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여행, 나들이2014. 11. 25. 13:49

토요일에는 웅진 사무실에서 솔방울로 부엉이를 만든다고 해서 거기에 갔다가,


솔방울로 부엉이 만들기~

지난 주말에는 인천 시댁에 갔다. 

일요일에는 하루종일 아이들이랑 집에만 있을 수 없어서 조카들과 어머니까지 함께 무작정 나섰다. 

원래는 (내가 가고 싶다던) 헤이리에 남편이 가자며 나섰는데, 날씨도 쌀쌀하고 30분이면 간다는 남편 말만 믿고 가려다가 검색해보니 40분.. 그것도 막히면 더 걸릴 수도... 차 안에 아이들이 다섯이나 탔는데, 그 시간을 차안에서 버티는 건 끔찍했다. 서둘러 가까운 곳을 검색하다가 지난번에 내가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아이들과 아빠만 갔던 인천 생물자원관으로 갔다.


그런데 여기 정말 way beyond my expected!!!


인천 국립생물자원관 (14-11-16)

동물들 똥 만져보기 - 아이들 흥미를 자극하게 만들어 놓은 전시물도 많았고,

진짜처럼 만들어 놓은 동굴, 습지, 땅 속, 바닷 속 구경.. 감탄이 절로..

정말 섬세하게 잘 만들어졌다.

수민이는 요렇게 납작 업드려서 갯벌 생물 보는 중.. ㅋㅋ

바닷속 구경.. 진짜 아닌 모형들이지만 아쿠아리움처럼 진짜같다. 너무 예쁘게 꾸며놨다.

하나도 지나치지 않고 열심히 관찰하는 아이들... 어른들도 궁금하게 전시해 놓은 듯..


나는 수민, 수환이만 따라다녀서 수현이랑 수빈이 사진이 거의 없다. 수현이는 다리에 깁스해서 유모차 신세.. 계속 앉아서 구경하다가 잠들었고, 수빈이는 아빠 품에서 내내 잠들어있다가 집에 갈 때쯤 깼다.



그 다음주 토요일에는 작년 겨울에 갔었던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에 갔다.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 (14-11-22)


가장 큰 장점은 공룡을 볼 수 있다는 것!

파키케팔로사우르스 앞에서 박치기 컨셉샷.. 

(작년이랑 똑같이 찍으려고 하는데 한 장 건지는데 고생했다.. 수현이가 영 박치기 할 기분이 아니라서..ㅋ)


인천 국립생물자원관과 서대문 자연사박물관 두 곳을 비교해보면 간단하게 인천은 생태계, 서대문은 지구과학의 느낌이 강했다. 난이도는 인천은 유아들도 쉽게 접할 수 있고 체험관도 있었던 것에 비해 서대문은 중학생 수준이랄까.. 특히 지구와 화산, 광물에 관해 설명해 놓은 곳은 유아들에게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도 아이들은 쉽게 볼 수 없는 실사크기의 공룡을 볼 수 있어서 넘 좋아했다. 


어쨌든, 두 곳을 연속으로 가보니 역시 구립과 국립의 차이가 확실히 느껴졌다.  

서대문은 작년에 갔을 때랑 전시된 것이 그대로 바뀌지 않았는데, 인천은 시즌별로 기획전을 만들어 갈 때마다 다른 전시를 하는 것 같았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생물학자들 연구하는 건물들까지 있어서 규모도 훨씬 컸고, 전시되어 있는 작은 것 하나하나 디테일했다. 그리고 입장료도 서대문은 어른 3천원, 어린이 천원이었는데, 인천은 모두 무료! 


서대문 자연사박물관 사이트 소개에 가보니 이런 문구가 있었다.

"...이와 같은 우리의 작은 노력이 자연사박물관의 저변확대에 씨앗이 되어 

앞으로 우리나라에 더욱 많은 자연사박물관이 건립되고

나아가 국립자연사박물관이 건립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나도 같은 바램이다... 


집에 있으면 놀아주는데 한계가 있어 집을 박차고 나가는 우리 부부에게나, 티비대신 새로운 볼거리를 보며 알찬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나 이런 공간은 절실하다. 진짜 갈 곳이 많지 않다. 서울은 쇼핑몰이나 캐릭터파크, 키즈파크가 많지만 가면 돈을 한두푼 쓰는 게 아니다. 어딜가든 사설은 입장료만 오만원이 넘으니 우리집처럼 다둥이 가족은 이젠 그런 곳도 큰 맘 먹고 가야된다. 


국립자원관 같은 곳이 있으면 아이들 교육에도 좋고,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도 좋을 것이고, 자연을 보존하려는 관심과 노력도 더 커지지 않을까.. 다 같이 좋을 수 있는 방법..  4대강 같은 곳 개발해서 돈 쏟아붇지 말고.. 이런 곳에 투자했으면 좋겠다. 


박물관이 아무리 좋아도 인천까지 다니기 쉽지 않았을 텐데, 시댁 근처에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의미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또 가봐야겠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4. 11. 18. 13:36

2주 전 토요일,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에 갔다. 그러니까 수현이가 다리를 다치기 1주 전 주말..ㅋ

진짜 이렇게 뛰어다닐 수 있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있을 땐 댱연한 것이 잃고나서야 소중함을 다시 깨닫는다..


삼청공원 가는 길

수민이가 갖고 있던 낙엽을 수현이한테 뺏김.. 똥씹은 표정의 수민이..ㅠ 

삼청공원.. 널린게 낙엽이다 애들아.. ㅋ


삼청공원은 성균관대 후문으로 들어가는 마을버스를 타고 가다가 내려서 걸어갈 수 있는 길인데, 학교 다니면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가끔 지나가다가 등산복 입은 어른들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산 입구인가보다 했는데, 이렇게 좋은 공원이 있는 지 몰랐다.


입구부터 단풍과 낙엽에 가을 운치가 물씬! 너무 좋았다. 들어가보니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너무 잘 조성되어 있었다. 숲속 도서관도 조금만 들어가면 바로 있었고, 그 앞에는 놀이터가 있었고, 조금 더 들어가면 테마별로 숲속 놀이터도 있었는데 거기까지 가지는 못했다. 도서관에서 한참 놀다가 나가서 낙엽이랑 돌 던지면서 놀다보니 시간이 한참 지나가 있었다. 나오다가 다시 도서관에 들어가자고 해서 책 읽다가 나오니 5시쯤 되었던 것 같다. 

