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366건

  1. 2016.01.15 따라쟁이 동생들 (수빈 21개월)
  2. 2016.01.02 병원에서의 일주일 2
  3. 2015.12.20 양수의 결혼 1
  4. 2015.12.11 11월의 일상
  5. 2015.12.08 아빠의 생신
  6. 2015.12.07 아쉬웠던 시상식 1
  7. 2015.11.27 화(anger) 다스리기 1
  8. 2015.11.20 마지막 문화센터 나들이
  9. 2015.11.10 10월의 외출 1
  10. 2015.11.07 두 개의 상(賞) 4
일상/육아2016. 1. 15. 12:53

수빈이가 우리나라 나이로 세 살이 되니 말귀를 어느정도 잘 알아듣는다. 

아이들에게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먹은 그릇은 설거지통에, 벗은 옷은 빨래통에 갖다 놓게 하고 있는데, 수빈이에게 시키면 무조건 쓰레기통 넣었는데 지금은 어느정도 구분을 해서 심부름을 한다. 아직 성공률이 100%는 아니지만...ㅋㅋ 

어제는 저녁을 아빠 기다렸다가 같이 먹으려고 형들에게 "배고픈 사람!!" 하고 불렀다. 형들은 티비에 집중하느라 대답을 안하는데 수빈이가 오른쪽 팔을 들고 나를 쳐다본다. 순간 '쟤가 왜 저러고 있지?' 했는데, 내가 배고픈 사람 불러서 손 든 거였다. ㅋㅋㅋ 그 뜻을 정확히 알아서 나를 보며 밥 내놓으라고 손가락으로 주방을 가리키며 강력하게 어필한다.


수민이가 또래에 비해 조금 늦은 편이었던데 비해 동생들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눈치도 행동 발달도 확연히 빨라짐을 느낀다. 아무래도 형이 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하면서 배우는 영향이 큰 것 같다. 


형이 책을 보면 따라서 책을 읽고,

수현이가 전등 스위치에 키가 닿지 않자, 토마스기차를 디딤돌 삼아 불을 켰더니 그새 수빈이가 쫒아와서 따라한다.

(동생 넘어질까봐 받쳐주고 있는 수현이...♡)

"나 발이 이정도까지 올라가요" 

수현이가 색칠하고 있었더니 수빈이가 또 자기가 하겠다고 뺏고 방해를 한다.

둘째는 동생 피해 벽에가서 색칠을 하고, 수빈이에게 아무 종이나 줬더니 같이 벽에 붙어서 따라하고 있음..

그리고 수현이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 이름을 써서 나에게 보여주었다.


손에 힘이 없어 꼬불꼬불 그림 수준이지만... 큰 아이 6살 때 어린이집 상담에서 친구들은 다 자기 이름을 쓸 줄 아는데 수민이는 못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그에 비하면 놀라운 발전이다. 


하지만 내 아이 셋만 비교대상으로 삼아 빨라졌다고 생각하는 거지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도 빠르다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빠른 게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오늘은 수빈이 어린이집 입소서류때문에 영유아 건강검진을 다녀왔는데, 수빈이가 또래에 비해 말이 많이 늦는다고 했다. 나는 수빈이가 빠른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ㅋ 

하지만 수빈이는 아직 두 돌도 지나지 않았고, 형들이 두 돌이 한참 지나서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는데도 지금은 말을 너무나 잘한다. 자기 의사표현도 다 하고 말귀를 알아듣는 걸 보면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다. 병원에서는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지만 이제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


이런 게 셋 키우면서 생긴 여유인 것 같다. 수민이 때만 해도 또래보다 조금 늦다고 하면 조바심이 나고 걱정이 됐었는데 지금은 다 자기 속도에 맞춰 성장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래서 그런지 셋을 키우는 게 남들 생각보다는 힘들지 않다. 물론 이제 막내가 어느정도 컸으니 하는 소리지만.ㅋ 

어떤 면에서는 1타 3피인 것 같은 느낌도 드니.. ㅎㅎ 

알아서 잘 자라주는 아이들에게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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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특별한 날2016. 1. 2. 18:27

지난 주 월요일(21일)에 수빈이가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우리 엄마는 그렇게 될 떄까지 뭘 했냐며 나를 타박했지만....

입원하기 전 주 목요일 밤에 갑자기 열이 올라서 해열제 먹이고는 금요일 아침에 바로 소아과에 갔고,

주말 내내 열심히 약을 먹었는데 (열을 내렸지만) 기침을 밤마다 너무 심하게 하고 힘든지 자꾸 깨서 울었다.

