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육아2015. 5. 8. 15:00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키우기 시작한 발단은 벌레를 너무 좋아한 수민이때문이였다.

할아버지가 밭에서 따온 고춧잎에서 애벌레들이 나왔는데 그걸 팔에 올려달라고 해서 팔뚝 위를 기어다니는 애벌레를 구경하면서 너무 좋아한다. "지네는 어떻게 생겼어? 무슨 벌레는 어떻게 생겼어?" 하면서 하도 궁금해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줬더니 사진을 보면서 감탄한다. 이야~ 이야~ 해가며.. ㅋ


수시로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수민이 말을 나중에 마당있는 집으로 이사가면 키우자며 한귀로 흘렸는데, 마침 (작년 10월) 웅진 사무실에서 장수풍뎅이 애벌레에 관한 시간이 있다길래 한번 가봤다. (애들이 곰돌이 학습지를 하고 있어서 자주 전화가 온다. 우리를 잠재적 고객님으로 생각하고 있음..) 그래 애완동물은 못 키울 지언정... 벌레는 키우게 해주마.. 한참 양보해서 체험비 만원을 주고 애벌레를 받아왔다. (나중에 홈플러스 갔더니 오천원에 팔고 있었음) 


애벌레를 받아서 시댁에 가던 길이었는데, 받았을 때는 흙 속에 파묻혀 있어서 몰랐다. 이렇게 크고 굵직하고 얼굴이 까만 애벌레일 줄은...ㅠ 그리고 이 징그러운 생명체를 애들보다 내가 더 열심히 키우게 될 줄이야.....


애벌레는 어두운 곳에서 자라야 한다고 해서 문이 달려있는 책장 안에 넣어 두긴했는데, 가끔씩 살아있는건가 들여다봤다. 무심코 쳐다봤다가 애벌래랑 얼굴이 마주쳐 놀라서 통을 떨어뜨릴 뻔 하기도 했다. 


그런데 쳐다보지도 못하다던 내가 관찰 시간이 아주 조금씩 조금씩 늘어나면서 나중에는 내가 제일 관심있게 관찰하게 됐다. 애벌레가 별 움직임이 없고 숨어있으니 아이들도 관심이 없어질 무렵에는 내가 똥도 치워주고 흙도 갈아주고 물도 줬다. 


2014년 10월

요기 딱딱하고 똥글똥글한게 똥↑               

2014년 12월

2015년 1월

2015년 2월- 점점 크고 통통해짐

2015년 3월 - 드디어 번데기로 변함


아무리 기다려도 애벌레가 변태할 생각을 안하더니 어느날부터 저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색깔이 점점 붉은갈색으로 변함.. 혹시 죽은 건가 싶어 계속 관찰하고 있었는데 어쩌다가 조금씩 움직였다. 아.. 이제 번데기로 변하고 있구나! 거의 6개월 만이었다. 


변태하는 모습을 애들한테 보여줬으면 좋았을텐데... 그걸 보겠다고 끄집어 낼 수는 없고..

그러고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애들 책을 꺼내려고 책장문을 열었다가 뚝 떨어진 이것...



두둥....


나는 거대한 바퀴벌레인 줄 알고 2미터는 펄쩍 날아 나뒹굴었다. 내가 소리지르면서 놀라는 모습을 보고 수빈이는 겁에질려 울기 시작했고, 수민 수현형제도 무슨 일인가 달려왔다.

바닥에 쓰러진 후 몇 초 후에 알았다. 장수풍뎅이가 밖으로 나왔구나...

정신을 차리고 가까이 가서 봤는데 너무 징그러웠다... 남편은 늦게 온다고 하고 우리끼리 이걸 처리해야 하는데 막막하고 무서웠다. ㅠㅠ 아..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그나마 못 움직이게 뒤집어져 있는게 천만다행이랄까.


애들은 가까이 와서 후후 불고, 수빈이는 박수치고 난 '하지마! 하지마!' 소리치고 난리.. 

급한대로 상자에 흙을 넣어 집을 만든 후, 수민이가 큰 용기 내서 장수풍뎅이를 옮김 

근데 장수풍뎅이를 뒤집어 놨더니 상자 옆 벽을 잡고 빙빙돌더니 갑자기 날기 시작함... 붕~붕~붕~


갑자기 장수풍뎅이가 나는 바람에 삼형제와 나는 그대로 얼었다... 그러다 장수풍뎅이가 냉장고에 붙었다. 수민이더러 이 때 상자에 담으라고 소리쳤는데 수민이는 더이상 용기를 못 내겠다고 울먹인다. 다시 날기 전에 처리해야되니 급한 마음에 내가 상자를 갖다대고 뚜껑으로 살살 밀어서 겨우 뚜껑 닫아 넣는데 성공했다. 이녀석 안 들어가겠다고 미는데 힘이 보통이 아니다. 괜히 장수풍뎅이가 아니구나. 

먹이를 뭘 줘야 하는지 몰라서 일단 양배추 를 조금 뜯어넣고 크렌베리랑 사람이 먹는 젤리도 넣어 뚜껑을 닫았다. 또 열고 나올지 모르니 위에 무거운 걸 올려놓고는 상자는 베란다로 보냈다.. 휴


다음날, 애들이 눈 뜨자마자 장수풍뎅이를 보겠다고 난리다. 토요일이라 아빠도 있겠다 신이 나서 장수풍뎅이 뚜껑을 열어봤더니 다행히(??) 살아있었다. 애벌레 허물을 보여주려고 애벌레가 있던 통도 엎어 봤는데, 이상하게 흔적이 하나도 없었다. 배고파서 다 먹어버린걸까.. 이 변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핵심이었는데.. 우리집에서는 갑자기 변신한 게 되어버렸다.