진짜 사방에서 "여기 너무 좋다~!" 는 소리가 들린다. 특히 유아 동반한 엄마들에게서... 


이 동네 살면 정말 좋겠다. 진짜 어린이집 안 보내고 맨날 와서 애들 풀어놓고 싶을 정도.


숲속도서관


빵과 아이스크림, 커피와 음료도 마실수 있는 커피숍이 도서관 안에 함께 있다.

왔으니 책 한 권은 읽어주려고.. 셋 데리고 이 난리.. ㅋㅋ


















조금 더 올라가보니 이런 곳도 있었다. 지금은 낙엽으로 뒤덥여 있지만 원래 물이 있던 곳이라 물이 고여 있는 곳에 빠질까봐... 나는 걱정하는데, 아빠랑 애들은 겁도 없이 점프하며 뛰어다닌다. 아슬아슬.. 제발.. 그러지마... ㅠ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낯익은 얼굴!! 

대학동기 희정이가 큰 아들만 데리고 둘이 데이트 왔는데 정말 우연히 만났다. 똥 누러 간 수현이 덕분에 화장실 앞에서 서있던 남편을 발견했다고.. ㅎㅎ 진짜 약속을 했어도 이렇게 만나기는 쉽지 않았을 꺼 같다. 너무 신기하고 그래서 더 반가웠다.ㅋㅋ



한참 놀고 내려오는데 또 도서관에 들어가고 싶다는 아이들... 또 들어갔다.

엄마아빠는 초췌하고.. 근데 애들은 다 어딜 보고 있는거냐.. 그래도 한 장 건진 가족사진..^^


지우도 만나서 남자 아이들 셋이 아빠랑 괴물놀이하며 정말 신나게 놀았다. 

덕분에 차에 타자마자 애들이 잠이 들었다. 애들 잠들었을 때 나는 삼청동 구경하고 싶었는데, 아쉽긴 했지만 어차피 잠든 아들 셋을 데리고 다닐 수도 없다. ㅋ 


주말에 삼청동에 가면 주차할 데가 없어서 그게 문제긴 하지만, 그거 말고는 진짜 구경할 곳 많은 동네. 매력적인 곳.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4. 11. 13. 16:09

지난 3주 내내 남편이 야근을 했다. 

12시 넘어 들어오는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애 셋을 보느라.. 잠이 없는 우리 애들은 밤 11시~12시에 자기 때문에 나는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남편도 힘든 걸 아니까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 버티며 전시가 끝나는 토요일만 기다렸다. 남편은 이번 달 부터 휴가를 많이 내겠다는 등 호언 장담을 했고, 전시가 끝난 다음날 일요일에는 교회 끝나고 헤이리로 놀러가기로 하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게 왠일!


일요일 아침, 아침부터 수현이 울음소리에 깼다.

근데 이 울음소리가 심상치 않다. 수현이는 울음이 짧고 엄살이 별로 없는 아이인데 이렇게 큰 소리로 오랫동안 우는 소리는 분명 어딘가 다쳤을 때다. 


거실로 나가보니 식탁에서 뛰어내리다가 다친것 같다고.. 옆에 있던 남편한테 식탁에 올라갔는데 왜 안 말렸냐고 했더니 그 전에 한 번 뛰었을 때는 괜찮았다고 한다. 속이 터질 노릇... 괜찮다고 가만히 두다니... 밑에 4cm매트가 깔려 있었어서 방심했나보다... 아... 

세 살 된 아이 뼈가 약하니 충격으로 다친 것 같았다. 인대가 늘어났을까? 삐었을까? 설마 그 정도로 부러지진 않았겠지... 어쨌든 이번에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응급실로 갈 준비를 했다. 나가기 전에 응가를 한다고 해서 변기에 앉았다가 닦을 때 잠깐 서게하려고 했더니 서지도 못하고 자지러지게 울었다. 이거, 생각보다 심각하구나..


아빠가 수현이만 데리고 빨리 나가려다가 수현이가 엄마랑 같이 간다고 울어서 급하게 다섯 식구가 함께 출발했다. 


중앙대 응급실도 벌써 세번 째.. 이젠 응급실 안 풍경도 익숙하다. ㅋ 접수를 하고 수빈이를 안고 서 있는데, 옆에 어떤 남자아이가 투명한 물을 공중에 뿜으며 토해댄다. 딱하긴 하지만 아직 돌 안된 아기가 있을 곳은 아니다 싶어서 수빈, 수민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기다렸다. 엑스레이 찍고 기다리는 시간이 꽤 지체되서 우리는 교회로 가고.. 예배가 끝날 때쯤 전화가 왔다.

뼈가 부러졌다고... 깁스를 한 달 해야된다고... ㅠㅠ



그나마 다행인건, 뼈가 금이 간 것 처럼 부러져서 그대로 붙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헤이리고 뭐고 집에 돌아왔는데, 너무 우울했다. 


한 달 동안 걷지 못한다는데, 저 활동적인 아이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어른도 답답한데.. 답답해서 찡찡거리기 시작하면 내가 다 받아줄 수 있을까. 어린이집은 갈 수 있을까. 아기는 요즘 하루종일 찡찡대고 이유식도 만들어야되고 젖도 먹여야 되고.. 나는 어제까지 진짜 육아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태였기 때문에... 수현이랑 아기 둘을 하루종일 볼 생각에 미치자 눈물이 쏟아졌다.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마음이 힘드니 자꾸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식탁에 올라간 걸 그냥 놔두다니... 이건 세살짜리 아이가 잘 못한게 아니라 주의를 주지 못한 부모가 잘못한거다. 생각할수록 너무 속이 상해서 자꾸 이야기 했더니 지난번에 놀이터에서 수현이 머리찢어졌을 때 (내가 옆에 있었는데 막지 못한 걸) 계속 그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냐고 오히려 나무란다. 이 말을 듣고 나니 열이 확 받았다. 나는 남편이 자기가 잘못했단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속이 상하고 앞으로 한 달이 막막해 방에 들어가서 계속 울었다. 