잘 우는 아기가 아닌데 이정도로 보채는 게 심상치 않은 것 같아서 주말 내내 응급실을 가야되나 고민을 엄청 했다. 그런데 또 낮에는 잘 노는 걸 보면 응급실 갈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결국 월요일 아침에 남편과 같이 근처 대학병원으로 갔는데, 엑스레이를 찍어보더니 폐렴이 심하다며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이번주는 국립생태원으로 여행 가기로 했는데...

2박 3일 예약 해 놓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그것보다도 내가 병원에 있으면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하지? 

나 일도 해야되는데 일은 어떻게 하지?


여러가지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데, 일단은 너무 속상했다. 

왜 아프지? 남들은 입원안하고도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아플까... 

폐렴 정도는 걱정할 병은 아닌데도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더니 눈물이 계속 났다. 이게 엄마의 마음인가보다.

남들은 내가 계속 울면서 걸어다니니 큰 병이라도 생긴 줄 알았을 것 같다.ㅋ 


어휴... 이 난관을 어떻게 지나가야되나.


병원에서의 일주일

병원에서의 대부분의 시간은 무조건 산책.. 병원 돌아다니기...

손가락 하나로 방향 조종한다.


어떨 때 보면 아픈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기운이 넘쳤다.

소아병동 놀이방에서...

아이쿠 똥냄새!! (뽀로로 똥 누는 장면보고)

밤 10시가 넘어서는 어쩔 수 없이 뽀로로를 보여줬다....                         티비시청 시간               


양쪽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덕분에 다행히 일주일이 무난하게 넘어갔다. 

친정집이 근처에 있어서 두 형들은 마음놓고 맡길 수 있었다. 평일에는 그렇게 어린이집과 외갓집을 오가고, 주말에는 친가에서 사촌들과 지냈는데, 일주일 내내 엄마를 찾지도 않고 잘 놀고 잘 지냈다고 했다. 엄마 보고싶다고 우는 것보다는 백번 낫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서운한 마음이 들 정도로.. ㅎ

남편은 여행간다고 이틀동안 휴가를 낸터라 휴가를 반차로 쪼개서 낮에는 남편이 수빈이를 보고 나는 그 사이에 집으로 가서 일을 했다. 나는 그 와중에 일 하겠다고 한 평 병실에 컴퓨터를 계속 켜놓고 틈만 나면 렌더링 걸고 새벽에도 계속 일을 했다. 4인 병실이라 다른 사람들을 계속 신경써야 하고 밤새 아기들이 번갈아 깨서 울고....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가족들 때문에 몇 번이나 2인실로 옮기고 싶었는데 그래도 참은 덕분에 56만원 아꼈다. ㅋㅋ


병원에서의 생활은 물론 불편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떤면에서 나는 이 일주일이 나에게 휴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집안일도 안해도 되고, 밥은 병원에서 나오고, 아이는 한 명만 보면 되니까... 한편으로는 너무 쉬웠다. 퇴원을 해서도 뭔가 아련한 이 느낌은 어떻게 설명이 안된다.ㅋ (하지만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월요일에 입원해서 그 다음주 월요일에 퇴원했는데, 그 사이에 크리스마스도 지나갔다. 

재밌는 건 3년 전 수민이가 열성경련으로 입원했을 때도 크리스마스 즈음이라 비슷한 그림이 생겼다는 거.. 크리스마스라고 병원장님이 두둑한 선물도 주시고 나름 또 좋은 점도 있었다. ^^;


↓ 2015년 수빈이와

↓ 2012년 수민이


그나저나 퇴원은 했건만 수빈이는 아직도 아프다. 폐렴은 괜찮아졌는데, 감기인지 왜 이렇게 기침을 하고 열은 왜 자꾸 나는지... ㅠㅠ 형들도 번갈아 감기에 걸리고... 정말 바람 잘 날이 없다. 

정말 건강한 게 최고다. 다들 빨리 건강해졌으면... 




Posted by kimberly
일상/특별한 날2015. 12. 20. 01:20

내 동생 양수가 드디어 결혼을 했다.


양수의 결혼은 동생 이상으로 나에게 특별하다.

양수의 결혼 과정을 통해 '정말 하나님이 계신가?' 의문이 생겼고,

정말 계시다면 한 번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집에서 가장 가까운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고, 

그 뒤로 '정말 하나님이 하셨구나' 라고 생각되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 생겼다. 

남편과 나의 관계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되었고, 셋째 아이가 생겼고, 우리집이 생겼다

그리고 계속해서 감사할 일이 생긴다. 


물론 이렇다고 해도 나는 자꾸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산다. 항상 넘어지고 나서야 깨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을 통해 믿음이 조금씩 자라고 있음을 느낀다. 