수빈이도 뭘 아는지 저렇게 쳐다본다. ㅋㅋ


이 날 바로 장수풍뎅이 집이 생겼다. 수민이는 공원에서 나뭇가지를 주워왔고, 아빠는 장수풍뎅이가 먹는 젤리를 사왔다. 다음 날에는 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홈플러스 가서 장수풍뎅이 수컷도 사왔다. 짝짓기하면 알을 낳을 나무토막까지.. 남편은 알 낳으면 분양하겠다는 야심찬 계획까지 세웠다. 


그런데 집에서 장수풍뎅이 키우는 집들을 검색해보니 알을 50마리 낳았다는 블로그 발견... 그 집도 어느새 엄마가 애벌레를 보살피게 되었다는... 나의 미래를 미리 봐 버렸다... 알을 50마리 낳으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되는거냐... 몇 마리 분양해주고 결국엔 참나무 숲에가서 풀어주도록 유도하는 수밖에..     


보금자리가 생긴 장수풍뎅이 암컷(좌)과 수컷(우)


그래도 좋은 점은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한다는 거... 아침 저녁으로 장수풍뎅이를 관찰하고, 장수풍뎅이 책을 벌써 몇 번을 정독하는지 모르겠다. 책에서 글로만 읽는 거랑 실제로 보는 거랑 느끼는게 차원이 다르다. 나도 신기한데 애들은 얼마나 신기할까... 수빈이도 뭘 아는듯 관찰한다. 

수현이는 장수풍뎅이가 날았던게 인상적이었는지, "장수풍뎅이는 날 수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러고 있고, 수민이는 우리가족이 7명이 되었다며 좋아한다. 그럼 나는 얘네들은 우리 가족이 아니라며 강조하고... "그럼 애벌레 50마리 태어나면 우리 가족이 57명이냐?" 6살짜리랑 이러고 있다.. ㅋ


장수풍뎅이 젤리까서 넣어주는 건 내 몫이 되었는데 어느새 나는 장수풍뎅이가 밖에 나와있어도 밥을 주게 되었다. 흙이 촉촉하게 유지되도록 분무기로 물도 뿌려주고... 잘 살아있는지 확인한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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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5. 5. 6. 14:29

수빈이 돌잔치가 있던 주말 앞 뒤 하루씩 남편이 휴가를 냈다. 

전시만 끝나면 칼퇴에 휴가의 연속으로 보상받을 줄 알았으나 약 3주가 지난 지금까지 칼퇴한 적이 한 번도 없음.. 이게 어찌된 일인가!! 이 번에 휴가라며 남편은 자꾸 위로하려고 하지만 이걸로 만족이 안된다.

평소에 너무 힘들다... 

요즘 밥 안 먹고 젖만 물고 엄마한테서 매달려 안 떨어지려고 하는 수빈이와 말 안듣는 장난꾸러기 두 형들이랑 있으니 목요일이나 금요일쯤 되면 폭발할 지경.  

 

그래도 어쨌든 간만에 휴가라니 반갑다. 

시댁에서 하루를 자고 일산에 꽃박람회 구경을 가기로했는데, 


점심에 김밥사러 기분 좋게 나갔다가 가는 길에 있던 문방구에서의 수현이의 난... 미니특공대 도장 사달라고 떼쓰며 울기 시작하는데 우리는 시도때도 없이 아이들이 사달라는대로 사주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한 번 무너지면 다음 번에 또 같은 상황이 오면 사 줄때까지 떼를 쓰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에 한참을 실랑이했다. 결국 어르고 달래기를 한 시간...그마저도 실패했다. 요즘 수현이가 왜 이렇게 생떼가 시작된건지...

며칠 전에도 마트에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하길래 스스로 놓고 올 때까지 기다려줬더니 이 방법이 통했었다. 30분이 걸리고 수현이는 속상해 울었지만... 그래서 이번에도 비슷하게 기다려 줬는데 통하질 않는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인터넷으로 '장난감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 달래는 방법'을 검색해 보기도 했다.. 그 방법 중에는 다음에 꼭 사주기로 약속하며 엄마가 어떤 장난감이었는지 잊어버릴 수도 있으니 같이 사진을 찍으면서 달래보라고 했다. 그래서 사진도 찍었는데 그러고는 다시 운다. 수현이만 남겨놓고 차에 타고 출발하는 척도 여러차례... 결국에는 강제로 차에 태워갔다. 

이 날 느낀 건, 일단 장난감 근처에서 벗어나야된다는 거...?



덕분에 출발 하기 전부터 온 가족이 진을 다 뺐다. ㅠ

그래서 그런지 호수공원 도착했는데 아이들 셋 모두 곤히 잠들어 버렸다. 남편과 나는 한 명이라도 깨우기 아까워서 40분정도 차에서 그대로 쉬었다. 이게 우리 쉬는 시간. 평소에는 애들이 방해해서 이야기를 연결해서 하기 어렵고 이럴 때에야 부부가 대화할 시간이 생긴다.ㅋ  


모두의 휴식 뒤에 애들을 깨워서 드디어 꽃박람회 구경.


고양시 꽃 박람회

화초들이 우리집에 오면 죽기 십상이라 안 사리라 다짐하면서도 또 예쁜 꽃들보니 사고 싶어진다.. 

