역시 아이들과 함께하니 재미있었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그냥 발바닥에 조개가 잡혔다. 나는 발가락으로 조개를 잡았을 정도! 


작은 게 발견~ 무서워하는 수빈이~

게와 소라게도 발견~

앞장 서서 가면서 빨리 오라고 몇 번을 말했는지? 둘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삼매경...

비싼 모시조개인 줄 알았는데, 흔한 동죽이었음ㅋㅋ


오후 5시쯤 해질 무렵부터 7시까지 조개를 캤다. 

하루 해감을 해 놓았지만 다음날 먹어보니 그래도 모래가 씹혀서 조개 똥을 일일히 뻈다. 수고에 비해 양은 참 적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열심히 받아 먹은 걸로 만족했다.


갯벌에서 내가 궁금했던 생물은 바로 이것,

갯벌 초입에서 많이 발견했는데, 미끈하고 물컹한 살덩어리였고 껍데기가 없이 기어다녔다. 


정체가 뭘까 궁금해서 수민이한테 "갯벌에 사는 생물 책이 있나 서점에 가볼까?" 했더니 계속 책 사러 가자며 노래를 불렀다. 결국 다음 날 서천에 있는 유일한 서점에 가서 Britannica 만화백과 <갯벌> 책을 샀다. (수민이가 보기에는 수준이 조금 높았지만, 그래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궁금했던 생물의 정체는 '민챙이'였다. 암수한몸이지만 건강한 유전자를 위해 다른 민챙이와 교배한다. 참 신기하다. 이렇게 갯벌 먹이사슬의 최하위층도 다양한 유전자가 종족의 번식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

최소 비용으로 대량생산을 하기 위해 유전자 주사를 놓아 가축들의 유전자를 획일화시키는 인간과는 대조적이다. 돈 때문이다. 무엇이 더 중요한가? 심지어 이 먹이사슬의 최하층도 아는데...


다음날 서천 국립생태원에 가기로 했는데, 그래서인지 아이들보다 내가 더 기대를 많이 한 것 같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6. 8. 24. 11:53

보은할머니 생신을 맞아 가족 식사 약속이 보은에 일요일 점심에 잡혔다. 덕분에 우리 휴가는 계획보다 하루 일찍 시작했다. (교회도 못 가고ㅠ)


보은 작은아버지댁에 가면 젖소들을 볼 수 있어서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소들에게 먹이도 주고, 송아지한테 우유도 주고, 젖짜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사람들에 부대끼지 않고 시간에쫒기지 않고 편안하게 관찰할 수 있다. 어떤 체험학습에 가도 이런 경험은 할 수 없을 꺼다. (소들이 낯선 사람이 있으면 겁을 먹어서 젖이 평소보다 안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개방이 어려울 수도) 


심지어 암탉이 낳은 알을 가져와 바로 계란후라이를 해서 먹기도 했다. 수민이는 그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나 보다. 수시로 닭장에 가서 알을 낳았는지 체크를 했다.


수현이는 예전에 와본 기억이 가물가물한데도 익숙해보였다. 가까이 가는 것도 무서워하지 않지도 않고 심지어 괜찮다며 송아지 입에 손가락을 넣어 쪽쪽 빨게 하기도 했다. (송아지는 우유가 안 나오자 다시는 빨지 않았지만 수현이는 간절하게 손가락을 내밀며 기다렸다)


소 혓바닥도 무섭지 않아~

소 젖이 모아지는 모습 구경- 신기해하는 수현이 눈썹...ㅋㅋ

(어느정도 통에 차면 진공상태가 되어 우유만 빨려 들어감)


청소도 열심히~

우리가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데도 무서워하지 않고 잘 다가가는 아이들/ 작은아버지께 바둑배우기~      

근처 강 기슭에서 물놀이도...


여기에 오면 장난감이 없어도 아이들은 참 잘 논다. 작은어머니가 농담으로 아이들에게 "엄마,아빠 가라고하고 너네만 여기서 세밤만 자고 갈래? 세 밤 자고 엄마가 데리러 오라고 할까?" 했더니 아이들은 반색하며 좋아했다. 

작은어머니가 허리가 아프신데, 우리가 있으면 아무래도 신경 쓰일 것 같아 우리는 하루 일찍 다음 일정으로 가기로 했는데, 수민 수현이는 여기서 세 밤 자고 가기로 했다며 안 가겠다고 운다. 아무리 더 재미있는 곳에 갈 거라고 이야기 해도 진정이 안된다. 정말 좋은가보다... 


보은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역시 아이들은 시골에 이렇게 풀어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휴가에서 돌아온 뒤에 서천 시골에 갔을 때, 아이들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논, 밭,산이 펼쳐져 있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었는데... (한 낮이라 덥기도 했겠지만) 아이들 관심의 차이는 살아있는 동물이 있느냐 없느냐였던 것 같다.


놀아본 사람이 놀 줄 안다고 도시에서 티비와 게임, 놀이터, 키즈카페에 길들여져있는 아이들이 여기서 뭘 하고 놀겠나... 무엇보다 문제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소개시켜주고 싶은 나의 마음과 달리 내가 지천에 널려있는 식물들 이름을 모른다는 것이다. 

길가에 보라색, 흰색 꽃이 함께 피어 있었는데, 무슨 꽃이고 왜 색이 다르게 피는지 궁금했는데 설명해 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엄마한테 물어보니 도라지였고, 더 알아보니 꽃에 따라 도라지 종류가 달랐다. (흰꽃은 백도라지.. 꽃이 겹으로 되어 있으면 겹도라지)


알아야 아이들한테 설명을 해 줄 수 있을 텐데, 도시의 편안하고 깨끗한 삶에 익숙해져있는 나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동기가 생기니 관심도 생긴다. 