말도 하기 싫다가 저녁이 다 되서야 남편한테 나를 왜 이렇게 힘들게 하냐고 했더니,

"한 달 내내 휴가 내서 도와주면 되잖아." 한다. 가능한일이냐고... 내가 눈물을 주르륵 주르륵 흘렸더니 남편이 심각성을 알았는지 진짜로 방에 가서 전화를 한다. 그러더니 정말로 월요일, 화요일 휴가에 수요일은 반차에 금요일도 휴가를 냈다.


그리고 그렇게 걱정했던 첫 일주일은 내가 과민반응을 했다 싶을 정도로 수월하게 지나가고 있다. 

월, 화는 남편과 함께.. 수요일은 친정엄마가 와서 도와주시고, 

오늘은 교회 집사님이 다섯살 아이랑 놀러와서 같이 점심먹고 밖에 한바퀴 돌고 오니 둘다 잠들어서 지금 블로그를 쓰는 여유도 생겼다. 잠깐 원망했지만, 생각해보면 세상에 이렇게 좋은 남편이 없다. 


생각보다 씩씩한 수현이... 자기 처지를 잘 받아들이고 있다. ㅋ


곰곰히 생각해보면 수현이 사고도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을 수도 있다. 

요즘 식탁에 몇 번 올라가는 걸 내가 제지했었고, 수현이는 정말 거침이 없는 아이기 때문에... 


올해 여름부터 외상으로 벌써 네 번째 응급실 행이다.

시댁 놀이터에서 놀다가 머리 뒷통수 1cm 꼬맸고, 

어린이집에서 넘어져서 눈가를 열 바늘이 넘게 꼬맸고,

추석에는 할아버지랑 놀다가 팔꿈치 안 쪽 뼈가 빠졌고..

 

정말 이렇게 다리가 한 번 부러져봤으니 이제부터는 조심을 할려나...


사고가 났던 날 밤에 수현이를 재우면서 앞으로 조심하라고 당부를 하는테,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한 표정으로 "응. 내일부터는 조심할께!" 한다.

정말 이번 일이 약이 되었길...



Posted by kimberly
일상2014. 11. 4. 15:24

학교 동기 결혼식날.. 금요일 오후 7시.


평일 저녁이라 애들 셋을 다 데리고 갈 수도 없고, 지난 결혼식날 친구들은 봤고.. 그래서 안 가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2주째 야근하던 남편이 휴가를 주겠다며... 금요일 저녁에 수민, 수현이를 인천 시댁에 데리고 가서 자고 온다고 했다. 남편도 집에 있으면 쉬지 못하니 시댁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나는 결혼식에 가라고 이렇게 예비해주신건가 싶어서 어머니와, 엄마와 남편의 동의를 구해 두 형들은 인천으로 보내기로 하고, 남편이 퇴근할때까지 친정집에 맡기기로 했다. 


그런데 이 날은 뭔가 초반부터 조짐이 이상했다. 

정신없이 애들 짐 챙기다가 수빈이 잠바를 집에 놓고 와서 친정집에 있던 후즐근한 형 옷 접어서 입혀서 나간 것 부터... 뭔가 내 옷도 결혼식 복장이 아니었다. ㅋ

배고파서 밥먹고, 아이들 챙기고 옷 입다가 늦게 출발 한 것, 교통카드를 안 가지고 나온 것,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눈 앞에서 놓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던 것... 수빈이는 품안에서 졸려서 보채고.. 이때 그냥 집에 갈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그냥 집에 갔어야 했다.


버스를 포기하고 택시를 잡아 타고 가는데, 한강대교가 꽉 막혔다. 겨우 한강대교를 빠져나가 지하철로 갈아타고 우여곡절 끝에 동대문 JW메리어트 호텔 도착. 


분명 5층인데, 엘레베이터에 5층이 없다. 이 엘레베이터만 그런가? 싶어서 다른 엘레베이터도 타보고.. 헤매다가 호텔 카운터에 물어봤다. 

"결혼식장 가려면 어떻게 가요?"

"지하로 가셔야 되요."

"5층인데요?"

"여기는 웨딩은 지하에서만 하는데요."

"아닌데.. 5층에서 한다고 했는데요."

".... 혹시... 반포 아니세요??"


헐!!!!!!! 홍엽이한테 바로 전화했다. 


"혹시 거기 반포니?" (제발 아니라고 대답해달라는 심정으로.. )


동기 모임 페북에 이 댓글만 보고 간 나...

동대문 JW 에서 인증샷...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반포라는 말에 기운이 쏙 빠져서 호텔 밖을 나왔다. 도저히 지금 다시 반포로 갈 힘은 없없다... 평화시장 앞 인적이 드문 이 길, 이 밤에 난 여기서 뭘하고 있는가.. 


종로3가에 있는 회사에서 야근하고 있던 동생한테 전화했다. 


일단 동생 사무실로 가기로 했는데, 한번 맨붕이 오니 지도를 봐도 여기가 어딘지 어떻게 가야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갑자기 길치가 되어버린 느낌. 

종로3가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되냐고 지나가던 사람들한테 물어봤더니 자기도 모른다고 했다. 미국에서 여행을 온 이 한국인 가족은 자기들도 그 방향으로 간다며 다시 핸드폰만 뚫어지게 보고 있던 나를 불러 태워줬다. (좋으신 분들 여행 잘 하고 돌아가셨기를..)


그리고 택시에서 내려 또 헤매다가 겨우 동생 사무실로 도착. 이 날 난 왜 이렇게 길치가 되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원래 결혼식 끝나고 만나서 가기로 하긴 했었는데, 진짜 양수가 없었으면 나는 얼마나 우울했을까.. ㅋ 마침 그 날이 월급날이라고 아웃백에서 맛있는 저녁도 사줬다. (수빈이가 칭얼거려서 여유롭게 먹지는 못했지만) 


뜬금없는 명동에서.. 


그런데 이 날 느낀 건, 여기가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는 거였다.

지난 번 친구들 모임에서 느꼈던 아쉬움, 그리움 그런 느낌과는 완전히 다른 기분이었다. 이 저녁시간에 이렇게 사람 많은 거리에 덩그라니 있으니 너무 어색했다. 평소 같았으면 아이들이랑 저녁 먹고 집에서 놀 시간인데.. 길 한 복판에서 방황하는 느낌.. ㅋ 쇼핑욕구도 별로 없고, 계속 아기 안고 다녔더니 어깨는 빠질 것 같고...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확실히 애 엄마 다 되었나보다. 아니면 너무 육아에 집중해서 다른 감각들이 상실되었나.. ㅋ

어쨌든 예전의 방황하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좋다. 