결국 저기 천장에 매달려서 키우는 식물 두개 구입 ㅋ

최근 노조사무실에서 봤던 태권브이를 기억하고 태권브이와 기념사진.

밖에 나오니 쓰레기스트 공연 중... 밴드 특성상 갑자기 욕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애들은 빵빵 터진다. ㅋㅋ 

형은 관심이 없고, 수현이는 열심히 박수치는 중

수민이, 수현이랑

장난꾸러기 아이들


수민, 수현이는 한참을 뛰어다니고도 모래놀이터에서 한참을 또 놀다가 8시가 다 되서 집으로 출발했다. 남들은 이 시간에 잔다는데...ㅋ 휴가인듯 휴가 아닌 휴가같은 하루..ㅋㅋ 

Posted by kimberly
일상/특별한 날2015. 5. 4. 16:49

드디어! 셋째 수빈이 돌이 되었다. 


셋째는 안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는데, 형들 다 한 돌잡이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서 수현이 때처럼 부모님과 직계가족만 모시고 식사하기로 했다.

남편이 송도 센트럴파크 옆에있는 경복궁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괜찮았다고 여기서 하자고 하고, 늦장부리다 뒤늦게 알아보니 마땅한 곳도 없어서 자연스럽게 여기서 하게 됐다. 

알아보니 여기 한정식당에서 돌상차림을 무료로 해준다고 해서 우리는 음식만 준비해갔다. 나는 떡을 준비해가고, 어머니가 과일을 준비해주셨다. 당일이 일요일이라 교회에도 떡을 두 말 해서 돌리고... 


일요일 아침, 9시 예배에 갔다가 떡을 찾아서 화곡동 할머니 모시고 송도까지... 부지런하게 갔더니 1시간 반이나 일찍 도착했다. 뭐하고 있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이 한옥마을 마당에 가보니 전통놀이를 할 수 있게 해 놓아서 여기서 아이들이랑 시간 보내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사진 찍기도 좋고.. 요런 섬세한 배려에 감동한다..ㅋㅋ


센트럴파크 한옥마을 마당.. 

어른들도 한 번씩 해보는데, 쉽지 않음ㅋ

고리 던질 때마다 저렇게 매의 눈으로.. 조준하며 째려보기ㅋㅋㅋ 진지한 수민이

심각한 사진사

구경만 하던 수빈이도 맨발로 기어다님

   외할머니 협찬해주신 옷 입고 셋이 나란히 사진찍고 싶었는데, 절대 안 따라줌.. ㅋ       왕할머니랑~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건배는 수빈이의 건강을 위하여!

누나가 좋은 수현이, 컸다고 이제는 형이 좋은 수민이

이 날의 하이라이트... 수빈이는 붓을 잡았다.

외가와 친가 가족들과 함께~

음식을 30분 일찍 갔다주면 이렇게 경복궁 측에서 준비해주시는데, 

경복궁에서 돌잔치하실 분이 있다면 꼭 수박을 가져가시길.. 이렇게 예술적으로 장식해주신다. ^^

아기와 엄마에게 미역국 서비스까지.. 또 한번 감동...


수민이 돌잔치처럼 성대하지 않았지만, 간소하게 하면서도 할 껀 다 했다.ㅋ 분위기도 괜찮았고, 우리 부부는 대만족! 

첫째 돌잔치 때는 아무생각 없다가도 남들 하는 거 찾아보다보니 결국 비슷비슷한 돌잔치를 치른 것 같다. 사실 돌아보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었는데... 애 돌잔치에 어른 140명 초대라니...ㅋ 확실히 애들 셋을 키우다보면 거품이 쭉쭉 빠지는 것 같다. 



센트럴파크는 빌딩 배경에 호수와 산책로와 한옥의 모습이 어울려 너무 보기 좋다. 인공적이긴 하지만 도시적이면서도 깨끗하고 조용한 이 느낌이 딱 좋다. 이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꼭 찍고 싶었는데, 수빈이는 돌잡이 후 골아떨어지고 수민, 수현이는 도저히 협조를 안해줘서 어른들만 찍었다... 그래도 좋다. ㅎ


어쨌든, 간단히 하자고 했던 돌잔치도 은근히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일단 한 고비 잘 넘어간 것 같아서 후련하다. 

수빈이 태어난 후 전투적으로 보낸 일 년... 

만약 1년 전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지났으니 웃어야지.. ㅎ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5. 4. 28. 23:41

우리집은 아빠 빼고 4월에 생일이 몰려있다. 그래서 이사람 저사람 생일 챙기다보니 한 달이 금방 지나간다.

세 아이들 모두 계획하지 않았는데도 수민, 수현 생일이 하루 차이인 게 신기한 일이다. 작정하고 태어나는 날을 맞출 수도 있었겠지만.. 뭘 위해서? 하지만 가끔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한다.^^;


세 아들의 축하를 받던 엄마 생일날~

형들은 케이크 위에 있는 초콜렛에만 집중ㅋ

전 날 외할머니네서 혼자 자고 온 수현이가 할머니랑 할아버지 분재 꽃을 꺽어 꽃다발을 만들어다 줬다.

꽃에 별로 감흥이 없던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을 주라며 수현이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나의 실수..ㅋ


수민, 수현 생일은 수민이 생일 저녁에 몰아서~ 계속 그렇게 하자~

초코 아이스크림 좋아하는 수민이와 딸기 아이스크림 좋아하는 수현이의 취향을 완벽하게 반영한

나뚜르 도라에몽 케이크!