어쨌든 일주일의 휴가 중 첫번째 목적지를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 서천으로 출발했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6. 8. 8. 15:49

조카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양수 이모의 초대로 평택에서 2박3일을 지냈다. 


첫 날은 평택 가는 차 안에서 아이들을 재워서 수월하게 넘어갔는데,

다음 날, 일찍 일어난 아이들과 쉬지 않고 놀아주다가 시계를 보니 12시... OTL 오늘도 하루가 길겠구나.. ㅠ


점심을 먹고 더울 줄 알면서도 밖으로 나왔다. 카페와 놀이터, 집 앞에 있던 분양하우스 구경(다행히 안에 볼풀장이 있었음), 바닥분수 한 시간을 놀고 집에 돌아오니 6시. 막내는 그 시간까지 안 잤다. 


역시 아이 셋과 하루종일 풀로 놀아주기는 너무나 지친다.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 ㅋㅋ

한편으로 난 양수가 이젠 다시 초대하지 않겠다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 이모는 불평 한 마디 없이 우리에게 헌신해 주었다!!!


(오전 활동: 아이언맨 게임-TV보기-물감으로 그림그리기-딱지치기-숨바꼭질)

수현이가 찍어준 우리 사진


재미있었던 건, 우리가 갔던 소사벌지구의 카페에서 생전 들어보지 못한 개구리 소리가 들렸다는 것. 

아이들과 무슨 개구리 소리인지 한참을 검색하다가 <평택소사벌지구 금개구리 발견> 이라는 글을 찾았다!


"지난 6월 22일 소사벌택지지구 2호 근린공원구획 내에서 맹꽁이 3개체가 발견되어 시작된 조사는 현재 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와 사후환경조사를 맡은 용역업체가합동 조사팀을 구성하여 한각유역환경청에 신고한 후 맹꽁이가 확인된 여러 지역에 펜스와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팻말을 설치하고 맹꽁이 트랩을 설치하여 포획중이며,9월말까지 구조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출처 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의 블로그>


우리가 들었던 개구리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맹꽁이었다. 알고 나서 울음 소리를 다시 들어보니 "맹~꽁~ 맹~꽁~" 하고 들렸다. 와~ 너무 신기했다! 내가 이 정도였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좋아했는지... 그 표정이 생생하다. 

이렇게 청각으로 들어 배우는 걸 어떻게 글로 읽어 아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 자연에서 살지는 못하더라도 이렇게 자연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곳에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굳혔다.

또 이 일은 새로운 재능기부수업에 대한 힌트가 되었다. 다양한 개구리 소리를 들려주며 개구리라고 다 똑같은 개구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 멸종위기 동물에 대한 이야기도... (근데 난 왜 자꾸 이런 생각을 하는거지)


더 큰 수확은 저녁에 있었다. 양수가 심리상담센터장인 제부에게 몇 달 전부터 부탁을 했던 수민, 수현이의 심리검사. 

검사마다 거의 약 30분 이상 걸린데다 나에게 결과를 설명해주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퇴근하자마자 우리에게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 준 제부에게 너무나 고마웠다... 이 내용을 글로 정리해서 보내주기까지!!



무엇보다 심리검사 결과로 나의 양육태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같은 이야기라도 남편이 나에게 했다면 잔소리로 들렸을 이야기가(no offense) 전문가의 검사 결과를 통해 들으니 납득이 갔다. 


수민이의 주의산만함은 바둑과 독서로, 돈에 대한 집착은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메세지를 심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왜 수민이가 돈을 이렇게 좋아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수민이에게 평소 내가 "아빠가 회사를 가야 돈을 벌고, 그래야 우리가 맛있는 것도 먹고, 장난감도 살 수 있다"는 이야기. 또 뭔가를 사달라고 했을 때 "돈 없어서 안돼" 라고 했던, 무의식적으로 했던 한 마디가 아이들에게 이렇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차 싶었다. 다시 한번 모든 언행에 주의해야 한다는 깨달음... (참 아이들 바르게 키우기 힘들다ㅋ)


수현이의 슬픈 마음과 낮은 자존감의 원인은 주로 형과의 비교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수현이가 멀리 뛰기를 하고 나에게 "나 잘하지?" 했는데, 수민이가 옆에서 그게 뭐가 잘하는 거냐며 자기가 더 멀리 뛰며 으스댈 때)

이것은 내면은 연약하지만 강하고 싶은 수민이의 마음과 매번 부딪힌다. 그래서 수민이는 수현이에게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고, 수현이는 그런 형 옆에서 매번 자신은 못한다는 메세지를 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 돌아와 수민이에게 수현이의 이런 모습을 이야기 하며 수현이에게 조금 부드럽게 이야기 하고, 칭찬을 많이 해주자고 했다. 심리검사 결과라고 하니 수민이도 훨씬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정신없는 2박 3일. 이런 일상에 익숙하지 않아서 더 힘들었을 양수와 제부에게 감사한다.

결혼을 한 이후로 여동생이 이렇게 큰 의지가 되다니. 정신적으로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나중에 양수네가 아이를 낳으면 그때는 내가 도와줄 차례. 내가 조카에게 사랑을 베풀 차례.

벌써 기대가 된다. 

(이왕이면 이쁜 딸로~!!!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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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특별한 날2016. 8. 2. 11:18

어린이집에서 분기별(?) 한 번씩 진행하는 학부모 재능기부수업. 큰아이 반은 매년 한 번씩 벌써 두 번이나 했는데, 수현이네 반에서는 한 번도 못했다. 작년에는 수현이네 반이 수업을 하기엔 어리다고 생각했고, 몇 달 전에 신청했을 때는 마침 막내가 수족구에 걸리는 바람에 미뤄지고 또 미뤄지다가 이제야(7월초) 결국 했다.


수현이가 왜 자기는 엄마 선생님 안 하냐며 시무룩해 하길래 이번에 제대로 하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또 장수풍뎅이를 주제로 하기에는 이미 두번 수업을 한 터라 조금 식상했다. 애들은 처음이라 좋아하겠지만... 