이런 깨달음을 준 평일 저녁의 맨붕사건. ㅋㅋㅋ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집 설풍경  (0) 2015.03.02
2015 달력만들기  (0) 2015.02.04
도서관 가는 금요일  (2) 2014.07.25
좋은 남편, 좋은 아빠  (0) 2014.04.20
남편의 생일  (1) 2014.03.03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4. 10. 31. 01:03

한동안 수민이랑 수현이는 엄청 싸웠다. 특히 막내 임신 후반부터 최근까지...

수현이는 수민이 형이 가지고 있는 거라면 무조건 빼앗으려고 하고, 수민이가 안 뺏기려고 도망가면 무조건 악을 쓰며 운다. 나는 시끄러운 상황을 피하려고 수민이한테 양보하라고 강요한다. 그럼 수민이는 너무 억울해서 정말 분해 죽겠는 표정을 하며 "용서 못해!!!!!" (포켓몬스터에서 지우가 악당에게 하는말) 

그러고는 씩씩거리며 방으로 들어가서 운다. 이 과정이 반복 또 반복...


대안을 찾아 고민하다가 칭찬스티커를 인터넷에서 찾아서 프린트했다. 수민이가 수현이한테 양보할 때마다 하나씩 찍어주기로 하고 50개를 다 찍어주면 원하는 장난감을 하나 사주기로 했다. 

어떤 때는 속상해 하는 수민이 때문에 하루에 네개나 찍어준 적도 있고, 너무 빨리 채워지면 장난감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수민이가 확인을 안 할 때는 안 찍어주고 넘어가기도 했다. ^^;


칭찬스티커


결국 50개가 다 차서 아빠가 수민이만 데리고 장난감가게에 갔다. 수민이가 고른 파워레인저 총,칼 세트... 

그런데 수현이가 보자마자 달라고 울어서 결국 수현이 차지가 됐다.

게다가 추석에는 이모가 회사에서 받은 이마트 상품권으로 외할아버지가 수민이, 수현이 선물을 사오셨는데, 수현이가 받은 또봇 무선조정 자동차와 수민이의 바이클론즈 로보트는 또 수현이 차지.. 수민이가 속상할 만도 하다. 


파워레인저 칼이랑 총은 수민이가 그래도 넘어갔는데, 이놈의 바이클론즈 로보트 때문에 둘은 추석부터 한 달 내내 싸웠다. 나는 이렇게 싸울 꺼면 버릴꺼라고 바이클론즈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서 있고 그 앞에서 두 형제가 대성통곡한 적도 있다. ㅋ 그래도 결국에는 수현이 차지.. 도저히 안되겠어서 하루는 어린이집 끝나고 수민이만 데리고 장난감가게에 갔다. 

'아무날도 아닌데' 수현이랑 사이좋게 놓으라고 사주는 거라며.. 강조에 또 강조하며 오만원이 넘는 바이클론을 눈물을 머금고 사줬다. (집에 있는 거랑 다른 버전) 수민이의 그 기뻐하는 표정을 왜 안 찍었을까.


그런데 이제 둘이 하나씩 사이좋게 가지고 놀겠거니 했던 생각은 오산이었다. 집에 가자마자 현관 앞에서 상자를 뜯고는 새 장난감을 서로 차지하려는 두 형제의 싸움.. 이건 전쟁이었다.. 진짜 이놈의 장난감 때문에..!!! ㅠㅠ 

한참을 소리지르고 진이 다 빠져서 무거운 마음으로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 싸움을 멈출 방법이 무엇인가. 원인이 무엇인가... 이 상황을 빠져나갈 방법이 무엇인가...


사실 이 싸움은 예견된 거였다. 뭐든지 사줄 때는 똑같은 걸 사줘야 된다. 따로따로 시기가 다르게 사주고, 다르게 생긴 걸 사준게 문제다... 무조건 좋아보이면 다 자기꺼인 세살 꼬마가 양보에 대해서 이해해주길 바라기는 무리였다. 

실제로 그 뒤로 서점에 갔다가 애들이 낚시 놀이를 똑같은 걸 두개 골라서사줬더니 이렇게 잘 놀 수가... 나는 하나씩 다른 걸 사서 여러 종류를 즐겼으면 했지만 역시 엄마와 아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ㅋ



또 내가 한 잘못은, 무조건 자기꺼라고 우기는 수현이를 오히려 편을 들며 수민이한테 줘버리라고 양보를 강요했던 거였다.


이후로는 둘이 싸움이 나더라도 수현이 편을 들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둘이 싸우면 하나는 형아꺼라서 안된다며 수민이가 가져가게 하고, 수현이가 울면 왜 안되는지 설명하고, 그래도 다 갖겠다고 하면 엄마도 어쩔 수 없다며 그냥 울게 뒀다. 그리고 달라고 할 때는 울지 않고 귀여운 표정으로 "주세요~" 라고 할 때만 주기로 약속했다.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래도 체계가 잡혔다. 새로 산 바이클론이 며칠이 지나자 수현이도 그 전에 있던 장난감이랑 별 차이가 없다는 걸 알았는지 이제는 하나는 자기꺼, 하나는 형아꺼라고 인식한 것 같다. 


찾아온 평화...

파워레인저 빙의... 언제 어디든 장난감을 꼭 가지고 다니는 건 형이랑 똑같다. (심지어 잘 때도 머리맡에 두고 잔다)

    하원하자마자 가방에서 바이클론 꺼내는 중...         동생한테 바이클론 구경시켜줌 (먹는다고 만지지는 못하게함ㅋ)                                                                                 


물론 지금도 매일매일 싸우긴 하지만 바이클론 사건 이후로 요즘은 둘 사이가 참 좋아진 것 같다. 