수민, 수현 어린이집 생일잔치 답례품.. 조촐하게 군것질거리


언제 아이들이 이렇게 컸는지! 수현이도 이제 말을 조리있게 잘하고, 수민이는 말할 것도 없고... 수빈이는 돌이 가까워지면서 혼자 걷더니 이제 몇 발자국씩 걷기 시작했다. 세번째 보는데도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장난꾸러기 아이들         힘들다고 서로 유모차 타겠다고 할 때 결국 이런 방법을... ↑    

귀여운 수현이.. 혼자 우산 쓰고 가는 모습 보면 다 큰 것 같다.

수민이 형이랑 곤지곤지~하는 수빈

                               바람 흡입..                                      노래만 나오면 일어나서 흔들흔들~

보라매 공원에서 연날리기~ 아빠를 따르라~                     유심히 보고 있는 수빈이

"으하! 차! 차!" 수현이 기합소리.. 미니특공대처럼 뛰어내리기ㅋㅋㅋ


사람들은 아들 셋을 키운다고 대단하다며 한마디씩 한다. 확실히 하루하루 정신없고 쉴틈은 없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대단하다고 할 만한 건 없다. 오히려 아이 둘만 있을 때보다 뭔가 수월한 느낌이다. 

예를 들면 길에서 애들이 목마르다고 찡찡대기 시작하면 예전에는 물 파는 곳을 찾을 때까지 애들 달래느라 힘들었던 반면, 지금은 옆에 있는 가게들 아무데나 들어가서 물 얻어마시는 넉살이 생겼달까.. 매 순간 대처하는 요령이 생겼고, 포용력도 커졌다. 수민이가 떼를 쓰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안절부절 공황상태이던 초보엄마는 이제 애들 때문에 휘청거리는 일은 거의 없다. 

렇다고 해도 삼형제랑 부대끼며 매일같이 소리지르고 혼내는 건 일상 다반사지만.. ㅋㅋ 


그래도 지나고 난 날을 돌아보면 힘들었던 건 별로 생각이 안나고 좋은 것만 생각이 나니 이건 남는 장사인 듯.. ^^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5. 4. 23. 13:41

드디어 봄이 왔는데 4월은 일 년 중 남편이 가장 바쁜 달이다. 

남편은 매일같이 야근이고, 나는 나대로 삼형제 데리고 고군분투하고 있으니 둘 다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있다. 너무 힘들어서 남편한테 일찍 좀 들어오라고 하고 싶은데, 전시직전 어떤 날은 새벽 5시반까지 장치를 설치하다가 집에 들어와 한 시간 자고 나가니 그 모습이 짠하고 불쌍하다. 내 불평은 입도 뻥긋 못할지경... 


주말에도 남편은 계속 회사에 일이있어서 우리는 그 때마다 나름 요리조리 궁리하며 해결을 했다. 

그 방법이란 아빠 회사 따라가기.. ㅋㅋ 이번 달에 애들 데리고 코엑스를 네번 갔다. ^^;;


4월4일- 형들은 인천 할머니댁에 맡겨놓고, 나는 수빈이만 데리고 남편따라 회사가서 리빙페어 전시 구경.. 

형들도 주말동안 사촌들과 열심히 놀고 일요일에는 키즈카페로 마무리...


4월11일- 수빈이는 외할머니댁에 맡기고, 형들이랑 아빠 따라가서 회사 노조사무실에 있었다.

형들 잠든 사이에 나는 커피엑스포 구경, 수민수현은 일어나서 '태권V'시청

장난꾸러기 아이들~


4월12일- 여의도에서 정희네 둘째 돌잔치에 갔다가 벚꽃구경... 갔다가 또 코엑스행

노조사무실 전세내고 어제 보다남은 '태권V'시청.. 저녁에는 이모가 애들 생일선물 사준다고 옴.. 구원자 등장ㅠ

미니특공대 출동하는 포즈 컨셉으로 찍었더니 수현이 포즈가 일품이다. ㅋㅋ

작년 여름세일할때 사 놓은 3000원짜리 삼형제 커플룩... 어쩌다보니 아빠 옷도 맞춘듯..ㅎ


4월18일- 드디어 아빠 전시날

카메라와 사진 전시라 애들이 놀 곳이 많진 않았는데, 저 삼각형 매트에서 양말도 벗어던지고 한참을 놀았다. ㅋ

아들 셋과 사진 찍고 있으면 사람들이 한 번씩 쳐다보고 간다.


사진을 보니 재밌어 보이지만 현실은 카오스다. 집에서 애들 셋 데리고 있으면 너무 힘드니 일단 남편을 따라가긴 했는데, 일하러 간 남편은 몇 시간째 감감무소식이고 뻔히 우리 있는 거 알면서 일하고 있는 사람한테 언제 끝나냐고 재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노조사무실에서 버티다가 밖으로 나와서 구경하다가 서점 갔다가 아이스크림 사주다가... 먹고싶고 놀고싶고 사고싶고 유모차 타고싶은 욕망의 덩어리들 데리고 다니다 집에 돌아오면 난 완전 녹초가 된다. 

  

빡세던 한 달... 우리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ㅋ 어쩌다보니 가족사진은 두 장이나 생겼고..^^  


남편 전시 끝났으니 이제 한 숨 돌릴 수 있을까? 

간절한 휴식 시간... 두 시간만 애기 신경쓰지 않고 멍 때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kimberly
일상2015. 4. 16. 00:26

우리집 건물은 각 집마다 돌아가면서 총무를 일 년씩 한다. 