그래서 그동안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이렇게 활동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던 책 두 권을 골랐다. 

책을 읽어주고 독후활동을 하기로.


첫번째 책은 <나뭇잎 손님과 애벌레 미용사>


---------내용-----------

1. 초록색 이파리 머리가 너무 커진 나뭇님 손님이 머리를 자르려고 애벌레 미용사에게 찾아간다. (여름)

2. 미용사가 열심히 염색도 하고 잘라주지만 까다로운 손님은 마음에 들지 않고, 

자르고 자르다 머리가 없어진 나뭇잎 손님이 슬퍼하자 여러가지 나뭇잎을 꽂아준다. (가을)

3. 머리가 마음에 들어 집으로 가는데 비가 많이 와서 머리에 꽂아준 나뭇잎이 다 떨어진다.

슬퍼서 나무 집으로 돌아온 나뭇잎 손님은 잠이 든다. (겨울)

4. 한참을 자고 일어나보니 머리에 작은 새싹이 돋아나 기뻐한다. (봄)

--------------------


아이들이 직접 미용사가 되어 나뭇잎 손님의 머리를 꾸며주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모양과 색깔이 다른 나뭇잎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1. 딱딱한 종이에 구멍을 뚫어서 무늬를 물감으로 찍어 표현할 수 있도록 

        2. 색종이로 단풍잎 모양으로 자라서 붙일 수 있도록

        3. 양면테이프를 잎사귀 모양으로 잘라서 반짝커로 반짝이는 잎사귀 표현


하루 전, 만들기 재료 준비~

예시로 만들어 봄... 대충 그린 사람이 별로 예쁘지 않아서,

포토샵으로 나뭇잎 손님을 만들어서 프린트했다.


다음날, 본격적인 수업~

프린트 한 나뭇잎 손님은 연습용으로 쓰고, 

선생님이 미리 준비해 주신 아이들의 사진에 머리를 꾸며 작품을 완성했다.


시간이 남으면 하려고 가져갔던 두번째 책은 <커다란 방귀>.


작년에 파주 출판도시에 놀러 가서 시공출판사 서점에 들렀는데, <커다란 방귀> 활동지를 무료로 가져갈 수 있었다. 입구에 활동지가 쌓여 있길래 나는 욕심을 부려 20장을 챙겨왔다 (허락받고, 그냥 가져가기 미안하니 책도 두 권 샀다). 1년이 넘어서 이제야 활용하다니.. ㅋㅋ


코끼리 방귀에 날아간 동물들...  활동지에 있는 코뿔소, 사자 등의 동물을 오려서 빨대로 불어 보기 

(무거운 것은 가깝게 떨어지고 가벼운 것은 멀리 날아가는 모습 관찰)


이건 미리 오려간 동물들을 거리에 맞게 공중으로 날리면서 책을 읽어 주었다. 확실히 책만 읽는 것보다 아이들이 좋아한다. ㅋㅋ 

시간이 없어서 가져간 활동지는 친구들에게 집에 가져가 해보라고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아이들과 한 시간을 꽉차게 놀아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할 때마다 느낀다. 특히 이렇게 많은 아이들과 있으면 여기저기서 도움을 요청하기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엄마를 동시에 부르는 아이 셋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이들을 도와주다가 문득 선생님을 봤는데 선생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어쩐지 미안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얼마나 힘드실지 이 수업을 통해 느낀다. 이건 이 수업의 취지와 확실히 부합하는 것 같다. 다만 신청하는 사람이 없을 뿐...ㅋ


어쨌든 수업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고, 수현이가 내가 책을 읽어줄 때 굉장히 자랑스런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봤다고 하셨다. ㅋㅋㅋ 수현이에게 어땠냐고 물어보니 엄마가 너무 일찍 가서 안 좋았다고 했지만, 수현이 외에 친구들에게도 좋은 시간이 되었을 거라 짐작한다. 물론 어린 시절 선생님을 꿈꿨던 나에게도 간접적으로 꿈을 실현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다.


여러모로 좋은 시간이었지만, 당분간은 재능기부 수업은 하고 싶지 않다...ㅋㅋ


이 한 시간을 위해 나의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하루 전 날 수업 준비를 자르고 오리느라 새벽 1시까지 했고, 책을 빌리려는데 (미리 빌리는 걸 깜박함) 다 대여중이라 이 도서관, 저 도서관 찾아다니고, 수업 당일에는 10시까지 가야 하는데, 수빈이 소아과에 들렀다가 가느라고 몸은 힘들고 마음은 분주했다.  


조금 마음이 여유로와지고 좋은 수업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할까보다.



Posted by kimberly
일상2016. 7. 21. 21:12

두 달 사이 하남에 다섯번째 방문했다. 

올 때마다 나름 목적이 있었는데, 처음 남편과 이곳으로 이사를 오겠다는 확실한 마음이 생긴 후로 올 때마다 우리는 점차 그 계획을 구체화 시켰다. 일단 오면 놀 거리도 많아서 어른과 아이들의 시간을 모두 알차게 보낼 수 있다.


7월 3일

                                                                             우리가 찜해 놓은 집ㅋㅋ


세번째로 갔던 날은 분양하는 아파트 모델하우스 구경을 갔는데, 그 근처에 놀이터 물놀이장을 발견했다. 기존의 놀이터에서 여름에 물놀이를 할 수 있게 배수시설을 해 놓았는데, 너무 잘 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심지어 안전요원까지 있었다... 이 날은 수영복이랑 수건 등 아무 준비를 못 해왔기 때문에 다음 주에 다시 왔다.