며칠 전 아침에는 수현이가 아침마다 옷을 안 입겠다고 해서 30분 구슬리고 30분 기다려주고 또 30분을 대치했다. 결국 성질난 엄마한테 꿀밤을 한 대 맞으려고 한 순간, 옆에서 내 눈치를 보던 수민이가 와락 수현이 머리를 감싸 안았다.동생 꿀밤 안 맞게 하려고... 그 형제애에 놀라고, 동생 머리를 끌어안고 있는 수민이가 너무 웃겨서 순간 빵~! 터져서 한참을 웃었다. 셋이 다 같이 웃었던 것 같다. 

또 다른 날 아침에도 옷 때문에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 내가 화가 나자 수민이가 엄마 왜 그러냐고 묻는다. "수현이가 세수도 안하고 옷도 안입는다고 하잖아." 그랬더니 수민이가 수현이를 구슬리기 시작했다. 수현이가 그래도 세수를 안 하겠다고 했더니 수민이는 화장실에서 손에 물을 묻혀와 수현이 얼굴을 닦아준다. (엄마보다 낫다ㅋㅋㅋ) 


어떤 날은 수민이가 양말도 신겨주고, 신발도 신겨주고,

수현이가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서 "쉬! 쉬!!" 하고 소리지르면 수민이가 화장실에서 쉬통을 들고 뛰어간다.


쉬통들고 출동!                                                   수현이 옷 입으라고 설득 성공                


형제들의 싸움은 앞으로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한 명이 더 합세할 것이고, 몸집은 더 커질 것이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 벌써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살아가다보면 둘이 정말 의지가 된다는 걸 알겠지. 사실 지금도 이미 알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내가 소파에서 수빈이 젖을 먹이는데, 방에서 둘이 노는 소리가 난다.
수현이: "누구냐!!!"
수민이: "내 가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게 인지상정!!!!"  (포켓몬스터 악당 대사)

너무 웃긴 두 아들들... 너희를 환상의 짝꿍이라 불러야겠다. ^^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4. 10. 20. 15:15

지난 주에 대학동기의 결혼식이 있었다.


나는 대학시절 너무 재밌게 놀았다. 

영상학과라고 친구들이랑 선배들이랑 영화 찍으면서 서울 곳곳과 지방을 돌아다니기도 많이 돌아다니고, 과제하느라 학교에서 밤샘 작업도 많이 했고.. 주당이라 손꼽힐정도로 밤새 술도 많이 마셨고, 엠티도 자주 다녔다. 여중여고를 나와 처음에는 남자들과 대화하기도 부끄러웠던 나는 언제부턴가 물 만난 고기처럼 그 시간을 너무 재밌게 즐겼던 것 같다. 02학번 우리 동기들 모임은 내가 다 주최했고, 여러 과 행사들에서도 항상 참여했고, 한 해는 학과 부회장도 했었다. 친구들이 나더러 초단위 스케줄이라고 했을 정도로 얼마나 바쁘게 지냈었는지... 

후회는 없지만,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그 때를 생각하면 너무 아련하고 그립다.


친구들 모임에 못 나간 지가 얼마나 됐는지 모르겠다. 특히 대학동기들을 못 본지 얼마나 오래 됐는지 너무 보고 싶었다... 이번에는 꼭 가고 싶었다.

 

애들 셋 데리고 나가기 힘들지만 남편의 도움을 받았다. 삼성역에서 결혼식이라 남편은 내가 친구들을 만나는 동안 수민 수현이를 아쿠아리움에 데리고 가기로 했다. 전 날 나는 입을 옷이 없어서 동생한테 빌려줬던 옷을 밤에 찾아오기까지... 그렇게 부푼 마음으로 나갔다.



그런데 하도 오랜만에 여러 친구들을 한꺼번에 만났더니 깊은 대화를 할 수가 없었고, 어떻게 지내는지 피상적인 질문만 오갔다. 특히 이 많은 친구들 중에 아기를 낳은 사람은 나 혼자밖에 없었고,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직장인 친구들이 대부분이라 공감대 형성도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이야기 좀 해보려고 했더니 수빈이는 왜 이렇게 칭얼대는지... 하루종일 10kg 아기를 붙잡고 안고 있었더니 어깨가 빠질 것 같았다... ㅠㅠ 커피숍 구석에서 수유도 해보면서 버텨보다가 어쩔 수 없이 수빈이를 데리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뭔가 아쉽고 허전한 이 기분... 갑자기 찾아온 이 우울함!


수월하게 키운다고는 하지만.. 나는 왜 애들을 셋이나 낳아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을까. 

아직 자유로운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웠다. 한편으로는 언젠가 저 친구들도 아기를 낳겠지.. 나중에는 내 마음을 알겠지... 내가 부러울 날이 있을 꺼야.. 하면서도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다. 다 각자 인생을 살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허탈함 때문이인지.. 아니, 그냥 내 마음대로 하고 살던 그 때가 그리웠던 것 같다. 엄마가 해주는 밥 먹으면서  밤새 미드보다가 늘어지게 자던 그 시절.. 다시는 돌아가지 못한다. ㅋ 


생각해보면 이런 게 어른이 되어가는 느낌인 것 같다. 어렸을 때 어른들이 지금이 좋을 때라고 하실 때, 그 때는 몰랐다.어른이 되면 다 누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못 하는 게 훨씬 많아졌다. 특히 아이가 생기는 순간부터 생기는 책임감때문에...

나중에 내가 정말 할머니가 되었을 때는 또 지금이 얼마나 그리울까. 지금은 힘든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지만 언젠가는 그리울 날이 있겠지. 어쩌면 지금 이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결국 결론은 이 시간이 아쉽지 않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거... 

자꾸 우는 수빈이 데리고 장이나 보러 나가야겠다. 커피 한잔으로 이 우울함을 달래봐야지. ㅋ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4. 10. 18. 18:02

나들이 하기에 가장 좋은 가을이 왔다.

집에서 놀아주기에는 한계가 있고, 이 좋은 날씨에 밖으로 안 나가는 건 너무나 아깝다. 특히 가을에는 갈 곳도 많고 구경할 것도 참 많다. '이번 주 주말에는 뭘할까?' 매주 하는 고민.


전쟁기념관 홀가분마켓 (2014-9-20)

삼성카드에서 주최한 홀가분마켓.. 벼룩시장이라고 해서 갔는데,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사람들에 치여서 구경도 못 할 정도... 구경은 아기 띠하고 아기랑 나랑 하고, 아빠는 형들이랑 돗자리 펴고 놀았다.