총리는 관리비를 관리하고 필요한 곳에 쓰는 일을 한다. 우리집 차례는사실 작년 7월부터였는데, 4월말에 아기를 낳은 나의 사정을 봐주신 502호 아주머니께서 올해 1월까지 맡아주셨다. 본인은 이사도 오기 한 달 전에 앞집에서 떠넘기다시피 맡겼다고 하시며 한탄하셨는데, 그래서 더 감사하다. 내가 아기를 낳든 말든 넘길 수도 있었을 일이다. 그마저 1월이 넘어가도록 말씀이 없으시니 바늘방석에 앉은 듯 내가 불안해서 찾아왔다.ㅋ 


그런데 이게 은근히 신경써야될 일이 많다. 

일단 건물명으로 된 계좌를 만들었고, 엘레베이터 유지보수 관리하는 엘레베이터업체와 한전에 이체등록을 했다. 

총무를 넘겨받을 쯤에는 엘레베이터 고장이 잦아서 관리기사님한테 엘레베이터 부품교체에 관한 설명을 들었는데, 인버터를 교체하게 되면 500만원정도 든다고 한다. 그럼 미리 돈을 모아 두어야 하나? 아니면 고장났을 때 각 집에서 1/n씩 부담해야하나? 관리비 인상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야할 것 같아서 이웃모임을 주최하기로 했다. 


자칭(?) 문서 전문가 남편에게 각 집에 보낼 공문을 만들어 달라고 일임했는데 바쁜 남편.. 이거 신경쓸 틈이 없이 산다. 하루 날 잡고 새벽2시까지 만들었다. 그 때 나는 같이 영상편집 일하고 있었고.. 애기는 자꾸 깨서 울고.. ㅠ 

어쨌든 힘들게 만든 공문에는, 

1. 작년 결산과 올해 예산 정리

2. 엘레베이터 유지보수 관련 관리비 인상 안건

3. 청소 안건

4. 관리비 계좌변경 공지

5. 안건관련 이웃모임 일정

이렇게 정리해서 만들었는데, 너무나 일목요연하게 예술적으로 잘 만들어서 남편에게 폭풍칭찬을 해줬다. ㅋㅋ

다음 날 아침에는 공문 봉투에 손글씨로 이웃회의 시간, 날짜 공지를 일일히 적어 우편함에 넣었다. 

안그래도 형들 등원으로 바쁜 아침에 이걸 하고 있으니... 결국 이날도 형들은 어린이집 지각..ㅋ   


공문보내기


이웃모임은 2/8 일요일 저녁 8시에 우리집에서, 7집이 모여 (두 집 불참) 한 시간정도 이야기를 했다. 

요즘 세상에 반상회를 하다니... 여러 어른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거라 마음이 분주하고 어려웠다. 딸기와 음료를 준비하고, 청소를 하고, 혹시 싸움은 안 나겠지...? 약간 걱정도 하며 준비했는데, 무난하고 화기애애하게 불참한 집들이 청소 안한다고 흉을 보며..ㅋㅋ 끝났다. 이렇게 공문을 만들어 돌린 적도 처음이라며 칭찬하시며 3년만 하라며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를 듣기도.. ㅋ


엘레베이터 수리는 업체가 제시한 대로 관리비를 4만원 정도 더 내고 보험을 들어서 고장 시 무상으로 부품교체를 하게 될 듯하다. 가장 주된 관심사는 청소였다. 건물청소는 그동안 3일씩 돌아가면서 했는데, 평일에 3일이 걸리면 우리집의 경우 못하게 되고, 사실 그런 식으로 안 하고 넘어가는 집들도 많아서 일주일씩으로 바꾸기로 했다. 일요일날 반드시 대청소를 하고 주중에는 수시로 청소하기로... 봄, 가을 연 2회에는 전문청소업체에 대청소를 의뢰하기로 했다.

이웃모임 결과와 청소담당 일정을 또 정리해서 엘레베이터와 우편함 옆에 공지했다.


이웃모임 후, 청소는 큰 탈 없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총무라고 해도 일이 매일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별 일은 아닌데, 감투를 쓰고 있으니 확실히 책임감이 무겁다.ㅠ 

우리집 청소 차례에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다른 집들이 청소를 잘 하고 있는지 확인을 하게 되고, 먼지가 보이면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시키지 않아도 아침일찍 내려가서 반짝반짝 청소해 놓은 남편...


그런데 이 와중에 형들 어린이집 선생님이 위원회(학부모 2명, 조부모1명)가 되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셔서 하기로 했는데, 엉겁결에 내가 위원장까지 되었다는 사실.... 

위원회의가 있던 전 날에는 위염이 심하게 와서 밤새 토하고 죽다가 살아났는데, 약속을 했으니 지키려고 수빈이를 엄마에게 맡기고 갔다. 정말 땀흘리며 앉아있다가 중간에 화장실에 가서 토하고.. 그 와중에 위원장을 시키는데 거절할 정신도 없었다. ㅠㅠ 그냥 연2회 회의만 참여하면 된다고 하는데... 과연...?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평소 아무것도 안하던 나지만 슬슬 걱정이 된다. 학부모 대표인데 뭘 해야하는 건 아닌가?? 

고민하다 결국 그냥 평소대로 아무것도 안하기로..ㅋ 어린이집에서 뭔가 하기를 바랬다면 평소 하던 엄마를 시키지 않았을까 하면서... 