어쨌든, 나는 하나님의 능력을 테스트 하듯이 양수를 지켜보았는데, 이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역시 사람의 일은 단순하지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간 양수가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드디어 양수와 잘 맞는 좋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하게 된 거다. (정말 신기한 건 양수 남편의 누나도 삼형제가 있다는 사실.. 인연인가? ㅋㅋ)



이 날, 애들 의상도 고민해서 준비하고 나도 화장하느라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는데 겨우 사진 세장 건졌다. ㅋ

옷 벗어 던지는 아이들에게 사진 한 번만 찍으면 장난감 사주겠다며 부탁하고... 사진찍는 와중에 수현이는 팬티에 쉬가 조금 묻었다고 갈아 입혀달라고 찡찡의 정점을 찍었다... 

결국 직계가족 단체 사진은 울 다섯 식구 중에 나만 겨우 찍었다. 어쩌다 남편은 축의금 받는 곳에서 자리를 지키게 됐고, 아이 셋은 사진 찍는데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나는 달래서 찍을 힘도 시간도 없었다... 


하루종일 정신이 쏙 빠진 하루였는데, 

정말 감사한 건 시댁 식구들이 아이들 봐주시러 일부러 한 시간 일찍 오신거다. 거기다 예식 중에는 아이들 싹 데려가 밥도 먹여 주시고... 식이 끝나고는 수민, 수현이를 집으로 데려가셨다. 이렇게 나의 사정을 잘 살펴 주시는 시어머니가 어디에 있을까.. 정말 얼마나 감사한지 표현할 수가 없다. 


어쨌든 큰 일을 치르고 나리 속이 시원하다.  

양수 부부도 우리처럼 앞으로 싸우고 어려운 일과 도전이 생기겠지만, 하나님 안에서 주위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가정을 이루기를 기도한다.

Posted by kimberly
일상2015. 12. 11. 16:49

하루하루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한 달이 훌쩍 지나가있다.

순식간에 지나갔는데, 11월 사진을 들춰보니 폴더에 사진이 한가득이다. 한 장 한 장 아이들 사진 보다 보면 엄마 미소를 짓게 된다. 한 달 사이에도 추억이 이렇게 많이 생겼다. 


아빠 중국출장 갔다와서 선물 증정식... 눈감고 기대하며 손 내미는 아이들


아빠가 막내는 어리다고 안 사왔는데 "나는요?"하는 표정이다. 자기 몫이 없자 울기 시작ㅋ

다음에는 수빈이것도 사오기로... 아빠의 교훈

잠깐의 평화로운 시간

여러색으로 칠하고 검정색을 칠한 다음 샤프로 긁기... 조용해서 보니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고 있다

아빠랑 둥글게 둥글게.. 단순하지만 몸으로 하는 놀이가 최고다. (옷을 안 입고 싶어하는 수빈이와)


11/15 서울대공원

11/21 보라매공원

11/22 동네 도서관


11/29 국립생태원


사진을 보다 보면 수현이 사진이 특히 많다. 이유가 있다. 

수현이는 내가 사진 찍으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포즈를 취하고 있거나, 사진을 찍을 때 삼형제 중 유일하게 반응한다.


'저는 삼형제 중 애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ㅋㅋ

셋이 티비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귀여워 사진 찍으려고 하자 그 사이에 또 포즈를 취해주심... 

         저 막대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ㅋ / "뽀뽀 한 번만 해줘라~" 수현이랑 뽀뽀하고 싶어서 집에 못가는 친구랑..


요즘은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수빈이가 크니 이제 나도 여유가 생기나보다. 

아이들도 너~무 귀엽다. 내가 낳은 아이들이지만 정말 이뻐 죽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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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2015. 12. 8. 16:47

11월, 아빠 생신날 가족이 모였다.

외식을 하자고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아이들 놀이방이 있는 곳을 찾아 예약했더니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그래서 케잌은 우리집에서 하기로 하고 다시 집에서 모였다. 그 때의 사진들.


역시 아이들이 많으니 시끌벅적.. 사진도 꽉 차보인다.

단 건 기가막히게 잘 아는 아이들... 1인당 초코케잌 두 조각은 먹은 듯..ㅠ 오늘은 어쩔 수 없다.ㅋ 


아들 홍집이의 선물 (용돈 만원과 편지를 봉투에 담아)

"행복한 우리집

편안한 모습으로 소주 졸업하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들한테 욕은 삼가하기 바랍니다.

홍집 올림"


홍집이 편지가 재밌어서 남기려고 블로그를 쓴다. 아들한테 애정 표현을 이 ** 라고 표현하는 아빠... 