7월 9일 - 놀이터 물놀이장

한시간 논 다음에는 십분간 휴식시간을 갖도록 안전요원이 지도함

폭포 속에서 태권도 수련중인 수민 ㅋㅋㅋ

 

비싼 돈 주고 워터파크 갈 필요가 없다. 나는 이런 합법적 무임승차가 너무 좋다. ㅋㅋ 

우린 이런 물놀이장을 처음 봤기 때문에 감흥이 남달랐는데, 이 날 같이 놀러 갔던 문수씨네 가족은 용인에는 이런 곳이 많다고 했다. 알아보니 성남시나 용인시에는 무료 물놀이장이 몇 군데 있었다. (그런데 이런 놀이터 물놀이장은 아니고 수영장 느낌) 하남시에는 여기 말고도 유니온 파크에도 이런 놀이터 물놀이장이 있다.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아... 여기 정말 매력적인 곳이다.  


지난 주에는 우리가 점찍어 놓은 동네 세 곳을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확인했다. 


7월 17일

<선택1> 덕풍초 근처

<선택2> 나룰초 근처

<선택3> 미사강변초 근처

 

찾아보다 보니 선택의 폭이 더 많아졌다.

꼭 미사신도시가 아니더라도 미사신도시 바로 옆에 붙어 있으면서 편의시설이(이마트와 도서관 등) 다 있는 덕풍동(선택1)도 괜찮았다. 미사신도시 안에 있는 망월동(선택3)은 집 앞에 놀이터가 아닌 수변공원이 펼쳐져 있다. 초등학교 통학로가 따로 조성이 되어있다는 것도 장점이지만 아직 편의시설은 부족하다.

하루에 선택지 세 곳을 돌아다니며 저녁 8시 반까지 논 수민이는 셋 중에 어디가 좋냐고 했더니, "개구리 소리랑 매미소리가 다 들리는 곳이면 좋겠어" 라고 한다. (망월동에서 집에 가기 전에 수변에서 개구리떼가 우는 소리가 들림)

덕풍동과 망월동의 대결... ㅋㅋ 어쨌든 이번에 이사를 하면 아이들의 초,중,고 시절을 모두 보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이토록 신중한 우리의 최대 관건은 이사 시기다.

어린이집 문제로 최대한 늦게(내년 2월) 이사가는 것이 좋지만 매물은 9~10월에 많이 나올 예정이기 때문에 고민이 된다. 어린이집 때문에...

남편은 회사 어린이집에 보내면 된다고 하지만, 수민이에게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는 것이 엄청난 스트레스일 수 있고, 남편이 등하원을 도맡아 하겠다고 하지만 항상성의 문제다. 일주일에 한 번만 야근을 한다고 해도 아이들은 집이 아닌 곳에서 7시가 넘어서까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운전이 무섭다.

 

이사하자니 신경써야 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지금의 집은 전세로 주고 갈 것인가. 팔 것인가...

이번 주에는 친정엄마 모시고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모델하우스 구경가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 달은 한 주도 빼놓지 않고 가는구나..

 

이 이야기는 해피앤딩이 될 수 있을까?

우리가 끝까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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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6. 7. 17. 22:14

나의 아빠는 서울메트로에서 20년이 넘게 근무하셨다. 옛날에는 직원들에게 매 달 지하철을 무제한으로 공짜로 탈 수 있는 직원권과 가족권 한 장씩이 나왔는데, 내가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그 가족권은 내 차지가 되었다. 
직사각형으로 생긴 그 지하철표는 일반 표와 크기는 똑같았지만 하얀색이었고, 특이할 점은 모서리가 둥근 모양이었다. 아빠가 뾰족한 지하철표 모서리를 둥글게 잘라주셨기 때문이다. 찔리지 말라고. 
그 지하철 표는 나에게 아빠의 사랑이었다. 


아빠가 나를 사랑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나의 아빠는 사랑의 표현을 거의 하지 않으셨다(대부분 우리의 아빠들처럼). 아빠는 칭찬에 인색하셨고, 우리는 서로 말도 잘 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었다. 스킨십은 커녕 뭔가를 아빠와 함께 했던 기억이 거의 없다. 어린시절 나에게 아빠는 한없이 무섭고 어려운 존재였다. 


그에 비해 우리 아이들의 아빠는 어떤가. 나는 우리 아이들이 진심으로 부러울 때가 종종 있다. 나의 남편은 정말 좋은 아빠이기 때문이다. 아빠와 스스럼 없이 대하는 나의 아이들은 참 행복해 보인다. 


아빠와 엄마의 육아방식은 다르다.
나는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앉아서 하는 정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반면, 남편은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준다. 남자 아이들이라 그런지 셋 다 아빠랑 하는 괴물놀이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런 거친 몸놀이는 내가 억지로 노력한다고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나는 아빠만의 고유한 자극이 우리 아이들을 좋은 방향으로 잘 성장시켰다는 확실한 믿음이 생겼다.


몇 주 전 토요일, 큰아들이 태권도장에 갔다. 끝날 시간이 되어 내가 수민이를 데리러 갔다. 그 때 수민이가 사범님과 마주보고 서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수민이와 이야기 하고 있는 사범님의 표정이 묘한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해져서 수민이에게 물어봤다. 

그 날 게임에서 이긴 팀은 뽑기 기계를 이용할 기회를 얻었는데, 수민이가 거기서 30점 체크쿠폰을 뽑았고, 수민이가 사범님에게 가서 체크로 바꿔달라고 했더니 사범님은 월요일에 바꿔 주겠다고 하셨나보다. 수민이왈 "그런데 내가 월요일까지 기다리기 싫어서 '싫습니다!'라고 했어. 태권도에서는 '~합니다' 이렇게 이야기 해야되거든." 한다. 

나는 거기서 권위자에게 싫은 걸 싫다고 말하는 큰 아들의 용기를 보았다. 그리고 작은 통쾌함을 느꼈다.  