집에서 안 쓰는 물건을 팔러 나온 일반인들은 소수였고, 대부분은 자기가 만든 핸드메이드 물건이나 음식, 구제 옷을 팔고 있었다. 그래도 그 중에서 내 나시 3천원, 애들 옷 천원씩 두 벌, 아이들 보냉가방 13000원 구입 (중고치고 비쌌는데 필요했음)

나중에 애들이랑 안쓰는 물건들 벼룩시장에서 같이 팔면 재밌을 것 같다. ^^


동네 걷기 대회 (2014-9-27)

어린이집에서 동네서 걷기대회한다고 홍보문이 왔다. 세자녀 이상이면 선물도 준다고 해서 미리 전화로 신청하고 기대하고 갔다. 그런데 개막식에 높으신(?) 분들 나와서 한~참동안 인사를 했고 행사 준비는 너무 어설펐다. 볼 것도 없고.. 완전 실망 그래도 우리 가족 다섯명이라고 떡, 손수건, 여행용 칫솔세트를 각각 다섯개씩 받아왔고. 김 박스 (세자녀 사은품)도 선물로 받았으니 이 정도면 하루 알차게 보냈다고 해야되나? ^^

동생들이 잠든 시간, 수민이랑 아빠랑 집 앞 커피숍에서 빙수랑 커피를 마시며 보낸 평화로운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한강 (2014-9-28)

쏘서를 받아 오는 길에 한강에 들렀다. 차에 쏘서 있을 때 활용하려고 가지고 나왔는데, 사람들은 '저런 것까지 가지고 다니다니..'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ㅋ 수빈이가 얌전하게 탄 시간은 5분. 수현이 이맘 때는 정말 잘 있었는데.. 오래 못 있는다. 그래도 하루종일 안고 있는 것보다는 5분이라도 타주는 게 도움이 된다.


인천 국화축제 (2014-10-4)

2년 전에 갔던 인천 국화축제에 또 갔다. 이번에는 어머니랑 형님네 가족이랑 같이.. 

어른 넷에 초등학생인 조카 둘이 수민이 수현이랑 놀아주니 너무 수월했던 나들이.. 

좋았지만 그래도.. 집에 도착하니 진이 다 빠졌다.ㅋ  


보라매공원 (2014-10-11)

좋은 날씨에 공원에 사람들이 참 많았다. 공원이 있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즐길수 있다니..  

사방에 초록색이라 눈이 편안하다. 

걸어다닐 만한 거리에 이런 공원이 있으면 참 좋겠다. 애들은 뛰고 넘어지면서도 좋댄다.

(모래놀이 많이 못해서 속상한 수민이.. 형들이 장난감 못 가지고 놀게함ㅋ)


최근에 다닌 외출마다 공통점이 있다. 모두 야외.. 그리고 입장료가 없다는 거. 

예전에는 애들이랑 놀아주려고 실내놀이터에 많이 갔었다. 애들이 재밌어 할만한 곳을 찾아 다니다보니 그런 건데, 한번 가면 하루에 돈이 엄청 든다. 지난 번에 갔었던 쥬쥬동물원은 (할인을 받았는데도) 입장료만 오만원..ㅋ

그런 경험을 몇 번 하다보니 일단 돈이 들지 않고, 엄마 아빠도 같이 즐길 수 있는 곳을 찾게 된다. 찾다보면 그런 곳이 많다. 그리고 놀이터가 없어도 탁 트인 야외에 가면 애들은 그 자체로도 너무 좋아한다. 땅에 개미만 있어도 좋다.


일단 이번 가을이 가기 전에 가고 싶은 곳은 삼청동 숲속도서관, 뚝섬 아름다운장터. 그리고 현충원에 가서 단풍놀이 하기로.. 가을이 가기 전에 시간을 알뜰하게 잘 써보자. ^^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4. 10. 13. 00:18

막내가 태어난 뒤로 수민이가 어린이집에 안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왜그러냐고 물으면 재미가 없다고 하는데, 이 대답을 들으면서 나는 어린이집 수준이 수민이한테 낮은게 아닐까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즈음 수민이가 나한테 질문을 자주하는데,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 나의 아이가 천재로 보였기 때문이다.    


차타고 지나가면서는 '낙석' 글씨를 보고는 "엄마, 낙석이 뭔지 알아?" "낙석은 돌이 위에 딱 붙어있었는데 그게 떨어지는거야." 한다. 나는 수민이한테 낙석을 설명해주면 알아들을까? 하고 대답하길 약간 주저하고 있었는데, 헐... 그때 친정아빠랑 같이 있었는데 듣고 동시에 당황해서 웃었다.  


지난 번에는 "엄마, 뺑글뻉글 도는게 뭔지 알아?" 한다. "팽이~"라고 했더니 또 말해보랜다. 그래서 뭐가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바로 지구야." 한다. '너 지구가 뭔지 알아? 어디서 봤어? 누가 알려줬어?' 쏟아지는 나의 질문에 시크하게 '돌고돌고돌고'라는 책에서 봤다고... 


호기심도 많고, 궁금증도 많고... 책을 읽다가 키르기스스탄 이라는 나라가 나오면 책을 읽다말고 세계지도로 달려가서 키르기스스탄을 찾는 아이. 아이티는 어디냐고 묻길래 가르쳐 주면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고, 꼭 아이티 글씨를 읽고 확인을 해야 넘어가는 수민이. 

어린이집에서 실시한 지능검사에서도 좌뇌, 우뇌, 복합지능 모두 평균보다 10~20정도 높게 나왔다.



교회 집사님들도 수민이가 많이 똑똑한 것다며 유치원으로 보내라며 나를 부채질했다. 정말 올해 2학기부터 유치원으로 옮길까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 어린이집이 집에서 아주 가깝고, 수민이 수현이를 같이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하루 일과가 너무 편하기 때문에 일단 내년으로 보류했다.


그런데 얼마전 어린이집 상담에서 들은 이야기. 

수민이가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는 수준이 많이 느리다고.. 지금 다섯살인데 네살 수준 정도라고 했다. 자기 이름을 못 쓰는 아이가 거의 없는데 수민이가 못 쓴다고 했다. 