남들이 보면 오해할수도 있겠지만 아빠와 할머니의 표현방식이다. 하지만 아들 말대로 앞으로는 자제해 주세요~~ ㅋㅋ 


수현이 표정 따라하는 장난꾸러기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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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특별한 날2015. 12. 7. 19:39

지난 달 중순에 UCC 공모전 시상식에 다녀왔다. 

나는 아직 수빈이가 어린이집에 안 다녀서 혼자서 외출하기가 힘든데...

하필이면 이 날 친정엄마는 여행을 가셨고, 더구나 이 날은 수민,수현이의 소풍날인데 오전 9시20분까지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어떻게 해야되나... 머리가 아프게 고민하다가 결국 남편이 오전 반차를 내서 아이들을 맡아주기로 했다. 


도시락 재료 준비와 가방과 옷을 챙겨두고 부리나케 나왔는데, 버스는 늦게 오고 비가 와서 차가 막혔다. 

담당자는 9시 10분부터 전화를 하기 시작해서 총 8번 정도 전화온 것 같다. 어디냐, 뭐 타고 오냐... 쉴새 없는 재촉에 나도 안절부절.. 텅텅빈 버스에서 의자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조급한 마음에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우산도 안 쓰고 죽어라고 뛰었다. 그런데 겨우 시청에 들어가 엘레베이터 타려고 섰더니 핸드폰이 사라졌다. 아이고... 바빠 죽겠는데... 그래도 폰을 잃어버릴 수 없어서 다시 시청광장에 뛰어 나갔더니 중간에 빨간 내 핸드폰 케이스가 보인다. 아... 정말 뛰고 또 뛰고 또 뛰었다. 

숨이 턱까지 막혀서 겨우 도착했더니 9시 32분.


도착하자 늦었다고 책망하는 담당자의 눈빛... 

너무 미안해서 뭐라도 말을 해야겠기에 "죄송해요. 아이들 맡기고 오느라... " 했더니,

"그럼 더 일찍 준비하셨어야죠." 한다.  

방으로 들어갔더니 팀장님은 공무원들은 시간이 생명이라며... 시상해주실 실장님이 9시 반에 미팅인데 늦으면 거기 미팅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다 오분씩 기다려야 된다며... 도착하자마자 타박을 받았다.

무슨 시상식을 이렇게 급하게 하는 거지? 20분까지 오라고 했는데, 실장님이 30분에 회의하러 가셔야 된다고?

내가 늦은 건 백번 내 잘못이지만, 난 공무원도 아니고, 일하러 간 사람도 아니고... 

엄청난 대접받길 기대한 건 아니지만 수상자에 대한 예의가 너무 없었다. 


숨 고를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실장님이 들어오셔서 순식간에 상장 주시고, 사진찍고 끝. 총 5분이 채 안 걸린 것 같다. 

영상이라도 보고 싶어서 보고 있는데, 말도 없이 갑자기 끄더니서 스크린을 올려버림... 

차라도 한 잔 주실 줄 알았는데, 플라스틱 아리수 병 하나에 종이컵을 위에 꽂아서 하나씩 나눠주심...

그나마 팀장님이 앞에서 잠깐 이야기 하셨는데, 내용이 공모전 홍보에 대한 거였다. 올해는 대학교들이 졸업작품 찍는 기간이라서 홍보가 덜 되었다며... 이건 팀 회의에서 하실 이야기가 아닌가? 참여해줘서 고맙다거나 영상에 대한 피드백을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시상이 끝나고 늦게 오신 분이 또 있었는데, 그 분은 상장만 받고 그냥 가셨다.. ㅋ


하아... 

내가 이거 하려고 그렇게 힘들게 애들 맡기고 뛰어온건가? 집에 오는데 울화가 터졌다. 


눈을 마주치며 '출품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상적이었어요.' 이런 개인적인 인사 한마디면 해결될 일이었다. 

내 영상을 봤는지 안 봤는지도 확신이 안 서는 담당자들의 태도부터 너무 이른 시간에 촉박하게 진행된 것 등 멀리서 힘들게 온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 부족했다. 

이럴꺼면 그냥 택배로 보내주지... 이건 공무원들의 결과보고용 사진을 찍기 위한 들러리가 아닌가. 


아, 그래도 영상 CD를 각각 보내주신다고는 하시고 "가족들에게 자랑하라고" 사진도 메일로 보내주셨다...... 



그러고 보니 구청에서 얼마나 배려를 해 주신건가! 따뜻한 대추차도 내 주시고, 서로 할 말이 없어서 어색했지만 구청장님이랑 담소시간도 있었고... 