나는 어렸을 때 절대적으로 순종적인 아이였기 때문에 만약 사범님이 "월요일에 줄께." 라고 했으면, "네"하고 돌아서서 가는게 나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싫습니다!'라니...상상할 수도 없다.ㅋㅋㅋ

아주 사소한 일일 수 있지만, 이 일로 인해서 아빠의 역할이 아이들의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어렸을 때 무서운 아빠 아래 항상 눌려있던 나는 순종적일 수 밖에 없었고 그게 착한 아이가 되는 유일한 길이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아빠와 평등한 관계 속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권위자에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던 거다.

그동안 블로그에 남편에 대해서 쓰고 싶었는데 쓰지 않았다. 왜냐면 너무 자랑 같았고, 한편으론 한없이 남편을 찬양하기에는 완벽하지 않은 남편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좋게만 쓰기에는 배가 아팠달까. ^^;
하긴 나도 완벽하지 않으면서 남편에게 그걸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부당한 일인가...

감사하기로 생각하면 감사할 일이 넘친다. 
남편은 목욕탕에 아이 둘을 혼자 데리고 가는데, 막내는 아직 어려서 안 데리고 가지만 나중엔 셋 다 데리고 가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내가 따라가지 않아도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수영장으로, 공원으로 혼자 데리고 다닌다. 남편의 모습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가. 다른 가족을 만났을 때 다른 아빠가 자기 볼 일을 보러 사라져서 나타나지 않거나 할 때는 정말 당황을 넘어 충격적이다.ㅋㅋㅋ 

네이버에 '아빠와 함께한 순간' 콘텐츠 공모전이 있어서 아빠로 지낸 7년의 사진을 영상으로 만들어봤는다. 7년 간 아빠와 아이들이 찍힌 사진을 찾아 모아보니 정말 많다. 
이 세월이 한 순간 쌓아올린 것이 아니구나. 

(참고로 마지막 멘트는 아빠가 직접 말한 것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ㅋㅋㅋ)


<아빠의 7년 with 3 sons>


나는 항상 카메라 뒤에 있지만, 사진 속의 웃는 아이들 얼굴을 보면 참 행복하다. 

[출처] 아빠와의 관계|작성자 킴벌리


[출처] 아빠와의 관계|작성자 킴벌리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6. 6. 18. 21:35

가끔 지인들이 세 아이들이 어떻게 다르냐고 묻는다.

그럴 떄 나는 첫째는 학자, 둘째는 예술가, 셋째는 운동선수 기질이라고 한 마디로 아이들을 정의한다.

물론 이 단어만으로 아이들의 복잡한 성격을이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게 말하는 나도 편하고, 상대방도 이해가 쉽다.


학자라고 설명한 첫째 수민이는 자기가 원하는 것에 대해서 집착이 심한 잔소리쟁이다.


수민이는 칭찬스티커 붙이기를 좋아하는데, 집에서 붙이는 것 외에도 어린이집과, 태권도장, 교회 각 장소에있는 칭찬 스티커를 정말 열심히 모은다. 

집에서 한 번 칭찬스티커를 붙여주겠다고 말하면 내가 붙일 때까지 왜 안 붙여 주냐고 쫒아다닌다. 어린이집에서도 줄곧 칭찬스티커 1등을 유지하는데, '오늘은 누가 1등이고 누가 2등이고 누가 3등이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칭찬스티커 이야기다. 어쩌다 결석한 다음 날에는 등원해서 제일 먼저 칭찬스티커를 확인하면서 자기가 결석을 했는데도 1등이라며 신나했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돈은 얼마나 좋아하는지... 돈을 좋아하는 수민이의 지난 생일에는 외할머니가 500원 뭉치를 생일 선물로 주셨다. ㅋㅋㅋ 그 때 주신 돈이 4만 5천원어치였는데, 올해 설날 내가 통장에 넣었다고 한 새뱃돈 10만원과 합쳐서 자기는 돈이 14만 5천원이 있다며 여기서 항상 지출 내역을 더하고 빼면서 계산을 한다.

이렇게 돈을 아끼고 모아서 나에게 가끔 커피를 사준다. "엄마는 예쁘니까 사줄께" 하면서... ㅋㅋㅋ


그러다 보니 자연히 숫자도 좋아하게 되었다. 두자리 수를 암산으로 더하고 빼기를 즐기고, 아빠랑 종이 돈으로 장난감을 사고 파는 시장 놀이를 좋아한다. 도서관에서도 수민이 책은 항상 경제 관련 책만 빌려오게 된다.

그러고보니 학자가 아니라 사업가 기질인 것 같다. 자기는 나중에 엄청 돈을 많이 벌어서 핸드폰이랑 컴퓨터를 살 꺼라며... (게임하려고!!!)


아빠랑 시장 놀이 중...

"3만 8천 3백 10원 이수민돈" 자주 저렇게 저금통에 있는 돈을 세고,

저 돈으로 나에게 커피를 사준 다음에는 커피값을 빼서 적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런데 수민이는 가끔 자기가 집중하는 것 외에는 정신을 놓고 있는 때가 많다. 

어느 날 아침에는 바지만 갈아입고 상의는 그대로 입고있길래 왜 옷을 안 갈아입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갈아입었다고 했다. 알고보니 입었던 옷을 벗어서 바닥에 내려놓았다가 다시 그대로 입었던 거다. 멍 때리는 시간이 자주 있달까. 자주 이러다보니 나는 수민이에게 정신차리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ㅋ


욕심이 많은 수민이에 비해 둘째 수현이는 욕심이 없다.

곰돌이 젤리를 다섯개씩 나눠주면 수민이는 너무 아까워 엄마에게 줄 수가 없는데, 수현이는 나에게 먹으라며 하나를 주고, 또 주고, 마지막 하나가 남으면 그걸 또 반으로 나눠 준다.


딸이 부럽지 않은 애교쟁이 수현이!

 사진만 들이대면 요런 표정으로... 