나는 항상 수민이는 똑똑하고 남들보다 빠르다고만 생각했다. 한글도 네살 때 다 읽어서 걱정이라고는 안 하던 터라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어린이집 수준이 낮았던 게 아니라 수민이가 잘 못해서 재미가 없었던 거였다. 


따라 하는 협응력이 발달하는 게 이 시기에 중요한데, 생각해보니 평소 잘 넘어지는 수민이가 정말 협응력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았다. 상담 후 집에 돌아와 바로 수민이와 이름쓰기 연습을 했다. 다행히 이틀만에 이름은 쉽게 쓰더라. 나는 당연히 못 하는 걸로 생각하고 싫어한다고 안 가르쳤었는데... 


평소 하기 싫어하던 그림그리기, 색칠하기도 틈틈히 하기 시작했다.


  미대나온 이모랑 미술공부.. ㅋㅋ                                             이름쓰기 연습                          


어쨌든, 수민이 어린이집 선생님과의 면담에서의 충격은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내 아이도 부족한 부분이 많고, 여기서도 그 부족함을 충분히 채워줄 수 있겠다는 것... 내 아이가 뛰어나니 더 좋은 교육을 받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 ㅋ 그동안 나는 얼마나 자만했는가.


평소에 있었던 어린이집에 대한 불만도 해소가 됐다. 어린이집에서 낮잠도 약간 억지로 재우는 것 같고, 낮잠 시간 이후에는 컴퓨터로 자주 만화를 틀어주는 것 같아 약간 방치되는 느낌이 있었고, 6,7세를 통합반으로 한 반에서 가르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엄마들은 아이를 어디를 보내든 불안해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어린이집이 좋은 점도 많다. 일단 구립이니 믿을만하고, 소풍도 한달에 한 번씩 간다. 지역연계활동으로 지하철이나 시장, 우체국 구경도 하러 다니면서 여러가지 활동도 많이 하고, 친구들과도 재미있게 잘 지낸다. 


어린이집에서.. (2014년 1학기)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바로 유치원에 보내기에는 금전적인 문제도 크다. 유치원에 보내면 정보부조금 외에 한달에 평균 20만원~35만원씩을 분기별로 한꺼번에 내야하니 타격이 크다. 아이가 하나라도 고민이었을 텐데 셋이나 있으니.. 유치원에 한달에 최소 금액 20만원씩 2년을 세명을 보냈을 때 드는 돈을 계산해보니 1440만원. ㅋ 앞으로 돈 들일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텐데 과연 유치원을 보내는 돈이 가치가 있을까? 


유치원에 가면 뭔가 다를까? 수민이한테 더 자극을 줘야 하는게 아닐까? 난 정말 머리에 쥐나게 고민했다.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선배 엄마들한테도 물어도 보고, 유치원에 보내는 아이들 엄마한테도 물어봤다. 어린이집 엄마들은 큰 불만이 없고, 유치원에 보내는 엄마들은 교육적으로 만족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돈이 부담된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자주 돌아오는 방학마다 걱정이고.. 

유명한 유치원은 이유가 학교 가기 전에 한글 읽고쓰기를 다 떼어 준다고.. 몬테소리 교육을 한다고..  영어수업을 한다고.. 이런 저런 이유들이 있었는데, 그 이유들을 들어보니 나는 특별한 메리트가 없게 느껴졌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사교육을 하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정보를 찾고, 따라하려고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친구가 추천해준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을 읽었다. 가수 이적을 포함한 세 아들 모두 서울대를 나와서 더 유명해진 박혜란 서울대 여성학박사는 사람들의 질문에 교육을 시키지 않았던 게 교육이라고 말한다. 물론 유전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그래도 부모가 책을 읽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큰 작용을 한 것 같다. 


생각을 거듭하다보니 답은 이미 나왔다. 나는 그동안 왜 유치원에 보내려고 했을까? 

유치원에 안 보내도 되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나중에 수민이가 커서 그때 엄마가 유치원에 보냈어야 되는데 어린이집에 계속 보내서 그렇다는 원망을 할 리도 없다.


아이들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가 아니다.  잘 되라고 하는 일이 아이들을 망치지 않도록... 주위 사람들 이야기에 연연하지 말자. 사랑을 많이 표현해주는 엄마가 되자. 흔들리지 않는 엄마가 되자.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4. 9. 30. 22:41

세 아들과 함께 외출하면 사람들의 주목을 종종 받는다.

어린이집에 가는 길에서, 시장에서, 병원에 가는 길에도 꼭 한번씩 나에게 묻는 말..


"아들만 셋이에요?" 


그 다음 레파토리는 '엄마가 힘들겠다..'딸 낳으려고 또 낳았구만.' 그리고 항상 결론은 '그래도 엄마한테는 딸이 있어야되' 로 끝난다. 딸이 있어야 된다는 건 나도 공감 하지만 다음에 딸을 낳는다는 보장도 할 수 없고, 딸이라고 해도 넷을 키울 자신이 없다. 하도 들으니 지금은 그냥 한 귀로 흘린다.


우연히 삼형제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다는 '패밀리사이즈'라는 웹툰을 알게됐다. (정말 대단한 건 또 임신하셔서 이번 달에 딸 출산하러 가심...) 거기서 엄마가 외출하는 장면. 아들 많은 집이라면 공감할만한 장면!



그래도 길에서 이렇게 물어보시는 분들 대부분은 다 우리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신다. 아니.. 측은하게 바라본달까? ㅋㅋ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있는 엄마들도 아들만 셋이냐고 놀라고 나면 그 뒤로 지나치다 만나면 꼭 인사한다. 


셋 데리고 다니다 보면 정말 버라이어티한 일들이 생긴다. 길거리에서도 장난감 가지고 싸우기도 하고, 집에 안 간다고 삐칠때도 있고, 다른 길로 가자고 떼쓸 때도 있고.. 그래서 식상할 틈이 없다. ㅋㅋ


한 번은 길에서 수민이가 어린이집에서 만든 송편을 먹겠다고 찡찡대길래 여기서 먹으면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겨우 달래서 가고 있었는데, 수현이가 내가 안 보는 사이에 상자를 뜯다가 역시나 길바닥에 송편을 다 쏟았다. 금요일이라 유모차에 이불도 한 짐 싣고 가고 있었고, 아기는 안고 있고 수현이 손은 잡아야되고 맞은편에 차는 오고 있고... 