나는 그냥 집에가기가 정말 너~~~무 아쉬워서 근처 조선일보에서 근무하는 선배한테 백년만에 연락해서 커피라도 한잔 마시고 가려고 했더니 그나마 어제 밤새서 오늘 늦게 출근한다고 못 만남.. ㅋㅋ

하아.....  


그래도 상과 상금을 받았으니 나는 무조건 감사해야하는건가?!?

이 날 일로 나의 감사한 마음을 절반으로 깍아 먹음... 


정말 기분이 나쁠 수가 없는 날, 이렇게 기분이 안 좋기도 어려운 일이다. 

아주 약간의 배려만 있었으면 정말 행복했을 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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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5. 11. 27. 23:38

이건 수민이가 몇 주 전에 칠판에 써 놓은, 엄마에게 보내는 메세지다.


"엄마 이제부터 화낼 때마다 안 용서해줘"


나는 정말 화를 안 내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생각이고...

아이가 이렇게 쓸 정도면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나는 화를 자주 내지 않지만, 가끔 아이들에게 배 밑바닥에서부터 힘을 끌어당겨 소리를 지르곤 한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수 십번 좋게 이야기 해도 아이들이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거나, 아이들 목소리에 내 말이 묻혀서 안 들려서 더 크게 말해서 주의를 집중시켜야 하기 떄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불가피하다고 해도 화를 내고 나면 안 좋은 영향이 더 크게 미친다.

나만 해도 그렇다. 평소 조용조용하게 말하는 내가 안쓰던 괴성을 지르고 나면 나도 힘이 빠지고, 기분이 다운된다. 

나뿐 아니라 아이들도 싸울 때 내가 화내는 모습과 똑같이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낸다.


특히 문제는 내가 화를 내는 대상이 주로 수민이라는 거다. 

예를 들면, 오전에 등원할 때 먼저 준비한 수민이는 계단으로 혼자 내려가서 1층에서 기다리고 있고 싶어하는데, 형이 나가면 준비되지 않은 동생들도 우르르 나가려고 한다. 꼭 외출하려고 할 때 똥을 누는 수빈이는 발가벗고 나가겠다고 뗴를 쓰고, 결국 그 소란을 시작하게 한 수민이가 대표로 내 화를 감당해 내야하는 식이다. 

그래서 수민이가 저렇게 글로 남긴 거겠지만.


아이들에게 화내기 전에 대화를 통해 해결하라고 하지만 어떻게 애들을 키우면서 화를 안 내지? 소리를 안 지르고 애들을 키울 수 있어? 사실 육아 책이나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는 실제 육아와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 

하지만 화에 대해 자각한 이후로 의식적으로 화를 내지 않으려고 했더니 이게 통한다는 놀라운 사실!

 

최근 소리를 지르지 않고 거의 한 주를 평화롭게 지냈다. (물론 조금 강하게 이야기 할 때는 있지만) 

수민이가 화를 내거나 하면 "어? 그런데 왜 화를 내? 엄마도 화 내지 않고 있잖아." 하면 "아! 맞다!"" 하면서 웃는다. 


그러다 어제 두 번 소리 질렀다... 수빈이가 식탁에 올라가 물이 담긴 컵을 사방에 뿌렸고, 물바다가 된 바닥을 닦는 사이에 식탁에 앉은 수민이가 발로 의자를 건드려서 의자 등받이가 내 머리로 떨어짐...


어제에 이어 오늘도 화를 냈다. 오늘은 괴물놀이에 심취한 수민, 수현이가 점점 과격해지길래 "하지마앗!!!!" "그만해엣!!!!" 소리를 질렀으나 오히려 둘이 킬킬 거리고 웃더니 결국 수민이가 던진 책 모서리에 수현이 손등이 맞아 수현이가 대성통곡을 했다... 수민이에게 버럭하며 혼을 냈더니, 수현이는 자꾸 침을 묻히고 막대걸래로 자기를 떄리려고 했다며 성토한다. 결국 둘 다 혼났다. 

놀다가 한 명이 다쳐서 울고 혼나고 안고 화해하는... 항상 반복되는 패턴...


자기 전에 엄마가 아까 화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수민이가 다음부터는 화내고 바로 사과를 하도록 하란다.....;; 


근엄하게 혼내는 와중에 형들하는 건 다 따라하는 수빈이가 너무 웃겨서 사진을 찍고 말았다.. ㅋ


비록 화를 내긴 했으나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고상하게 육아하는 고지가 안개 속에서 멀리 '언뜻' 보인 것 같다. 