말은 얼마나 예쁘게 잘 하는지! 형이 돈이나 칭찬스티커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옆에서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건 우리 가족! 그리고 장수풍뎅이! 이런거야" 한다. ㅋㅋㅋ  

음악이 나오면 춤을 추는데, 뭔가 현대무용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동작들을 춘다. 한번도 보지 못했을 발레 동장을 흉내내기도 하는데, 수현이는 태권도를 좋아하지 않아서 나중에 발레를 시켜볼까 싶다.


어린이집에서는 특히 여자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 친구들이 동시에 같이 놀자고 하면 그 중에서 고르기도 한다고 하고, 어린이집 하원 때는 수현이를 애타게 기다리는 친구도 있다. 내가 가면 수현이 엄마 왔다고 뛰어들어가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 기다린다는... 아무래도 수현이는 여성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다. 핑크 여자 미키마우스 팔찌를 소중하게 하고 다니는 것만 봐도 그렇다. ㅎㅎ


그런데 이렇게 사랑스런 수현이도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감정이 예민한 편이라 누가 자기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예를 들면 미끄럼틀을 탄 수현이 머리가 정전기 때문에 하늘을 향해 서 있는 걸 보고, 아빠가 "수현아, 니 머리좀 봐~ 이게 왜 그런지 알아?" 하면서 설명해 주려고 했더니, 자기를 놀리는 줄로 알고 "그런 게 아니야!!!!!" 소리를 지르며 동네가 떠나가도록 한참을 운 적도 있다. 

이런 수현이의 감정상태를 이해해보려고 한동안 미술치료에 관한 책을 빌려다 보기도 했다. 


뭔가 기분이 안 좋을 때는 풀기가 힘들다...


섬세한 수현이가 형이랑 동생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다. 


예전에는 아빠랑 수민, 수현 형제가 괴물놀이를 했는데, 끝난 뒤 수민이가 아빠에게 묻는다. 물리치는 과정에서 누가 더 셌는지... 아빠가 수민이더러 네가 더 셌다고 하자마자 나는 수현이한테 절대 이야기 하지말라고 당부했다. 그럼 수현이가 속상해 할 꺼고 나는 달래기 힘드니까. 

그런데 수민이는 "말하고 싶다. 말하고 싶다."를 중얼거리며 계속 말하면 안되냐고 묻는다. 결국 참지 못하고 수현이에 가서 아빠가 자기가 더 셌다고 했다며 말함...ㅋ


수현이는 이렇게 매번 형에게 비교 당하고 동생은 수현이를 만만하게 본다. 두 형들 중에서도 특히 수현이 형이 갖고 있는 건 다 자기꺼라는 생각을 하는 듯? 수현이가 가지고 있는 것마다 빼앗고, 집에서도 막대기칼을 가지고 수현이를 쫒아다닌다. 



위 아래에서 치이다보니 애교로 무장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랑 받으려고... 애교 많은 건 둘째의 보편적인 특성일 수도.

그런데 원래 애교는 막내가 많아야 하지 않나? 그런데 우리집 막내 수빈이는 뽀뽀에도 인색하고, 매사 무표정이다.

 

수빈이는 몸으로 놀 때 제일 행복해 하는 것 같다. 특히 '과격하게' 노는 걸 좋아하는데, 거침이 없다. 몸을 사리지 않는다.

침대 위에서 점프를 한 다음 '등으로' 떨어지면서 좋아하는데, 그 뛰는 모습에서 한 치의 두려움이 없다. 높은 곳에 올라가기, 뛰어내리기, 형들한테 매달리기, 격렬하게 흔들리는 시소타기 등을 좋아하는데, 집에서도 내가 등을 보이면 무조건 달려와 말을 탄다. 어린이집에서도 공을 차거나 풍선을 던지고 받는데, 또래보다 운동능력이 많이 발달했다고 한다.

 

이런 수빈이는 넘어지거나 다쳐고 우는 법이 없고, 울더라도 울음이 짧다. 수빈이가 나중에 커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있다.


요즘 수빈이는 (경험상)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유아기의 세살, 그 시기에 있다.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고집 센 수빈이와 매번 실랑이를 하다보니 나도 나름 요령이 생겼는데,


아침에 어린이집 등원을 준비 할 때는 수빈이는 제일 마지막에 형들 채비가 끝나면 순식간에 씻고 옷을 입혀 나가거나, 

소아과에서 자꾸 바닥에 앉아 있으려고 하는 수빈이에게 간호사가 바닥에 앉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도 나는 그냥 둔다. 내가 말려도 어차피 자기 마음대로 할꺼니까. 


내가 억지로 못하게 하면 그 때부터 전쟁인거다. 위험하거나 안 되는 일 (TV보면서 밥먹기, 감기걸렸는데 아이스크림 먹기 등) 외에는 왠만하면 놔두거나 기다려준다.. 왠만하면 나의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나의 생존방법이다. (이게 아이 셋 엄마의 마음가짐이랄까.. ㅋ)


아무래도 외동인 아이들 보다는 형제끼리 부딪히면서 스트레스도 받고, 여러가지 면에서 조금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과정에서 생기는 결핍에 대해 오히려 긍정적이다. 너무 풍족하게 공급해 주지 못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부모가 집에서 해주는 것처럼 세상에서 이 아이들을 대해주는 건 아니니까. 


어떤 분이 "둘은 키우는 건데, 셋은 자란다"고 하셨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는 말 같다. 

막내 수빈이가 어느정도 말귀를 알아듣고, 큰 형은 옷 입고 씻고 양치하는 정도는 혼자 하게 되었다. 동생이 밤에 물을 달라고 하면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수민이에게 부탁하면 (칭찬스티커로 구슬려서) 수민이가 물을 떠온다. 자기들끼리 노는 시간이 많아졌고, 나는 언젠가부터 아빠의 퇴근 시간을 기다리지 않게 됐다. 