요즘 하는 건 특별히 없는데, 혼자 요렇게 꾸준히 고민거리를 붙잡고 살고 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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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5. 4. 9. 14:10

어렸을 때 중앙박물관에 가 본 것 같긴 한데, 언제 갔었는지기억이 안난다. 나는 전시회나 박물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몇 년 전, 뉴욕에 갔을 때는 미술 전시회 간다는 남편과 헤어져 하루를 혼자 쇼핑을 하러 돌아다니기도 했다.ㅋㅋ 어쨌든 박물관은 재미없고 지루한 곳 같아서 마음이 내키지 않았었는데, 박물관 옆에 한글박물관이 있다는 얘길 듣고 수민이가 좋아할 것 같아서 드디어 가봤다. 


첫번째 방문했을 때는 한글박물관에 가려고 했는데, 어린이박물관에 가보니 예약가능 시간이 딱 맞아서 시간상 이 날은 여기만 갔다. 어린이박물관은 시간당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다. 인터넷과 현장방문으로 예약할 수 있는데, 현장방문하면 바로 들어가진 못해도 한 두시간 후에는 들어갈 수 있다. 그래도 아이들이랑 밥먹고 박물관 앞 연못에서 놀다보면 시간은 금방 간다.



첫번째 방문-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 박물관>

"박물관 안녕 또 올께" -수민이가


어린이박물관 안에 들어가보니 여기저기 직접 만져보면서 체험할 것 천지다. 수민이는 다 하고 싶어서 정신없이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형들은 아빠한테 맡기고 나는 막내랑 유아놀이방에 들어가서 놀았는데, 형들 궁금해서 찾으러 갔다가 수현이를 잃어버리는 일도 생겼다. 마침 수현이 왕 의상 입혀주고 있길래, 나는 사진 찍고 옷만 벗겨주고는 수빈이랑 돌아왔는데, 아빠는 내가 수현이랑 있을 줄 알고 수민이랑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는 사실... 

순식간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수현이가 나중에 관리아저씨 손을 잡고 멍하니 서있는 걸 아빠가 발견할 때까지 20분 정도의 공백시간이 있었다..ㅠ 지난번 얼음낚시 갔을 때도 수민이를 이렇게 잃어버렸었는데...ㅠ 두 사건의 공통점은 엄마 아빠가 애가 없어졌다는 걸 모른다는 거..ㅋ 아이가 셋이니 이런 일이 생긴다. 조심해야지.. 에구..


두번째 방문- 한글박물관

별관 한글일일달력전시

한글박물관 내 전시

무료로 참여할 수 있었던 동화구연시간

한글박물관 內 한글놀이터

현장예약해서 들어가는데, 인원이 한정되어 있어서 일찍가지 않으면 예약해도 많이 기다려야함... 

근데 막상 들어갈 때는 표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사실..ㅋ


한글박물관은 새로 지어서 여기저기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났다. 특히 아이들을 위해 만든 한글놀이터와 문화행사도 우리집 아이들 수준에 딱 맞아서 잘 즐기다 왔다. 다음에는 미리 연극도 예약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아쉬웠던 건 몇 가지 있다. 한글놀이터도 시간당 인원수를 한정해서 들어갈 수 있는데, 큰 공간에 비해 적은 인원으로 제한되어 있고, 일찍 나가는 사람들도 있어서 공간이 널널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이걸 못해보고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이 많아서 아쉬웠다. 마침 외국인 가족도 왔다가 예약이 꽉차있어서 그냥 가는 걸 보고 우리 표를 양도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보니 영어로 설명이 되어 있지 않아서 들어왔어도 즐기지 못했을 것 같다. 다른 층에 있는 한글 전시도 마찬가지로 영어 설명이 거의 안되어 있었다. 명색이 한글박물관인데 여기까지 일부로 와보는 외국인들은 왔다가 허탕치고 가는 느낌일 듯? 어쨌든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점점 더 좋아지겠지.  


어린이박물관과 한글박물관도 좋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의 최고 매력은 박물관 가운데 있는 인공호수다.

좋은 날씨에 호수는 잔잔하고, 조용하고, 정자와 그 뒤로 빌딩들이 어우러져 있는 그림을 보면서 벤치에 앉아 있으니 머리가 쉬는 느낌... 너무나 여유롭다. 이 좋은 곳에서도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ㅋ


큰 호수에는 팔뚝만한 잉어들이 여러마리 살고 있는데, 아이들은 물고기 구경한다고 신나서 뛰어다니고, 나는 그런 아이들을 보며 혹시라도 물에 빠질까봐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것도 경험할 수 있다. ㅎ

수민이는 나뭇가지를 가지고 잉어들에게 장난치는 아이들을 보고 뭐라고 좀 해달라고 해서 나는 (용기를 내서) 아이들에게 물고기들이 싫어할 것 같다며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은 도망갔고, 수민이는 만족해했다. ㅋㅋ 보기에는 좋은데, 사람들 접근이 쉬우니 잉어들도 괴로울 것 같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막 던져주는 과자와 빵만 먹고 살다가 잉어 배탈날 듯... 다음 방문에는 잉어들에게 줄 물고기밥을 사가기로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호수 옆에 한정식당이 있는데, 알아보니 돌잔치 장소로 유명했다.. 마침 수빈이 돌이 다가와 예약을 알아봤더니 이미 꽉 차있었다. 요렇게 호수와 빌딩 배경으로 가족사진 찍고 싶었는데... 그래서 송도 한옥마을에 예약해 두었는데... 이렇게 좋은 장소를 놔두고... 아쉽다잉.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5. 3. 30. 22:16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있었던 원성원작가님과의 '작가와의 대화'

아주 우연하면서도 뭔가에 이끌리듯이 이루어진 이 만남 덕분에 나는 메마른 땅에 갑자기 비가 시원하게 온 느낌을 받았다. 