이건 환상이었을까? ㅎㅎ 그래도 그 고지가 분명 있고, 가까워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화내지 않는 날이 지속되는 육아의 세계... 경험해보고 싶다.


....

어쨌든 이렇게 순간적으로 나는 화는 다스려야 하는 게 맞는데, 뭔가 잘못되었을 때는 어떻게 분노해야하는지.


이 글을 쓰고 나서 우연히 김수영 시인의 시를 접했다.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라는 시의 한구절..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정작 화를 낼 곳에 내지 않고 작은 일에 화를 내는 나에게 일침하는 것 같다. 


무슨일이 생기면 나의 유익먼저 생각하고 손해보지 않고 살려고 하는 내가 누구를 뭐라 하겠냐마는...

뉴스를 볼 떄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답답하고 화가 난다. 그리고 내 목소리는 모기소리보다도 더 작은 것 같아 또 화가 난다. 


두 가지 화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시간이 해결해 줄꺼라는 믿음...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차곡차곡 마음에 담아 기억하고 있는 거다. 그 떄까지 제발 너무 망쳐놓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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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5. 11. 20. 14:16

어떤 엄마가 아이에 대해 욕심이 없겠냐마는 나도 욕심이 많은 편이다. 아이가 셋이라 힘들다고 첫째에게 해주었던 것들을 동생들에게 못(or 안) 해주고 싶지 않았다. 


내가 세 아이 똑같이 해주려고 마음 먹었던 것 세 가지가 있었는데, 조촐한 백일상과 가족모임 돌잔치 그리고 17개월쯤에 "문화센터 2달 다니기" 였다. 


문화센터를 다니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다.

1. 둘째는 지금도 여기 다닐 때 배웠던 노래만 들으면 "나 아기 때 이거 배웠었지~" 하면서 기억한다. 아기라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다 흡수하고 있는 걸 보면 아이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다. 

2. 어느 날은 수빈이 문화센터에서 노는 사진을 형들이 발견했는데, 자기들는 왜 안데려갔냐고 묻길래 순간 떼를 쓸까봐 불안해하면서 "너희도 수빈이처럼 두 살 때 여기 다녔었어~" 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공평하게 해주니 은근히 효과가 있다. 

3. 하루종일 아이랑 붙어있어도 한 시간 집중해서 제대로 놀아주는 건 정말 힘든 일인데, 여기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럴 수 있다.



여러 좋은 점들 때문에 때 되니 신청하긴 했는데, 문화센터 다니기 시작한 달이 되자마자 일이 폭풍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시간도 딱 수빈이가 곤하게 자는 3시라 매번 갈 때마다 고민이 됐다.

잘 때 일을 해야하는데... 잘 자는 아이를 데리고 가서 깨워우기 너무 아까운데다 수빈 자는 시간은 곧 나의 쉬는 시간이라 이 귀한 시간을 할애하려니 문화센터 가는 수요일만 되면 골치가 아팠다. 

가야되나? 말아야 되나? 매번 시험이 됐다. 가기 싫어서 최대한 시간을 끌다가 항상 5분씩 지각을 했다. 

사실 내가 신청했으면 자주 빠졌을 텐데, 여기 담당자분이 우리 교회 분이라 그냥 넣어주신거라서 미안해서 억지로 갔다... (원래 예방접종을 이 병원에서 다 맞춰야 무료)


억지로 의무감에 가는 나의 마음과 달리 수빈이는 너무나 좋아했다. 또래 친구들 만날 기회가 거의 없는데 여기에 가면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지 가기만 하면 낯도 가리지 않고 잘 놀았다. 끝나면 형들 데리러 갈 시간인데, 집에 안 가려고 도망다녀서 애를 먹을 정도... 


어쨌든 끝나서 너무 홀가분하다! 8번 중에 딱 두 번 빠졌으니... 양호한 편이다.


그렇게 받은 세 아이의 수료증... 

나중에 아이들한테 너네 열심히 키우려고 애썼다는 나만의 증명서...ㅋ 

이게 뭐라고 그렇게 애를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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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5. 11. 10. 16:43

1년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 가을! 

그중에 제일은 10월인데, 남편은 하루도 안 거르고 야근에 날씨는 갑자기 춥고 막내는 감기를 달고 살았다. 

10월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는데, 사진을 보니 이것저것 한 게 많은 거 같네?? 


10월 3일 광화문- 서울 바자축제

서울시의 후원으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1,000여 개 업체가 참여하는데, 아버님 회사가 나가셨다고... 

어머니 혼자 지키고 계신데 화장실도 못 가신다고 해서 우리가 출동했다.

엄마가 되고나니 늘은 건 넉살.. 없어진 건 부끄러움... 