예전같았으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그야말로 멘붕이 왔을 텐데 그래도 지금은 이런 상황에서도 여유가 생겼다.

일단 차한테 잠깐 기다려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아이들을 길 가로 피신시키고 아기띠를 하고 쭈그려 앉아 송편을 주워 담아 빠져나가는... ㅋ


또 한 번은 횡단보도 한복판에서 수현이가 갑자기 멈춰서 반대쪽으로 가겠다고 울길래 아기띠 한 상태에서 오른손으로 수현이를 번쩍 들어서 뛰어갔다. 수현 수빈 둘이 합치면 25키로... 이러니 알통이 안 생길 수가..ㅋㅋ


그래도  이게 나름 애들 키우는 재미인가보다. 아이들이랑 산책하면 힘든 것보다는 재미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친정집 가는 날이 기다려진다. 도보로 1.2km..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어다니면 아이들도 나도 좋다. 수민이는 잘 걸어다니고, 수현이는 걷거나 유모차를 타거나.. 수빈이는 유모차를 타거나 아기띠로 안거나...


이렇게 둘이 손잡고 걸어가기도 하고,

좋아하는 장난감을 발견해도 예전처럼 무조건 사달라고 울지도 않는다.

"다음에 꼭 사줄께~!" "응!!"

동생이 유모차에 탔을 때, 수현이가 자기가 타겠다고 예전처럼 떼쓰지도 않고... 형아 다 됐구나.. ㅠㅠ

파워레인저 변신 춤을 추며 따라오는 수민이

거미가 매미 잡아먹는 장면 발견!! (수빈이는 수현이 아래에 타고 있음)


지금 이렇게 재밌게 지내고 있으니 이대로도 좋다. 주신 아이들 잘 키워야지. 

부디 아들들 다 크고 나서 대화 단절 되는 일이 없길... 이대로만 자라다오ㅋ



'일상 > 육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싸우면서 자란다.. (환상의 짝궁이 되기까지)  (2) 2014.10.31
똑똑한 수민이의 반전  (0) 2014.10.13
매력적인 둘째아들 수현이  (2) 2014.09.16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보니  (0) 2014.08.14
수빈이 백일!  (2) 2014.08.06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4. 9. 22. 14:02

추석이 한참 지났지만 이제서야... 추석은 월요일이었지만 우리는 금요일 저녁에 인천으로 출발했다. 


우리는 시댁이 큰집이라 일이 많다. 솔직히 며느리 입장에서는 일이 많은 추석이 반갑지만은 않은데, 우리 어머니는 일년에 한 번 하는건데 여자들이 명절증후군이니 뭐니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신다. 어머니 앞에서는 "네..."라고 했지만 진짜 어머니는 대단하시다.. ㅠ 스트레스 받지 않고 당연한 일로 여기시니 이 많은 노동을 감당하실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진짜 일주일 내내 쉬지않고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 나는 그나마 시키는 일만 하지만 손님대접하랴 음식 준비하랴 전두지휘 하시는 그 책임이 얼마나 무거우실까. 


나는 수빈이 젖먹이느라 왔다갔다 하면서 조금씩 쉬기도(?) 했고, 아이들은 사촌들이랑 알아서 놀고 수빈이는 어른들이 봐주시니 한편으로는 육아에서 벗어나 멍하니 설거지하는게 해방된 느낌도 조금 들었는데,

일하는 것보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았던 건 일이 제일 많던 추석 전 날 남자들은 낚시하러 놀러가고,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놀다보니 TV, 컴퓨터, 게임기, 핸드폰에 노출이 엄청 많이 됐다는 사실... 눈을 억지고 꾹 닫고 참았다. ㅋ


게다가 추석 날 저녁에는 수현이가 할아버지랑 몸으로 놀다가 팔이 빠지서 응급실 행... 올해 벌써 응급실 세번 행이라니!! 나는 누군가 팔 빠지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팔이 빠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수현이가 엄살을 부린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때 함께 계셨던 고모님이 팔 빠진 거라며 당장 병원에 가야된다고 성화셔서 등떠밀려 병원 응급실로 갔다. 긴가민가 하면서 간 응급실에서 의사선생님이 팔이 빠진게 맞다며 팔꿈치 안쪽을 손으로 3초정도 만지더니 끝났다. 수현이는 의사선생님이 만질 때는 아프다고 자지러지게 울더니 금새 이제 안아프다며 생글생글 웃는다... 그러고보면 지난 번 남편이 중국출장 갔을 때 수현이가 팔이 아프다고 울었을 때도 비슷하게 울었었는데 그 때도 팔이 빠졌었던 것 같다. ㅠ 

 

어쨌든 다사다난했던 추석날 아침 차례를 지내고는 우리와 형님네는 각각 친정집으로 갔다. 사람으로 복잡하던 시댁은 어머니, 아버님, 할머니만 남으시니 어쩐지 쓸쓸해보였다. 우리집도 나중에 그러겠지? 아들 세가족 왔다가 가버리면 너무 허전할 것 같다. 아님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고 하던데.. 가는게 반가우셨으려나?   


한편, 친정집에서는 아이들 외할아버지가 수민,수현이 주려고 장난감을 사두고 목빠지게 기다리고 계셨다. ^^

친정서 마음 편하게 하룻밤 자고 다음 날에는 근처 낙성대 공원으로 놀러 갔다.


할아버지가 사주신 또봇 장난감

할아버지는 어디가셨어? 조기요~ 


대체공휴일에는 정희네랑 쥬쥬동물원으로... 정희네 아들 둘은 수현, 수빈이랑 동갑이다. 어딜가나 아들들만.. ㅋㅋ


쥬쥬동물원

                                                         애들이랑 사진찍어주고 받은 돈으로 양갱 사러온 오랑우탄..

안먹어! 흥! 하는 표정의 염소                                      하도 먹어서 잘 안 먹으려고 함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추석연휴가 두배는 길게 느껴졌다. 

추석 지나서 좀 쉬고 싶었는데 애들이 셋이니 노는게 노는게 아니다. 완전 지쳐버린 5일간의 휴일. ㅠㅠ

목요일 아침, 연휴에 너무 잘 놀았는지 수현이는 한참을 아빠를 부르며 울었다. 예전에 수민이 형 처럼.. 



Posted by kimber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