우연하다는 건 소현언니 블로그를 보고 국립현대미술관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무료로 진행되는 교육프로그램들을 발견. 그 중에 <사진의 기술>이라는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을 보고 남편이 준비하고 있는 사진전시에 영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 신청했다. 


그런데 아이들 셋을 데리고 집중해서 들을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끼치는 게 아닐까? 괜한 조바심에 취소할까 고민하다가 남편이 한번 가보자고 해서 애들이 난리치면 중간에 나와야겠거니.. 작가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오후, 30분이면 도착할 줄 알고 여유있게 12시반에 출발했다. 

그런데 나들이 나온 차들로 한 시간 반이나 걸릴 줄이야... 2시가 다 됐는데 점심도 못 먹어서 애들이랑 뭐라도 먹어야겠기에 미술관 앞에서 핫도그로 요기하고 십분을 지각했다. ㅠ


도착하니 다행히 우리를 기다리지 않고 시작한 상태였다. 공간도 전시장 내 오픈되어 있어서 우리는 지각한 티 안내고 지나가던 사람처럼 자리를 잡고 앉았다. ^^; 

막 큐레이터의 작가소개가 끝나고 작가님에게 마이크가 넘겨져서 나는 작가님이 어떤 분인지 정보 없이 오롯이 작가님이 이야기하는 걸 듣고 나 혼자 작가님에 대해 파악하게 되었는데, 첫 시작 독일 유학이야기부터 푹~ 빠져들었다.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과 공감가는 이야기... 또 꿈이나 사람들에 대한 생각들을 작품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도 흥미진진했고, 사진을 찍은 후에 포토샵으로 하는 어마어마한 작업과정도 너무 재미있었다.



용기를 내서 질문도 했다. 

"작품스케치 후에 사진을 찍을 때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 경우도 있을 텐데 그럴 땐 어떡하나요?"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시작부터 스토리를 내가 정해놓고 맞춰나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진도 똑같은 답을 기대했지만 달랐다. 그럴 땐 정확하게 원하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볓 번씩 그 장소에 찾아가서 수천 장을 찍는게 기본이라고 하셨다. 아. 사진은 작가 혼자 만드는 작품이라 대상과의 교감은 필요없겠구나.


원서원작가님의 작업 Process- 디지털 콜라주


세상에 대한 시선을 생각으로,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발로 뛰며 수천장을 찍고, 하루 15시간의 포토샵작업... 난 사진에 대해 잘 몰랐지만 정말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낸 작품이라면 얼마가 되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겠다 싶었다. 

느끼고 생각한 것을 자유롭게 표현해내는 능력과 방법을 찾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을까. 

특히 '아무리 시작이 유치하더라도 반드시 기록하고, 솔직할 것'이라는 작가님의 신조가 마음에 남는다.


남편을 위해 신청한 이 시간이 날 위한 시간이 될 줄이야...


그 두 시간동안 남편은 수빈이를 아기띠로 안고, 수현 수민 형제를 데리고 다녔다. 버텼다고는 말하지 않을련다. 나름 어린이 미술관과 바깥 뜰까지 돌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길...ㅋㅋ 

어쨌든 이 자리를 마련해준 미술관과 주옥같은 강의를 해주신 원성원작가님과 남편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덕분에 나는 지적탐구의 볼모지와 같은 육아의 세계에서 살면서 느꼈던 갈증을 온 몸으로 쭈욱 빨아드렸다.


끝나고 미술관 구경~

'작품앞드로잉' 이라는 무로프로그램이 있었는데, 6세부터 신청해서 참여할 수 있다. ↑

뒤에 노래하는 사람 따라하는 수현이.. ㅋㅋ


이왕 온김에 어린이동물원도 갔다. (서울대공원 갈 시간은 안되고)


겁없는 두 형제

엄마, 나도 만져보고 싶어요~


너무나 알차게 보내고 온 하루! 쓰면서도 뿌듯하다...ㅎㅎ   

Posted by kimberly
일상/여행, 나들이2015. 3. 20. 12:04

매주 외출했던 사진이 쌓여서 한번에 몰아서 정리했다.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의 사진들.. 토일 연속으로 나간 날도 있지만 사진을 안찍은 날도 있으니 진짜 많이 돌아다니기는 한 것 같다. 이제 날씨가 따뜻해졌으니 야외로 나갈 수 있다. ^^


코엑스 내나라여행박람회, 유아용품 박람회 (2/14)

남편 전시 관련해서 갔는데, 전시회는 일단 가면 볼거리가 가득~


영등포 타임스퀘어 (2/21)

키즈카페서 땀나게 뛰어다니더니 카트에서 잠든 수현이.. 정말 피곤했나보다ㅋㅋ


킨텍스 캠핑박람회, 김포 현대아울렛 (2/28)

남편 전시 관련해서 캠핑박람회 갔다가 근처에 막 개장한 현대아울렛 구경갔갔다. 사람들로 인산인해..


여의도 결혼식 & 영등포 찜질방 (3/1)

나 교회모임하는 동안 두 아들 데리고 결혼식 갔다가 찜질방까지 다녀온 대단한 아빠


송도 센트럴파크 (3/8)

달디단 솜사탕.. 그렇게 좋으냐... ㅋ

수빈이 임신했을 때 탔던 배... 그게 벌써 2년 전.