"한 번 드셔보세요~!!"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발벗고 나서서 팔았더니 평소 배출 2~3배를 기록... ㅋㅋ


10/5 양수생일

              홍집이 삼촌이랑~                                    (촛불을 불어보라고 했더니 먹으려고 함)


10/9 관악구 책잔치- 어린이집에서 선택적으로 참가하는 플래시몹..

바람이 많이 불어 춥고, 아침부터 고생이고.. 괜히 한다고 했다고 생각했지만,

이 날 서울시UCC 공고문 발견한 날... 참가 안했으면 복을 찰 뻔했다.

애교쟁이 수현이♡

당당하게 삼지창으로 얼굴을 가린 용왕역 수민이

     같이 타니 외롭지 않아요~                                  어떨 때 보면 똑같이 생겼다.


10/11 과천과학관

이 날도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무작정 나갔다. 경마공원가려고 했는데, 내년4월까지 리모델링이라고...

해서 근처에 있는 과천과학관으로 갔더니 곤충생태관에서 이런 기획전을 하고 있었다.

                                             살아있는 바퀴벌레 떼...ㅋ

 애벌레가 들어있는 빵과 쿠키 먹어보더니 맛있다고 함 (저 애벌레 모양이 진짜 애벌레는 아님)   계속 잠만자는 수현이

점점 흐려지더니 갑자기 비가 쏟아질 때쯤 운도 좋게 차 안으로 들어옴.. 

수현이는 잠 깨고 나니 차 안.. 엄마는 안타깝다 ㅠ


10/17- 어린이집 활동 전시회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선생님들 정말 고생하심... 이 행사하려고 주말에도 나오셔야 된다... ㅠㅠ

                   지난 주에 했었던 플래시몹 의상을 입고...               입혀달라고 하더니 가만히 서있는 수빈이..


10/18 기린나라

동물원 가려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입구에서 수현이가 터닝메카드 장난감을 발견하고는 사달라고 울며 떼를 썼다. 사주면 금방 넘어갔을 일인데, 매번 이렇게 떼쓴다고 사주기 싫었다. 1시간 동안 달래고 타이르는데, 예전 같았으면 너무 괴롭고 힘들었을텐데, 이제는 그냥 여기 있다가지 뭐.. 하는 초월함... 

일단 쉬를 누이고 나중에 사주기로 약속하고 겨우 진정시켜서 동물원으로 가는데, 두 형제가 '기린나라'를 발견하고 반색하고 뛰어간다. 전에 어린이집에서 소풍 때 왔던 적이 있다며... 동물원은 안녕~ 여기서 신나게 놀다가 갔다. 

아빠가 열심히 얼음땡 놀이를 해줬는데, 수민이는 그게 최고로 재밌었다며 아직도 기린나라에 가고 싶어한다. 얼음땡은 아무데서나 할 수 있단다... 아무리 설명해줘도 소용없다.. 

남편에게 얼음떙 놀이해줘서 힘들지 않았냐고 했더니 자기도 진심으로 재밌었다고 했다. 그래... 우리 각자가 재밌에 할 수 있는 부분을 담당합시다.ㅋㅋ

나도 한 번 타봤는데 너무 무서웠다. 애들은 안 무섭다고.. 역시 남자아이들 나중에 놀이기구 엄청 좋아하겠네.ㅋ

수민이가 이 장면을 나중에 어린이집에서 이렇게 그려왔다~ 통 안에 세 사람이 타고 있는 모습^^


10/24 초등학교 행사

인천 시댁에 갔는데, 형님이 집 앞 초등학교에서 행사를 한다고 놀러오라심.. 다 꽁짜~ 

수민이는 실컷하고, 수현이는 안 하겠더니 할머니한테 장난감 사달라고 해서 집으로 갔다. 둘이 어쩜 이렇게 다른지..?


10/25 서울대학교

청설모 본 걸 이렇게 그렸다. "산책가서 청설모도 보고 그리고 아이스크림도 먹었어요"


이 날 남편이 먼저 가다가 헤어져서 파스쿠찌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남편은 남편대로 잠든 수빈이 안고, 똥이 나올 것 같다는 수민이 안고 화장실을 찾아 뛰어다녔고

나는 지도앱에서 파스쿠치 위치를 잘못 가르쳐줘서 음대-박물관-경영대-미대-행정대-사회과학대-사범대-파스쿠치까지... 유모차끌고 뱅뱅 돌아다녔다. 왜 먼저가서 이 난리를 내냐며 화내는 나를 보며 자기도 고생했다며 어필하며 커피로 풀어준 남편.. ㅋㅋ 

이 날의 느낀 점.. 앱보다 사람들을 믿자. 서울대는 넓다.. 서울대 사람들은 너무너무 친절하다!