키우는 데만 집중하면 육아가 힘들지만 자라는데 집중하면 재미가 있다.



참으로 뿌듯한 세 아이들의 뒷모습


나중에 아이들이 어떻게 자랄 지 궁금하다. 지금의 성향이 그대로일지 변했을지? 

나중에 이 글을 보면서 비교해 봐야겠다. 아이들이 다 큰 그 때는 분명 지금을 그리워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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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특별한 날2016. 6. 11. 01:05

작년 8월쯤 태어난 장수풍뎅이 알이 1년 만에 드디어 성충이 되었다.

이왕 키우게 된 거 나는 아이들에게 장수풍뎅이가 되어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 참 열심히 관찰했다. 애벌레가 흙 위로 올라오거나, 조금 변화가 생기면 호들갑을 떨며 아이들을 불러모아 보여주었는데, 아이들보다 내가 더 신기해 한 것 같다. 알에서 애벌레로, 번데기가 껍질을 벗고 장수풍뎅이가 되어 가는 과정은 정말 신비로웠다. 


책에서 본 장수풍뎅이와 우리집 장수풍뎅이... 똑같았다!


2년 동안의 장수풍뎅이와 동거생활로 나는 많이 변했다. 아직 만지지는 못해도 지금은 보는데 징그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끼게 되었달까... 

난생 처음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보고 생각보다 너무 크고 징그러워서 통을 떨어뜨릴 뻔했던 일과 처음 장수풍뎅이 성충과 맞딱뜨렸을 때 바퀴벌레인 줄 알고 뒤로 벌러덩 넘어졌던 일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발전이다. 


1대 장수풍뎅이 들이 낳았던 애벌레와 알의 개수는 많았는데, 지나면서 애벌레 네 마리만 남았다. 애벌레들이 먹은 건지 자연스럽게 죽었는지 모르겠다. 그 많은 장수풍뎅이를 키우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중에 하나만 제대로 융화 되었다는 사실...ㅋ 


네 마리 중에서 처음으로 태어난 장수풍뎅이는 이런 모습이었다. 


날개가 완전히 접히지 않고 벌어져 있는데다 쭈글쭈글하고, 속 날개는 찢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막 허물을 벗어서 그렇지 기다리면 보통의 장수풍뎅이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저런 모습이었다. 이상해서 찾아보니 이런 걸 <우화부전>이라고 했다.

애벌레가 번데기로 융화하면서 번데기방을 만드는데, 이 방을 절대 건드리면 안된다고... 이게 원인이었다. 


나는 애벌레가 한 통에 네 마리가 있으니 먼저 융화에 들어간 번데기를 다른 애벌레들이 건드릴까봐 꺼내서 다른 통에 넣어주었는데 그게 문제였다. 신경을 써준답시고 분리는 해주었는데, 흙 위에 올려 놓았기 때문이다. 나의 불찰때문에 이 장수풍뎅이는 번데기방이 없이 우화해서 이렇게 되었던 거다.

작년에는 통에 애벌레 한 마리만 독립적으로 키웠고, 어느날 갑자기 장수풍뎅이가 되어 혼자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그냥 알아서 크는 줄 알았다.


그래서 한 통에 다 같이 있던 나머지 세 마리 장수풍뎅이는 절대로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꺼내서 확인할 때마다 통이 흔들리면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꺼내지도 않고 호기심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런데, 세 마리 중 먼저 성충이 된 장수풍뎅이가 융화중인 다른 번데기 방 두개를 건드렸던 거다. 나는 너무나 무지했다..ㅠㅠ 결국 세 마리가 우화부전... 

그 중 두 마리는 벌써 죽었다. 네 마리중 한 마리가 유일한 수컷이었는데, 뿔도 휘고 죽은 채로 발견했다. 



번데기 융화되기 전에 각각 통에 따로 분리시켜야 한다는 정보를 이렇게 어렵게 얻었다. 얘들아 미안하다... 정상적으로 탄생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런 깨달음을 얻었을 때, 마침 예전에 신청해놨던 수민이 어린이집 수업이 다가왔다. 이번은 재능기부 수업이 아니고 참여수업이었는데,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우리 가족이 경험했던 장수풍뎅이 이야기를 해주면 참 좋을 것 같았다. 우리만 알기엔 아까웠달까... 그래서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심...^^


두 번째 어린이집 재능기부 수업- 장수풍뎅이를 주제로...

인사와 소개

우리 집에서 장수풍뎅이를 기르던 사진 몇 장을 순서대로 보여주며 설명 중

집에서 가져간 장수풍뎅이 체험

알에서 장수풍뎅이가 되어 가는 과정을 책에서 보여주고,

장수풍뎅이 색칠해서 만들어 보기

위에 고리를 잡아당기면 도르레 작용으로 장수풍뎅이가 움직이는게 포인트~ 

양 옆에 구멍을 내서 빵끈으로 다리를 만들어 줬으면 더 완벽했을 텐데 그것 까지는 못했다. 


이렇게 하면 딱 한 시간이 지나간다. 한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면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가... 

사진으로 장수풍뎅이 키운 이야기를 듣고, 실제로 보고 만져보고, 책으로 정리해 주고, 장수풍뎅이 만들기까지... 내가 짠 구성이지만 참 알차다... ㅋㅋㅋ 

장수풍뎅이 만들기는 전날 급하게 검색해서 퀵으로 받았는데, 주문하길 잘했다. 아이들의 폭발적인 반응...!  이거 없었으면 1시간 채우기 힘들었다. 


어쨌든.. 조만간 우리는 수컷 장수풍뎅이를 사러 가야한다. 또 사게 될 줄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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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6. 6. 1. 10:21

어린이날 잘 놀고 와서 다음날 아침... 작정하고 늦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워있는데 수민이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수빈이 수족구 걸렸다!" 