서울대 과학관 옆 공원 (3/15)

물 찾으러 교수회관까지 갔다가 결혼식장에서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얻어옴.. ㅋㅋ

수현이 포즈 4종세트.. 항상 나를 위해 포즈를 취해주는 사랑스러운 둘째아들


아빠는 나들이 후에 두 아들과 약속 지키려고 아들들과 목욕탕에도 다녀왔다..


우리가 이렇게 돌아다닐 수 있는 건 전적으로 주말을 가족과 함께하는 남편 덕분이다. 

수민, 수현 형제는 아빠 쉬는 날을 기다린다. 그래서 매주마다 어딜 갈까 고민하는게 당연한 일이 되었는데, 다른 가족들을 보면 우리가 신기한가보다. 조카들은 작은아빠가 오면 재밌는데 놀러 가니까 작은아빠 오는 날을 기다리고, 남편 친구 부인들은 우리가족 만나는 걸 좋아한다. 남편보고 배우라며 동기부여의 의미에서.. ㅋㅋ


남편은 셋째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가 내건 공약 세가지를 모두 지켰는데 그 중하나가 육아의 적극적인 참여였다. 공약이 그거였으니 그 전에는 적극적인 동참까지는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어쨌든 셋째 수빈이 덕분에 놀랍고 좋은 변화들이 많이 생겼다. 

셋이 목욕탕도 가고, 결혼식도 가고, 남편이 두 아들 데리고 (가끔 수빈이도) 키즈카페에 같이 있는 동안 나는 밖에서 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나 산후조리할 때는 에버랜드에도 갔다오더니 남편도 자신감이 붙었나보다. 수빈이 조금만 크면 셋도 데리고 다닐 수 있겠다며 호언장담한다. 그런데 그럼 나는 혼자 외로워서 어쩌나?ㅋㅋ 



확실히 이렇게 아빠가 아이들과 잘 놀아주니 아이들도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어 잘 자라는 것 같다. 

좋은 아빠가 되어주고 항상 내가 쉴 수 있게 배려해주는 남편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Posted by kimberly
일상/육아2015. 3. 13. 14:04

수빈이 돌이 한달 반 정도 남은 이 시기.. 육아의 고비가 찾아왔다.

이유식은 잘 안먹으려고 하고, 밤새 젖을 물고 자려고 하고, 낮잠은 푹 못 자고 30분을 겨우 잔다. 

잘 먹고 푹 자면 잘 놀텐데 그러질 않으니 하루종일 찡찡대며 엄마한테 매달려있는 막내아들.

아기랑 집에서 노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밖으로 뛰쳐나오는데, 12키로를 아기띠에 매달고 다니니 어깨와 허리가 어떻게 될 것 같다. 


돌이 지나 젖을 떼면 좀 나아지겠지... 따뜻한 봄이 되서 유모차 타고 돌아다니면 좀 나아지겠지...만, 그때까지 하루하루 버티기 힘들다. 예전처럼 애들 재우고 밤에 혼자 일어나 자유시간 즐기지도 못하고 요즘은 밤마다 아이들과 같이 기절하듯 잠이 든다.


아기와 하루 보내기

교회 모임가면 집사님이 잠깐 봐주시기도 하고,         어쩌다 한 번 친구집에 가서 놀기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친정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오기도 하지만, 

잠깐씩이라 남은 시간은 내가 오롯이 혼자 아이들을 봐야한다. (도움 없이 혼자 아이들을 보는 엄마들은 얼마나 힘들까)


가장 빡센 저녁시간- 수민이가 찍은 사진 두 장

         아기안고 형들 밥 먹이기                                    아기안고 형들 양치시키기...

(이 와중에 수현이가 호랑이 흉내내며 수빈이 웃겨주고 있음)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방해받지 않는 딱 두 시간의 자유시간..  

어쨌든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기로 했고, 맡길 사람도 없으니 스스로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두 시간을 벌려면 형들 어린이집에 간 시간에 아기를 푹~ 재우는 방법밖에 없는데, 사실 생각해 보면 해결방법은 이미 나와 있었다. 낮잠자기 전에 배부르게 먹이고 피곤하게 만들기..

선택과 집중.. 이 방법이 통할까?


오늘 오전에는 두 형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바로 버스를 타고 도서관과 장난감대여해주는 곳으로 갔다. 오전에 갔더니 좋은 점은 두 곳 모두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거... 커피도 마시고, 형들 책도 빌리고, 수빈이 장난감도 빌리고, 이유식도 먹이면서 한 시간 반 정도 놀다가 집에 왔다. 수유하고 재웠더니 성공적이다.

중간에 깨서 다시 안아 재웠더니 한 시간정도 푹 자고는 일어나서도 혼자 이렇게 잘 놀 수가.. 매일이 오늘만 같았으면...


그러고 보면 우리동네는 아기키우기 참 좋은 곳이다.. 여기저기 곳곳마다 유아도서관이 있고, 어디서 책을 빌리던지 상호대차가 되서 반납도 간편하다. 


너무 좋아하던 수빈이.. 놀아주지 않고 풀어만 놓아도 혼자 잘 놀았다.


주말에 갔던 관악산 옆 유아도서관


수민이 하나 있을 때만해도 매일 이렇게 잘 돌아다녔었는데, 수현이 낳고 귀찮고 힘들다는 핑계로 집에서 쉬려고만 한게 더 나를 힘들게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왕 아이들 키우리고 결심한 거 제대로 하자.




Posted by kimberly