10월의 외출 끝!

Posted by kimberly
일상/특별한 날2015. 11. 7. 01:01

9월 초에 구청에 주차를 하러 갔다가 엘레베이터에서 UCC 공모전 포스터를 발견하고는, 한 번 내보기로 했다.



평소 우리 구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작은도서관들이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과거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해서 영상을 만들었다.



일주일 간 애써서 고퀄리티로 만들었는데, 은상을 받았다. 은상은 30만원... 솔직히 말하면 내 성에 차지는 않았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 대상과 은상의 영상을 보니 심사하신 분들은 이곳 저곳을 발품을 팔아서 찍은 영상을 좋아한 것 같다. 그래도 상 주는 게 어디인가.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구청장님도 만나보고.. ㅋㅋ 



그리고 구 영상을 제출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수민이네 어린이집에서 참가한 구 행사가 있어서 구청에 갔다가 이번에도 역시 우연히 발견했다. 구청 구석에 붙어 있던 걸 남편이 "저거 해봐" 하면서 나를 불렀는데, 나는 보는 순간 '이건 나를 위해서 만든 공모전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운명의 만남이었달까... ㅋㅋ



구청 UCC는 아이들 몇 년간 도서관 다녔던 사진으로 컨셉만 있었다면, 이번에는 내용을 담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이건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이번엔 기술적인 것보다는 나의 진심을 담기 위해서 내용을 구성하고, 고쳤다.



새벽에 잠자다가도 좋은 문구가 생각나면 벌떡 일어나 메모를 하고 잔 적도 있다. 결혼하던 해부터 6년 간의 수많은 사진을 뒤져서 고르고 또 골랐다. 내용이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1분 이내 영상으로 제출해야해서 아까운 내용을 잘라내고 속도를 빨리해서 돌리고 또 수정하길 몇 차례... 

딱 일주일 걸렸는데, 그 주가 지난 블로그에 올렸던 힘들었던 주였다. 남편은 야근하고 11시 넘게 들어와서 나를 보고 너무 컴퓨터에만 매달려 있다고 그럴꺼면 하지말라며 가시돋힌 말을 뱉었다. 애들 다 재워놓고, 내가 내 잠 쪼개서 하는 건데 왜? 남편한테도 화가 나기도 했고, 이러면서 내가 이 영상을 왜 만들고 있나 혼란스럽기도 했다.


이런 저런 상황 속에서 힘들게 마감일에 겨우 맞춰 제출했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만드는 내내 뭔가 1등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구청 UCC처럼 설레발이었으면 어쩌지? 구청 시상한 날이 수요일이었고, 시청 발표가 같은 주 금요일는데, 어쩐지 한번 실망한 이후로 의기소침해져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까봐 걱정이 됐다.


어제가 발표하는 날. 

나도 아이들도 늦잠을 자고, 오늘 따라 세 아이가 번갈아가면서 똥을 싸는 바람에 다같이 지각... 그 와중에 발표했나 궁금해서 폰으로 검색을 하다가 못 찾았는데, 어린이집 가는 길에 시청에서 전화가 왔다. ('후후' 앱으로 모르는 번호는 출처가 뜸)

아, 되긴 됐구나! 기대감에 전화를 받았는데, 입선하셔서 연락을 드렸다고 했다. 

'입선? 제일 낮은 상?' 나도 모르게 거대한 실망감이 몰려왔다. 그런데 바로 뒤에 "그런데 최우수로 입선을 하셨어요." 라고 했다. 최우수요? 와~ 감사합니다! 

나의 전후 목소리톤이 너무 달라서 나의 속마음이 들켰을 지도.. 하지만 상관없었다. 

꺅~~~!! 공중에 붕 뜬 느낌이었다. 너무 좋았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수빈이와 길가에 서서 결과를 확인했다.


(http://mediahub.seoul.go.kr/award/931064)


나도 모르게 나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굉장이 큰가보다. 아님 날 너무 과신하는 걸까? 아니면 상금 때문에? 치열하게 살아온 것에 대한 보상심리인가?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무엇 때문에 내가 이 상이 이렇게 간절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는 유난히 성취욕이 강한 편인데, 이걸로 스스로를 테스트한 것 같다. 이 영상은 지난 7년간 내가 매달려있던 육아와 일의 집약체였기 때문에...  


어쨌든 좋은 소식 덕분에 하루종일 구름에 탄 기분이었다. 보람되고 보람되도다... 

시상하면 시장님도 만날 수 있는 건가? 기대된다. ^^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