뭐라고?!! 스프링 튕기듯 침대에서 튀어올라 확인해보니 손바닥 발바닥에 수포가 올라와 있는 게 영락없는 수족구다. 내가 제일 두려워 하는 수족구... ㅠㅠ 하아.... 보자마자 울고 싶은 심정..


입 주변까지 나있는 수포들...











얼마나 심하게 걸렸는지 손바닥, 발바닥에만 나는 수포가 이렇게 팔, 다리까지...

한 달 뒤인 지금까지 자국이 남아있다.


입 안에도 수포가 잔뜩 나서 물만 마셔도 운다. 아무 것도 먹으려고 하질 않고 아이스크림만 먹는다. 감기보다는 탈수가 더 무서우니 눈 딱 감고 첫 3일 동안은 아이스크림만 먹였다. 그래서 수족구를 아이스크림 병이라고도 부르나보다.


이 병은 유아 사이에서 전염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아이가 아파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니 아이나 엄마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다. 어린이집은 물론이고 놀이터도 못 가고 꼼짝없이 집 안에서 갇혀 있어야 하니까.


이걸 어디서 옮아 왔을까? 누군가에게 원망의 화살을 돌리고 싶었다. 

그런데 월요일날 어린이집 선생님께 물어보니 어린이집 전체에서 수빈이가 처음이라고.... 이런...!  


이런 경우는 특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혹시라도 같은 반 친구가 수족구에 걸리면 나처럼 누구한테 옮았는지 범인을 찾으려고 하고, 손가락이 수빈이를 향하게 되기 때문이다... ㅋ 

한편으로는 혹시라도 형들에게 옮기고 형들이 같은 반 친구들에게 옮기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니 눈 앞이 깜깜했다.  


물론 놀이터나 소아과에 가서 옮아왔을 수도 있지만, 화살을 우리 탓으로 돌리니 몇 가지 스쳐지나가는 그림이 있다. 

욕조에서 물 받아놓고 목욕할 때 그 안에서 쉬를 할 때, 그리고 욕조에서 컵으로 물을 입 안에 머금고 있다가 '푸~' 하며 놀 때... 내 기억은 따로따로지만, 같은 날 안 했다는 보장이 없다. 또 형들 쉬통에 물을 받아 가지고 놀던 때와 응가를 하고 나서 물로 안 닦으려고 해서 물티슈로 닦았는데, 기저귀를 안하고 도망 다녔을 때... 의심스러운 장면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온 종일 아이를 감시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한참 말 안 듣는 나이라 쉽게 제지도 안된다. ㅠ


일단 형들과 수빈이를 바로 격리시켜야 했는데 어린이날 연휴에 수족구에 걸린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수족구 발견한 날, 형들은 아빠랑 인천 할머니댁으로 갔고, 월요일에는 수빈이를 외할머니댁에 보냈다. 양 부모님의 도움으로 이렇게 떨어져서 전염력이 강한 초기 6일을 보낼 수 있었다.  


수요일 오후가 되어서야 수빈이를 데리고 왔는데, 이 때부터는 아이들을 서로 분리시키는 게 일이었다. 양치컵도 따로 쓰고, 수건도 따로 쓰고, 막내랑 서로 만지지 못하게 하고... 이래저래 신경이 쓰였다.


이렇게 노력한 덕분인지 다행히 형들도 안 옮고, 어린이집에서도 수빈이 하나로 끝이 났다. 이렇게 노력했는데도 옮았으면 정말 좌절했을 듯.. ㅋ 


수족구 10일...

갈 데가 없어서 산에가서 놀고, 길거리를 헤매고 다님... ㅋ


그런데 수빈이가 나아갈 무렵, 이번에는 수민이한테 농가진이 생겼다.. 

수민이는 아토피가 있어서 항상 몸을 긁는 게 습관인데, 어디선가 세균이 감염된 손으로 긁는 바람에 긁는 곳 마다 물집이 생겼고, 부분에서 온 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자주 긁는 팔 접히는 부분과 겨드랑이는 물론이고, 어린이날 어린이집에서 얼굴에 페이스페인팅을 해주었는데, 가려워진 얼굴을 긁다가 양 볼까지 큰 물집이 생겼다. 


박트로반 연고를 사다가 바르고 메디폼을 붙이고... 하루 세 번 처치를 했는데, 오전에 등원시킬 때와 태권도 다녀와서의 제일 바쁜 시간에 30분씩 처치하는 데 매달려 있었다.



두 명이 이렇게 피부로 고생을 하니 친정엄마는 나더러 집 안에 위생을 잘 관리하지 않는 게 아니냐고 타박하셨다. 안 그래도 이런 일이 연속으로 생기니 내가 뭘 잘못했나 돌아보고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억울했다. 


밖에만 나갔다 오면 아이들도 손씻기 발씻기 습관이 되어 있고, 세 아이들 모두 하루 세번 양치 시키고... 내 딴에는 위생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는데... 


딱 보름 정도. 이 때 나는 신경을 너무 많이 썼나보다. 

수빈이가 외갓집에 가 있는 동안 엄마한테는 아픈 아이를 맡겨 놓고 와서 죄송했고, 수빈이한테는 엄마와 떨어뜨려 놓아서 미안했고, 자꾸 이런 일이 생기니 속상하고, 자책했다. 잠을 잘 못 자기도 했고. 


이 시기부터 편두통이 시작되었는데, 머리가 지속적으로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못 할 지경이었다. 허리를 숙여 뭔가를 집으려고 하면 머리의 통증이 앞으로 쏠려서 주저 앉았다. 처방을 받아서 두통약을 하루에 두번씩 먹었다. 지금은 조금 좋아져서 한 번으로 줄이거나 안 먹으려고 하지만 아직도 멈추질 않는다. 


아이들이나 나나 아프고 나니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낀다... 

내 탓이라고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사람 많이 안 살고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